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오들에 깊은 용서를 바란다"…노태우씨 유언 공개[JTBC] 입력 2021-10-27 07:30 수정 2021-10-2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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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점 과오들에 대해 깊은 용서를 바란다"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 노태우 씨가 어제(26일) 세상을 떠나기 전 가족들에게 남겼던 생전 유언이 공개됐습니다. 육사 11기 동기로 앞서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 씨와 함께 12.12 군사 쿠데타를 주도하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했던 고인은 유족의 입을 통해 뒤늦게 용서를 구했습니다. 하지만 5.18 기념재단 등 광주의 5월 단체들은 "노씨가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죗값을 반드시 평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고인이 남긴 큰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않은 만큼 국가장이나 국립묘지 안장 여부 등 장례 절차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빈소는 오늘 오전 서울대병원에 차려질 예정입니다.
강버들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서 영광스러웠다'
'나름의 노력을 다했지만, 부족한 점과 과오에 대해 깊은 용서를 바란다'
오랜 병상 생활 끝에 89세로 세상을 떠난 전직 대통령 노태우 씨가 생전에 남긴 말이 공개됐습니다.
직업 군인이던 노씨가 이른바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건, 쿠데타와 광주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을 통해서였습니다.
먼저 대통령이 된 육사 동기 전두환 씨 밑에서 장관만 세 번을 지내며 2인자의 지위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신군부 치하에서도 세상은 변했고,
[노태우/대한민국 13대 대통령 : 이제 온 세상은 민주화의 물결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민주화, 참 좋지요. 얼마나 좋습니까?]
여당 대선 후보일 때는 6월 항쟁으로 터져 나온 직선제 요구, 첫 직선제 대통령이 된 뒤에는 5공 청산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퇴임 후에는 '역사 바로 세우기' 분위기 속에 쿠데타, 광주 유혈진압, 수천억 원의 비자금 조성 혐의로 법정에 서야 했습니다.
구속 수감 2년 만에 특별사면으로 풀려났지만, 전직 대통령 예우는 박탈당했습니다.
[유영민/대통령 비서실장 (어제) : 사면, 복권, 예우 박탈 등을 국가장 시행의 제한 사유로 명시를 안 해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장은 가능하다. 그러나 절차가 필요하다.]
국가장 여부는 광주 관련 단체와 진보 진영의 반대 속에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는 아직까지 별세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오늘 오전 서울대병원에 빈소를 차릴 예정인 유족들은 "장례 절차는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과 화해, 불가침을 합의하기도 한 고인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평화 통일을 다음 세대가 꼭 이루길 바란다는 말도 남겼는데, 유족들은 이런 뜻을 새겨 장지는 통일동산이 있는 파주로 하길 원한다는 입장입니다.
(영상그래픽 : 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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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 Ju Kim
1 h ·
우리가 누군가를 용서할 수 있는 위치에 설 때 우리는 신이 될 수 있다. 용서받아야 할 그에게 그리스도가 되어줄 수 있다. 자주 용서받아야 하는 우리가 용서를 해줄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는 예외적이고 드문 순간이 있다.
#용서
0 comments
Hyun Ju Kim
2 h ·
어떤 사랑이 생각나네요
Piazza d'Este
0t2on2m2l0ialh0hrlfgdii ·
Clorofilla
3 comments
Sejin Pak
깻잎은 자격이 없는가보아요
· Reply · 1 h
Hyun Ju Kim
Sejin Pak 그라데이션이 포인트입니다~
· Reply · 1 h
Hyun Ju Kim
0t3on2m2loiah10hrlfedi ·
엄마 수도꼭지는 똥그랗잖아
우린 똥그란 물밖에 못 마시는 거야
아 갑자기 슬퍼졌어
3 comments
Sejin Pak
물은 담기는 그릇에 형태를 마추어 가는 것이란다.
“Be like water, my friend.”
Bruce Lee.
· Reply · 1 h
Hyun Ju Kim
브루스 리는 진정한 고수였어요.
· Reply · 1 h
Hyun Ju Kim
0t4on2m2loiah10hrlfedi ·
기사에 기대했던 유언은 너무 간단하게 적었지만...
나에게 노태우는 6.29 선언이다.
야당도 놀랐지만 여당도 놀랐고 학생들도 놀랐고 회사원도 놀랐던 87년에 나는 중학생이었어도 노태우의 6.29선언이 시끄럽고 매캐한 데모를 끝내고 새로운 민주주의를 시작시켰음을 알았었다.
87년 가을 노동쟁의를 알게 된 것은 대학에 들어간 후였다. 6.29 민주화선언과 가을 반혁명과 끔찍하게 진압당한 노동쟁의는 박근혜 촛불혁명과 문재인의 반혁명에서 동일과정으로 되풀이되었다. 그랬다고 촛불이 시시해지지 않듯 6.29 민주화선언은 집권당이 굴복하여 직선제를 얻어낸 학생시민운동의 승리로 기억되어야 한다. 거기에 노태우가 있었다.
나에게 노태우는 시민혁명에 가담한 귀족이고 노동운동에 몸담은 사용자다. 집권당대표로서의 권한을 노태우처럼 멋지고 값지게 쓴 사람은 아직 없었다. 물태우라는 별명에 걸맞게 대통령 노태우는 보통사람이었다. 직선제로 당선된 최초의 대통령이었고 국민의 한 표가 얼마나 무거운지 아는 사람이었다.
광주에서 학살은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전방에서 탱크를 광주로 보낼 권한이 있는 자에게 물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시민에게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 이, 칼로 사람을 벤 이, 곤봉으로 머리를 깬 이, 들의 양심적인 고백은 없었다. 가해자에게 양심이 없어서이겠는가? 그들도 사람이다. 악몽을 꾸고 죄책을 느끼고 트라우마에 갇혀 있을 것이다. 사과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과를 받아줄 양심이 시민대중에게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노태우의 아들이 조아려도, 당사자가 죽어가며 유언으로 사과를 하여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과 화해는 불가능하다.
일본의 사과가 부족하다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과하면 사과로 받아줄 수 있느냐고 묻고 싶다. 기꺼이 해달라는 대로 해 주고 싶다는 마음을 나는 일본인에게서 보았다. 꼿꼿히 버티는 전두환도 한켠에 풀고 싶은 후회가 왜 없겠는가. 그가 마음을 풀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알기 때문에, 물태우의 물탄 사과에도 잦아들지 않는 사람들의 독설을 보며 혀를 차고 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우리가 화해가 불가능한 구조로 원한을 끌고 들어가는 일을 멈추었으면 한다. 북한과 전쟁을 치룬 생존자들이 아직 생존하는 대한민국에서 통일은 화해를 말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통일은 하나됨이 아니라 그저 화해일 뿐이다. 화해하면 전쟁은 끝나고 전쟁하느라 고생할 일이 없어지고 서로 편해지고 성장하고 행복해질 것이다.
노태우가 죽음의 순간에 오월광주를 기억하고 사과할 때 우리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안해진다면, 당시 스무살 청년이던 진압군인들이 곤봉을 휘두르고 총을 쏘았던 괴로움을 고백하고 사십 년 갇혔던 기억의 감옥에서 풀려날 수 있을텐데... 우리는 사과하지 말고 더 고통을 받으라고 저주하고 있다. 우리는 다 같은 인간인데 말이다.
나와 같은 인간이었던 노태우 대통령님의 안식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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