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1.09.06
한남대 명예교수
[금강일보]
파 한 단 샀는데, 삼천 원이라네. 상추 좀 샀고, 오이 좀 샀는데 팔천 원이여. 지난 번 수박 한 덩이에 이만 원도 넘었어. 시장 보기가 무섭다니까. 야채 값하고 과일 값이 너무 비싸네. 명절이 돌아온다고 좀 이해는 하지만, 너무 비싸. 길을 가거나 버스를 타거나 정류장에서 기다리다 보면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어 이누무 비는 왜 이렇게 자주 온댜?! 지금까지는 괜찮았는데 이렇게 계속 비가 오면 탄저병 한 번 돌면 고추농사는 싹 망하는데. 아직은 괜찮지만 저 너머 사람네는 아주 녹아버렸대요. 수박 농사는 잘 됐나요? 잘 됐는데, 나중에 다 판매한 다음에 종합 계산 해 봐야 알아요. 뼈빠지게 일했는데, 한 번 삐끗하면 다 헛일이요. 지금 잘 됐다고 안심 못해요. 마지막 걷을 때까지 하늘이 도와주셔야지. 이런 말은 농촌에 가서 일하시는 분들과 한두 마디 말을 건네보면 언제나 나오는 같은 소리다.
옛날부터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가야 한다고, 우리 애새끼들은 등태기로 지게 지는 거는 면해야 할 텐데. 평생 땅파먹고 살아봐야 사람 노릇도 못하고. 이리 채이고 저리 밀쳐지며 사람을 사람으로 인정해 주지도 않아.
이것은 그렇게 멀지 않은 옛날까지 농촌에서 일하던 어른들이 자기 자식들은 다른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맘에서 한 소원의 말이었다. 그렇게 되면서 산업화가 활발해지면서 마치 진공청소기에 먼지 빨려들어가듯이 농어촌의 젊은이들은 도시로 빠져나갔다.
형편이 되는 가족은 온 식구들이 다 그렇게 도시로 떠나갔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자식들만 좋은 교육을 받게 해야 한다고 역시 시골을 떠났다. 그렇게 하여 시골에는 빈 집이 하나 둘 빠르게 늘고, 세월이 흐름에 따라서 시골에 남아 있던 젊은이였던 사람들은 늙어갔고, 떠나간 자식들은 특별한 일이 있을 때나 찾아올 뿐 시골생활을 접게 되었다.
마을에는 어린아이 울음이 사라졌고, 시골 학교들은 폐쇄되거나 몇 백 명씩 하던 학교들은 겨우 삼사십 명으로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교육조건이 좋아져서 탁월한 교육을 하게 됐지만, 도시로 유학을 떠났던 사람들은 시골학교로 아이들을 보내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시골에서는 젊은이들 보기가 힘이 들고, 육십 대가 젊은이요, 칠 팔십 대의 노인들이 힘겹게 농사를 하거나 고기를 잡는다.
농기구들이 발달하여 옛날 직접 사람의 힘으로 하던 일들은 기계가 대신하게 됐다. 농기구를 구비해야 겨우 농사를 할 수 있다. 한 사람이 짓는 농토는 자기 것이든 남의 것을 빌려서 하든 훨씬 넓어졌다. 한 해 열심히 일하여 농기구 하나 마련하고, 그 힘으로 농사를 한다. 물론 농기구 살 자금을 지원하여 준다고 하지만, 언제나 남는 것은 빚이다. 농기구값을 치르고 나면 다시 새 농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옛날에 비하여 육체노동은 줄었을지 모르지만, 그 대신 여러 농기구를 구비해야하기 때문에 빚이 늘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들이 먹는 식량을 생산하는 늙은 농부들이 사라지면 대체 일력을 어떻게 마련한 것인가? 귀농학교를 거쳐서 들어오는 젊은 인력도 가끔 있지만, 그것으로 농촌 인력이 보충되는 것은 아니다. 넓게 특수농작물을 관리하는 이들은 그에 따른 인력이 필요하다. 대개 외국에서 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몇 개월씩 쓰기도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되면서 그것도 어려워졌다. 어떻게 대체인력을 보충할 것인가?
이차 산업, 삼차 산업을 넘어 지금은 사차 산업 시대라고 한다. 일차 산업은 부가가치가 없고, 이차 산업은 오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도 삼차 사차 산업에 집중한다. 물론 그것들이 대세이면서, 그렇게 해야 경제가 발전하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일차 산업이 흥행하지 않으면 사람이 먹고 살아가는 데는 굉장한 고통이 따른다. 아무리 높은 경제성장을 한다고 할지라도 물과 공기와 식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질높은 삶을 살 수는 없게 된다. 지금 농사하는 무수히 많은 종류들을 볼 때 우리 스스로 종자를 개발하는 것이 별로 많지가 않다. 벌써 종자 종속체제에 들어간 지 오래다.
나는 여기에서 농어촌 산촌 인력을 확보할 몇 가지 엉뚱한 제안을 한다.
군대의 대체복무나 공익근무 영역을 일차산업인 농업 어업 산림업 분야에 투입하는 것이 좋겠다. 인력관리체계를 확립하여 농업 어업 산림업에 필요한 인력을 파악하여 적절히 조절하는 체계를 만들면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일정한 기간 그 일에 복무하면, 그 중 일부는 스스로 일차산업에 종사하는 것을 자기 일로 삼을 수 있는 이들이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대학생들이 인턴이나 직업체험을 할 때, 또 고등학생들이 직업체험을 할 때 일차산업 분야에서 경험하게 하는 것을 교육과정으로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그것도 역시 좋은 스펙이 될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이렇게 하면 일차산업분야의 일을 경험하는 젊은이들은 새로운 것을 체험하기에 생기가 날 것이고, 정체되고 잠잠한 듯한 노년일력만이 있는 분위기에 젊은 기운이 확실히 감돌게 될 것이다. 물론 농어촌에 상당히 많은 지원을 하고 삶의 질을 높게 하기 위하여 역대 정부들이 노력하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새로운 젊은 인력이 계속하여 나오지 않는 한 재정지원이나 기술지원 정도로 활발한 일차산업 분야를 살릴 수는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일차산업은 모든 산업의 기초요, 삶의 기본이다. 교육과 정책과 언론의 활동을 통해 젊은이들이 일차산업 부문에서 직업체험을 할 수 있는 운동을 벌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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