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9

0503 알라딘: 한국의 보수를 論한다- 보수주의자의 보수 비판

알라딘: 한국의 보수를 論한다

한국의 보수를 論한다 - 보수주의자의 보수 비판  

박효종,복거일,함재봉,이한우,원희룡,김정호,정성환 (지은이)
바오200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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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보수주의 내부로부터의 자기비판을 담은 책. 대표적 보수이론가로 꼽히는 
  1. 박효종 서울대 교수, 
  2.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3. 이한우 조선일보 기자, 
  4.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5. 함재봉 연세대 정외과 교수 등이 
필자로 참여했다.

한국의 보수세력이 자기 비판과 성찰을 게을리 한 결과로 보수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는 우를 범했음을 지적하며, '보수 = 수구 '라는 오명을 벗고 건강한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각자가 서 있는 위치에서 본 한국 보수세력의 문제점을 진단하면서, 그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을 모색했다. 원희룡 의원이 자신이 최고위원으로 있는 한나라당의 전략부재를, 이한우 기자가 조선일보의 경직성을 논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목차
머리말

보수주의자들의 칠거지악 : 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꾸었는가 - 박효종
1. 문제의 제기
2. 보수주의자들의 죄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죄 / 과거의 추억과 향수를 살라지 못한 죄 / 지키기만하고 가꾸지 못한 죄 / 권위와 권위주의를 혼동한 죄 / 특권 오, 남용의 죄 / 자기실현에 탐닉하고 자기초월을 못한 죄 / 베풀지 못한 죄
3. 자기 채찍질이 필요한 보수

한국의 보수가 부진한 까닭 - 복거일
1. 보수에 대한 정의
2. 보수가 부진한 몇 가지 이유
3. 보수의 과제

한국의 보수와 한나라당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 반공보수의 한계를 넘어 보수의 새로운 리더십을 형성해야 - 원희룡
1. 들어가는 글
2. 진보의 보수 비판은 정당한가
3. 한국 보수의 한계
4. 한나라당의 한계와 문제점
5. 한나라당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6. 새로운 보수를 위한 제언 : 통합적 리더십의 중심으로 우뚝 서야

한국 자유주의와 조선일보 - 이한우
1. 한국 보수의 위기 자초
2. 행정, 입법 권력이 없는 지금이야말로 한국적 보수주의 탄생의 기회
3. 한국적 보수세력의 탄생은 가능한가
4. 조선일보에 대한 공세
5. 조선일보에 대하여
6. 역사 전쟁을 넘어
7. 글을 맺으면서

한 보수주의자의 보수비판: 한국의 보수는 시장경제와 보수이념에 투자할 용의가 있는가- 김정호
1. 보수는 누구인가
2.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3. 진보는 퇴보다
4. 보수주의 비판
5. 박정희 패러다임
6. 글을 마치며

보수주의와 현실주의 : 보수의 위기는 새로운 발전의 과정이다 - 함재봉
1. 보수의 위기는 성공의 위기
2. 보수주의와 부국강병론
3. 진보의 사상적 계보
4. 현실주의
5. 결론

젊은 보수가 보는 한국의 보수 - 정성환
1. 보수적 가치
2. 북한을 보는 시각
3. 조선일보와 보수
4. 대학 사회의 보수
5. 인터넷은 보수의 무덤인가
6. 새로운 보수를 지향하며

접기
책속에서
"'보수'란 말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널리 쓰이지만, 그것은 깔끔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그것은 대체로 현 체제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지닌 태도의 복합체를 뜻한다. 그래서 보수란 말은 엄밀한 뜻에서의 보수주의와 그리 큰 관련성이 없고 그 두 말은 구별되어 쓰여야 한다." (복거일) -67쪽 - 마늘빵


저자 및 역자소개
박효종 (지은이)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가톨릭대학 신학부를 졸업하고 신학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땄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에 재직중이다.『국가와 권위(2001)』라는 책으로 제42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 저작상을 수상했으며, 대표저서로『민주주의와 권위(2005)』가 있다. 오랫동안 시민단체 활동을 해왔으며, 학교에서는 ‘국가와 시민’이라는 핵심교양강좌를 통해 학생들과 만나왔다.
최근작 : <민주주의와 권위>,<교학의 세월>,<자유, 뭥미?> … 총 19종 (모두보기)


