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함께 지냈는데 테러리스트? 사원 건축 사실 숨긴 적 없고, 배후 조직도 없어" < 사회 < 기사본문 - 뉴스앤조이
"7년간 함께 지냈는데 테러리스트? 사원 건축 사실 숨긴 적 없고, 배후 조직도 없어"
[인터뷰] 경북대 유학생 무아즈 라작 "누군가 이웃들에게 무슬림 두려움 심어…두려움 있다면 우리와 대화 통해 해결해야"
기자명 나수진 기자
승인 2021.10.19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2018년 한국의 종교 현황'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이슬람 신자는 약 11만 명이다. 한국인 이슬람 신자도 4만여 명에 달한다. 하루 다섯 번 기도할 의무를 가진 무슬림에게는 함께 모여 예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는 2018년 기준 전국에 이맘(지도자)·민바르(설교단)·미흐랍(메카 방향을 나타내는 벽감) 등을 갖춘 돔 형태의 사원인 '모스크'가 17개, 소규모 기도처인 '무살라'가 123개 있다고 밝혔다. 국내 이슬람 사원 70곳을 찾아다닌 이수정 박사(한국외국어대학교)는 '한국 내 모스크 분포와 이용에 대한 현황 연구'에서, 이슬람 사원 대부분은 이주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단 주변에 위치하거나, 유학생들이 있는 대학가·주택가에 자리한다고 분석했다.
대구광역시 북구 대현동에도 무슬림 유학생들을 위한 기도처 '다룰이맘경북이슬라믹센터'가 있다. 지난해 12월 유학생들은 구청의 허가를 받고 기도처를 증축(사원으로 변경)하는 공사를 진행했는데, 동네 주민들과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8개월째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주민들과 관계가 나빴던 건 아니다. 무슬림 유학생들과 주민들은 지난 7년간 아무 갈등 없이 공존해 왔다. 주민들은 사원이 들어서면 지역이 '이슬람화', '슬럼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반면, 유학생들은 누군가가 주민들에게 '두려움'을 심어 준 탓에 문제가 커졌다고 억울해하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대현동 일대를 직접 찾아가 이슬람 사원 건축을 둘러싼 갈등을 취재해 봤다. - 기자 주
무슬림 유학생들이 이슬람 사원 건축 현장 인근에 마련된 임시 기도처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다.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오후 4시 15분. 임시 기도처에 이슬람 유학생들이 하나둘 들어섰다. 성지인 메카 방향을 향해 양탄자가 놓였다. 맨 앞에 선 인도자가 '쿠란'(이슬람 경전) 암송을 마치자, 두 손으로 무릎을 짚은 이들이 여러 차례 몸을 굽혔다. 이마와 코끝이 땅에 닿도록 절하는 이슬람식 기도법이다. 아침 6시, 오후 12시 20분, 4시 15분, 5시, 6시 30분. 이렇게 하루 다섯 번, 무슬림 유학생들은 해가 뜨기 직전부터 해가 질 때까지 이슬람식 예배 '살라트'에 참여한다.
8개월째 공사가 중단된 대구광역시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 공사 현장 앞에는 임시 기도처가 생겼다. 보통 하루에 무슬림 유학생 20~30명이 이슬람 사원 건축 반대 현수막을 지나 이곳으로 온다. 사원을 건축하며 주차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로 매입한 곳이었지만, 공사 중지 기간이 기약 없이 길어지면서 유학생들이 이곳에 머무는 기간도 덩달아 늘어났다.
