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7

알라딘: 신을 기다리고 있어 하타노 도모미

알라딘: 신을 기다리고 있어

신을 기다리고 있어  
하타노 도모미 (지은이),김영주 (옮긴이)문학동네2020-04-16
원제 : 神さまを待っている































미리보기


정가
13,800원
판매가
12,420원 (10%, 1,380원 할인)

마일리지
690원(5%) + 멤버십(3~1%)
+ 5만원이상 구매시 2,000원

배송료
무료

311
양탄자배송
오후 3시까지 주문하면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중구 중림동 기준) 지역변경
Sales Point : 1,401

9.1 100자평(10)리뷰(6)
이 책 어때요?

전자책
9,700원


카드/간편결제 할인
무이자 할부
소득공제 560원








수량










장바구니 담기
바로구매
선물하기
보관함 +

구매





중고 등록알림 신청
중고로 팔기














기본정보

352쪽
128*188mm (B6)
375g
ISBN : 9788954671316

주제 분류
신간알리미 신청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문학 > 일본문학


출판사 제공 카드리뷰



이벤트


내가 사랑하는 우리말 우리글! 1009분께 적립금 추첨 증정


이 달의 문장 투표


10월 특별선물! 유리 찻잔, 찻주전자 (이벤트 도서 포함, 국내서.외서 5만원 이상)


이 달의 적립금 혜택


이 시간, 알라딘 사은품 총집합!





책소개
한 계약직 여성이 실직 후 홈리스로 내몰리는 과정을 통해 취업난과 비정규직 문제, 청년과 여성 빈곤, 사회 안전망 바깥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일일 아르바이트 현장의 실상, 빈곤 여성의 일상, 가정붕괴와 복지제도의 문제점이 실감나게 와닿는 건 작가의 경험에서 기반한 것일 테다. 보통의 일상에서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 주인공의 내면과 절망적 심정을 세심하게 묘사함으로써, ‘이 사회에서 홀로서기’를 위해 분투하는 청년들의 처절한 현실과 그럼에도 소망하지 않을 수 없는 작은 구원의 길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문구 회사에서 파견계약직으로 일하는 ‘미즈코시 아이’. 근로계약 당시에는 노동자파견법에 의거해 ‘3년 후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았으나, 때가 되자 경기 불황을 이유로 일방적인 해고를 통보받는다. 경력이 있으니 이내 새 직장을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갑질·성희롱·열악한 근무환경·노동법 위반이 만연한 곳을 피하고 보니 거짓말처럼 시간은 흘러 백수인 채 실업급여 수령 기간이 끝나버렸다.

여름은 선풍기로만 버티고, 초겨울 감기에 약도 안 사 먹고, 내다팔 수 있는 건 죄다 팔아 돈을 마련해 근근이 생활했지만, 도미노 무너지듯 통장 잔고는 순식간에 줄어들어 결국 집세를 내고 나면 밥을 먹지 못할 형편에 이른다. 26세 계약직 여성 미즈코시 아이는 그렇게 홈리스가 된다.


목차


신을 기다리고 있어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첫문장
전갱이 튀김에는 소스다.




P. 16 이십대라고 해서,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무조건 취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대학 시절에 나는 필사적으로 취업 활동을 했다. 그러나 수십 군데의 회사에 지원하고 채용된 곳은 단 한 군데였다. 그 회사의 최종면접에서 성희롱을 당했다.
P. 19 조건을 따지지 않는다면 일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P. 22 웨딩드레스를 입고 행복해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는 건 기쁘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동창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즐겁다. 하지만 청첩장을 손에 들고 보니 핏기가 싹 가신다. 축의금, 어떻게 하지?
P. 32 그애의 취업이 결정됐을 때부터는 말할 수 없게 됐다. 아무리 꾸중을 들어도 같은 레벨에 있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멀어져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그애에게 꾸중을 들으면 그저 비참한 기분이 든다.
P. 38 대학생 때는 똑같이 돈이 없었고 엉뚱한 짓만 했던 친구들인데 언제 어디서 차이가 벌어진 걸까.
P. 44 정규직만 고집할 때가 아니다. 아르바이트든 파견직이든 상관없으니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면접을 보러 갈 기력조차 없었다. 방 한구석에서 몸을 웅크린 채 연달아 도착한 불합격 통지서만 생각했다.
P. 45 가진 돈은 줄어만 가는 와중에 슈퍼마켓에서 제일 저렴한 쌀을 사는 것만으로도 손이 떨렸다. 지갑 속의 돈을 온종일 거듭 세어본다고 늘어나진 않는다.
P. 54 그녀들에게는 학력이 없더라도 살 집은 있을 것이다. 나는 학력은 있지만 일도 없고 살 집도 없다. 대학을 나왔어도 정직원이 된 적이 없다.
P. 54 하루종일 추위에 떨고 자괴감을 느끼고서 받은 돈 7000엔 남짓. 이 액수는 적은 걸까, 많은 걸까.
P. 56 “알고는 있는데, 싫은 건 싫습니다. 실례할게요.” 받은 돈을 지갑에 넣고 사무실을 나온다. 미움받아도 상관없는 관계는 편하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 테니, 뭐든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
더보기



추천글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경향신문
- 경향신문 2020년 4월 24일자 '새책'
서울신문
- 서울신문 2020년 4월 24일자