복거일 (지은이) 

1987년 장편소설 '비명(碑銘)을 찾아서'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한 작가 복거일은 책이 좋아 읽다보니 어느새 소설가가 되어 있었다고 말한다. 젊은 날, 넉넉한 보수를 주던 은행을 그만둔 이유도 오롯이 책 읽는 시간을 더 늘리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충청남도 아산 출신의 작가이다. 소설가이자 비평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대체 역사 소설’이라는 장르를 만들기도 한 작가이다. 문학 창작 활동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의 짚어야 할 문제들에 주목하여 ‘우리 시대의 논객’으로 불리면서 사회평론가로도 활동해 왔으며 그의 여러 저서를 통... 더보기
최근작 : <분노의 절약>,<낭만적 애국심>,<그리운 해.왕.성> … 총 100종 (모두보기)


함재봉 (지은이) 

한국학술연구원장.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1992-2005),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UNESCO) 사회과학국장(2003-2005),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한국학연구소 소장 겸 국제관계학부 및 정치학과 교수(2005-2007),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 선임 정치학자(2007-2010), 아산정책 연구원 이사장 겸 원장(2010~2019) 등을 역임했다. 미국 칼튼대학교(Carleton College)에서 경제학 학사학위(1980), 존스홉킨스대학교(Johns Hopkins University)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학위(1992)를 취득하였다. 접기
최근작 : <정치란 무엇인가?>,<한국 사람 만들기 2>,<한국 사람 만들기 3> … 총 14종 (모두보기)

이한우 (지은이)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나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철학과 석사 및 한국외국어대 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뉴스위크 한국판》 《문화일보》를 거쳐 《조선일보》에서 논설위원을 지낸 뒤 문화부 학술 및 출판 담당 기자로 일했다.
독일 뮌헨에서 연수를 하던 중 이론보다 한 사회의 ‘기본’의 중요성에 주목하면서 대한민국의 뿌리, 조선의 뿌리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7년에 걸쳐 『조선왕조실록』을 완독했고, 그 성과를 묶어 『태종 조선의 길을 열다』 등 ‘이한우의 군주열전(전6권)’ 시리즈를 펴냈다.
태종과 세종의 정치 철학에 영향을 준 송나라 학자 진덕수의 『대학연의』를 번역하여 국내에 소개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한문 공부를 시작했다. 한문 공부를 위해 사서(四書)의 해설을 겸한 번역서를 집필했고 5년에 걸친 작업은 『논어로 대학을 풀다』 등 ‘이한우의 사서삼경(전4권)’ 시리즈로 완성됐다. 경전 공부로 단련된 한문 지식을 기반으로 『대학연의(상?하)』를 출간했다. 이 책으로 인해 ‘리더십’에 새로이 눈떴고, 사대부의 심신 수양서가 아닌, 군주의 리더십 함양의 필독서로써 『논어』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언론인의 길을 접고 ‘논어등반학교’를 열어 일반인을 상대로 『논어』를 강의하며 『한서』와 『조선왕조실록』 등을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도록 번역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고전 번역이 아니라 지난 100여 년간 단절된 한문 번역 문화를 온전히 되살림과 동시에 우리 고전에 담긴 살아 있는 정신을 되살리는 일이다. 그 밖의 저서로는 『이한우의 주역』 『완역 한서』 『조선을 통하다』 『슬픈 공자』 『왜 조선은 정도전을 버렸는가?』 『고려사로 고려를 읽다』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역사의 의미』 『해석학적 상상력』 『해석학이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고전의 바다에서 지혜를 낚는 법>,<논어로 일의 이치를 풀다>,<간신열전> … 총 134종 (모두보기)


원희룡 (지은이) 