<뉴스앤조이>는 10월 14일, 대현동 이슬람 임시 기도처에서 파키스탄에서 온 유학생 무아즈 라작(25)을 만났다. 그는 2019년부터 경북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석·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3년째 대현동에 살고 있는 동네 주민 라작은 최근 사원 건축을 둘러싼 갈등을 겪으며 이웃들의 반대 목소리를 처음 접했다. 올해 2월, 사원 건축 공사가 중단된 이후로 그는 언론 인터뷰를 도맡는 등 무슬림 유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라작은 "한국에 있는 이슬람 사원들은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아잔'도 울리지 않는다. 예배를 드릴 때도 기도 인도는 한 명이 하고 대부분 침묵하기 때문에 시끄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한쪽에서는 기도가 진행됐지만, 작은 음성으로 한 차례 쿠란을 암송하는 것 외에 별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라작과 대화를 나눈 지 10여 분 정도 지났을까. 유학생들은 기도를 마치고 학교·연구실 등지로 돌아갔다. 라작과의 인터뷰에는 평소 그와 교류해 온 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박성민 목사가 통역으로 도움을 줬다. 그와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경북대학교 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파키스탄 출신 무아즈 라작(25). 뉴스앤조이 나수진
- 사원 건축 이전에 이웃들과 갈등은 없었나.
2014년부터 기도처를 이용해 왔지만 그 어떤 충돌도 없었다. 이웃들은 냄새와 소음을 불편 사항으로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대현동에서 세 들어 살고 있는 이웃이기도 하다. 만약 냄새가 문제라면, 모스크에서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집에서도 냄새가 났을 텐데 이웃들은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만약 이웃들이 우리에게 이야기했다면, 우리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일례로 사원을 건축하며 이웃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굴뚝을 세워 냄새를 방지하려 하기도 했다.
소음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사원에서 '아잔'을 울리지만, 소리가 크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사원에서 울리지 않는다. 기존 기도처가 방음이 잘 되지 않아, 새로 짓는 사원에는 방음장치를 설치하려고 했다. 예배드릴 때 기도하는 것은 한 명이 인도하고 대부분 침묵하니 그 자체로는 시끄럽지 않다. 오히려 유학생들이 사원 밖에서 수다를 떨면 소음이 발생할 수는 있는데, 예배가 끝나고도 되도록 안에서만 얘기하도록 해서 소음을 방지할 예정이었다.
이것은 이슬람 사원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살았던 파키스탄의 페샤와르 지역에서는 오히려 모스크와 벽을 맞대고 있는 대형 교회에서도 종을 울렸다. 나는 지금도 교회 옆에 살고 있지만, 일요일마다 나는 소리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 대현동에 이슬람 사원을 건축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
우리는 무슬림 유학생들이다. 무슬림은 하루 다섯 번 기도를 해야 하기 때문에 기도할 공간이 필요하다. 기도 시간은 정해져 있고, 외출 시간은 한정돼 있어 기도를 마치고 빨리 연구소로 돌아가야 하는데 지금의 장소가 여러 면에서 적합했다. 매입 당시 부지가 저렴했다는 점도 있었다. 우리 유학생들은 장학금과 연구소에서 일한 돈을 매달 조금씩 모아 건축 비용을 마련했다. 이웃들은 우리를 후원하는 배후 조직이 있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런 조직이 있다면 왜 굳이 이곳에 건축하겠나. 그랬다면 진작에 다른 장소로 옮겨 가 더 큰 모스크를 지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원을 건축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기존 기도처로 사용했던 공간이 비좁았기 때문이다. 단층 주택을 매입해 만든 기도처에는 하루 평균 40여 명이 모였지만, 금요일마다 열리는 정기 예배 때는 70~80명이 모였다. 자리가 없어 마당에 서서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경북대에 있는 무슬림 유학생들을 수용하기에 이미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증축하게 된 것이다. 사원이 건축되면 이웃들이 호소하는 소음·냄새 피해들도 해결될 수 있다.
무슬림 유학생들은 기존 기도소가 비좁아 'ㄱ'자 형태의 2층 건물을 증축하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사원 증축 공사는 주민들 반대로 철골만 올라간 채 중단됐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 사원 건축 부지는 주택 밀집 지역에 위치해 있다. 다른 곳에 지을 수는 없는 건가.
이웃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 가라고 하지만, 대안적인 장소가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는 이미 이 장소에 투자했고, 법적인 허가도 받았다.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고 재정적 여유가 많지 않은데, 또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만약 다른 장소로 옮긴다고 해도, 인근 이웃들이 또다시 반대하지 않으리라고 누가 보장하나.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그럼에도 지금의 장소와 면적, 금액, 학교와의 거리 등 조건이 맞는 곳이 있다면 얼마든지 옮겨 갈 의향이 있다.
