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04

최선희 북 외무성 국장 지난 5월 핵실험 중단 조건 제시했었다 | 다음 뉴스

[단독]최선희 북 외무성 국장 지난 5월 핵실험 중단 조건 제시했었다 | 다음 뉴스

[단독]최선희 북 외무성 국장 지난 5월 핵실험 중단 조건 제시했었다

정용수 입력 2017.09.04. 13:26 수정 2017.09.04. 17:42
지난 5월 노르웨이 오슬로 북미 1.5트랙 접촉서
적대시정책 전환, 대북제재 철회, 평화협정 체결하면 실험 중단하겠다
조건 한단계 높여, 전략적 지위 강조
접점 못찾자 미사일과 핵 실험 버튼 연거푸 눌러
북한이 지난 5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북미 비공개 접촉에서 “대북적대시 정책을 포기하면 핵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4일 말했다. 이 당국자는 “지난 5월 8일부터 이틀간 오슬로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후 처음으로 북미간에 1.5트랙(반관반민) 대화가 열렸다”며 “여기에 참석한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이 별도의 비공개 미팅에서 핵과 미사일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미국측에 밝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북핵과 북미관계 실무 책임자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 [사진 중앙포토]
북미간 1.5트랙 채널은 북한과 직접 접촉하기 어려운 미국이 전직 행정부 관료 등을 내세워 북한 현직 당국자들과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다. 북한은 현직 당국자를 내세워 자신들의 뜻을 전하는 기회로 활용해 왔다. 지난해 1월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송환문제도 이 자리에서 논의됐다.
이 당국자는 “미국측에서는 토마스 피커링 전 유엔주재 대사와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ㆍ군축 담당 특보를 비롯해 싱크탱크 전문가들이 참석했다”며 “회의를 마치고 북한의 입장을 미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국장은 회의 시작과 동시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당당한 핵보유국”이라며 “남들이 인정을 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이는 객관적 사실”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당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최 국장을 비롯해 북한 당국자들은 회의 내내 이런 기조를 유지하며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기 위한 조건을 미측에 전달했다.
당시 북한이 제시한 조건은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대북제재 해제·북미간 평화협정 체결 등이었다. 이를 받아들인다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펼쳤다고 한다. 다른 당국자는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개발이 아니라 실험을 중단하겠다고 한 점이 이전과 다르다”며 “이전에는 비핵화나 동결을 할 경우 경제 지원이나 대화, 협상 등을 꺼냈는데 최근 핵과 미사일 제조 능력이 고도화 됨에 따라 협상의 조건을 한층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이 “달라진 전략적 지위”를 내세우며 미국과의 결판을 언급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북미간 노르웨이 오슬로 접촉 직후 북한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 발사실험을 실시했다.[사진=연합뉴스]
최 국장은 이 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중국 베이징에서 외신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정권과 여건이 되면 대화할 것"이라는 말도 남겼다. 자신들이 입장을 던졌으니 미국이 수용하면 대화를 하되, 그렇지 않으면 군사적 위협을 가하겠다는 복선이 깔려 있었던 셈이다. 북한은 오슬로 접촉 직후인 5월 14일 괌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2형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면서 미국을 더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미국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실험을 중단하면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 7월 28일 화성-14형 미사일을 쏜 뒤 20여일 간 북한의 도발이 멈추자 지난달 2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을 존중하기 시작했다”며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 했다. 하지만 결국 “실험을 중단하면 대화할 수 있다”는 미국과 “정책을 전환하면 실험을 중단하겠다”는 북한측의 주장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북한은 연거푸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나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미간에 대화의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하반기에 1.5트랙 대화가 다시 열릴 가능성도 있었다”며 “하지만 결정적인 접점이 만들어지지 않자 북한이 버튼을 누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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