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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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과천연구소의 윤소영이 별로 재미가 없는 건 이 사람은 그냥 알튀세르 흉내내기 바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그렇다. 알튀세르가 레닌이나 젊은 마르크스의 복권을 통해 스탈린주의를 넘어서고자 했던 서구 코뮤니즘의 실패를 두고 자신의 사상을 펼쳤던 것처럼 윤소영도 자기가 레닌주의에 입각한 PD적 관점에서 NL 및 주사파나 스탈린주의를 비판해왔는데 소련의 패망 이후 마르크스주의의 위기를 사유하는 것처럼 말한다. 일단 여기서부터 너무 자신을 알튀세르에 대입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윤소영의 마르크스주의 '일반화' 작업은 두 축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경제학 비판의 일반화이고, 다른 하나는 이데올로기론의 일반화이다. 경제학 비판의 일반화는 현대 경제학을 어떻게 비판하여 가치법칙을 복권시킬 것인지를 놓고 진행된다. 발리바르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브뤼노프 등을 발굴하고 소개함으로써 그로스만적 전통이 부활되고 뒤메닐 등의 경제학 비판이 아리기의 장기20세기론과 결합하면서 이윤율의 경제학을 논할 수 있게 된다.
이데올로기 비판은 일종의 주체론이다. 앞의 경제학 비판만으로는, 그리고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조잡한 이데올로기론으로는 경제학 비판에서 파악되는 구조를 넘어설 수가 없다. 프롤레타리아트가 과학적 인식을 갖고 있어 이데올로기를 품고 있지 않다고 부당하게 전제하는 초기 맑엥의 입장을 비판하면서 프롤레타리아트도 세계관이라는 형태로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다는 인식 속에 프롤레타리아트의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현실의 계급정치 속에서 하나의 '물질적 힘'으로 전화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게 이데올로기론이다. 주체생산의 이론이랄까?
윤소영은 이 둘을 결합해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론을 만들어낸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이 지점이 좀 특이한데 아리기의 체계사를 가져와서 자본주의의 역사동역학이라는 개념을 주장한다. 굳이 표현하자면 이윤율이라는 원인과 경제성장이라는 결과 간의 인과관계를 설정하는 "과학"이라고 주장하는건데 아무튼 특이하다. 이 동역학은 이윤율을 결정하는 생산관계로서의 경제학 비판의 내용에 생산관계 그 자체를 생산해내는 이데올로기론의 내용을 결합시켜 형성된다. 이윤율을 낳는 생산관계 - 생산관계를 만들어내는 이데올로기론, 도식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이 이데올로기론에는 하나의 생산관계를 창출해내는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라든지 경제제도라든지 이런 것들이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생산양식을 이렇게 규정하는 것도 특이하다.
이렇게 결합된 생산양식론 자체만으로는 부족하기에 국가라든지 경제제도라든지 이런 것들의 내용이 부가되면 이제 자본주의적 사회구성체가 된다. 상부구조와 하부구조 간의 관계가 국가=제도를 매개로 설정된다. 솔직히 앞의 생산양식과 무슨 차이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 구체적으로는 19세기 영국 자본주의가 개인형 회사라는 특정한 경제제도에 기반하고 있었다면, 20세기 미국 자본주의는 법인형 회사에 기반하고 있다. 즉 20세기 자본주의의 표준형이 법인형 자본주의라는 주장인데 경영사에서 너무 당연한 걸로 주장하고 있어서 이것이 왜 사회구성체론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윤소영은 이 사회구성체의 형태에 따라 자본주의의 이윤율 저하가 상쇄될 수도 있고 오히려 가속되어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마르크스주의의 일반화를 주장하다가 갑자기 제도주의 경제학으로 넘어가는 게 좀 황당하다. 온갖 이론을 다 섞어놓은 이론적 잡탕이랄까?
