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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적대의식은 가능한가: 북한 인식의 경우적의 계보학 ②
서보혁(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 |
승인 2024.02.28
▲ 서보혁 연구위원
훗날 통일을 기록하는 역사가들은 2024년을 어떻게 생각할까? 2024년을 통일의 분기점으로 볼까, 아니면 분단의 새로운 기점으로 평가할까? 북한을 지배하는 조선노동당의 김정은 총서기는 2023-24년 언저리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시이자 한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포기하고,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가 아니라 여느 국가와 같은 국제관계, 그것도 “적대적 두 국가관계”라 규정하였다.
김정은은 올 1월 최고인민회의 전원회의에서 “공화국 민족력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버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를 받아 북한 정권은 관련 법제도와 기구를 폐지하고 시설을 철거해나가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이런 조치들의 배경을 두고 전문가들은 뒤로는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을, 앞으로는 김정은 정권의 독자적인 국가발전전략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향후 전망도 남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위와 같은 김정은 정권의 통일전략은 수정될 수 있다거나, 그 반대로 더 이상 북한은 통일전략을 복원하지 않고 북중러 협력으로 고립주의 노선을 지속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통일을 포기하고 남북관계를 보통의 국가관계로 전환한다는 김정은 정권의 태도에 한국의 정부는 물론 대북 교류협력을 전개해온 민간단체들에게도 충격을 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비판하고 통일정책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민간단체들은 통일된 입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일부는 그간의 활동을 성찰하고 새로운 방향을 준비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인데 비해, 다른 소수의 단체는 북한의 입장을 추종하고 있다. 북한의 통일 포기 선언에 대한 국내의 반응은 다양할 수밖에 없지만 중요하게 고려할 바가 국민들의 북한·통일 여론이다. 이를 소개하며 국내 대북 인식의 현 주소와 그 의미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은 한국인들의 통일의식을 가장 오랫동안 정기적으로 조사해오고 있다.(1) 2023년 조사에서 북한에 대한 인식은 가장 악화되었다. 이전 해에 비해 대북 적대의식이 13.6%→18.6%로 높아지고, 경계의식이 17.7%→24.0%로 높아진 반면, 협력의식은 47.9%→37.7%로 10.2%p 낮아졌다. 그 결과 적대의식과 경계의식을 합한 대북 부정적 인식이 42.6%로, 이 조사가 실시된 2007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피로감이 높은 상황에서 북한의 적대적 행보가 한국인의 대북 인식에 다분히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응답자의 69.0%는 북한정권과 대화와 타협이 불가능하다고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응답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부터 계속되고 있다. 또 국민들의 78.1%가 ‘북한정권이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국인의 다수는 북한정권이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연구원측은 ‘북한정권이 통일을 원한다’는 인식이 2018년과 2019년에 40%로 반짝 상승하였고, 2020년에 24.6%로 하락한 이후 23.7%→21.5%→22.0%로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87.6%로 나타났는데,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2년의 92.5%에 비해 소폭 하락하였으나 여전히 높은 편이다. 북한의 대남 무력도발에 대한 위기와 불안은 64.8%로 이전 해(60.9%)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이상 나타난 바와 같이 국민들의 대북 인식은 부정적임을 알 수 있고 그 양상은 2018년 짧은 평화 분위기 이후부터 나타나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위와 같은 한국민들의 부정적인 대북 인식에서 어떤 함의와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까? 우선 국민들은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적대의식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김정은 정권이 핵능력을 고도화시키고 이를 위해 자원을 군사력 증강에 우선 투자하는 대신 주민들의 인권 개선에 나서지 않고, 북한식 통일전략에 호응하지 않는 남한과 적대관계를 천명하고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 등 여러 가지이다. 이런 적대의식을 규범적으로 비판할 수 있을까? 하여 필자는 이를 ‘적정 적대의식’이라 이름 붙여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야 할까, 또 남북대화는 불필요할까? 나아가 이제 통일은 물 건너간 것일까? 이런 질문에 대해 국민 여론을 보면 그 합리성을 읽을 수 있다.
▲ 서로간의 적대의식이 높아가는 가운데 통일을 향한 걸음이 정체되고 있다. ⓒ연합뉴스
▲ 서보혁 연구위원
훗날 통일을 기록하는 역사가들은 2024년을 어떻게 생각할까? 2024년을 통일의 분기점으로 볼까, 아니면 분단의 새로운 기점으로 평가할까? 북한을 지배하는 조선노동당의 김정은 총서기는 2023-24년 언저리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시이자 한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포기하고,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가 아니라 여느 국가와 같은 국제관계, 그것도 “적대적 두 국가관계”라 규정하였다.