1964년 추격의 시대에 태어났다. 온 나라가 가난과 맞섰던 때 어머니를 눈물짓게 한 가난이 미웠다. 공부는 꿈이었고, 미래로 가는 사다리였다. 1982년 무학無學 농민의 아들로 학력고사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했지만 정의에 대한 공분으로 청춘을 민주화 운동에 바쳤다. 노동야학 시절 아들을 먼발치로 보고 발길을 돌리셨던 아버지의 마음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가능케 했다고 믿고 있다.
베를린 장벽 붕괴 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모색했고 검사의 일을 선택했다. 이성의 안내에 따라 나라와 국민을 위한 실질적인 길을 걷고자 정치를 시작했다. 보수의 개혁이 조국을 혁신할 수 있게 하리라 믿고 2000년부터 한나라당 개혁의 기치를 들었다. 서른여섯 살이었다. 시대를 앞서간 외로운 외침이었지만 오늘의 변화를 예고하는 밀알이 됐다. 7년 제주 행정을 통해 아름다운 제주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국가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준비한 7년이었다.
2021년 추월의 시대에 섰다. 선진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질주할 수 있도록 자유와 혁신의 세상을 여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접기
최근작 : <원희룡이 말하다>,<책과 연애하는 41가지 방법>,<무엇이 미친정치를 지배하는가> … 총 10종 (모두보기)


김정호 (지은이) 

김정호 박사는 국내 최고 경제전문 채널인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이자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대학 경제학박사와 법학박사를 받았으며 2018년까지 연세대학교 교수, 자유기업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대한민국 기업의 탄생》, 《기적의 한국경제 70년사》, 《법, 경제를 만나다》 등 20권이 있다.
삼성그룹 수요 사장단 회의, 삼성전자 최고임원 세미나를 비롯해 현대차현대자동차그룹, 한화그룹, 농심, KB국민은행, 코오롱 등 기업에서 강의했다.
방송은 KBS 라디오 공감토론에 고정... 더보기
최근작 : <[큰글자책] 다시, 희망에 말을 걸다 >,<코로나 디바이드>,<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의 진실> … 총 49종 (모두보기)

정성환 (지은이) 

2005년 서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인터넷 언론 데일리안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최근작 : <한국의 보수를 論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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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란 사람들(수정)

보수주의자라는 사람들의 글에서 대단한 걸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이니, 정연한 논리로 자신들을 진단할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이 중반에 접어들 때까지만 해도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조선일보 기자 이한우는 보수 비판을 하랬더니 진보 세력에 대한 비난이나 하고, 복거일과 함재봉의 글에서는 보수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데, 대중에게 자기들이 잘했다는 걸 잘 표현하지 못해서(선전전에 패해서) 보수의 위기가 왔단다.

그러나 김정호와 함재봉의 글은 읽을 만하다. 함재봉도 보수는 역사 해석에 실패했다고 말하는 데 그치긴 했지만, 이들 두 사람의 글은 전형적인 보수의 논리를 잘 정돈해 놓았다. 이들의 논리를 하나하나 반박할 수 있어야 이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보수라 자처하는 이들에 대해 전체적으로 받은 인상은 이렇다.

첫째, 보수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지금 보수 세력이 대단히 위기에 처한 줄 아는 모양이다. 내가 봤을 때 여전히 한국 사회의 ‘힘’과 ‘돈’은 다 보수 세력이 쥐고 있는데?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들어서 바뀐 거라고는 자신들이 그토록 앙망해 마지않는 선진 자유시장경제 국가들의 법과 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밖에 없는데 왜 그러는 걸까?

둘째, 이 사람들은 대한민국에서 민주정부를 수립하고, 전쟁의 참상을 극복하고, 경제를 일으킨 사람들이 다 보수 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라를 이만큼 발전시킨 주류, 보수 세력이 시대가 바뀌어 철없는 젊은이들에게 퇴물 취급을 받다니 쯧쯧쯧, 한다. 보수 세력의 오만과 욕심을 비판한 박효종 교수도 54쪽에서 “과거 대한민국 건국 시 혹은 6.25 때 보수주의자들의 헌신과 자기초월 행위는 분명히 보수주의를 이 땅의 ‘메인 스트림’으로 자리잡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산업화의 열기 속에서, 열사의 사막에서 가족과 떨어져 땀을 흘리고 젊음을 불사르며 무에서부터 배와 자동차를 만들고 수출까지 한 것은 충분히 감동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해방 후 50년 동안 힘들게 일하며 살아온 한국 사람은 몽땅 보수라는 것이다. 이런 아전인수를 보았나. 진보는 어디서 떨어진 천둥벌거숭이인가?

