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동안의 광복 - 1945년 8월 15일-9월 9일, 한반도의 오늘을 결정지은 시간들
길윤형 (지은이)서해문집2020-08-15
전자책
12,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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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쪽
책소개
'해방'이나 '독립' 기념일을 국경일로 자축하는 나라-민족의 역사에는 식민지배의 그림자가 짙게 어른거린다. 대한민국이 그중 하나다. 세계사의 20세기 전반부 스토리보드에 제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이웃 국가의 여러 식민지 중 하나로 스치듯 언급되던 이 나라는, 그 무명 혹은 도명(盜名)의 세월을 끝낸 1945년 8월 15일을 '광복절'로 명명해 기려오고 있다. '영예롭게[光] 되찾은[復] 날'이라는 뜻의 광복은 '해방'의 기쁨에 '독립'국가의 염원을 포갠 명칭이다. 요컨대 8.15는 엄혹했던 식민 역사의 종지부인 동시에 명실상부한 '한국 현대사의 첫날'인 셈이다.
<26일 동안의 광복>은 한국 현대사의 첫날인 1945년 8월 15일의 24시간과 그 직후 3주간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역사 다큐멘터리다. 해방된 조선인들이 이 땅에 통일된 독립국가를 수립하기 위해 시작한 '건국 프로젝트'의 흥망이 다큐의 골자다.
연출자는 조선인 가미카제 문제에서부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숨겨진 가족사에 이르기까지, 친일과 혐일을 가로지르며 사태의 핵심을 움켜쥐는 글쓰기에 매진해온 '한일 관계의 사관(史官)' 길윤형이다. 그는 강박에 가까운 자신의 취재벽에 힘입어 흩어진 사료와 증언을 차곡차곡 채집했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 통계나 자료사진만으로 구현하기 힘든 1945년 8-9월의 시공간과 그 속에서 벌어진 건국 프로젝트의 여정을 고스란히 재현해낸다.
75년 전 광복 그날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밝은 날인 동시에 가장 어두운 날이었다. 이후 26일간은 어둠이 빛을 삼켜 가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한반도라는 공동체가 쟁취할 수 있었지만 끝끝내 좌초하고 만 어떤 정치적 상상, 역사적 가능성에 대한 가슴 아픈 회고다. 그 실패로 인해, 우리는 여전히 광복 이전에 있다. 오늘날에도 '26일 동안의 광복'에 주목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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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8·15는 시린 상처였다
1부 24시간의 삼파전
#01 한밤의 전화 ― 여운형의 8·15
#02 소련군이 내려온다 ― 총독부의 8·15
-틈새읽기 일본의 항복은 10일일까, 15일일까?
#03 경거망동을 삼가라 ― 송진우의 8·15
-틈새읽기 단파방송 사건
#04 항복방송
#05 건국준비위원회
#06 갈등의 시작
-틈새읽기 카이로 선언
2부 민족의 구심력 vs 좌우의 원심력
#07 8월 16일
-틈새읽기 ‘소련군 입성’ 공작은 누가 했을까?
#08 일본의 반격
#09 다시 한번, 합작으로
#10 한반도 분단이 알려지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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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첫문장
"얘, 곧 계동 집으로 오너라. 급히 상의할 일이 생겼다."