김정은은 올 1월 최고인민회의 전원회의에서 “공화국 민족력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버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를 받아 북한 정권은 관련 법제도와 기구를 폐지하고 시설을 철거해나가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이런 조치들의 배경을 두고 전문가들은 뒤로는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을, 앞으로는 김정은 정권의 독자적인 국가발전전략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향후 전망도 남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위와 같은 김정은 정권의 통일전략은 수정될 수 있다거나, 그 반대로 더 이상 북한은 통일전략을 복원하지 않고 북중러 협력으로 고립주의 노선을 지속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통일을 포기하고 남북관계를 보통의 국가관계로 전환한다는 김정은 정권의 태도에 한국의 정부는 물론 대북 교류협력을 전개해온 민간단체들에게도 충격을 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비판하고 통일정책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민간단체들은 통일된 입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일부는 그간의 활동을 성찰하고 새로운 방향을 준비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인데 비해, 다른 소수의 단체는 북한의 입장을 추종하고 있다. 북한의 통일 포기 선언에 대한 국내의 반응은 다양할 수밖에 없지만 중요하게 고려할 바가 국민들의 북한·통일 여론이다. 이를 소개하며 국내 대북 인식의 현 주소와 그 의미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은 한국인들의 통일의식을 가장 오랫동안 정기적으로 조사해오고 있다.(1) 2023년 조사에서 북한에 대한 인식은 가장 악화되었다. 이전 해에 비해 대북 적대의식이 13.6%→18.6%로 높아지고, 경계의식이 17.7%→24.0%로 높아진 반면, 협력의식은 47.9%→37.7%로 10.2%p 낮아졌다. 그 결과 적대의식과 경계의식을 합한 대북 부정적 인식이 42.6%로, 이 조사가 실시된 2007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피로감이 높은 상황에서 북한의 적대적 행보가 한국인의 대북 인식에 다분히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응답자의 69.0%는 북한정권과 대화와 타협이 불가능하다고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응답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부터 계속되고 있다. 또 국민들의 78.1%가 ‘북한정권이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국인의 다수는 북한정권이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연구원측은 ‘북한정권이 통일을 원한다’는 인식이 2018년과 2019년에 40%로 반짝 상승하였고, 2020년에 24.6%로 하락한 이후 23.7%→21.5%→22.0%로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87.6%로 나타났는데,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2년의 92.5%에 비해 소폭 하락하였으나 여전히 높은 편이다. 북한의 대남 무력도발에 대한 위기와 불안은 64.8%로 이전 해(60.9%)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이상 나타난 바와 같이 국민들의 대북 인식은 부정적임을 알 수 있고 그 양상은 2018년 짧은 평화 분위기 이후부터 나타나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위와 같은 한국민들의 부정적인 대북 인식에서 어떤 함의와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까? 우선 국민들은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적대의식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김정은 정권이 핵능력을 고도화시키고 이를 위해 자원을 군사력 증강에 우선 투자하는 대신 주민들의 인권 개선에 나서지 않고, 북한식 통일전략에 호응하지 않는 남한과 적대관계를 천명하고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 등 여러 가지이다. 이런 적대의식을 규범적으로 비판할 수 있을까? 하여 필자는 이를 ‘적정 적대의식’이라 이름 붙여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야 할까, 또 남북대화는 불필요할까? 나아가 이제 통일은 물 건너간 것일까? 이런 질문에 대해 국민 여론을 보면 그 합리성을 읽을 수 있다.
