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gok Lee
22 m ·
어제원불교대학원 대학교로 김경일 총장에게 이사 신고 겸 인사를 드리려고 찾아뵈었다.
총장실이 작고 소박하여 원불교의 검소한 체취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침 그저께 인사이동이 있었다고 한다. 총장직에서 영산 성지로 새로운 보임을 맡아 떠나게 되셨다고 한다.
나는 원불교 교인은 아니지만, 원불교와는 사상적으로 깊은 만남이 있었고, 어머니를 임종시까지 10여년 모신 요양원도 원불교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몇 번 만나지 않았어도 마음으로 깊이 통하는 바가 있어서, 익산으로 이사 와서 교분을 더 깊게 할 생각이었는데, 마침 영광으로 떠나신다니 서운한 마음도 있었지만, 영산으로 와서 2~3일 쉬어가라는 말씀에 더 깊게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서 영산까지 1시간 30분 거리라니까, 아직은 운전이 가능하기도 하다.
어제 점심을 겸해서 세 시간 정도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귀한 책과 원광제약에서 만든 경옥고를 선물 받았다.
마음과 몸의 보약을 함께 선물 받은 셈이다.
김 교무님과의 교분이 만년의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새벽에 정산종사의 건국론을 읽다가, 해방 후 그 시기에 느꼈던 정산종사의 심경이 70년 후까지도 현실적인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이 있어서 한편 안타까운 마음으로 ‘건국론’의 일부를 발췌해서 소개한다.
===
“현하 문명국가의 민족을 본다면
평소에는 혹 사상도 달리하고 세력 투쟁도 하다가 나라에 일이 있으면 혼연히 귀합하여 철석같은 일환이 되며,
평소에는 혹 사사에 집착하고 이욕에 몰두하다가도 나라에 일이 있으면 번연개오하여 국가의 경제에 집중하며...(중략),
지금 조선에 있어서는 모든 것이 이와 정반대로 되고 있으니
이것이 다 우리의 각성이 적은 원인이요 훈련이 부족한 관계라고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요사이 인심의 상태를 대개 본다면 공연히 충동성을 장려하여 혹은 평지에 풍파를 일으키고 혹은 사랑하는 동포를 원수같이 대적함으로써 무슨 건국 사업이나 하는 듯이 아는 자 적지 아니한듯하니 이것이 어찌 우스운 일이 아니리요.
(중략)
소아를 놓고 대아를 주장하면 소와 대가 한가지 구제를 받을 것이나,
대아를 놓고 소아를 주장한다면 소와 대가 한가지 멸망이 되는 법이니 여러분이여!
애국하시는 여러분이여! 무엇을 취하고자 하는가.“
===
물론 그 때와는 많이 다르다.
2차대전 후 신생 독립한 나라들 가운데 유일하게 선진국에 진입할 정도로, 물적 정신적 제도적 밑천들을 그 동안 어려운 고비들을 이겨가면서 만들어 왔다. 요즘 만나고 있는 이중의 위기(나라의 정치 사상적 혼돈과 인류의 생태적 위기)는 우리가 한 단계 더 진화할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다.
정산종사의 안타까움이 시대를 뛰어넘어 전해지는 것 같아서 이 글을 소개한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