셋째, (아주 중요한 이야기인데 빼먹어서 보충한다. ^^) 이 사람들은 "보수가 일으킨"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매우 잘사는 나라인 줄 안다. 이렇게 훌륭하게 나라를 일군 보수 세력이 요즘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대한민국은 지금 북조선에 비해서 여러모로 형편이 나은 것 같다. 하지만 흔히들 착각한다. "요새는 밥 굶는 사람은 없잖아"라고. 없기는 왜 없단 말인가? 9시 뉴스에 심심하면 나오는 게 결식 어린이와 청소년 이야기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자살 사건이 많기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자살의 이유도 인생이 허무해서라거나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회의가 아니라, "경쟁에서 떨려나 당장 생계가 막막해서"다. 이대로 가자는 말인가?

마지막에 실린 ‘젊은 보수’ 정성환의 글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았다. 귀여우리만치 순진한 건지 줄타기를 교묘하기 하는 건지 모르긴 해도, 곧이곧대로 읽자면, 20대 보수주의자들이 이 정도만 생각하고 실천해도 매우 고맙겠다.


아래에, 책을 읽다가 걸리는 문장에 딴죽을 건다.

- 박효종의 글에서
36쪽, 인간은 향수와 낭만에 끌린다고 하면서 “최근 ‘뉴보이’가 아닌 ‘올드보이’가 57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타지 않았던가.” 한다. 이걸 유머라고 썼겠지? --;

48쪽, “말을 탄 기수의 발을 안정적으로 받치는 등자가 발명된 것이 중세였으니”라고 했는데, 유럽 사람들이 등자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때가 중세인 건 맞지만, 등자가 “발명”된 것이 중세라는 말은 틀리다. 고구려 사람들을 비롯해 동북아시아의 기마민족은 이미 5세기 이전부터 등자를 썼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볼 수 있는, 말을 탄 무사가 몸을 뒤로 돌려 활을 쏘는 자세는 등자로 몸의 균형을 잡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게르만족을 압박한 훈족이 바로 그런 자세로 싸워 유럽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고 한다. 

52쪽, 비보수주의, 반보수주의, 반반공주의를 표방하는 영화들이 수백만 청중을 동원했다면서 예로 "쉬리" "JSA"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를 들었다. 허허... "JSA"는 그렇다고 볼 수 있지만.

60쪽, “이념적 이단아 추방에는 아테네에서 유행했던 ‘오스트라시즘’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외국어를 쓴 데가 많다. 그냥 도편추방제라고 하면 사전에서 찾아보기도 쉬울 것을.

104쪽, “가히 ‘만인을 위한 만인의 투쟁’이라고 할 만큼 격렬한 진통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 이한우의 글에서
119-120쪽에서 한국의 방송사들이 “힘만 센 미숙아들”이라고 하면서 탄핵방송에 관해 “그들은 자신들의 일방적 편성의 근거가 국민의 70퍼센트 지지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노무현의 지지도가 20퍼센트대를 맴돌고 있는 요즘은 대통령 물러나야 된다는 식의 특집방송을 하루 종일 해도 괜찮다는 논리가 된다. 이게 말이 안 되듯 탄핵방송은 두고두고 한국 방송의 부끄러운 치부의 하나로 남게 될 것이다.”고 한다. 노무현 지지도가 20퍼센트라고 해서, 나머지 80퍼센트가 노무현 물러나라고 주장한다는 말인가? 이게 무슨 흑백논리인가? 그리고 노무현의 이른바 ‘실책’에 대해서는 방송에서 열심히 떠들어대고 있는 것 같은데?

122쪽에서 “유감스럽지만 그 시대는 다 지나갔다. 특히 그 시대를 살면서 이렇다 할 ‘전력’을 보여주지 못한 사람일수록 더 거세게 <조선일보>를 향해 달려든다. 전북대의 강준만 교수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고 한다. 아니, 70-80년대에 어떤 ‘전력’이 없는 사람은 90년대와 2000년대에 조선일보가 보여주는 어이없는 꼼수를 비난할 자격도 없다는 말인가?