▲ 서로간의 적대의식이 높아가는 가운데 통일을 향한 걸음이 정체되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연구원이 2023년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2)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는데 남북대화가 별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66.25%로 나타났다. 또 경제제재가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는데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인식은 72.9%로 더 크게 나타났다. 모순적으로 보이는 두 비핵화 유도 방안에 모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통일연구원측은 북한의 잦은 미사일 도발과 핵위협에 대한 피로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거기에 북한의 집요한 핵개발 욕망을 제어하기 힘들다는 체념의식과 그런 북한과 거리를 두고 살아야겠다는 국민들의 실리적 태도를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대북 인식은 통일의식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위 2023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통일의식조사를 보면, 국민들은 통일의 필요성에 43.8%가 찬성한 반면, 반대는 29.8%였다. 참고로 2007년에는 통일 찬성 63.8%, 반대 15.1%였다. 통일 찬성 여론이 20% 줄어들어 들었다. 그런 전제 하에서 통일이 필요한 이유로는 ‘남북 간 전쟁 위협을 없애기 위해서’가 38.9%로 나타났는데, 기존에 일순위로 나온 응답인 ‘같은 민족이니까’는 30.6%로 나왔다. 통일에 대한 찬성 여론이 줄어든 가운데 그 이유로 민족 동질성보다는 평화정착이 앞선 것이다. 여기서 통일에 반대하는 이유로 통일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33.9%), 통일 이후 생겨날 사회적 문제(28.7%), 남북 간 정치체제의 차이(20.0%)가 나왔다. 또 통일로 기대할 이익이 남한에 이익이 된다(53.6%)와 자신에 이익이 된다(27.9%) 간에 격차가 큰 점도 인상적이다. 대북정책에서 시급한 문제로는 북한 비핵화, 북한의 인권개선, 군사적 긴장해소 등이 80% 가깝게 나왔다.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적대의식과 경계의식을 합한 것인데, 그것이 협력 및 지원 대상으로서의 긍정적 대북 인식을 압도하고 있다. 그 이유는 북한정권의 권력 세습, 북한의 평화 위협, 인권 침해 등 국민들은 물론 국제적인 시각에서도 이유 있는 것들이다. 다만, 북한의 부정적인 행태는 북한 단독으로서가 아니라 남북관계, 북한과 미국의 관계, 국제정세 등 다차원적인 분석을 할 때 그 평가는 물론 대안 마련에도 합리성을 높여줄 것이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통일에 대한 유보적인 여론 증가를 동반함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평화조성을 전제로 한 통일, 점진적인 통일을 의미하는 것이지 통일 자체가 무용함을 말하지는 않는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서 통일 없이는 평화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평화통일’론은 규범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평화적 통일을 강조하는 것이지 선평화, 후통일의 의미가 아니다. 김정은 정권의 통일 및 민족 포기 선언이 단기적으로 남북 간 대화 및 통일 논의를 어렵게 할 것은 사실이다. 김정은 정권의 통일 논의 포기는 북한체제의 통일 역량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남한체제 주도의 통일로 간단히 환원하는 태도는 위험하다. 북한 주민들의 자결권, 북한 정권의 무장력, 그리고 기후위기 등 글로벌 위기의 실존적 위협 등을 고려할 때, 통일은 기존의 체제·민족·이념 중심의 논의에서 벗어나 공감·공존·공영과 같은 ‘열린 통일’, ‘다함께 통일’을 요청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그럴 때 이유 있는 대북 적대의식은 보다 이유 있는 통일의식으로 변환할 수 있을 것이다. 미주 (1)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2007년부터 한국갤럽에 의뢰해 매년 ‘통일의식조사’를 해오고 있다. 전국에 거주하는 성인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1대1 개별 면접조사를 하고 있는데,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8% 포인트이다. (2) ‘통일연구원(KINU) 통일의식 조사 2023’은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총 1,001명을 대면 면접조사로 진행했는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이다. 서보혁(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메일보내기 인쇄하기 서보혁(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관련기사icon내가 나에게 적이 되었다: ‘적대의 계보학’의 종착지 icon인기기사 《건국전쟁》 유감 “가쓰라-태프트 밀약”은 눈물의 씨앗 진정성의 아름다움 “에큐메니칼 운동 100년, 운동의 이념과 틀 재정비 해야” 그가 아니라, 내가 왕이다 《건국전쟁》 유감 기사 댓글 2개전체보기 0/300 등록좋은기회 2024-02-29 16:48:02 적대의식이 없었던 적은 없으니 적대의식이 적정선에서 유지될 수 있다면 그것도 평화의 길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삭제 답글 0 추천 1 반대 0 원익선 2024-02-28 15:54:44 <한반도에서 통일 없이는 평화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평화통일’론은 규범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평화적 통일을 강조하는 것이지 선평화, 후통일의 의미가 아니다.>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위기의 시대, 전쟁보다는 평화가 우선임을 잘 깨우쳐 주고 계시네요. 어떻게든 적을 끌어안고 선의의 목적을 향해 함께 가는 것이 바른 문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삭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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