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 책산업의 빠른 변화 속에서
기자명 금강일보 입력 2021.08.23
[금강일보] 처음 활자가 나오면서 지식산업의 확산과 변화는 인류 문명 전환에 굉장히 큰 역할을 하였다. 특히 인쇄술의 발달로 지식을 담고 전달하는 책산업이 빠르고 넓게 확산되었다. 여기서 책산업이라면 글쓰고 인쇄하고 책을 만들고 판매하고 책을 읽는 것을 통틀어 말한다. 이러한 책산업이 발달하면서 특수한 사람들만 소유하던 지식정보의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는 책이 일반 사람들에게도 쉽게 찾아가게 되었다. 그것으로 인문정신이 매우 넓고 깊게 퍼졌다. 지식정보의 보편화,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하여 사람들은 쉽고 빠르게 고급 지식정보를 얻게 되었다. 한 동안 책은 참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였다. 옳고 그름에 어떤 다툼이 있을 때는 ‘책에 그렇게 나와 있어!’ 하는 말로 결론을 내릴 때가 많았다. 이렇게 책은 특수한 사람들이 가졌다고 보든 지혜와 지식의 마법을 모두가 소유할 수 있는 것으로 풀어 밝혀 놓았다. 그런 것을 해결해 주던 곳이 출판사와 서점이었다.
그런데 그것들의 양상이 몹시 빠르게 달라졌다. 인쇄술과 책을 만드는 기술이 달라지면서 출판문화의 양상도 매우 크게 달라졌다. 오랜 전통을 가졌던 이렇다 할 유명한 출판사들이 문을 닫았다. 크고 값이 나가는 기계를 중심으로 하던 제책산업이 간편해졌다. 복잡하고 힘든 과정을 요구하던 윤전기나 활자들 그리고 책을 매던 기계들이 고물이 되었다. 작은 출판사들이 많이 새로 나왔다. 글을 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작은 도서관운동으로 국립, 도립, 시립, 대학과 중고등학교의 교육기관에만 있던 도서관들이 마을단위로 확산되었다. 그 숫자로만 보면 독서인구가 상당히 많이 는 듯이 보인다. 그런데 시내에 서점들은 금방 느낄 수 있을만큼 아주 적어졌다. 어느 지역에는 아예 서점 자체가 없다. 물론 책의 유통과정이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출판사-총판-지역서점을 연결고리로 하던 유통구조가 매우 빠르게 해체되고 달라졌다.
이른바 인터넷 판매라는 새로운 유통산업이 발달하면서 지역의 서점들은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사람들이 오고가기에 좋은 곳에 넓은 장소를 마련하여 많은 책을 확보하고 사람들이 직접 와서 책을 보고 사게 되던 과정과 방법이 달라졌다. 인터넷 검색과정을 통하여 새로 나온 책의 정보를 얻고, 곧바로 그 자리에서 주문하여 자기 집에서 받아보게 되었다. 그러니 총판이나 서점이란 중간 과정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특히 책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얻던 고급 지식정보들이 상당한 부분 인터넷에 올려진 지식정보로 대체되었다. 지식정보를 얻기 위한 책읽기는 빛을 바랬다. 이러할 때 모든 큰 서점들은 굉장히 많은 새로운 문화상품을 개발하여 서점문화를 바꾸고 활발하게 하려고 노력하였다. 그 중 하나로 나는 대전 계룡문고 이동선 대표의 활동을 생각해 본다.
그는 대전 구도심에 넓은 장소를 확보하여 ‘계룡문고’라는 큰 서점을 꾸렸다. 서점 경기가 별로 밝게 보이지 않을 때인데도 그는 고집스럽게 그렇게 하였다. 그러면서 책읽기 운동을 끊임없이 전개하였다. 특히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들로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어린 학생들이 그 어린 시절에 책을 만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그는 가졌다. 특히 그림책을 읽어주는 운동을 통하여 어린이들이 직접 서점을 방문하여 책을 골라보는 운동도 벌였다. 어린이들 자신이 그렇게 책을 고를 때 그는 꼭 그 책을 읽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 책읽기운동을 벌이면서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사람이 아니라, 책을 읽는 버릇을 어린 시절부터 길러야 사람답게 살고 품격이 높은 사회가 된다는 깊고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그의 서점운영은 책판매라는 영업행위를 넘어서 책읽기를 통한 인문운동의 확산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인문운동의 일환으로 어린이 책읽기 코너와 청소년들의 진로탐색 코너 등을 만들어 개방한다. 그런 것들을 찾고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책을 사는 사람들은 아주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높은 임대료를 내고, 일하는 많은 직원들의 임금을 줄 수가 없게 된다. 내가 가끔 서점을 방문할 때마다 매대에 진열된 책들이 줄고, 일하는 직원들의 수가 줄어드는 것을 보게 되었다. 지금은 그 넓은 서점에 아주 적은 수의 직원만이 일을 한다. 오래도록 기쁘고 정답게 일하던 직원 중에서 누구인가를 먼저 내보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운영이 되지 않는 가게인데 더 이상 고용할 수가 없게 된다. 어느 정도 전망이 있을 때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처리하겠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한 사정을 보고 들을 때 맘이 참 아프다. 여러 해 동안 계룡문고는 대전에서 책문화의 중심역할을 잘 담당하던 곳이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그 자리가 없어질 위기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해야 할까? 회생의 길은 없는 것일까? 모든 학교의 교과서들을 지역 서점을 통하여서만 구입하도록 하면 될까? 각종 도서관에 들어가는 책들은 꼭 그 지역 서점들을 통하여서만 구입하도록 하면 될까? 물론 상당한 부분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적극 활동이 펼쳐져야 할 것이다. 출판문화를 지원하듯이 지역서점을 지원하는 정책이 활발하게 일어나면 좋겠다. 좋은 삶을 살던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는 큰 도서관 하나가 사라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지역의 좋은 서점 하나가 문을 닫는 것은 지역의 인문운동의 핵심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계룡문고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 서점들이 활발하게 살아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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