저자 및 역자소개
하타노 도모미 (畑野智美)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1979년 도쿄 출생. 2010년 『국도변의 패밀리레스토랑』으로 제23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바다가 보이는 마을』과 『남부예능사무소』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후보에 연이어 호명되었다. 도시 여성들의 고단한 일상을 섬세하게 그린 『감정8호선』의 드라마화로 주목받았고,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 홈리스의 삶을 그린 『신을 기다리고 있어』로 일본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꾸준한 집필 활동을 통해 젊은 세대와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작 : <신을 기다리고 있어> … 총 38종 (모두보기)

김영주 (옮긴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 근현대 문학으로 석사 과정 졸업 후, 일본 문학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 『구깃구깃 육체백과』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일하지 않습니다』 『부러지지 않는 마음』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읽으면서 외우는 생생 일단어』가 있다.



최근작 : <읽으면서 외우는 생생 일단어> … 총 65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문학동네
도서 모두보기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수치심 없는 퍼플 헤이즈>,<배빵빵 일본 식탐여행 한 그릇 더!>,<배빵빵 일본 식탐여행>등 총 3,711종
대표분야 : 일본소설 1위 (브랜드 지수 1,231,603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1위 (브랜드 지수 3,332,484점), 에세이 1위 (브랜드 지수 1,796,799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스물여섯 살, 나는 하루아침에 홈리스가 되었다.
빈곤은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의지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작가의 경험을 바탕삼아 녹진한 리얼리티로 그려낸 청년 빈곤의 풍경.

돈이 없다.

수십 군데의 회사에 지원해서
채용된 곳은 단 한 군데였다.
그 회사의 최종면접에서 성희롱을 당했다.
조건을 따지지 않으면 일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살 곳과 입을 옷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지만 먹지 않으면 죽는다.
말도 안 되는 일 같지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해의 마지막날, 나는 홈리스가 되었다.

사람의 마음을 좀먹는 빈곤의 섬뜩함,
그럼에도 소망하지 않을 수 없는 작은 구원의 길.
작가의 경험을 바탕삼아 녹진한 리얼리티로 그려낸 청년 빈곤의 풍경.

“빈곤 여성의 현실 그 자체다.”

“하타노 도모미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의 앞일이 자꾸 궁금해져서 흥미롭게 술술 읽었다.”

“극심한 빈곤의 상황을 섬뜩할 정도로 담담하게 그려낸 점에 전율하며 읽었다.”

“때로는 분노하고 생각에 잠기고 때로는 감동하며 읽었다. 다양한 위치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작품이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신을 기다리기만 할 게 아니라 모두가 서로를 돕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아마존재팬 독자평 중에서

동정할 거면 돈으로 줘!
홀로서기라는 풍랑 위에서 부유하다 빈곤의 낭떠러지까지 떠밀린 청년의 삶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하타노 도모미는, 젊은 세대와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이는 작가다. 도시 여성들의 고단한 일상을 섬세하게 그린 『감정8호선』의 드라마화로 주목받았고, 작가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기까지 십 년 넘게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고를 겪었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 홈리스의 이야기를 그린 『신을 기다리고 있어』로 일본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한 계약직 여성이 실직 후 홈리스로 내몰리는 과정을 통해 취업난과 비정규직 문제, 청년과 여성 빈곤, 사회 안전망 바깥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일일 아르바이트 현장의 실상, 빈곤 여성의 일상, 가정붕괴와 복지제도의 문제점이 실감나게 와닿는 건 작가의 경험에서 기반한 것일 테다. 보통의 일상에서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 주인공의 내면과 절망적 심정을 세심하게 묘사함으로써, ‘이 사회에서 홀로서기’를 위해 분투하는 청년들의 처절한 현실과 그럼에도 소망하지 않을 수 없는 작은 구원의 길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문구 회사에서 파견계약직으로 일하는 ‘미즈코시 아이’. 근로계약 당시에는 노동자파견법에 의거해 ‘3년 후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았으나, 때가 되자 경기 불황을 이유로 일방적인 해고를 통보받는다. 경력이 있으니 이내 새 직장을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갑질·성희롱·열악한 근무환경·노동법 위반이 만연한 곳을 피하고 보니 거짓말처럼 시간은 흘러 백수인 채 실업급여 수령 기간이 끝나버렸다. 여름은 선풍기로만 버티고, 초겨울 감기에 약도 안 사 먹고, 내다팔 수 있는 건 죄다 팔아 돈을 마련해 근근이 생활했지만, 도미노 무너지듯 통장 잔고는 순식간에 줄어들어 결국 집세를 내고 나면 밥을 먹지 못할 형편에 이른다. 26세 계약직 여성 미즈코시 아이는 그렇게 홈리스가 된다.

살 곳과 입을 옷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먹지 않으면 죽는다. 오늘날 일본에서 아사라니, 말도 안 되는 일 같지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집세보다는 식비를 선택해야 한다. (46p)

만약 원피스를 사지 않고 1만 엔을 잘 간직했다면 홈리스가 되지 않았을까. 파견사원 시절에 구두도 가방도 아무것도 사지 않고 온천 여행도 가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 연립주택에서 살 수 있었을까. 친구들도 안 만나고 일만 해야 했을까. (208p)

당분간 의지할 곳 하나 없을까 싶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이러한 사정을 온전히 이해해줄 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 엄마는 지병으로 돌아가셨고 재혼한 아빠와는 절연 상태다. 그동안 쌓아온 관계들이 얄팍하게만 느껴지고, 친구의 질문 공세나 어쭙잖은 동정에 시달리느니 24시간 만화 카페로 향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다. 보금자리의 무너짐과 인간관계의 헐거움까지 직시한 채 주인공은 한두 철 옷가지만 겨우 챙긴 여행가방을 끌고 길 위에 홀로 선다.