P. 4~5 75년 전 8월 15일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날이면서 가장 어두운 날이었다. 그 까닭은 아이러니하게도 냉전을 눈앞에 둔 미소라는 ‘외세에 의해 주어진 해방’에 있었다. 이 모순을 딛고 독립국가를 세우려면 전 민족이 하나로 똘똘 뭉치는 수밖에 없었다. 조선 내 모든 정치 세력을 아우르는 ‘좌우합작’은, 그래서 반드시 성사시켜... 더보기
P. 15~16 해방된 조선에는 크게 세 부류의 플레이어가 있었다. 첫째는 여운형을 중심으로 한 좌익 인사들이었다. (…) 둘째, 이들과 맞선 우익 민족주의자들이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일제 말기 전향해 낮 뜨거운 친일활동을 벌인 부끄러운 과거를 숨기고 있었다. 일본의 패망은 이들에게도 기쁜 일이었지만, 정통성에 큰 흠결이 있었던 탓에 좌익에... 더보기
P. 47 “아, 틀림없어. 내일 일본이 항복해. 나가서 결사대를 조직하라!” -여운형
P. 52 “대승이라고 하여 민간에 술·설탕까지 특배했지만, 그것은 전혀 거짓말입니다. 우리 쪽 해군이 거꾸로 전멸당했습니다.” -이하라 준지로, 일본군 참모장
P. 86 “낭산, 대책은 무책이요.” -송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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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길윤형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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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서울 출생. 서강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2001년 11월 〈한겨레〉에 입사해 사회부·국제부 등을 거치고, 2013년 9월부터 3년 반 동안 도쿄 특파원으로 재직했다. 귀국 후 〈한겨레21〉 편집장과 〈한겨레〉 국제뉴스팀장을 맡았다. 현재는 통일외교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아베 정권 이후 본격화된 반동의 흐름 속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미일 동맹 강화를 비롯한 일본의 안보정책 변화 등에 관한 여러 기사를 썼다. 미중 대립이 첨예화되는 신냉전의 시기에 우리 민족이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안창남, 서른 해의 불꽃같은 삶》 《나는 조선인 가미카제다》 《아베는 누구인가》 《26일 동안의 광복》이 있고, 옮긴 책으로 《나는 날조기자가 아니다》 《아베 삼대》가 있다. 삼성언론상(2003), 임종국상(2007), 관훈언론상(2015) 등을 받았다. 다음엔 일제강점기 취재 일선에서 활동했던 선배 기자들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막연히 생각 중이다. 힘닿는 데까지 계속 무언가를 써내려 한다. 접기
최근작 : <신냉전 한일전>,<26일 동안의 광복>,<안창남, 서른 해의 불꽃같은 삶> … 총 11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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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소개
서해문집
출판사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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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라이선스LP 연대기 : 비틀스에서 딥 퍼플까지, 퀸에서 너바나까지>,<희조일사>,<인어의 걸음마>등 총 464종
대표분야 : 역사 8위 (브랜드 지수 322,489점), 고전 14위 (브랜드 지수 223,566점), 청소년 인문/사회 14위 (브랜드 지수 49,030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우리는 아직 광복 이전에 있다
-한국 현대사의 첫날에서 분단까지, 3주간의 역사 다큐멘터리
광복 그날과
26일간의 건국 프로젝트
오늘날 세계 각국은 하나의 달력(태양력)을 사용하지만 거기에 담긴 국경일의 면면은 저마다 다르다. 그래서 달력을 넘기다 보면 그 나라의 정체성이 슬며시 엿보이곤 한다. 가령 영국과 일본의 달력에 등재된 여왕·천황 탄신일은 이 두 나라가 입헌군주국임을 가리킨다. 중국과 프랑스는 제각기 민중 봉기일을 기림으로써, 자신들의 국체가 민중혁명에서 비롯되었음을 넌지시 뽐낸다.
‘해방’이나 ‘독립’ 기념일을 국경일로 자축하는 나라도 있다. 이런 나라-민족의 역사에는 식민지배의 그림자가 짙게 어른거린다. 대한민국이 그중 하나다. 세계사의 20세기 전반부 스토리보드에 제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이웃 국가의 여러 식민지 중 하나로 스치듯 언급되던 이 나라는, 그 무명 혹은 도명(盜名)의 세월을 끝낸 1945년 8월 15일을 ‘광복절’로 명명해 기려오고 있다. ‘영예롭게[光] 되찾은[復] 날’이라는 뜻의 광복은 ‘해방’의 기쁨에 ‘독립(국가)’의 염원을 포갠 명칭이다. 요컨대 8.15는 엄혹했던 식민 역사의 종지부인 동시에 명실상부한 ‘한국 현대사의 첫날’인 셈이다.
《26일 동안의 광복》은 한국 현대사의 첫날인 1945년 8월 15일의 24시간과 그 직후 3주간-정확히는 조선총독부 청사에 성조기가 게양되는 9월 9일까지 26일간-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역사 다큐멘터리다. 해방된 조선인들이 이 땅에 통일된 독립국가를 수립하기 위해 시작한 ‘건국 프로젝트’의 흥망이 다큐의 골자다. 연출자는 조선인 가미카제 문제에서부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숨겨진 가족사에 이르기까지, 친일과 혐일을 가로지르며 사태의 핵심을 움켜쥐는 글쓰기에 매진해온 ‘한일 관계의 사관(史官)’ 길윤형이다. 그는 강박에 가까운 자신의 취재벽에 힘입어 흩어진 사료와 증언을 차곡차곡 채집했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 통계나 자료사진만으로 구현이 힘든 1945년 8-9월의 시공간과 그 속에서 벌어진 건국 프로젝트의 여정을 고스란히 재현해낸다.
