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7

김희숙 | Facebook26일 동안의 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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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숙
2 d ·

<26일 동안의 광복>을 광고하려는 목적은 추호도 없으나(내 번역서도 안 팔리는데 싸장뉨들 눈치 보이게 뭔 남의 책 광고^^)
아래 글은 한 번쯤 공유하고 싶네요.
건국준비위원회는 해방정국 역사를 읽을 때 가장 제 마음을 울리던 존재였습니다.
양평 여운형 샘 생가에 가면
일제의 패망을 예견하고 전국적으로 비밀리에 조직했던 건준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광복 직전에 전국 회원이 2만 명이었단 얘길 읽고 깜짝 놀랐어요.
(한 달 만 원 회비내는 당원으로 정치권 큰 손 없이 운영해보자고 2002년 개혁국민정당이 만들어질 때 회비만 내는 당원으로 2만 명 정도가 모였는데(한 번만 낸 사람들까지 치면 3만 명?), 이후 유료 회원으로 그 정도 규모의 정치조직을 만들기가 제법 오랫동안 어려웠던 걸로 알고 있던 터라)
인구수가 그때랑 지금이랑 2-3배 차이가 났을텐데요.
교육수준 차이는 더 컸을 테고.
생활수준은 말해 무엇.
걸리면 큰 일이니 비공개로 조직해야 했을테고.
온라인도 없던 시절.
그런데 이 2만 명 건준회원 명단은 무엇이란 말인가.
당시 한반도 안에 살던 사람들(해외 망명객이나 우국지사들 빼고) 중 죄우파, 중도파가 망라되고 또 지금 친일혐의를 받는 공무원, 교사, 학자, 예술가들도 포함되고(나중에 해방되고나서 급히 이름 올린 자들도 뒤섞였을지 모르지만) 했다는 명단을 보면서
동네 치킨집 사장님, 어린이집 원장님, 영어학원 교사, 간호사, 의사, 부동산 사장님, 회사원, 대학원생, 디자이너, 기자, 은행원, 지하철노조원 등 그야말로 인민전선처럼 두서없이 모였던 2002년의 그때 그 조직이 떠올랐습니다.

일제가 전쟁에서 질수 있다.
지고 물러나면 한반도에서 우리는 어떡해야 하나,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은가,
해방된 독립조국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학교선생님, 면서기 등을 포함하여 비밀리에 회원을 모았던 건준이 제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깊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8.15 전 총독부와 교섭하려한 걸 읽으면서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오더라고요.
그래, 40년 동안 한반도에서도 사람들이 살았는데 손놓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되나.
2차 대전 승전국들의 세계질서에, 이후 미소의 힘겨루기에, 해일같은 국제정세와 대장간 불꽃처럼 마구 튀는 국내정세와 만인이 만인의 주장을 하는 민심 속에서
힘없이 사그라들 수 밖에 없었다 해도
이런 노력과 용기가 있었다...
눈물을 훔치며
새삼 건준을 다시 평가하며
여운형 샘 생가를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독립운동가들 중에서 제가 남달리 좋아하던(제 정치색의 뿌리라 할) 여운형, 김규식 샘에 대한 편애가 더욱 깊어졌던 그 날.
(여기서 김규식 샘은 갑자기 왜? 하신다면...이건 내년 광복절에 다시^^)

오늘 Oh, my 문프께서 건준 부위원장이셨던 안재홍 샘 말씀을 인용하셨네요.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임기가 끝나기 전에 이런 말씀이 나와서.
날씨 좋은 가을에는 양평 여운형 샘 생가를 한 번씩 들러보셔요. 후회없으실 겁니다. 오가는 길에 남양주의 정약용 생가, 실학 기념관도 넘치게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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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한 김미옥샘 포스팅에 따르면 팔당대교 건너(우리 강북은 안 건너^^) 정약용샘 생가가 보이는 곳에 <트루어스>라는 멋진 까페도 있다고 합니다.^^♡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4203973006338239&id=100001767445995
#광복절지나면여름도간다는데
#아직은
#여름이었다(4)



김미옥
1t5 AuauugustfnSgprno uatlns go10onr:smesed3Sl4l ·



- 어느 날의 일기
며칠 전 G를 만나 팔당대교를 건너 ‘트루어스(True us)’에 갔다.
G는 모르겠지만 사실 이 카페는 나의 단골이다.
앞에 옛 경춘선 철로가 있고 북한강이 흐른다.
나는 여름밤 책을 읽다 답답해지면 차를 몰고 와서 루프탑에 앉아있었다.
다산 정약용 생가가 보이고 강이 보이고 바람이 분다.
지금은 풍경이 많이 달라졌지만 오랜 나의 드라이브 코스길옆에 있다.
G는 커피 맛이 괜찮다고 했는데 나는 웃기만 했다.
이 집 주인은 바리스타 교육 전문가다.
평일에는 손님이 없어서 커피를 마신 후 철로 침목을 밟으며 산책도 한다.
한번은 책을 보느라 전화기를 꺼놓았더니 B군이 나를 찾으러 차를 끌고 온 적도 있었다.
이 집은 음악을 손님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가져가서 혼자 들었다.
언젠가 가을밤은 옥상 의자에 누워 베토벤 피소 8번을 눈을 감고 들었다.
이십대의 끝에 쓴 이 곡을 비평가들은 그의 인생 전반을 아우르는 곡이라고 했다.
G와 가을에 소풍을 가서 베토벤의 소나타를 종일 듣기로 했다.
나무 그늘 아래 앉아 바람과 음악으로 나뭇잎이 한잎 두잎 햇빛 속으로 떠나는 상상을 한다.
G가 책을 두 권 선물했다.
토마스 만의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와 니콜라스 시라디의 『운명의 날』이었다.
나는 G의 강의가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가져간 책을 두고 『운명의 날』을 읽었다.
1755년 발생한 지진으로 800년의 문명이 초토화된 그 폐허 위에 유럽의 근대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다룬 이야기다.
계몽주의의 볼테르가 『깡디드』를 쓴 이유가 이 사건의 여파라는 것을 몰랐다.
G에게 줄 선물을 깜박하고 현관에 두고 왔다.
책을 받고 머쓱해진 나는 밥을 샀다.
나는 G의 빛나는 지성을 사랑한다.
G와 나는 서로 읽은 책을 교환하기도 한다.
나는 G가 줄을 친 문장에 감탄하는데 공감대가 비슷하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제주도의 시인 손세실리아에 대한 얘기를 했다.
나는 그녀의 산문집과 시집 두 권을 읽고 생각이 깊어 글을 쓰지 못했다.
문득 이제는 그녀에 대하여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여섯 개의 도시를 지나 G를 배웅했다.
차창으로 가을이 들어왔다.
나는 얼굴을 내밀고 아아아아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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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ethoven: Piano Sonata No. 8 in C Minor, Op. 13 "Pathétique" - 2. Adagio cantabile
https://youtu.be/Xn5MAzcISq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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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자신에게 충실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
학교때 교양 수업 빼먹고 교정에 앉아 햇빛쐬던 기억이
그 시간이 참 좋았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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