‘배고파’ 정도의 가벼움으로 ‘죽고 싶다’를 느낀다
인간의 마음을 좀먹고 젊음을 늙게 만드는 빈곤의 섬뜩함

주인공은 만화 카페에서 생활하며 일일 아르바이트에 나간다. 창고나 공장에서 아동복 재고를 파악하거나 핸드폰 상자를 조립하고 일당을 받는 일이다. 춥고 곰팡내 나는 공간에서 현장감독의 삼엄한 감시 아래 정해진 시간 외에는 화장실에도 가지 못한다. 사무직으로 일할 때 단순노동자들을 부러워했던 일이 얼마나 기대와 다른 것인지 실감한다. 내심 그 단순노동자들을 무시하고 자신은 여기에 잠시 머물 뿐이라고 위안해보지만, 그들에게는 학력이 없어도 살 집은 있으리라는 사실에 홈리스인 주인공은 더욱 비참함을 느낀다. 편의점 음식과 패스트푸드만 먹고, 제대로 된 기초화장품도 쓰지 못하고, 손빨래한 소맷부리는 다 해지고, 그사이에 인상은 매서워졌다. 몇 달만 고생하면 다시 돌아갈 수 있을 듯했던 세계가 점점 멀어져만 간다.

수프 그릇과 포크를 든 손은 건조하고 주름이 늘어 노인의 피부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상했다. 마유도 비슷했기 때문에 보통 다들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다. 스물세 살이라는 거짓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안 통했다. 가난이 우리를 늙게 만든 것이다. (137p)

눈앞의 길은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깊은 강처럼 보인다. 이쪽에 있는 세월이 길면 길수록 강물이 불어나서 다리는 휩쓸려가버린다. (277p)

홈리스 생활이 예상 외로 길어지는 와중에 주인공의 내면과 판단력은 갈수록 중심을 잃어간다. 자기위안과 자기부정을 반복하고, 과거를 곱씹으며 자책과 원망에 빠지고, 자신에게 득이 될 일과 해가 될 사람을 구분하지 못한다. 삶은 단순하지 않으며 길 위의 나날은 더욱 그러하므로 어느 때보다 자기중심을 잡는 일이 중요하지만, 극심한 빈곤은 인간의 곳곳을 좀먹어갈 뿐이다. 누구라도 한순간에 보통의 일상을 잃을 수 있으며, 그 속에서 냉정하게 이성을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빈곤의 무서움이 섬뜩하게 와닿는 대목이다.

빈곤은 결국, 의지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서로에게 진정한 신이 되어주는 연대와 희망의 길

주인공은 길 위에서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여성들을 만나게 된다. 빚쟁이에 쫓겨 사라진 남편 대신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사치’, 자신을 강간한 친부를 피해 집을 나와 거리에서 살아가는 16세 ‘나기’. 작품 제목의 ‘신’은 갈 곳 없는 여성들에게 잠자리나 돈을 제공하고 데이트나 성관계를 요구하는 남성들을 가리키는 일본 사회의 은어다. 홈리스가 된 주인공에게도 쉽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이러한 유혹의 손길들이 뻗쳐온다.
가정에서도 거리에서도 여성을 향한 폭력과 성착취가 만연한 와중에 사회의 법과 제도조차 이들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처참한 현실 속에서, 길 위의 여성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거나 자살하는 일은 너무도 흔해 사건으로조차 여겨지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던 주인공은 마침내 깨닫게 된다. 자신을 지켜줄 진정한 ‘신’은 저 남자들이나 경찰들이 아닌, 이 길 위의 여성들임을. 서로에게 의지할 곳이 되어주는 여성들의 연대임을. 그리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반드시 앞으로 나아갈 길이 있음을. ‘신을 기다리고 있어’라는 제목이 새삼 새롭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십 년 후에 나, 살아 있을까?” 나기는 이렇게 말했다. 자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나기도 아는 것이다. 아직 열여섯 살밖에 안 된 나기는 미래를 꿈꾸지 못하고 있다. 죽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 ‘신’을 찾고 있다. (214p)

생활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되겠지만 인생에는 훨씬 중요한 것이 있다. 그걸 망각하면 돈도 벌 수 없게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298p)

더불어 이 소설에서 눈여겨볼 점은 주인공의 이름이 호명되는 방식이다. 일본에서는 공적이거나 친밀하지 않은 사이라면 서로를 성으로 부르고, 가까운 사이라면 이름으로 부른다. 주인공은 회사에 다니는 동안 ‘미즈코시’라는 성으로 불리고, 홈리스가 되어 길에서 만난 이들은 그녀를 ‘아이’라고 친근하게 불러주지만 의심과 배신의 경험도 맛보게 하며, 그후 철저히 혼자가 된 그녀는 어느 것으로도 호명되지 않는다. 빈곤과 단절이 이름마저 지워버린다. 작품은 이를 통해 사회의 안전망 바깥에서 지워진 이름, 보이지 않는 존재로 살아가는 이들에 대해 다시 한번 일깨운다. 접기


북플 bookple

이 책의 마니아가 남긴 글
친구가 남긴 글
내가 남긴 글



친구가 남긴 글이 아직 없습니다.