아무튼 이렇게 윤소영은 생산양식과 그의 조건을 재생산하는 국가, 제도를 매개로 자본주의적 사회구성체론을 설정해놓는다. 자본주의적 사회구성체라는 개념 자체가 대단히 추상적이고 초역사적인 개념인데 왜 19세기형, 20세기형으로 나눠져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그렇다고 하자. 문제는 윤소영이 한국 사회를 비평할 때 이 사회구성체 개념을 일종의 베버적 의미의 '이념형'으로 사용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얘기해보자. 윤소영은 생산양식론 - 사회구성체론을 전제한 뒤에 사회구성체의 '변이' 즉 각각의 사회가 놓인 구체적인 조건에 따른 상이함이 사회성격을 낳는다고 주장한다. 20세기형 법인 자본주의가 기본축이기는 하지만 각국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양태로 나타날 수 있고 그것이 사회성격을 결정한다는 말로 이해된다. 보편성 - 특수성의 구분으로 이해되는데 박현채의 사회성격론을 가져온 듯하다. 근데 이것도 특이한 게 박현채가 말하는 사회성격론은 다양한 경제제도들간의 결합, 즉 우클라드의 결합물로서의 사회구성체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다. 그러니까 국가독점자본주의라는 경제제도, 우클라드를 기본으로 예속적 금융제도, 봉건적 농업제도 등이 우위를 차지하는 상황이 겹치면서 신식민지성이라는 사회성격이 도출되는 것인데 윤소영은 상부구조의 변이형태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 특이하다.
윤소영이 보기에 현대 자본주의는 법인 자본주의의 위기를 "금융화", 신자유주의적 개혁으로 돌파했다. 그것이 2008년 금융위기로 한계를 보이며 2012년에 자본주의가 파산한다는 식의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인데 10년이 되도록 자본주의는 잘만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이론은 이미 파산했다. 파산한 이론이라 볼 것도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런 세계사적인 동향 속에서 한국의 진보세력은 한국의 신자유주의 개혁의 실패를 점검하지도 않은채 반反이명박 전선의 형성에만 열을 올리는 등 인민주의에 경도되는 모습을 보인다.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인 자유주의가 취약해 계급투쟁이 새로운 생산관계로의 이행이 아니라 투쟁하는 양계급의 공멸이라는 야만적 상황으로 귀결된다는 의미에서 인민주의를 비판하고, 그 인민주의의 계승자인 문재인을 비판하는 것인데.. 자유주의적 전통이 약하다는 것이 왜 문제인지 잘 와닿지가 않는다.
이 지점에서 그는 지식인론을 꺼낸다. 한국의 마르크스주의 토착화의 실패가 한국형 신자유주의 개혁의 실패로 이어지고 그러한 개혁의 실패가 한국 자본주의의 성장의 한계를 낳았다는 인식 속에서 왜 한국에서 마르크스주의의 토착화가 실패했는지를 그는 지식인론을 통해 설명한다. 그가 주목하는 지점은 한국의 지식인들이 개화기 때 자유주의, 마르크스주의를 섭취하기보다 개신교를 받아들였다는 것인데 특이한 인식이다. 개신교적 반공주의와 공산주의 간의 투쟁이 한국 지성사의 큰 축이었으며 이 개신교적 반공주의가 문재인과 민주당의 반反자유주의적, 반反공산주의적 인민주의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 같다. 사실 그가 자유주의의 부재를 논할 때의 자유주의는 경제학, 그러니까 주류경제학이든 부르주아 경제학이든 어쨌든 현대 경제학이라 불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제학 학계 수준이 낮다는 얘기인데 그러면 경제학계에서 큰 활약하는 사람이 많은 나라는 잘되나? 거시경제학이나 현대경제학의 정치경제학(마르크스주의 경제학 말고) 쪽을 보면 이탈리아 사람이 많은데 음.. 이탈리아는.. 네.. 그렇죠. 라틴 아메리카 출신들은? 이것도 좀 웃긴다. 내가 볼 때 윤소영은 윤희숙 의원 좋아할 것 같다. 경제학 배운 자유주의자라고 하면서.
그렇다고 치자. 여담으로 더 웃긴 얘기를 하나 하자면 윤소영은 지식인론에서 한국 지식인들이 개신교를 받아들인 게 기존의 성리학적 전통 때문이고 그래서 남인이니 서인이니 그런 가문의 성향, 학맥 이런 게 중요하다는 식으로 말한다. 자기 족보 들춰보기 시작한 게 그것 때문인데 파평윤씨였나? 자기 가문의 역사 어쩌고 하는 걸 보면 이 양반 좀 미쳤나 싶다. 나중에 다른 지식인들 비판할 때도 그 사람의 가문이 뭐고 그런 얘기를 늘어놓으면서 비판하는데 거의 운명론적 입장이다. 역사학자들의 연구도 그런 식으로 비평한다. 김성우가 동인 친화적이고 뭐 어쩌고.. 장인 어른이 허락한 사회주의를 넘어서는 우리 가문 지식인론이다.
