2024-02-23

이충원 - (아사히 인터뷰)일본문학 연구자 박유하 씨(아사히 2.22 조간)

이충원 - 아사히에 박유하 교수님 인터뷰가 실렸네요. 인터뷰를 한 건 하코다상. 책을 꼼꼼히 읽고, 한국내 논쟁... | Facebook

이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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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에 박유하 교수님 인터뷰가 실렸네요.
인터뷰를 한 건 하코다상. 책을 꼼꼼히 읽고, 한국내 논쟁 상황을 세밀하게 지켜본게 질문에서 느껴지네요.
아사히신문 오늘 1면 톱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의 단독 인터뷰.
일본 신문이 세계 곳곳에 이렇게 폭넑고 깊은 관심을 보일 수 있는 것은 역시 그 뒤에 하코다상처럼 오랫동안 자신이 천착하는 이슈를 지켜보는 전문기자들이 있기 때문이겠죠. 부럽고 부끄러울뿐. (번역 전문은 댓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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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 (인터뷰) 한일, 미래를 향해/일본문학 연구자 박유하 씨(아사히 2.22 조간)

한일 양국 사이에 놓인 식민지 지배에 따른 역사 현안은 위안부 문제에 이어 징용공 문제도 정치적으로 타결됐다. 한일 양국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는 오랫동안 양국의 '화해'에 대해 고민해 왔다.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앞으로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책에서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소녀들이 끌려가 매춘을 강요당했다'는 위안부 이미지만이 아닌 다양한 모습을 조명했다. 가장 호소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위안부를 두고 한쪽에서는 '성노예'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매춘부'라고 합니다. 이 상반된 두 이미지를 둘러싼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싶었다. 둘 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있는 그대로의 삶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춘 차별이라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습니다."

 --매춘 차별인가요?
"위안부는 결코 매춘부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도, 매춘부에 불과하다며 국가와의 관계를 부정하는 것도
모두 매춘을 혐오하는 감정에서 비롯된 차별입니다."

--여성들의 신분 문제도 지적하셨습니다.
 "많은 경우
가난한 여성=약자가 동원된 경우가 많아 계급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도 환기시키고 싶었어요. 책에서 '조선인 위안부는 가라유키의 후예'라고 썼는데, 매춘부라는 뜻이 아니라 일본 여성의 연장선상에 존재했다는 의미입니다."

  --위안부 문제는 제국주의와 식민지 지배가 가져온 구조적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식민지배로 인해 많은 조선인이 동원되었습니다. 현장에서도 임금이 낮았을 뿐만 아니라 조선인 차별이 많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민족적 요인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전쟁범죄로만 이해되던 위안부 문제가 조선과 대만의 경우 식민지 지배 체제 문제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사실 위안부라고 해도 모집 형태나 활동을 강요받은 시기나 장소에 따라 다양합니다."

--그러나 저서는 지원단체와 위안부 할머니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과 민사소송에 이어 검찰은 2015년 11월 박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는데요.
 "매춘을 언급한 것을 '매춘부로 간주해 매도했다'고 오독했기 때문이다. 법적 조치의 주체는 지원단체 등이지만, 이에 앞서 한국의 법학자와 재일동포 역사학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그것이 인터넷에 퍼져 한일 여론뿐만 아니라 사법부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들은 내가 일본의 강제연행을 부정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저는 식민지에서의 납치 등이 '일본 정부나 군의 공식적인 방침이 아니었다'고 썼을 뿐, 전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한국에서 상식으로 여겨지는 '군에 의한 강제연행'이 당시 조선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식민지 통치 구조를 설명한 것뿐입니다."

--지난해 대법원은 명예훼손을 인정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파기환송했습니다.
  "내 책을 꼼꼼히 읽고 내용을 이해한 후 판단해 준 것이 매우 기뻤습니다."