140-141쪽에서 “일반적으로 좌파성향의 우리 현대사 개설서들은 ... 20년 가까이 진행된 역사 뒤집어보기, 거꾸로 보기 등의 결과로 지금은 마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우리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미국에 의해 민주공화정이 이식된 것처럼 되어 있다. 예를 들면 강만길 상지대 총장식의 ‘우리 현대사’가 대표적이다. 이것은 우선 사실(史實)과도 맞지 않다.”고 하면서, “3.1운동 후에 국내외에 세워진 대여섯 개의 임시정부 안에서도 ... 왕정복고를 염두에 둔 임시정부는 단 하나도 없었다. ... 대한민국이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이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마추어 좌파 역사평론가들이야말로 ... ‘대한민국 국민은 역사를 스스로 개척할 능력이 없는 국민’인 양 매도해오고 있다”고 한다.

강만길 교수를 아마추어 좌파 역사평론가로 폄하한 것도 그렇고, 이 사람이 강만길 교수의 한국 현대사 책을 읽기나 했는지 모르겠다. 이른바 “좌파 역사서”에서는 해방 공간에서 한국 사람들이 민주공화정을 세우려 노력했던 걸 부정하지 않는다. 도리어 자주적인 민주공화정 수립을 위해 애썼으나, 미군정의 개입으로 자주정부 수립이 좌절되었다고 쓴다.

- 김정호의 글에서
163-164쪽에서 “진보진영은 외국의 것들에 대한 폐쇄성도 드러내고 있다. ... 쌀도 그렇지 않은가. 진보주의자들은 쌀 시장 개방에 반대한다. 한국 사람은 한국 농민이 재배한 쌀만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만한 차별이 어디 있는가. 만약 수도권 주민들이 경기도 농민들이 만든 쌀만 소비해야 한다면 어떻게 이야기하겠는가. 과거 한때 전라도 지역에서 그랬다고 전해지듯이 그곳 주민은 해태제과의 제품만 사먹는 격이다. 그러면 경상도는 경상도 사람이 만든 것만 먹고, 충청도는 충청도 사람이 만든 것만 먹어야 하는가. 당장 여러분은 이것을 지역감정이라고 말할 것이다.”

핫. 과거 한때 전라도 사람은 해태제과 제품만 먹었다고? 이 사람이 어디서 이런 소리를 들었는지 모르겠다. 90년대 초반에 나는 전라도 시골 구멍가게에도 롯데제과 제품이 더 많아서, 아니 전라도 사람들은 지역 기업을 이리 홀대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부산 가보니 정말 해태제품은 찾아보기 어렵더군. 이 글의 요점은 그게 아니겠지. 그런데 시장경제가 생산을 풍요롭게 하기 때문에 절대선이라는 사람이, 생산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람이, 왜 ‘생산자’의 생존권은 무시하는지?

그리고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보이지 않는 손에 시장을 맡기는 것이 가장 좋다는 사람이, 박대통령에 대해서는 이렇게 평가한다.
179쪽 “나는 박정희식 통치 모델이 크게 네 부분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첫째, 패배주의와 무력감에 빠져 있던 당시의 국민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잘살아보세’ ‘새벽종이 울렸네’로 시작하는 새마을운동 노래들은 그 부분을 잘 담아내고 있다. 둘째는 국가주의다. ... 셋째는 반공주의이다. ... 넷째는 개방이다. ... 나는 이중에서 첫 번째와 세 번째, 네 번째의 것은 박대통령의 공이었고, 두 번째의 것은 잘못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첫 번째 잘한 일에 대해, 새마을운동의 방법은 유치하고 조악했지만 “당시 우리 국민들의 수준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담벼락마다 소변금지, 낙서금지 글자가 필요할 정도로 타인의 재산을 존중하지 않던 국민이었다. ... 자신이 노력하기보다는 남의 덕으로 살아가는 데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어떻게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야 한다는 도덕률을 각인시킬 수 있을까. 국민 각자가 번 돈을 가렴주구로 뺏어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떻게 믿게 만들 수 있었을까.”(180-181쪽) 한다. 

허! 박통이 국민의 돈을 가렴주구로 뺏어가지 않았다고? 지금 박근혜의 재산, 그리고 새마을운동본부의 재산이 어디서 나왔다고 생각하지?

그리고 세 번째 반공주의에 대해서도 “그가 집권할 당시의 지식인들은 대부분 사회주의자였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 그런 상황에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운동까지 포함한 완전한 정치적 자유가 허용되었다면 우리의 운명은 지금과 분명히 달랐을 것이다. ... 박정희의 반공주의가 있었기에 당시의 척박한 지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나마 시장경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182-183쪽)고 한다.

