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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내가 만난 사람-(2) 살아있는 역사 김반아
기자명 김동호 편집위원
입력 202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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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을 살던 백 년을 살던 나름 짧지 않은 경험과 개인사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겨레:온>을 통해 가장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전해주신 분은 김반아님이었습니다.
'통일은 영세중립국으로 해야 한다'는 첫 글부터 범상치 않았습니다. 그 뒤로 '생명모성'과 '홀로서기'를 통해 여장부의 모습을 보여주셨고, 드디어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고자 영세중립화를 꿈꾸며 고국에 돌아와 영암에 거처를 마련하십니다.
5월 23일 갑자기 시야에 들어온 자동차를 보고 피하려다 넘어집니다. 이 사고로 갈비뼈가 골절되어 폐를 찔러 출혈이 생기는 중상을 입지요.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 있는 딸과 방학 중에 프랑스에 갔던 손주들이 한국으로 들어와 오랜만에 3대가 함께 보냅니다.
그들의 추억 만들기에 제가 끼었습니다.
오늘의 김반아님은 외할아버지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관이 됩니다. 외할아버지 리종만은 남한에서는 친일인사로, 북한에서는 애국열사로 평가됩니다.
조선 최고의 갑부인 광산왕 이종만은 자료를 조금만 찾아보면 ‘기부왕’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맡은 바 직책에 따라 약 2,000원(현 2억 원)을 일제 강점기에 헌금을 하지만, 노동자 농민 교육사업에 약 80만 원(현 800억 원)을 기부했습니다. (참고:2010-07-04, 한겨레가 만난 사람. 인터뷰/김경애 팀장)
2007년 4번째 방북 때 평양 애국열사릉의 부친 묘소를 참배한 이남순과 둘째딸 김반아(오른쪽)씨.
김반아님의 어머니 이남순은 ‘1964년 우리 4남매를 데리고 부산항을 떠나 브라질행 이민선을 탔을 때 수중에 미화 400달러가 전부였다’(참고:2021-01-28. 한겨레 기억합니다)
회사를 처분하고 확보한 이민자금을 직원이 횡령하여 사라진 후에 단돈 400달러를 들고 어머니 혼자 4남매를 데리고 먼저 떠난 이민 길. 그 신산한 삶의 궤적은 ‘당신을 기억합니다’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고 대를 이어가는 역사의 현장에 참여하고자 약속장소를 정했습니다. 아쉽게도 코로나 19로 4인 이상 식사를 할 수 없다고 하여 따님이 빠지고, 김반아, 손자 태호, 손녀 한아와 제가 회현동에 자리한 스페인 가정식 음식점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아직은 사고의 후유증이 남아있나 봅니다. 아침에 화장실 들어가다 다리를 삐끗하신 김반아님은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했습니다.
점심에 손자 태호(15), 한아(12)와 함께 스페인 가정식을
김반아님의 우려와는 다르게 태호와 한아가 한국말을 의외로 잘 알아들어 즐거운(?) 식사를 하였습니다. 다음에 또 오고 싶어 할 만큼 맛있었지만 몇 년 후에 또 기회가 올지 모르겠습니다.
서울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태호와 한아를 위해 남산타워를 추천했습니다. 우리가 식사한 음식점에서 케이블 카 승강장이 멀지 않아 걸어서 이동했습니다.
하나는 할머니 곁에 바짝 붙어 친밀함을 드러냅니다.
남산 타워에서 서울을 바라보던 태호는 서울이 이렇게 큰 도시인 줄 몰랐다고 합니다.
김반아님은 아이들에게 한국의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였습니다. 그래서 남대문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태호는 좋아하는 옥수수를, 한아는 친구에게 나주어줄 수도 있는 양말을 샀습니다.
아직 이른 저녁 시간이었지만 남대문 시장에 들르면 자주 찾던 명동 칼국수집에 들어가 만두국과 칼국수를 시켰습니다.
할머니 김반아님은 사랑과 존경으로 가정을 지키며 이끌어오셨습니다. 귀엽고 잘생긴 한아와 태호가 부족함 없는 사랑으로 잘 자라주어 남북이 하나로 통일되고 번영하는 조국에서 큰 역할을 해줄 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김반아님은 당분간 건강 회복에 좀 더 신경쓰시고, 만나보진 못했지만 따님도 미국에서 태호 한아와 더불어 행복하길 빕니다. 고국에서 많은 김반아님 친구들이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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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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