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 2주년, 피할 수 있었던 비극
기자명 [번역]김정호 북경대 박사
승인 2024.02.26
[환구시보사설]2024.2.23
2월 24일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발발 2주년을 맞이하였지만,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준비 중인 가운데 세계는 여전히 휴전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마치 갑자기 발발했던 것처럼, 지난 20년간을 통틀어 가장 큰 규모라 할 수 있는 이 지역 전쟁은 지속성, 영향력의 범위, 결과와 파장의 심각성과 장기성 등의 측면에서 세계 대다수의 예상을 계속해서 뛰어넘고 있다. 안타깝게도, 지난 2년간의 유혈 충돌은 여전히 관련 당사자들의 깊은 반성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은 국제 정치의 비극이며 전 세계의 비극이다. 좀 더 이성적인 정치 논리 분석으로 회귀해 보면, 이 비극이 반드시 불가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크라이나 위기는 하룻밤 사이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복잡한 역사적 경위와 긴 발전 과정을 지니고 있다. 그동안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는 많았지만 모두 놓쳤고, 상황은 점점 악화해 결국 충돌로 치달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의 근원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냉전 이후 유럽의 안보 구조의 장기적 불균형에 있다.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은 지역 강대국인 러시아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존중하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는데,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않은 것은 더욱 말할 나위도 없다. 키신저, 미어샤이머 등과 같은 많은 미국 전략 학자가 일찍이 미국 정책 입안자들에게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과 서방은 고유의 오만과 독선, 이기적인 태도로 나토의 동쪽 확장을 계속해서 추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특수한 역사적/지리적 민감성을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상황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들었다.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이 싸움은 승자는 없고 모두가 패배하는 싸움이다. 미국과 서방 내부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언론조차 러시아 제재가 의미 있는 효과를 내지 못하였으며, 사실상 실패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인한 독일 한 나라의 경제적 손실만 해도 2,000억 유로에 달한다. 이 같은 압박감 속에 서방 사회의 '우크라이나 피로증'에 대한 반감이 대두되고 있으며, 민심은 동요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우크라이나의 위기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평화 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다. 이제 문제는 미국과 서방이 이를 받아들이고 직면할 의향이 있느냐에 있다. 환구시보연구소가 전 세계 20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대다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했는데 그중 독일, 프랑스, 미국의 지지율은 60% 이상이다. EU 내부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37%가 협상을 통해서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답했고, 41%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협상을 시작하도록 설득할 것을 촉구했다. 이것으로 문제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중국이 발표한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제창)는 모든 국가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중시하고 적절하게 해결해야 하며, 장기간 무시되거나 체계적으로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모든 국가는 자신의 안전을 추구할 때는 다른 국가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 역시 고려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의 집단정치, 진영 대결에 대한 미련과 추구는 그 집단과 진영 밖에 있는 나라들을 안전하게 만들 수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안보는 반드시 모두가 공유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난해한 안보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냉전 종식이라는 '잔치'에 미국이 너무 취해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오늘날도 냉전 메커니즘과 냉전적 사고를 지속하는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횡단 그룹은 러시아를 상대하는 데 있어 여전히 고압적이고, 장기적 안목이 부족한 정책들이 많다. 세계 역시 평화에 대한 맹목적인 낙관론이 팽배해 있어서, 대규모 전쟁은 상상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은 이러한 환상들을 깨뜨렸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미국과 서방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조정하도록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이제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2주년을 맞이하여 화해와 대화가 더욱 시급해 보이는 만큼, 국제사회는 하루빨리 유혈사태를 종식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미국과 서방의 경우, 자신들의 문제로 인해서 비극의 발생을 촉진하고 심지어는 악화시켰기 때문에, 비극의 종식을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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