마니아
읽고 싶어요 (14)

평점
분포

9.1






무거운 주제인데 풀어나가는 방법이나 결말은 전혀 무겁지 않고 그렇다고 현실적인 대처법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떳떳한 방법으로 열심히 일하는게 가장 좋다는 교훈은 마음에 드네요. 나오자마자 구매했는데 조금 기대 이하...
RDK 2020-05-10 공감 (3) 댓글 (0)
Thanks to
공감






일본의 가정붕괴, 현 복지제도, 비정규직 및 여성빈곤, 사회 안전망 사각지대 속의 세계에 대해서 너무나 현실적인 묘사를 하고 있었다.

이 빈곤의 풍경 그 불안감의 너울거림은 혹시 10년 후의 우리나라의 모습에서도 쉽지 않게 나타나지 않을까...

윤재홍 2020-12-03 공감 (2) 댓글 (0)
Thanks to
공감






그 ˝신˝을 기다리는 줄은 몰랐어.

진짜 빈곤은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사람이 없다는 말에는 완전 공감.
또 봄. 2020-05-26 공감 (1) 댓글 (0)
Thanks to
공감






좋았어요. 소설 속 주인공이 내가 처한 상황이랑 비슷해서 더 몰입해서 읽었음. 내가 기대했던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위로는 되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작가님의 다른 책을 기다리고 있는데 언제 나오려나
오츠치 2021-07-24 공감 (0) 댓글 (0)
Thanks to
공감






제목 뜻 알고나니...무섭네요;;
샤일짜응 2020-05-20 공감 (0) 댓글 (0)
Thanks to
공감





마이리뷰

구매자 (1)
전체 (6)

리뷰쓰기

공감순





나의 신은 언제 나타나줄까.


책 한 권 사는 것도 지금 나에겐 사치이긴 하나
오랜만에 일본 소설을 읽으며 위로를 받고 싶었다.

탐정이 등장하는 책은 읽고 싶지 않았고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소설은 더더욱
읽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마주친 이 책.

미스터리물도 아니고 연애물은 더더욱 아니다.
젊은 여성 홈리스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다.

여성 홈리스?
남성 홈리스, 일명 노숙자만 들어봤는데
여성 홈리스를 소재로 한 소설이라고 해서
지금 내 상황이랑 비슷한 것도 같아서
큰 맘 먹고(ㅠㅠ)구입해서 읽었다.

그런데 아뿔싸.
젊은 여성 홈리스가 바로 나였던 것.
길거리 생활을 하지는 않지만
동생이 사는 전셋집에 얹혀 살고 있다.
동생이 먼저 들어와 살자고 해서 눈치 없이 2년간 쭈욱 함께 살고 있다.

분명 나랑 살면서 불편한 것도 있고 서로 안맞는게 너무 많아
나를 이 집으로 데리고 온 걸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가달라는 잔소리 없이 잘 버텨준 동생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언제 나가달라고 할지 모르니 지금부터라도 만반의 준비는 해둬야할 것 같다.

읽으면서 슬슬 결말이 어떨지 예상은 했지만
다행히(?)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결말이라서 좋았다.
극중 아이의 친구인 아마미야같은 친구가 나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솔직히 아이가 조금 부러웠다.
나보다 안 좋은 것보다 좋은 점이 훨씬 많았기 때문.

암튼 비로 소설 속 등장인물이기는 하지만
가미야의 이야기가 훨씬 와닿았고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숨에 읽어버린걸 조금 후회하지만
다시 앞에서부터 읽어봐도 좋을것같다.
중간중간 공감 되는 좋은 문장들이 많았다.
미처 체크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것같다.

오랜만에 가슴 따뜻한 소설 한 편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앞으로 이 작가의 다른 책들을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 접기
오츠치 2020-04-26 공감(8) 댓글(0)
Thanks to
공감




[마이리뷰] 신을 기다리고 있어


남의 일 같지 않아 홀린듯이 집중하며 읽었다. 가뜩이나 누구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금, 청년 빈곤은 코 앞에 닥친 현실이다. <신을 기다리고 있어>는 회사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하루 아침에 홈리스가 된 스물 여섯의 주인공 미즈코시 아이의 이야기다. 만화카페에서 잠을 자고 일용직 아르바이트로 근근히 하루를 사는 그녀. 의지할 곳도 사람도 없는 상황에 놓인 주인공의 눈에 비슷한 처지의 여성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한다. 무엇이 이들을 길바닥으로 내쫓은 것일까?