24시간+25일에 숨은
한국 현대사의 기원
1부에서는 일본 패망과 조선 해방을 직감한 여운형의 전화로 시작되는 해방 전야, 히로히토의 항복방송 막전막후, 감격에 젖은 조선인들과 하루아침에 뒤집힌 세상에 당황하는 재조일본인들, 건국준비위원회(건준)로 대표되는 건국 프로젝트의 시작, 여운형-송진우의 좌우합작 시도를 재구성함으로써 광복이라는 거대한 명칭에 가려졌던 8.15 당일의 24시간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2부에서는 해방 이튿날부터 9월 9일까지, 한국 현대사의 거푸집을 ‘분단’이라는 모양으로 굳힌 결정적 순간들-좌우합작 결렬, 한미연합 한반도 침투계획인 독수리작전의 실패, 조선총독부의 반격과 건준의 몰락, 미소 점령군의 남북 진주 등-을 복기한다.
8.15 이후 26일간은 우리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시인 김수영은 해방 직후의 경성 풍경을 “글 쓰는 사람과 그 밖의 예술하는 사람과 저널리스트들과 그 밖의 레이맨들이 인간성을 중심으로 결합될 수 있는 여유 있는 시절”(〈마리서사〉, 1966)로 뭉클하게 회고한 바 있다. 반면 반세기 뒤를 사는 저자의 복기는 한층 건조하면서도 절박하다. 그의 눈에는 “건국준비위원회가 결성되는 해방 당일부터 미군이 경성에 진주하는 9월 9일까지가 외세의 ‘직접 개입’ 없이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광복의 날들”이었지만, 그 26일 동안 건국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던 좌우합작은 철저하게 구겨지고 뒤틀렸다. 3년간의 동족상잔과 75년간의 분단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기원”이 바로 여기에서 발발했다는 것이다. 해방정국에서 민족의 구심력이 외세와 이념의 원심력을 감당하지 못한 대가로, 한반도는 지금껏 지구상 유일한 냉전지대로 남아 있다.
학습된 과거는 실제보다 냉정한 평가를 받기 쉽다. 그렇더라도 과거의 공적 사태의 재구성은 그 자체로 역사학이다. 그리고 역사라는 이름의 이야기에는 현재를 사는 공동체의 열망이 투영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75년 전 광복 그날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밝은 날인 동시에 가장 어두운 날이었다. 이후 26일간은 어둠이 빛을 삼켜 가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한반도라는 공동체가 쟁취할 수 있었지만 끝끝내 좌초하고 만 어떤 정치적 상상, 역사적 가능성에 대한 가슴 아픈 회고다. 그 실패로 인해, 우리는 여전히 광복 이전에 있다. 오늘날에도 ‘26일 동안의 광복’에 주목하는 까닭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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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26일, 75년 분단의 연결점 새창으로 보기 구매
지난 8월 영화 강철비2를 봤다. 영화 강철비2는 북·미 정상회담을 주제로 하고 있다. 영화는 가상의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문제가 주변국의 이해관계와 국제관계에 따라 어떻게 다가오는지를 아주 객관적으로 접근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문제가 단순히 한국과 북한의 문제가 아닌 그 지역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국제적 역학관계에 따라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영화는 미국 대통령 스무트(트럼프 역할)의 결정과 판단에 따라 한반도 문제가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도 보여주는데, 이것은 외세가 한반도 문제에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문제점을 지적함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통일이 왜 중요한지를 아주 강력하게 역설한다. 그것은 현재 우리가 인식하고 이루어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2018년 문재인 정부는 평창 동계 올림픽을 시작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과정을 밟아 나갔다. 그해 4월 2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 양국의 교류 및 관계 형성, 종전협정을 논의했고, 6월 12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역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다음해인 2019년 2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선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안타깝게도 회담은 결렬됐다. 이것은 책 저자의 주장대로 “한반도가 해방된 지 75년이 지났지만, 미국이라는 외세의 규정력이 너무나 압도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분단 75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분단이라는 냉전의 모순적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영화 강철비2와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외세에 의한 작용도 매우 크다. 남북한은 서로 대치하고 전쟁 상황직전까지 가는 위험 혹은 제3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까지 가기도 했지만, 양국의 평화정착과 통일을 위한 발걸음 또한 주기적으로 있어왔다. 1950년에 일어난 한국전쟁이 남북한에 미친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했음에도 우리가 자주적으로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을 이룩하려는 움직임은 남북한에서도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자주적인 통일정부를 수립하고 이념갈등을 해소시키려는 노력은 남북 분단 체제가 형성되기 이전부터도 존재했다. 다만 많은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러한 노력은 분명히 있었으며, 일제의 패망과 미군상륙과정 속에서도 존재했다. 이 과정을 재조명 한 책이 길윤형 작가의 신간 <26일 동안의 광복>이다.