아니, 뭐든지 자유경쟁이 좋다면서? 그럼 사상이나 제도도 자유로이 경쟁하는 속에서 선택되어야 하지 않나? 박정희의 반공주의는 주의 표명에 그친 게 아니었다. 지식인뿐 아니라 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의 노조운동은 왜 그 ‘자유’에서 배제되어야 하지? 엄청난 인권 유린의 역사를 간단히 “반공주의”로 얼버무리고 넘어간 데에는 분노가 치민다.

그리고 185쪽에서는 심지어 “집권의 정당성을 논외로 한다면 그가 독재자인 것을 탓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당시는 누구나 다 독재자 아니었던가. 집안에서는 아버지가,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기업에서는 사장이, 후배에게는 선배가 모두 독재자였다. ... 그것을 독재라고 한다면 당시 우리 국민들의 생활모습 자체를 비하하는 말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누구나 독재자였다고? 그럼 집안에서 아버지의 독재를 받는 어머니와 자식들은, 학교의 학생들은, 기업의 노동자들은, 그리고 어린 사람들은 다 사람도 아니었나 보지? 그것을 독재라 한다면 당시 우리 국민의 생활을 비하하는 거라고? 바로 앞에서 자기가 “당시 우리 국민들의 수준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고 충분히 비하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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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5-03 공감(5) 댓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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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5-03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의 내공이 한껏 드러난 기가 막힌 리뷰입니다. 특히 딴죽을 건다고 쓰신 부분에서는 제가 한때 님과 술을 같이 마신 적이 있다는 게 영광으로 느껴지는군요. 아주 찬란하게 빛이 납니다그려^^ 글구 저 도편추방제가 뭔지 몰라요... 하여간, 이 책이 나왔을 때 전 뻔할 뻔자라고 생각해 읽을 마음이 안들었어요. 님 리뷰 보는 것으로 만족하렵니다. 글구 강준만 교수에 대한 비판 말이죠, 그당시 싸우지 않았던 사람이 조선일보에 딴죽 거는 걸 뭐라고 한다면, 그때의 투사가 뭐라고 하는 건 겸허히 수용해야 하는 게 옳을텐데, 그런 것도 아니잖습니까? 하여간 웃기는 애들이어요. 이 나라의 발전은 죄다 보수가 한 거라고 우기니, 세상에 이런 코메디가 있단 말입니까. 좋은 리뷰 감사드리고, 제가 요즘 님께 서운하게 했던 게 있으면 다 잊어버려 주십시오. 앞으로는 님께 잘 하렵니다. 저란 놈은 원래 강자에 약하거든요^^

숨은아이 2005-05-03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제게 뭘 서운하게 하셨단 말이어요? 흐음~ 자진해서 고백하세욧. ^^ 그런데 지금 보니 해야 할 말을 빼먹고, 또 실수도 몇 개 있어 고쳤어요. 칭찬 고맙습니다. 꾸벅.

릴케 현상 2005-05-04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같은 경우 도무지 읽지 않을 책을 이렇게 꼼꼼히 읽고 인용까지 열심히!하시다니... 잘 읽었습니다. 책 안 읽고도 다 읽은 듯한 느낌입니다^^

숨은아이 2005-05-04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 에고, 아니에요. 이 책을 읽고 대체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니까요. ^^

비로그인 2005-05-10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 논리 개발.. 숨은아이님. 멋져요^^ 하여튼, 정말 보수라고 말하는 그들이 스스로 위기라고 말하며 난리법석 떠는 그 모양새가 정말 정말 맘에 안 들어요--+

숨은아이 2005-05-10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숍님/아이, 제가 뭘... 고맙습니다. ㅎㅎ 그런데 그들, 요즘은 다시 기고만장한 듯...

로드무비 2005-05-11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제가 잘 쓸 수 없는 논리적인 글을 쓰시는군요.
추천 아직 안 늦었죠?
('올드 보이' 유머 무진장 웃겨요. 그것도 유머랍시고 써놓고 우쭐댔겠죠?ㅎㅎ)

숨은아이 2005-05-11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에 때가 어딨겠어요. 고맙습니다. 부끄...

