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쓴 글에 대해 “지금 현재 구체적인 악을 행하고 있는 (그리고 문화헤게모니를 독점하고 있는) 586 세대가 - 젊은 세대에게는 이미 추상화된 과거의 악에 대해 - 열폭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여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닙니다.”라는 댓글을 주신 분이 있었다.
또 다른 어떤 이는 내가 위안부 문제 관련해서 ‘다르게 보는 시도’를 했으면서 5.18 관련해서는 그런 시도를 부정하는 것이냐는 식으로 쓴 이도 있었다.
오늘 보니 5.18 자체도 다시 들여다 봐야 한다는 이야기들도 보인다. 5.18도 역사인 이상 당연히 정확한 ‘진상’에 대한 탐구는 이어질 것이고, 그런 시도 자체를 곧바로 사태의 부정이나 부인으로 간주하고 억압하는 시도에는 나역시 반대한다.
중요한 건 그 다르게 보려는 시도가 그 사태로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까지도 부정하는 것인지 여부일텐데, 사실 그걸 정확히 보는 건 꼭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걸 알려주는 여러 징표들은 있는 법이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대상을 정확히 ‘읽는’게 중요해진다.
반대로, 얼핏 똑같아 보이는 ‘열폭’도 직접상처인지 간접상처인지 혹은 그저 관념적인 정의감인지 위선인지 세심히 구별할 필요가 있다. 조국이나 이재명 같은 사람을 지지하는 이들이 진보에 광범위하게 있는 건, 바로 그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전두환이 ‘잘 했다’는 그 경제는 일본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런데 그런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공적기억이 되지 않았다. 그런 정황은, 일제시대를 없었던 것으로 치부하려는 시도들과 크고작게 이어져 있다.
일제시대를 없었던 것으로 치부하려는 생각(혹은 그 시대에 이루어진 것들을 전부정하는)은, 결국 오욕과 마주하고 싶지 않은 심리다. 전두환은 북한의 위협을 우리가 막아주고 있다면서 일본에 돈을 요구했는데, 그건 조선이 먹히면 자신들도 위험해진다면서 조선에 대해 독립적이기를 요구한 끝에 오히려 자신들이 먹어버리길 선택한 일본의 논리를 역으로 반복한 사태였다. 그런 일이 일어난 것도 물론, 일제를 비난하면서 제대로 보지는 않은 결과다.
그러니 전두환의 경제=‘잘 한 정치’를 평가하든 전부정하든, 중요한 건 그 ‘경제의 시대’가 그런 오욕의 시대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아는 일이다. 좋든싫든 우리모두는 그 오욕 위에서 삶을 꾸렸다는 사실을.
역사(과거)와 제대로 마주한다는 건 그런 오욕을 기억하는 일이고, 사실 그래야만 ‘제대로’ 아플 수 있다. 또 ‘제대로’
아파야만 넘어설 수도 있다.
18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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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ve- Ignoranti Quem좀 나이브하지만 학자의 발언과 정치인의 발언은 다른게 아닐까 생각했더랬습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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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k YuhaIgnoranti Quem 그렇게 범주의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실은 자존심(을 다루는 방식)과 인지의 문제라 범주를 넘어선 문제 아닐까 합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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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ve- Junmin Lee어제오늘 글, 명문입니다.누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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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nwoo Lee한번도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이 없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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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ee-Kwan Kim피해자 서사에 인질잡혀, 본인들이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상상조차 못하는 것같습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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