많은 학자들이 한반도 분단의 시작을 1945년부터 잡고 있다. 그 이유는 얄타와 포츠담에서 한반도 문제를 논의한 미국과 소련이 38도선을 중심으로 남북에 주둔하게 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연합국들이 한반도 분할 점령을 합의하기 이전부터 일제치하의 식민지 조선에선 일본의 패망을 대비한 조선인들이 해방 이후 한반도 정국을 어떻게 나갈 것인지를 고민하며 점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1944년 건국동맹을 조직하여 단체를 뿌리내린 여운형을 들 수 있다.
1945년 일제가 패망하고 나서 한반도 이남은 소련군이 주둔하던 이북과 달리 세력이 크게 3개로 나뉘어 각파 전을 벌였다. 첫 번째는 총독부로부터 행정권을 이양 받아 자신의 조직 건국동맹을 건국준비위원회로 개편하여 정국을 이끌어 나갔던 몽양 여운형과 같은 좌익 인사들이었고, 두 번째는 일제시대 당시 전향하여 친일활동을 벌인 부끄러운 과거를 가진 이들로써 몽양 여운형을 포함한 좌익인사들에 대립하던 우익 민족주의자들이었으며,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1905년 을사조약 이후 사실상 40년간 한반도를 통치해오다 패망하자 한반도에 거주하던 90만 일본인을 지키고자 했던 조선총독부였다. 26일 동안 벌어진 삼파전은 1945년 9월 9일 오키나와에 있던 아시아의 패튼 하지 준장의 제24군단과 제7사단이 서울에 입성하면서 막을 내린다.(물론 좌익과 우익의 갈등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건국준비위원회를 조직한 여운형은 전신조직인 건국동맹에서 그랬던 것처럼 좌익과 우익의 연합체를 결성하고자 했다. 좌와 우를 통합시키려는 여운형의 노력은 이후 우익 민족주의 정당 한민당의 주역이 되는 고하 송진우에 의해 두 번이나 무산되었다. 송진우가 이끌게 되는 한민당에는 친일파 민족반역자들이 대다수를 이루었지만, 그는 친일 문제에 있어선 매우 깨끗한 인물이었고 지식인으로서의 양심을 지켰었다. 하지만 그는 일제 패망 이후 좌우연합체 결성이라는 역사적 흐름을 스스로가 거부했고, 분열의 씨앗을 창조했다.
당시 송진우가 좌익과의 연합을 거부했던 이유에는 건준에서의 좌우익 비율이라는 문제도 있었다. 여운형을 중심으로 건설된 건국준비위원회는 안재홍과 같은 우익들이 있었지만, 그 비율이 좌익들에게는 매우 밀리는 수준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우익들이 주도권을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송진우가 규합한 세력들은 그를 제외하면 친일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좌익들이 정권을 주도하면 자신들에게 더불리해 질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했을 것이다. 따라서 당시 송진우가 주장했던 임정봉대론은 이 맥락에서 봐야 할 것이다. 건국준비위원회의 구성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건국준비위원회는 여운형이란 독특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을 매개로 세 개의 이질적인 그룹이 뭉친 ‘느슨한 연합체’였다. 첫째는 이만규·최근우·이여성·이상백 등 여운형의 오랜 측근 그룹이었다. 이들은 여운형이 어느 길을 택하든지 끝까지 따를 이들이었다. 두 번째는 정백을 비롯한 옛 서울파와 이강국·최용달·박문규 등 여운형과의 개인적 인연에 따라 합류해온 공산주의자들이었다. 마지막은 이들과는 이념적 색깔을 달리하는 안재홍 등 우파 민족주의자들이었다. 여운홍은 당시 건준 구성을 “공산당원인 극좌, 비공산주의적인 좌익 즉 온건한 사회주의자들, 안재홍·이규갑 등 우익, 무조건 형님을 지지하는 장권·송규환 등으로 나뉘어질 수 있었다”고 적었다.”