--지원단체는 역사 문제로 일본에 '법적 책임'을 인정하라고 계속 요구해 왔는데요.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원해 온 시민단체 등도 사실관계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운동을 벌여왔기 때문에 오류가 많았고, 강제연행이라는 가정이 '국가범죄'라는 인식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연합국이 전범을 재판한 뉘른베르크 재판과 도쿄 재판을 참고해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라는 인식을 갖게 됐고, 이를 성립시키기 위해 사후적으로 논리를 만들었죠."
"1990년대에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전쟁범죄와 동일시하면서
유엔 등 국제사회에 위안부 '강제연행' 인식을 정착시켰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역사 문제를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는 것 자체가 과연 타당한 것일까요? 한국에서는 특히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역사 문제의 사법화는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위안부 소송은 처음에 일본에서 시작됐고, 한국 소송에도 일본 법조인들이 관여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국가로부터 억압을 받고 재판에 호소해 배상을 인정받은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 하지만 일본이 관련되면 대립이 심해지죠.
  • "1990년대 이후 '한국 병합은 불법이었다'는 주장이 활발해졌어요. 
  • 식민지 역사를 부정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 주도해 온 것은 냉전 붕괴 이후 발언권을 키운 좌파들이죠. 
  • 우파가 중심이었던 한국전쟁 이후 30여 년간의 역사 인식을 뒤집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래서 한국 국내에서는 건국, 식민지 지배 등 역사를 둘러싼 대립이 격렬해졌습니다. 
  • 토론과 대화로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고, 곧바로 사법적 판단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 "식민지 시대에 좌파는 심하게 탄압받았기 때문에 체제에 순응하고 협력한 우파가 혐오의 대상이 된 측면도 있습니다. 
  • 한국의 분열은 일본만의 책임은 아니지만, 구조를 만든 주체로서의 책임도 일본도 생각해 주었으면 합니다. 법의 공간은 흑과 백의 대답만 내놓습니다.
  • 저 자신은 전쟁과 달리 흑백이 명확하지 않은 식민지 문제를 생각하는 공간에 사법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정부 간 대립의 원인이었던 징용공 문제도 정치적으로 타결됐지만, 두 현안 모두 한국 사법부에서는 일본 측이 패소하는 확정판결이 계속 나오고 있다.
"위안부 문제는 지난해에도 일본 정부에 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이 나왔지만, 역시 '일본의 강제연행' '국가범죄'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일본의 책임은 당연히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판결로는 일본의 사과도 얻을 수 없다. 
과연 그것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한일 정치적인 합의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이후 양 정부 모두 합의에서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돈은 합의에 따라 주는 것이 좋지만, 
예를 들어 주한 일본대사가 할머니들을 만나 사과하는 등 일본의 사죄와 보상의 마음이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징용공 문제는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일본 기업을 대신해 돈을 지불하는 해결책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징용은 국가가 주도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일본 정부는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정부와 협력해 징용공 위령제, 유골 찾기 등을 진행했다. 정부로서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한국에서 박 교수를 격렬하게 비판한 것은 주로 좌파들이었다. 일본에서는 결과적으로 좌파, 자유주의자들이 지지파와 비판파로 나뉘었습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보십니까?

"지난 10년간은 저 자신도 가장자리에 있다고 생각했던 좌파, 리버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것은 사실상 극단적인 좌파 사람들이에요."

- 박 교수는 일본 '우익'의 대변자다, 일본을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죠.

"그렇게 계속 말함으로써 자신들의 주장이 입장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겠지요.
그런 사람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위안부 할머니가 아니라 자신과 조직, 국가입니다. 자신들이 만들어온 위안부 이미지가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파냐 좌파냐, 혹은 일본 측이냐 한국 측이냐가 아니라 사고방식이 합리적이고 윤리적인지 여부가 중요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유연한 자세로 관점을 바꾸면서 생각하는 것이 지금 시대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키는 것 자체에만 관심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 '보수'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오랫동안 한일 화해에 대한 생각을 제기해 왔습니다. 정치 상황이 개선되고 시민들이 활발하게 왕래하는 지금, 화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일 문제에서 흔히
사실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보다 먼저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 편견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항상 자문자답해야 합니다. 
개인이든 역사든 상대에 대해 알아야 올바른 비판도, 더 깊은 이해도 가능해진다. 이해하면 상대를 받아들일 여유가 생긴다. 과거를 자신과 동일시하고 감정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지만, 자신이 아는 과거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겸손함으로 마주하면 더 밝은 미래가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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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유하 : 1957년 서울생. 고교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와 게이오대졸. 와세다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 취득. '화해를 위하여'로 오사라기지로 논단상 수상. 피아노를 맹연습 중. 고양이를 좋아한다.
*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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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위안부'>는 2013년 한국에서 출간된 후 이듬해 일본어판(아사히신문출판사 간행)이 나왔다. 식민지 지배하에 있었던 조선인 위안부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끌려간 순진한 소녀'만도, '자발적 매춘부'만도 아닌 다양한 위안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전 위안부 할머니들은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형사,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형사 소송은 사실상 무죄 판결이 나왔고, 민사 소송은 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다. 올 여름에는 문고판과 전자책 버전이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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