주인공이 정규직 전환에 실패하고 홈리스가 된 것은 그녀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인가? 아니다. 그녀는 도쿄 소재의 4년제 대학을 졸업했고 경력도 있다. 다만 작은 문구회사에 들어가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는 구두 약속을 믿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일방적인 해고 통보였다. 실업수당은 진작에 끝났고, 재혼한 아버지와는 남남처럼 지낸지 오래이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조차 어렵다. 들어오는 돈은 없는데 통장 잔고는 바닥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저자 본인이 10여년동안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지냈던 경험을 토대로 쓰여진 소설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래서인지 담담한 어조와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인다. 소설 말미에 이르러 결국 저자가 꼬집어내는 것은 제도의 문제다. 생활 보호 제도가 존재하지만 대중에게는 ‘건강한 사람에게는 필요 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제도가 있는 이상 돈을 받는 건 정당한 권리(287p)‘임에도 말이다. 빈곤의 굴레에 떨어진 이들이 혼자만의 힘으로 일어서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일단 이들을 지원해줄 제대로 된 제도가 필요하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해당 조건에 걸맞는 사람이라면 제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져야 한다.



길 위의 여성들은 ‘신을 기다리고 있‘다. 그 신은 그녀들이 선택하는 것이겠지만, 우리는 서로의 신이 되어줄 수 있다. 결국 이 소설이 연대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빈곤은 의지할 사람이 없는 것‘이라는 말이 마음에 박힌다. 홀로 설 수 없는 상황인데도 주변 사람들에게 폐가 될까봐 자신의 몸과 마음을 좀먹는 길을 선택한 많은 이들이 떠오른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의지해야만 할 때는 의지해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결국 받은 사람은 받은 만큼 베푸는 사람이 될테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힘이 되어주는 것이니까.



청년 세대, 취직, 빈곤, 주거, 여성 문제를 비롯해 복지와 연대까지. 재미있게 읽히지만 이 시기에 반드시 필요한 고민을 던져주는 보물같은 책이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 접기
비비안북스 2020-05-01 공감(5) 댓글(0)
Thanks to
공감




신을 기다리고 있어








문학동네 / 신을 기다리고 있어 / 하타노 도모미 장편소설 / 김영주 옮김












상위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도쿄 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미즈코시 아이', 졸업하기 전 필사적인 구직활동으로 수십 군데 면접을 봤던 아이는 한군데 최종 면접까지 갔지만 면접관의 성희롱으로 입사를 포기한다. 아직은 젊고 어떻게든 취직이 될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취직하기는 힘들었고 그동안 면접 봤던 곳에서 눈높이를 낮춰 지원했지만 고배만 마셔야 했던 아이는 파견업체에 등록했고 문구용품 회사에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노동자 파견법에 의해 제시된 파견 가능 기간인 3년이 지나면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받아 정규직이 하지 않는 잡다한 업무와 점심시간을 침해받으며 일해야 하는 부당함을 참아가며 3년을 버텨냈다.



정규직 전환의 구두 약속을 했기에 아이는 그 약속을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만기 기간을 앞둔 시점 회사의 경영 부진으로 인해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는 이야기에 별다른 항의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실업자 신세가 된다.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적지 않은 나이지만 파견직이 아닌 정규직이 되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구직 활동을 하지만 살던 곳의 월세조차 내지 못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서 12월 31일 아이는 집을 나와 홈리스가 된다.



그나마 값나가는 물건들은 진작에 팔아 생활비로 썼고 자잘한 물건들은 돈을 내며 버려야 했기에 아이의 짐은 여행 캐리어 하나면 족했고 모두가 연말연시 분위기에 들떠 있던 마지막 날 아이는 만화카페에서 새해를 맞이한다. 그렇게 홈리스 생활을 시작한 아이, 파견업체에 등록해 공장에서 단순 업무를 하는 일일 아르바이트를 하며 천 엔짜리 빵과 만화카페의 무료 음료로 저녁을 때우며 최소한의 돈만 쓰며 모은다면 몇 달 치의 방세를 마련하여 홈리스 생활에서 벗어나려던 아이는 카페에서 동갑인 마유를 만나 즉석만남 카페란 곳을 알게 된다.



첫날은 운이 좋게도 데이트만으로도 돈을 지불하는 남자를 만날 수 있었지만 즉석만남 카페 자체가 성관계를 위한 중간 다리 같은 장소였기 때문에 데이트만을 시도하려는 남자는 많지 않았고 아이는 성관계는 물론 돈을 받고 데이트에 응하는 것조차 부담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제 그만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란 고민을 하게 되지만 자신과 처지며 말동무가 되어주는 마유로 인해 점점 일일 아르바이트보다 즉석만남 카페를 찾는 일이 더 많아진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정하게 자신을 대해주는 한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었고 몇 번이나 거절을 했지만 자신에게 너무도 잘해주었기에 아이는 호텔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그동안 그 남자가 했던 말들은 거짓말이었고 방 안에서 돌변한 남자로 인해 아이는 깊은 상처를 받게 된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장소가 날이 갈수록 멀어져 간다.

대학이나 회사 같은 외부와 관계가 단절된 상태로 이 거리에 온 사람은

출구로 향하는 길을 금세 잃는다.

설령 나갈 수 있더라도 언젠가 다시 돌아오게 된다.




그렇게 홈리스가 되어 몸과 마음이 바닥을 칠만큼 지쳐있던 아이, 그리고 그 속에서 아이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여자들을 만나게 된다.