내가없는 이 안 2005-05-15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이요! 뒤늦게 읽었는데 너무 흥미진진해서 열심히 읽었어요.
이런 글은 숨은아이님이니 가능하죠. 저도 이런 글 쓸 수 있었으면. ^^

숨은아이 2005-05-15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전 이안님처럼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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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개념의 혼란

- 이 책은 '보수주의자의 보수 비판' 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 서울대 박효종 교수, 소설가 복거일 씨, 한나라당 원희룡 국회의원, 조선일보 이한우 기자, 연세대 함재봉 교수, 정성환 씨 까지, 보수주의자를 표방하는 7명이 한국의 보수주의 세력을 비판하는 글을 묶어두고 있습니다. 책은, 최근 두 차례의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것을 '한국 보수주의의 위기' 라고 생각해 - 물론, 일부 필자는 한나라당이 한국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것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반대했지만 - 기획된 것으로 보입니다.

- 7명 필자들의 논점과 내용은 제각각인데요, 박효종 교수와 원희룡 국회의원, 소설가 복거일 씨의 경우는 다소 원칙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으로 일관했던 것 같고, 조선일보 이한우 기자와 연세대 함재봉 교수는 보수주의에 대한 비판이라기 보다는 보수주의 비판에 대한 비판, 즉 반(反)비판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것 같습니다. 정성환 씨는 대학생들을 비롯한 젊은층에, 김정호 원장의 경우는 경제분야에 초점을 맞추어 쓰고 있습니다.

- 우선, 필자들의 글을 싣기 이전에, 출판사와 필자들부터 "보수주의가 무엇인지", "한국의 보수주의자는 누구인지"를 토론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복거일 씨의 경우는, 보수/진보 라는 (이미 가치판단이 포함된) 표현 대신, 좌파/우파 친체제/반체제와 같은 가치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하자고 주장하고 있고, 김정호 원장의 경우도, 자신은 한국사회가 변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보수주의자라는 호칭은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하고 있을 정도 입니다. 한 권의 책에서 조차 필자들 사이에 합의되어 정의된 단어가 사용되지 않고 제각각의 의미로 사용된다는 것은, 적어도 책읽기에는 무척 비효율적인 일이지요.

- 더구나, 필자들이 '보수주의' 가 갖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이것을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은 굉장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좌파' 내지 '빨갱이' 라고 불리우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겠죠. 물론, 언어란 사전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정의되는 것인 만큼, 그 언어가 자신의 정체성을 왜곡한다고 생각되면 얼마든지 변화를 꾀할 수도 있는 것이겠지만, 적극적인 대처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나 니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니야." 라고 말하기 보다는, "너 뭔가 잘못 알고 있구나." 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극적이니까요. 적어도 보수주의는 좌파나 빨갱이 처럼 법적인 위협을 받는 호칭도 아닌데.

- 용어를 정리하는 데 있어, 초기 보수주의를 주창한 에드먼드 버크의 표현을 빌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보수주의란 "전통과 질서를 존중하면서 점진적인 개혁을 모색하는 것" 이죠. 이 표현을 한국 사회에 적용할 때, 전통과 질서의 의미가 '자유민주주의' 와 '시장경제체제' 라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개혁'에 있는데요,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는 이들이, 왜 모든 개혁 세력을 동료로 생각하지 않는지가 궁금합니다. 이들은 앞에서 에드먼드 버크의 표현을 실컷 인용해 놓고, 바로 뒤에서 "시장의 질서나 독과점 방지, 사회적 약자를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 진보" 라고 규정하고 있으니 전혀 일관성이 없지요. 

- 한 발 양보해, 이것이 에드먼드 버크가 말한 "점진적인 개혁"이 아니라면, 이들은 점진적인 개혁과 급진적인 개혁의 차이를 설명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을 설명하지 못하는 당신은 '개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수구주의가 맞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들도 알다시피 많은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생각이죠. 정성환 씨는 한국 보수주의의 과제가 '조갑제 류의 극우 세력' 과의 결별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건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못되는 것 같습니다. 본질적인 것은 극우 세력과의 관계 보다 개혁 세력과의 관계에 있습니다.

