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6

교회협 “WCC 공동선언문, 수용할 수 없다”-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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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협 “WCC 공동선언문, 수용할 수 없다”


NCCK 김근상 회장, ‘대국민 담화문’ 발표


민성식 (ecuman@naver.com)

등록일:2013-01-28 8:03:02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김근상 대한성공회 의장주교는 25일 대 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지난 13일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 총회를 위한 전진대회에서 발표된 ‘공동선언문’의 내용을 수용할 수 없으며, 문서가 나오는 과정에서 씻을 수 없는 과오가 있었던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NCCK 김근상회장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 모습.(사진=NCCK)

NCCK 김영주 총무를 비롯해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홍재철 대표회장,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 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 그리고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총회 준비위원장 길자연 목사 등 4인이 서명한 문제의 ‘공동선언문’은 WCC와 NCCK 등 에큐메니칼운동 진영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개종 강요 금지 반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발표될 당시부터 문제가 됐다. 특히 이번 부산 총회에서 채택될 ‘WCC 선교선언’이 ‘개종강요 금지’를 전도와 선교의 원칙으로 밝히고 있어서, ‘WCC 총회를 잘 치르자고 발표한 선언문이 오히려 WCC의 선교론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더욱이 이런 잘못된 내용의 선언문에 부산 총회 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인 감삼환 목사와 상임집행위원장이자 NCCK 총무인 김영주 목사가 서명을 한 것을 놓고, 국내 에큐메니칼운동권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이미 지난 17일 열린 NCCK 실행위원회에서 이 선언문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으며, 에규메니칼 단체들과 에큐메니칼 기독여성계, 그리고 성공회대학교 교수들이 이 선언문의 폐기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날 발표된 김근상 회장의 담화문은 이런 논란에 대한 NCCK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근상 회장이 담화문을 통해 밝힌 것은 모두 네 가지. 먼저, WCC 부산 총회를 준비해 나가면서 ‘WCC가 기본적으로 합의한 교회일치 선언 안에서 대화하고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WCC의 에큐메니칼 정신에서 벗어나는 방식으로는 총회를 준비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두 번째는, 선언문에 한국 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와 상임집행위원장이자 NCCK 총무인 김영주 목사의 서명이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WCC나 NCCK의 의지가 담겼다고 볼 수 없으며, WCC 10차 총회를 모두의 잔치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은 WCC나 NCCK의 정신 안에서만 가능한 일임을 주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에큐메니즘을 벗어난 이념이나 방식으로 협력이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연합과 일치를 위한 행동은 어느 경우에라도 제한적 조치를 포함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1.13 선언문의 형식과 제한적 조치들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동선언문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언문에 담긴 적절치 못한 표현으로 깊이 상처를 입은 여러 사람들과 단체, 특히 정교회와 가톨릭 교회에 마음을 담아 사과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번 실행위원회에서 이 선언문이 담고 있는 신학적 문제를 제기한 정교회측과, 부산 총회를 위해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고 있는 한국 천주교회를 배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개종 강요’에 대해 가장 민감한 교회가 바로 정교회와 가톨릭 교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근상 회장의 담화문에는 중요한 두 가지에 대한 명백한 입장이 들어 있지 않다. 하나는, 공동선언문에 반발하는 국내 에큐메니칼 운동권에서 요구해 온 ‘선언문 폐기’이고 또 하나는 이유야 어찌됐건 에큐메니즘을 벗어난 내용에 서명을 한 NCCK 김영주 총무에 대한 문책이 그것이다.

먼저, 선언문 ‘폐기’ 문제와 관련 김근상 회장은, “선언문에 NCCK의 논의구조를 거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우리들 중 누구도 그 내용에 합의해 준 적이 없기 때문에 ‘폐기’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공식적으로 다루거나 결의한 일이 없는 문서를 폐기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는 것이다.

또, 김영주 총무에 대한 문책에 있어서는, “물론 서명을 한 행위 자체는 용납하기 힘들다”면서도, “그러나 김총무 자신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의 상황에서 NCCK 총무와 한국 준비위원회 상임집행위원장 직을 유보하거나 사임하는 것은 오히려 부산 총회 준비에 더 큰 차질을 초래할 것이라는 게 25일 아침에 모임을 가진 NCCK 회원교단장들의 뜻”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김총무에 대해서는 회장이 “엄중히 경고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선언문의 내용이 안고 있는 신학적 문제를 제기한 바 있는 한국정교회의 암브리시오스 대주교는, 이번 담화문에 대해 “그리스도 안에서 회개하고 사과한 것은 당연히 받아들인다”고 밝히면서도, “정교회가 에큐메니칼운동에 참여하는 이유는 신학적 대화를 통해 하나가 되자는 것이므로, 앞으로 NCCK나 WCC에서 이런 정교회의 의지에 반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NCCK는 물론 WCC에도 정교회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근상 회장의 담화문이 담은 내용은, 선언문 사태와 관련해서 ‘최선도 최악도 선택할 수 없는 입장’에서 나온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최선은 에큐메니칼 운동권의 요구대로 이 선언문을 ‘폐기’하는 것이지만, 이것은 NCCK 스스로 선언문이 나온 과정에 가담해 그 내용을 용인했다고 인정하는 것과도 같다. NCCK로서는 도저히 선택할 수 없는 옵션이다.

‘최악’은 ‘그렇게 논의도 합의도 되지 않은 선언문에 독자적으로 총무가 서명을 했다’는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김영주 총무에게 사임 등의 문책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선언문의 내용이나, 그 선언문을 김총무 앞에 내놓고 서명을 종용하기까지의 과정과는 상관없이, 모든 ‘죄’를 김총무에게만 뒤집어씌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문제의 본질인 ‘선언문의 내용’과 그 안에 들어 있는 몇몇 인사들의 ‘음험한 의도’가 묻혀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김근상 회장의 담화문 발표로, 문제의 선언문은 ‘없던 일’이 된 것이 아니라 ‘NCCK와는 상관 없는 것’이 돼 버렸다. 이것은 차후 이 선언문으로 인한 ‘불씨’가 언제든 되살아날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당장 한기총 등에서 “총무가 서명한 문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함께 서명한 한국 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의 신뢰성을 문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담화문으로 NCCK와 선언문 사이의 선은 어느 정도 그어졌다고 할 수 있지만, 부산 총회 한국 준비위원회와 선언문 사이의 선은 전혀 그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이번 사태의 핵심은 NCCK 김영주 총무라기보다는, 사태가 이렇게 흘러가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한국 준비위원회, 더 정확히는 김삼환 상임위원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준비위원회 상임위원회가 모인 자리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든 정리되고 넘어가야 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누구도 이를 분명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준비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계속돼 온 ‘엉거주춤하고 어정쩡한 상황’이 선언문 사태를 겪고도 해소되기 힘든 분위기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이번 선언문 사태로 인해 에큐메니칼 운동권이 입은 상처가 치유되기 힘들다는 사실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에큐메니칼 운동권은 사전대회, 워크숍 등 부산 총회의 각종 프로그램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주체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참여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비로소 부산 총회가 한국 에큐메니칼운동 발전해 기여하는 총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폐기’냐 아니냐의 형식 논리에 집착하기보다는, 이들이 기쁜 마음으로 부산 총회를 준비하고, 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치유’의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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