중학생이 된지 얼마 후 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아왔던 나기, 정신지체 증상을 보이며 제대로 된 생활이 가능하지 않지만 자신의 몸을 팔아 두 아이를 부양하는 사치, 자신과 동갑이며 많은 의지가 되었지만 결국 알 수 없는 이유로 떠나버린 마유, 학생 때부터 문란하여 손가락질 받았던 유미를 통해 비록 자신을 인정하지 않았고 사랑조차 주지 않았지만 대학 때까지 집세와 대학비를 대줄 아버지가 있었기에 어쩌면 이들보다 생활이 더 나았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



아버지가 있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돈만 보내줬던 아버지, 엄마가 암 투병 중일 때도 병원을 찾지 않았던 매정한 아버지로 인해 부정이 뭔지 모르고 컸던 아이, 의지했던 엄마는 너무 이른 나이에 돌아가시고 혼자 남겨져 외로웠던 아이, 제대로 된 가정을 모른 채 자라야 했던 자신보다 홈리스가 된 후 자신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가혹한 생활을 한 여자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지만 '동정보단 돈'이 더 필요한 것이 빈곤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창밖을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향한

부러움 이상으로 죽고 싶다는 마음도 커져간다.

그런 생각을 해선 안된다는 걸 알지만 '배고파' 정도의

가벼움으로 '죽고 싶다'를 느낀다.







단순히 여성 홈리스가 처해있는 극한의 상황을 다룬 소설이란 생각에 <신을 기다리고 있어>란 제목이 여성 홈리스들이 현실적으로 처해진 가혹한 상황에 무언가라도 믿고 의지하고 싶은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신을 기다리고 있어>란 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튀어나온다. 여고생이기에 아이처럼 만화카페에서 잘 수도 없어 매일같이 극장 앞에서 남자를 찾아 밤을 새워야 하는 나기에게 자신의 몸을 제공해서라도 안락하게 잘 수 있는 곳을 제공해 주는 남자를 '신'이라 표현하는 장면에선 한대 얻어맞은 듯했다. 일본에선 그것이 은어로 통한다고 하는데 역시 다시 들어도 현기증이 일수밖에 없는 그 말에 극중 나기에게 어른으로서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언젠가 우리나라 여성 홈리스들의 생활을 찍은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숨 쉬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통이 아닐까란 생각과 그런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은 자신의 탓이라며 이기적 의미를 부여했던 나로서는 개인적인 관점보다 사회적인 관점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됐던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며 사람들의 냉대보다 실제적인 해결책 없는 어쭙잖은 동정이 얼마나 위험하고 그들을 아프게 할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으로선 홈리스에게 모든 이들은 그저 사치의 눈에 비친 아이의 모습이지 않을까...







하고 싶은 다른 일 따위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돈벌이만 생각하고 살아온 사이에 인간으로서 느껴야 할

중요한 감정이 결여되어버린 걸까.

생활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가볍게 여겨선

안되겠지만 인생에는 훨씬 중요한 것이 있다.

그걸 망각하면 돈도 벌 수 없게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삶을 지키기 위해 돈이 필요하지, 돈을 벌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 접기
푸른고양이 2020-04-18 공감(4) 댓글(0)
Thanks to
공감




아픈 우리 젊은 날




몇 줄의 간단한 소개 글만으로도 책이 무척 궁금했고, 잘 읽히고, 잘 쓴 소설일 거라는 어떤 확신이 들었다.

어느 날 문득 홈리스가 된 이십 대 여성과 그녀가 속한 세상의 차가운 풍경을 그린다. 그녀가 홈리스가 된 것은 삶이 사치스러웠거나 누군가에게 큰돈을 떼였거나 무모하게 사업에 손댔다가 실패해서가 아니다. 한 푼이라도 허투루 돈을 쓰지 않고 궁색할 정도로 아끼고, 알뜰하게 지출을 했으며, 더 좋은 직장,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위해 열심히 일했을 뿐이다. 그랬는데 그녀는 갑자기 모든 것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고 만 것이다. 정규직 전환만 믿고 열심히 일했는데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했고 계약직마저 연장하지 못하자 실직자가 되었다. 이미 적지 않은 나이에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일용직을 전전하면서 아무리 구직활동을 열심히 해봐도 번듯한 직장은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 모아놓은 돈은 바닥이 나고, 더 이상 월세를 지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큰 가방에 남은 짐을 모두 싸서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정규직 전환,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는 일은 그렇게도 힘들었는데, 홈리스가 되는 일은 그렇게나 쉬웠던 것이다. 게으르게 살지도 않았고, 돈을 낭비하지도 않았고, 큰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하루 아침에 살 집이 없어지고, 통장의 잔고가 바닥나고, 연인도, 친구도 없는 거지꼴이 되어 버렸다. 그녀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간단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조금만 방심하거나 일이 잘못 돌아가면 누구라도 홈리스로 추락할 수 있는 것이다.

pc방에서 생활하며 궁핍한 삶을 이어가던 그녀에게 수상한 제안이 들어온다. 육체는 조금 편안할 수 있으나 정신이 고통스러울 수 있는 일. 그녀는 그 제안을 거부했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당장 한 푼이라도 아쉬웠기 때문이다. 그 한 푼마저 없으면 pc방에서까지 쫓겨날 수도 있었기에. 하루라도 더 살아가기 위해서 그녀는 뭐든 해야만 했다.




