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2

Park Yuha 전두환의 경제=‘잘 한 정치’를 평가하든, 그 ‘경제의 시대’가 그런 오욕의 시대이기도 했다

Favourites t08ph3 
어제 쓴 글에 대해 “지금 현재 구체적인 악을 행하고 있는 (그리고 문화헤게모니를 독점하고 있는) 586 세대가 - 젊은 세대에게는 이미 추상화된 과거의 악에 대해 - 열폭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여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닙니다.”라는 댓글을 주신 분이 있었다.
또 다른 어떤 이는 내가 위안부 문제 관련해서 ‘다르게 보는 시도’를 했으면서 5.18 관련해서는 그런 시도를 부정하는 것이냐는 식으로 쓴 이도 있었다.
오늘 보니 5.18 자체도 다시 들여다 봐야 한다는 이야기들도 보인다. 5.18도 역사인 이상 당연히 정확한 ‘진상’에 대한 탐구는 이어질 것이고, 그런 시도 자체를 곧바로 사태의 부정이나 부인으로 간주하고 억압하는 시도에는 나역시 반대한다.
중요한 건 그 다르게 보려는 시도가 그 사태로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까지도 부정하는 것인지 여부일텐데, 사실 그걸 정확히 보는 건 꼭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걸 알려주는 여러 징표들은 있는 법이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대상을 정확히 ‘읽는’게 중요해진다.
반대로, 얼핏 똑같아 보이는 ‘열폭’도 직접상처인지 간접상처인지 혹은 그저 관념적인 정의감인지 위선인지 세심히 구별할 필요가 있다. 조국이나 이재명 같은 사람을 지지하는 이들이 진보에 광범위하게 있는 건, 바로 그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전두환이 ‘잘 했다’는 그 경제는 일본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런데 그런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공적기억이 되지 않았다. 그런 정황은, 일제시대를 없었던 것으로 치부하려는 시도들과 크고작게 이어져 있다.
일제시대를 없었던 것으로 치부하려는 생각(혹은 그 시대에 이루어진 것들을 전부정하는)은, 결국 오욕과 마주하고 싶지 않은 심리다. 전두환은 북한의 위협을 우리가 막아주고 있다면서 일본에 돈을 요구했는데, 그건 조선이 먹히면 자신들도 위험해진다면서 조선에 대해 독립적이기를 요구한 끝에 오히려 자신들이 먹어버리길 선택한 일본의 논리를 역으로 반복한 사태였다. 그런 일이 일어난 것도 물론, 일제를 비난하면서 제대로 보지는 않은 결과다.
그러니 전두환의 경제=‘잘 한 정치’를 평가하든 전부정하든, 중요한 건 그 ‘경제의 시대’가 그런 오욕의 시대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아는 일이다. 좋든싫든 우리모두는 그 오욕 위에서 삶을 꾸렸다는 사실을.
역사(과거)와 제대로 마주한다는 건 그런 오욕을 기억하는 일이고, 사실 그래야만 ‘제대로’ 아플 수 있다. 또 ‘제대로’
아파야만 넘어설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사실 한번도 제대로 아파해(들여다) 본 적이 없다. 한국전쟁 역시 마찬가지.
오늘의 분열과 혼란은 그런 회피와 기만의 결과이기도 하다.











162崔明淑, Chee-Kwan Kim and 160 others
18 comments

3 shares

Like




Comment


Share
18 comments
  • 김용우
    노신영이 소노다스나오한테 대신님소리나올정도로 깨진장소죠. 끝나고 울기도 했다는데. 당시 외교부가 김동조같은 일본통들은 다 일선 물러나고 미국통들이 주류되가는 과정에서 그냥 돈좀 받아내자로 차관접근했다 대판깨진 일이긴합니다
    2
    • Like
    • Reply
    • 8 h
    • Park Yuha
      김용우 하지만 절반의 성공은 있었죠.
      2
      • Like
      • Reply
      • 8 h
    • 김용우
      박유하 당시 외화가 급한상황이니 가뭄에 단비같았죠. 협상중에 소노다 스나오 발언이 정부쪽으로 흘러가면 배일행위나 하는데 민생을 위한거 아니면 줄수없다라고 논쟁이 붙기도했습니다. 박정희정권때 미일이 oda준걸로 무기만드는데 써서 많이 욕먹었죠. 지금은 그런거 하는나라가 북한이나 파키스탄정도.
      2
      • Like
      • Reply
      • 8 h
    • 김용우
      박유하 중간에 연결되서 원조 협정 도와준 세지마 류조도 나름 그시대의 브로커로써 꼭 좋다고 볼수는 없는 사람이긴한데. 기시노부스케가 다나카 가쿠에이한테 했던 말인 요시다시게루나 사토에이사쿠처럼 오래한 사람들은 엉망이 된다는것처럼 나카소네도 오래했으니 저런 사람이 있었죠. 무조건 한국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고 사람이 좋다고 말하긴 좀 문제가 있긴 했습니다. 오히려 일본의 양심?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한국에 돈주는걸 싫어했어요 파쇼들한테 돈준다고 소노다 스나오 의회 질의중 폄하발언도 좌파 사회당의원 상대 질의과정에서 나왔죠.
      1
      • Like
      • Reply
      • 7 h
      • Edited
  • Ignoranti Quem
    좀 나이브하지만 학자의 발언과 정치인의 발언은 다른게 아닐까 생각했더랬습니다.
    1
    • Like
    • Reply
    • 8 h
    • Park Yuha
      Ignoranti Quem 그렇게 범주의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실은 자존심(을 다루는 방식)과 인지의 문제라 범주를 넘어선 문제 아닐까 합니다.
      1
      • Like
      • Reply
      • 3 h
  • Park Yuha
    김용우 이 책에 의하면 6,70년대도 아니고 무려 80년대에 명분 없이(일본은 미군이 있으니 방위비 분담이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고 경제적 지원이라 해도 국민들한테 설명할 근거가 없다고 생각) 주기 어렵다고 생각하다가 최종적으로 나카소네가 나서서 해결한 거죠.
    일본진보가 당시 한국보다 북한을 선호했으니 내키지 않았을 건 맞는데 더 근본적으로는 왜 줘야 하는지를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고요. 좌우를 떠나서요.
    1
    • Like
    • Reply
    • 3 h
  • Park Yuha
    과거엔 체제를 거스른다는 이유로 국가폭력을 저질렀지만, 20대 자살과 노인 자살이 많은 지금은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지 못하는 걸 넘어 오히려 안전망을 부순 결과이니, 현 정부지지자가 무조건 ‘열폭’하는 건 분명 모순이죠.
    5
    • Like
    • Reply
    • 2 h
  • Junmin Lee
    어제오늘 글, 명문입니다.
    누님!
    2
    • Like
    • Reply
    • 1 h
  • 구경회
    마음의 상처라든가, 반일이란 부정적 정서를 의도하는 일본의 도움 같은 표현은 추상적인 것으로 40년 넘게 성역화되고 금기시되고 이권화된 5.18 등은 현재를 살아가는 세대에 또 다른 상처를 주고 장애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Like
    • Reply
    • 1 h
  • Chanwoo Lee
    한번도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이 없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1
    • Like
    • Reply
    • 1 h
  • Chee-Kwan Kim
    피해자 서사에 인질잡혀, 본인들이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상상조차 못하는 것같습니다.
    2
    • Like
    • Reply
    • 38 m


===


===


===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