- 두번째로,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곧 국가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 이라는 시장의 논리를 주창하면서, 기업 운영을 "혼신을 다해 기업을 일구고 고용을 창출했다." 고 미화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시장경제체제에서 기업가들은 그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기업을 운영하죠. 노동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노동하는 것이죠.

- (몇몇 필자들이 지적하고 있지만) 박정희의 개발독재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입니다.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개혁을 넘어선 모종의 조치라면, 국가 주도로 모든 산업을 계획하고 추진하며 금융시장을 통제했던 3공화국이야 말로 역대 정부 중에서 가장 반체제적인 정부가 아닐까요.

- 성장이 우선이냐, 분배가 우선이냐를 가지고 보수와 진보를 가른다는 것 역시 형용모순에 불과합니다. 성장과 분배 앞에는 '시장경제체제' 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시장경제체제 하에서 성장에 중점을 둘 것이냐 분배에 중점을 둘 것이냐 하는 논쟁이죠.

- 용어의 혼란과 그로 인한 자기 모순은 자유민주주의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성환 씨는 "진보를 빨갱이로 보는 색안경을 버리자."고 요구하고 있는데, 본질적인 문제는 색안경이기 이전에, 물리적 강제와 폭력이었습니다. 즉, "빨갱이 좀 예쁘게 봐 달라." 는게 아니라, "빨갱이를 허용하네 마네 운운할 자격이 없다." 는 것이죠. 자유민주주의는 시장경제체제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곧 국가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 이니까요.

- 두번째로, 특정 정치세력 내지 이익집단을 '보수 세력' 이라고 총칭해서도 안됩니다. "보수 세력은 한국 사회를 이끌어 온 주류였다." 라던지 "혼신을 다해 기업을 일구고 고용을 창출했다." 라는 표현에서 저는, 필자들이 보수주의 라는 사상의 표현을 (전혀 다른 범주인) 특정 집단을 지칭하는 표현과 뒤섞어 사용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들을 지칭하려면, 가장 중립적인 표현으로 (순수한 의미에서) '기득권' 이 되겠습니다. 아니면, 정확한 명칭을 나열하던지요.

- 마지막으로, 함재봉 교수와 김정호 원장의 경우는 용어의 혼란이 어디에까지 이르렀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함재봉 교수는 87년의 민주화 항쟁을 언급하면서, 근대국가 건설 이후 일어난 보수주의 세력의 균열을 진보 세력이 이용한 것일 뿐 진보 세력의 공이 아니라고 말하는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 더러 (정작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보수주의 세력의 균열 운운하는 것은 정말 웃지 못할 해프닝일 것입니다. 김정호 원장 역시 진보 세력을 논평하면서 "가난한 자에 대한 연민, 부자에 대한 적대감, 미국에 대한 적대감, 북한에 대한 온정적 태도" 라고 말하고 있는데, '연민', '적대감', '온정적 태도' 에서 어떻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태도를 발견할 수 있는지 의문일 뿐입니다.

- 사실, 책이 표방하고 있는 진정한 의미의 보수 비판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지향하고 지역주의, 과거사 청산을 내걸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집권과 함께 정치권에서 매일 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히려, <한국의 보수를 논한다>는 지금까지 보수주의를 독점해 온 세력들이, 새로운 보수주의 경쟁 세력을 맞이해 벌이는 자기혁신 노력이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 하지만, 필자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자기혁신 전략이라는 것이, 도덕적 의무 지키기, 군사문화에서 벗어나기, 중산층 정서 이해하기, 미래비전 제시하기와 같은 것들이라, 이것을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뭐 열심히 노력해서 열린우리당, 민주당과 공정한 경쟁을 벌이시기를 바랄 밖에는.
- 접기
sb 2007-01-31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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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론의 제시가 아쉬움

간단한 코멘트 : 이런 책이 나오는 것 자체가 의의가 있다고 봄. 일부 필자의 경우 이른바 글의 '진정성'이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함. 무엇보다 구체적 과거청산 방법론의 제시나, 뉴라이트라는 움직임의 이념적 지형에서의 위치에 대한 언급이 부족한 듯 하여 아쉬움. 다음 번에는 여러 정치적 이슈에 대해 보수주의의 입장에서 집중적으로 토론하는 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음.
瑚璉 2005-04-04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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