홈리스를 일부러 선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라도 번듯한 집에서 생활하길 바라며, 그러기 위해서 번듯한 직장에서 일을 하고, 열심히, 번듯이 살아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먹는다고 해서 반드시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자칫 정신을 차리지 않거나 실수하면, 아니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별안간, 안 좋은 우연이 두어 번 정도만 겹쳐도 한 인간의 삶이 완전히 무너지고, 추락할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실제 홈리스에 대한 취재를 열심히 한 듯 현장감이 느껴지는 생생한 묘사로 그들의 삶을 세밀하게 그려간다. 집이 없는 젊은 여자의 삶이 얼마나 던적스럽고 치사할 수 있는지. 얼마나 깊은 바닥으로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세상의 밑바닥까지 떨어진 사람이 맨몸뚱이로 다시 일어서기가 얼마나 힘겨운지. 또 세상의 시선은 얼마나 차갑고 위험한지.

집이 없는 한 어린 소녀는 거리에 서서 자신을 데려가 줄 사람을 기다린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하룻밤 머물 수 있는 집이다. 차가운 길바닥이 아닌 벽과 천장과 온기가 있는 방바닥. 그것을 제공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서슴없이 따라간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까지 생각하고 고민할 여유는 없다. 어쩌면 나타나 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느 날은 새벽이 되도록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소녀는 무척 초조해한다. 누군지 모를 사람을 따라가는 것도 위험천만하고 무서운 일이지만 그런 사람조차 없어 길바닥에서 밤을 보내는 일은 더욱 위험천만하고 무서운 일인 것이다. 소녀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시선은 당연히 안쓰럽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주인공의 시선이 그렇고, 독자의 시선 또한 그럴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 한 쪽을 짓누르는 답답하고 무거운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이것은 실제 우리 사회에서, 지금도 매일 밤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밤거리 곳곳에서 언제든 목도할 수 있는 풍경인 것이다. 자신에게 하룻밤 머물 수 있는 방을 제공해 줄 사람을 기다리며 밤거리를 서성이는 소녀의 이야기는 비단 책 속의 이야기만이 아닌 것이다. 누구라도 집이 없으면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고 그가 여성이거나 어린아이이거나 사회적 약자라면 그 삶은 더욱 비참해질 것이다.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는 것이 유일한 희망인 소녀의 삶은 결국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작가는 냉정한 필체로 집 없이 떠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그려가지만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 위로를 버리지는 않는다. 다소 작위적이라 할 수도 있지만 결말부에서는 한 줌 희망을 제시한다.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소설 속 인물에게도, 그것을 참담하게 지켜보며 따라온 독자에게도 안도의 숨 한 번 내쉴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둔 것이다.




이 책은 가난을 소재로 한 여러 소설과 영화, 드라마를 떠올리게 했다. 어린 동생과 함께 주인집 드레스룸에 간신히 붙어살던 '지붕 뚫고 하이킥'의 세경이 떠올랐고, 크게 친하지도 않는 언니 집에 어쨌든 붙어살기 위해 애쓰던 '하이킥3'의 진희도 떠올랐다. 그리고 이외수의 소설 '들개'의 여주인공이 생각났다. 가난한 여대생이었던 그녀는 지니고 있던 책을 팔아 먹을 것을 사고, 잠은 폐교 바닥에 닭털 침낭을 깔고 그 안에서 잔다. 팔 수 있는 책은 점점 줄어들고, 털이 다 빠져나간 얇은 침낭은 겨울의 추위를 감당하기에 벅차다. 그래도 책을 팔아 라면을 끓여 먹고 닭털 침낭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던 그녀. 80년대 초반의 소설이지만 그때도 홈리스는 존재했고, 그때도 젊은이들의 삶은 가난하고 팍팍했던 것이다.

왜 꿈과 열정이 가득한 젊은이들에게는 집이 없는 걸까.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꿈과 열정이 거의 소진된 늙은이들이 대부분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젊은이들은 가난하다. 세상의 부자는 99%가 늙은이들이다. 고령의 자산가들이 돈과 집을 가득 움켜쥐고 있다. 물려받은 재산이나 기댈 수 있는 배경이 없는 가난한 젊은이들은 자신이 가진 젊음을 몽땅 소진하며 미친 듯이 숨 가쁘게 몇 십 년을 달려야만 간신히 집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는데,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집이 생겼을 때는 이미 열정도, 기력도, 꿈도 사라진 늙은이가 된 후다. 그렇게 얻은 집은 어쩌면 집이 아니라 관(棺)일 수도 있다. 젊음을 몽땅 바친 대가로 관 하나를 얻는 인생. 그렇게 살면 그래도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칭송받는 세상. 참 이상하고 서글픈 세상이다.






- 접기
리아트리스 2020-11-11 공감(3) 댓글(0)
Thanks to
공감




신을 기다리고 있어







오랜만에 아주 재밌게 읽은 책이다. 재밌게 읽었다고 말하기엔 너무 안타까운 얘기이지만, 현실과 맞닿아있는 그 아픈 상황이 아예 남 얘기 같지도 않아서 공감도 됐고 잘 모르던 세계까지도 엿본 느낌이었다.
책을 한 장 넘기기도 전에 하고 싶은 생각과 말들이 자꾸 떠올라서 리뷰로 한꺼번에 정리하기가 힘들었다. 그동안 내 감상 위주의 글을 적어왔기 때문에 소설 속 스토리를 설명하기도 어려웠지만 설명 안 하기도 어렵고, 한 줄로 끝내기도 어려워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닥 잘 적힌 것 같진 않지만 일단 완성을 해서 블로그 리뷰에 올려두었다. 여기에는 짧게 감상만 남기려고 한다.
하타노 도모미는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라고 한다. 이 책에서 처음, 짧게 만나봤지만 분명 그의 다른 책을 읽게 되도 좋아할 것 같았다. 일드로 제작된 '감정 8호선'도 괜찮을 것 같은데, 얼른 다른 책이 소개되서 나오면 좋을 것 같다.