- 주민들은 사원 건축 사실을 몰랐다며 무슬림들에게 속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사원이 아닌 거처를 짓는다는 식으로 사원 건축을 숨긴 적은 전혀 없다. 왜 우리가 이곳에 집을 짓겠나. 대부분의 무슬림 유학생은 유학 과정을 마치면 본국으로 돌아간다. 한국에 영구적으로 머물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집을 짓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렇게까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기에 사원을 짓는다고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않았을 뿐, 분명 이웃들에게 우리의 장소를 다시 짓는다고 이야기했다. 이곳이 원래 무슬림들의 기도처라는 건 인근 이웃들이 다 아는 사실이었다. 증축을 해도 당연히 같은 목적으로 사용되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건축할 때 법적으로 주민 허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종교적·윤리적 이유로 사전에 이웃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건축주들은 착공 전 인근 이웃을 만나 선물을 교환하며 양해를 구했고, 도로나 소유물에 대해서도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건축 과정에서 모스크 맞은편 주택 담벼락에 금이 가자, 건축이 끝나면 담을 다시 쌓고 도로도 새로 놓자고 유학생들이 모여서 논의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이웃들과 더불어 계속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웃들과 대화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라작은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거듭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반문했다. 그는 이슬람 사원 건축 문제가 찬반을 넘어 이슬람교에 대한 왜곡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 이슬람 사원이 들어오면 치안이 불안해진다고 이야기하는 주민들도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사원 건축 이전에는 이웃들이 전혀 그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웃들은 위협이 된다고 말하는데,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7년을 같이 살았겠나. 우리가 테러리스트라면, 경찰에게 연락했을 텐데 그런 일은 없었다. 누군가 이웃들에게 두려움을 심어 준 것 같다. 현재 상황은 사원 건축 반대를 넘어 이슬람 종교 자체에 대한 문제로 변질됐다. 모스크가 아니라 이슬람을 반대하는 것이다. 어떤 뉴스에서는 쿠란에 '무슬림이 아니면 다 죽이라'는 내용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쿠란을 잘못 해석해서 생기는 일이다. 이슬람의 가르침은 소수자를 어떻게 잘 대할 것인가를 강조한다.
우리를 테러리스트라고 하는 것은 무슬림을 향한 괴롭힘이다. 만약 가족들이랑 길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한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나. 테러리스트들이 모두 무슬림이라는 주장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퍼져 있지만, 이것은 선동에 불과하다. 나는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테러리스트라는 사례를 무수히 댈 수 있다. 기독교인들이나 브라만들(힌두교 성직자·학자 계급)이 테러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모든 기독교인이나 힌두교인들에게 테러리스트라고 말하지 않는다. 어느 종교에나 나쁜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잘못한 사람의 행위 자체가 문제이지, 그의 종교나 인종을 비난할 수는 없다. 일부 극우 성향을 가진 사람들 때문에 집단 전체를 매도하는 일은 잘못된 것이다. 나는 근본적으로 그런 테러리스트들은 진정한 종교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스크는 단순히 기도하는 곳이다. 모스크에서 누군가가 특별한 것을 계획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이슬람 사원이 들어오면 대현동이 이슬람화할 것이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전국 각지에 이슬람 사원이 있다. 그렇다고 해당 지역들이 모두 이슬람화하기라도 했나. 우리가 거대한 모스크를 짓는 것도 아니고 2층 건물을 개조해 짓는 건데, 이게 과연 이웃들의 주장처럼 치명적인 일인가.
이번 일로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낙인이 생기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몇몇 유학생들은 임대차계약 연장을 거부당해 이사를 가야 했고, 어디서 온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길거리에서 공격적인 발언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이웃들이 우리를 반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슬림을 향한 두려움이 있다면 우리와 대화를 통해 해결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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