현대 경제학이 약해서 자유주의 전통이 없다보니 인민주의에 경도되고 그에 따라 마르크스주의도 약해져서 제대로 된 비판과 개혁을 하지 못해 한국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실패했다는 윤소영의 주장을 받아들여보자. 그럼 도대체 구체적으로 뭐가 문제인가? 윤소영이 보기에 한국 자본주의는 20세기형 자본주의의 표준인 법인 자본주의에 미달하는 "재벌형 자본주의"를 택했다. 재벌은 국가로부터 보조를 받기에 수익성과 생산성과 상관없이 움직인다. 총수가문의 사익 편취 속에서 재벌은 생산성과 수익성을 무시한채 국가에 의존하는 형태로 경영을 해왔다. 이렇다보니 선진국의 생산성을 따라잡는 캐치업이 이뤄지지 않았고 생산성이 약한 상태에서 지식인의 부재로 신자유주의적 개혁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한국 자본주의의 이윤율은 하락하고 종국에는 IMF 사태로 이어지며 '파산'하게 되었다는 게 윤소영의 주장이다. 한국 자본주의의 저성장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공산주의론을 주장한다. 그냥 총요소생산성 추계만 봐도 캐치업 없다는 건 틀린 얘기이다..
꼼꼼하게 읽은 것은 아니라 부분부분 틀린 얘기가 있겠지만 내가 읽은 윤소영은 대충 이렇다. 앞서 말했듯이 20세기형 법인자본주의를 표준으로 놓고 재벌이라는 기업집단이 그에 미달하니 생산성 추격에 실패한 것이고 법인형 자본주의의 한계를 신자유주의적 개혁으로 돌파하는 와중에 한국은 신자유주의 개혁도 지식인의 부재로 제대로 못해서 문재인식 인민주의의 횡행 속에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윤소영의 이해는.. 다소 난감하다. 그는 이것으로 정말 설명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법인자본주의 - 금융화라는 축이 2012년에 파산한다고 예언한 것이 틀렸다는 점에서 더 이상 할 말이 없지만 그걸 기준으로 한국 사회를 비평하는 것은 좀 당혹스러운 지점이 많다. 알튀세르의 흉내를 내면서 '한국의 불행'에 대해 논하는 그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고.. 마르크스=뉴튼=과학이라는 도식도 좀 웃기고.. 아무튼 설명 길게 했는데 뜯어볼수록 웃긴 지점이 많다.
4 comments
박성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ㅎㅎ
· Reply · 4 h
손민석
Favourites · 5thShponsaoredc ·
윤희숙이 사퇴의사를 유지할 경우 국회 본의회 표결을 거쳐야 한다. 과반 이상의 의원이 출석해서 과반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하는데 본의회 가결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글쎄, 잘 모르겠다. 대선이야.. 이 양반이 될 가능성이 있나? 없다. 없는 걸 팔아먹는 수준이 봉이 김선달, 아니 윤선달인데 잘 팔아먹었다. 경제학 배운다고 경제 잘 아는 게 아닌데, 경제학도 못하길래 뭘 배웠지 했더니 경제를 배웠구나. 훌륭하다. 윤희숙이 쇼를 잘한다고 생각한다. 쇼를 하는건지 아니면 본인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미지 만들어내는데는 성공했다. 이준석이 눈물까지 흘리니 금상첨화다. 즙을 좀더 짜냈어야 했는데 아직 연기력이 부족한가보다. 이해찬처럼 사진 찍는 기자들한테 욕이라도 했어야.. 어쨌든 구도 잘 만들어냈으니 윤희숙 개인의 정치적 생명에 있어서는 나쁘지 않은 모양새이다. 내로남불 논란도 잘 잠재운 것 같고.. 윤희숙이 머리가 좋다고 해야 하나, 거기에 속아넘어가는 사람들이 멍청하다고 해야 하나.. 쇼라도 잘하는 정치인이 있는 게 나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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