인생은 자기 혼자 힘으로 어떻게든 헤쳐나가야 한다.



부모처럼 되고 싶지 않은데 같은 길을 걷고 만다. 사치 씨는 그런 자신을 혐오하면서도 루키아와 키라라를 위해 몸 파는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필사적으로 살 거라면 좀더 다른 방향을 지향해 필사적이어야겠지만, 그렇다고 그녀들이 다른 방향으로 가고자 했던 적이 없었겠는가.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장소가 날이 갈수록 멀어져간다.
대학이나 회사 같은 외부와 관계가 단절된 상태로 이 거리에 온 사람은 출구로 향하는 길을 금세 잃는다. 설령 나갈 수 있더라도 언젠가 다시 돌아오게 된다.



아무리 힘든 일을 겪더라도 서로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내게는 지탱해줄 사람도, 삶의 이유가 되어줄 사람도 없다.



인내를 거듭해봤자 빈곤에서 벗어날 순 없다.
자급자족하며 돈을 거의 쓰지 않고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는 건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동할 때 가급적 자전거를 이용하고 마트의 특별 세일을 꼼꼼히 챙기며 생활비를 아끼고 아껴 악착같이 가난을 극복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건 그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은 언제까지고 가난하다.
몸이 건강할 때는 괜찮더라도 아프기라도 하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희망을 갖는 건 좋은 일이겠지.
희망이 있으면 계속 살아갈 수 있다.



제대로 된 돈벌이를 못하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 돈을 받고 있다니 너무 한심하다. 어른이 똑바로 살지 않으면 나기 같은 아이를 지켜줄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는다. 이 거리에서 돈을 버는 여자들을 나보다 아래로 봐서도 안 되고, 추하게 여겨서도 안 되지만, 한편으론 수치심에 마음속 깊은 곳이 괴롭다.
역시 나의 여성성과 젊음을 파는 일을 그만두어야만 한다.
나 자신이나 즉석만남 카페에 있는 여자들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무엇이 올바른 건지 알 수 없게 된다.



남자한테 돈을 받아 지내기 시작한 뒤로는 홈리스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줄곧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다.
돈이 필요한 여자들이 자신의 성이나 젊음을 팔지 않아도 되도록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나기 같은 아이가 생겨날 것이다.



그렇게 조금 더 조금 더, 하는 마음에는 끝이 없다.
얼마나 많은 돈을 가져야 풍족하다고 느끼며 만족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을까.



나는 홈리스가 된 지 반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현재 내 처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떻게든 편한 길을 찾고 있었다.
계속 이대로 살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우선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게 좋겠다.
생각이란 걸 하면 여기서 죽고 싶어질 것 같다.



최선을 다해 취업 활동을 해도, 파견사원으로 일해도 결국 소용없는 일이었으니까, 스스로를 더럽다고 여기면서 몸을 팔 수밖에 없는 걸까. 필사적으로 2차를 나가다보면 언젠가는 더럽지 않다고 느끼게 될까. ... 그 돈만 모아 그만두면 될 것 같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단 몇 시간에 일점오를 받는 것에 익숙해지면 다른 일로 돈을 버는 게 어리석게 느껴지니까.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면서 자꾸 다른 방법은 없을지 생각하게 된다.
어째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걸까.



남 탓으로 돌리는 건 그만하자. 내 잘못이다.
내 인생이니까 어떻게든 스스로 해나가야 한다.
알고는 있지만, 이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건너편으로 가는 건 간단하다. 신호등을 건너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눈앞의 길은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깊은 강처럼 보인다.
이쪽에 있는 세월이 길면 길수록 강물이 불어나서 다리는 휩쓸려가버린다.
이쪽과 건너편은 사는 세계가 다르다.



아무리 생각해봤자 진실은 알 수 없다.
이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한테서도 그렇게 느꼈다.
밥먹듯이 거짓말하고 얼버무리면서 다들 진실을 숨기고 있다.
진짜 이름조차 밝히지 못한 채 다시 타인으로 돌아간다.



인생은 나 혼자서 어떻게든 헤쳐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무리수를 두면 반드시 누군가에게 걱정을 끼치게 된다.



하고 싶은 다른 일 따위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돈벌이만 생각하고 살아온 사이에 인간으로서 느껴야 할 중요한 감정이 결여되어버린 걸까. 생활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되겠지만 인생에는 훨씬 중요한 것이 있다. 그걸 망각하면 돈도 벌 수 없게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삶을 지키기 위해 돈이 필요하지, 돈을 벌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빈곤은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의지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내 성격의 한심한 면을 아빠 탓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지만 완전히 따로 떼어내서 생각할 수도 없다. 자식은 어떻게든 부모의 영향을 받고 자란다.



가슴 언저리가 두근거리며 따뜻해진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얻고 누군가를 신경쓴다는 건 이렇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이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