출처 : 26일 동안의 광복 p.226
실제로 여운형이 조직한 건국준비위원회는 서중석 교수의 주장 따라 좌경화가 있었다. 당시 건준에는 사회주의자들이었던 정백, 이강국 등 대다수의 사회주의자들이 참여하였다. 그리고 이 좌경화 현상은 태평양 전쟁기 광주 벽돌공장에 노동자로 숨어있다고 등장한 박헌영의 영향도 컸었다. 전형적인 우익 독립운동가인 송진우의 입장에서 보면 좌경화 현상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다르게 얘기하자면 좌우 통일된 조직의 건설보다 헤게모니 장악을 더 우선시 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저자는 여러 가지 사례와 그들의 이해관계를 통해 한반도 분단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격동의 26일을 재조명했다. 또한 필자가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사실들과 나름 새로 밝혀진 자료들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걸 알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필자는 한반도 분단의 책임은 좌익들 보단 우익들과 미국에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나온 바와 같이 총체적인 흐름 속에서 연합과 좌우 협력을 거부하려 했던 세력이 바로 해방 후 친일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익이었기 때문이다. 9월 8일 상륙한 하지 장군의 미군은 한반도 민중의 염원과는 달리, 해방군이 아닌 점령군으로 들어왔고, 좌익들이 선포한 인공과 건준을 해산해버렸다. 또 다른 분단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마오쩌둥 최초의 전기인 <중국의 붉은 별>을 집필한 에드가 스노 지적한 대로 “아무런 준비 없이 남한을 점령한 미군이 건준을 활용했더라면 한국의 해방정국은 크게 방향을 달리했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 가능성을 활용하지 못한 건 미국이었다.
그리고 그 미국에게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접근한 송진우와 우익 세력들은 해방 이후 좌우를 연합하여 자주적인 국가를 수립하고자 했던 여운형에 대해 친일파라는 어처구니없는 인신공격을 주도했다. 이런 공격을 했던 한민당원 대다수가 친일파들이었고, 근거가 될 만한 물증도 전혀 없었다. 이게 역사적 팩트다. 따라서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봤을 때, 한반도 분단의 책임은 1차적으로나 2차적으로나 우익들에게 있다. 물론 좌익들도 헤게모니를 장악하고자 했던 욕심이 있었지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큰 틀에서의 연합을 거부한 이들이 우익이었고, 미국을 이용하여 분단을 고착화 한 것도 우익이기에 분단의 책임은 이들에게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현재 75년 분단의 연결고리라 할 수 있다.
8.15 해방부터 미군정 탄생까지인 격동의 26일에서 가장 높게 평가 받아야 할 인물은 바로 몽양 여운형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 또한 사회주의 성향을 겸비한 중도좌익이어서 그가 이끄는 단체는 좌익인사들을 대다수로 결성되긴 했지만, 중요한 건 좌우연합체를 결성하여 통일된 국가와 조직을 만들어나가고자 했던 그의 노력과 행적이다. 그런 점에서 몽양 여운형은 매우 높게 평가 받아야 한다. 분단과 갈등 그리고 대립보단 좌우연합과 통일, 자주적인 국가를 만들고자 했던 여운형의 노력과 정신이 인정받고 높게 평가 되어야 하는 데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큰 틀에서 보았을 때, 그가 추구했던 통일 및 통합정신이 현재 우리가 추구해야하는 남북평화통일과 화해의 목적과 비슷한 맥락과 정신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외에 중국에서 한반도 침투 작전을 준비했던 중경 임시정부의 스토리와 미군정 사령관 하지의 이야기, 태평양 전쟁 말기 조선 총독부의 동선, 해방 이후 일본인들의 상황 및 이야기 그리고 우익들의 모습까지 매우 폭 넓게 알 수 있었다. 한반도가 분단된 지 올해 75주년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가 분단이 되었다는 사실은 알지만, 분단이 된 과정과 그 사이에서 벌어진 통합의 노력은 잘 모르는 편이다. <26일 동안의 광복>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몰랐던 공백을 채워줄 것이고, 분단이 아닌 통합과 통일이 왜 중요한 지를 역사적 사실을 통해 알려줄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 접기
NamGiKim 2020-09-10 공감(14)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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