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김정남이 말하는 ‘김정남 그리고 북한’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이슈&한반도] 김정남이 말하는 ‘김정남 그리고 북한’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3월 24일 토요일, 남북의 창 이현줍니다. 

먼저 남북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 ]입니다. 

베일에 싸여 있던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마침내 입을 열었습니다. 

일본 언론인과 주고받은 150통의 메일에서 김정남은 자신을 둘러싼 루머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는가 하면, 3대 세습과 개혁·개방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는데요. 

양영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아버지 김정일과 나’의 한국어 번역판이 지난 21일 출간됐습니다. 

출간에 맞춰 일본 도쿄신문의 편집위원이자 이 책의 저자인 고미 요지씨도 한국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고미 요지(‘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 저자) : “이번에 쓴 책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이곳에서 한국판이 나온다는 것을 아주 행복하게 생각합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한국말을 배웠는데 그 은혜는 갚았다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고미 씨는 지난 7년 동안 김정남과 150여 통의 이메일을 주고받았습니다. 

또 마카오와 베이징에서 김정남을 두 차례 만나 7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습니다. 

책 속에는 그동안 두 사람이 나눴던 대화가 고스란히 기록돼 있습니다.

<인터뷰> 고미 요지(‘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 저자) : “지금 새로운 지도자가 나오는데 지금 시기에 김정남 씨 시각이라든가 북한에 대한 비교라든가 그런 것을 일본뿐만 아니라 널리 알리면 아마 북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2004년 9월 우연히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고미 요지(도쿄 신문 편집위원) : “취재가 있어서 북경 국제공항에 나갔다가 그 분이 다른 아주 비슷하게 생긴 남자분하고 우연히 만났어요. ‘김정남 씨 아닌가요?’ 질문했는데 그분이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3개월 뒤 김정남이 먼저 연말 인사를 담은 메일을 보내면서 대화가 시작됐지만 나흘 만에 이메일 대화는 중단됐습니다. 

그리고 6년 만인 지난 2010년 10월 말, 김정남이 다시 먼저 고미 씨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이 이메일에서 김정남은 뜻밖의 제안을 했습니다. 

기사 공개 시점을 후계자 결정 1주년인 2011년 9월로 맞춰 준다면 모든 질문에 대답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이었습니다. 

4월 당 대표자회 등 북한이 큰 정치 행사를 앞둔 시점에서 발간된 책은 김정남에 대한 호기심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후계경쟁에서 밀린 비운의 황태자 김정남의 목소리에 독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영균(서울 잠원동) : “권좌에서 물러나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선빈(서울 만리동) : “그동안 지도자와 다르게 개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고, 상당히 언론에도 호의적인 모습이다 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이 북한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인터뷰> 신재은(서울 반포동) : “이런 책을 많이 접할 수 없기 때문에 되게 새로운 것 같고. 사람들이 읽어서 그 북한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메일 속 김정남의 첫 인상은 유쾌하고 농담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김정남은 한국 네티즌들이 즐겨 쓰는 표현도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고미 요지(도쿄 신문 편집위원) : “김정남 본인이 많은 한국 사람들과 이메일을 주고받고 있다 이런 얘기를 했었고요. 그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트위터 이런 것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세계화의 교류 이런 것을 되게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김정남은 자신과 관련된 루머에 대해서도 맞다, 아니다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했습니다. 

마카오 VIP 카지노 도박설에 대해선 ‘그렇게 했다면 지금쯤 쪽박을 차고 거리에 나앉았을 것‘이란 말로 적극 부인했습니다. 

2001년 위조여권을 사용하다 도쿄 공항에서 추방된 사건에 대해서는 당시 위조여권으로 외국을 여행하는 것은 북한 고위층 사이에서 일종의 유행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제네바 유학생활 중 프랑스, 이탈리아는 물론 한국 친구들과 편하게 지냈고 지금도 일부 친구들과 교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개방적인 성향은 아버지이자 북한 최고권력자인 김정일로부터 멀어지도록 만든 원인이 됐습니다. 

특히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한 직언은 아버지 김정일에게 경계감까지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고미 요지(도쿄신문 편집위원) : “김정남이 처음 스위스 유학을 끝내고 돌아왔을 당시 굉장히 굳은 신념을 갖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북한에 경제를 바꿔야만 한다, 이런 내용으로 김정일과도 굉장히 큰 다툼을 했다고 해요. 이것이 이유가 돼서 김정남은 약간의 허무주의에 빠지면서 술도 가까이하게 되고 그러면서 스캔들도 일으키게 됐습니다. 이 2가지 이유로 인해서, 또 그가 갖고 있었던 사고방식의 차이 이런 것들이 기존의 것과 맞지 않았다는 점.” 

김정남은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놓고 아버지 김정일과 갈등을 빚었지만 아버지에 대한 애정은 숨기지 않았습니다. 

또 홀로 모스크바에서 세상을 떠난 어머니 성혜림에 대한 애틋함을 보였고 고모 김경희와 고모부 장성택과도 여전히 좋은 관계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정남은 2010년 당 대표자회 이후 보낸 메일에서 3대 세습을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김정남은 북한 내부 사정 때문에 3대 세습을 이해한다고 말하면서 후계자로 막 등극한 김정은에 대한 희망도 나타냈습니다. 

고미 씨는 지난해 1월, 마카오의 한 호텔에서 김정남을 정식으로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정남은 활발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북한의 개혁 개방을 강조하고 다시 한 번 동생 김정은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습니다. 

마카오에서의 인터뷰는 지난해 1월 28일, 김정남의 동의 아래 일본 도쿄신문에 실렸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고미 씨는 김정남으로부터 뜻밖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고미 요지(도쿄신문 편집위원) : “아마 그 개혁개방 부분에 굉장한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거기에 대해서는 김정남씨 스스로도 굉장히 놀라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3남 김정은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마 무시당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러다보니 실망감이 점점 고조되는 것이죠. 그래서 제 메일에 돌아오는 그에 대한 비판이 점점 강해졌습니다.” 

이후 김정남은 김정은과 3대 세습에 관한 비판 수위를 갈수록 높였습니다.

고미 요지씨는 현 시점이 김정남과의 대화록을 공개하기에 적절한 것으로 보고 김정남에게 여러 차례 출판 허락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기다려달라는 대답뿐이었다고 합니다. 

고미 요지씨는 결국 출판을 강행했고 김정남에게선 연락을 그만하자는 답변을 받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고미 요지(‘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 저자) : “아마 자기 주변의 인물들 혹은 가족들이 위험에 빠질 거라는 공포감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기다려라 기다려라 하는데 언제가 책을 출판하기에 좋은 그 시점이냐고 물었더니 갑자기 북한이 완전한 자유국가가 될 때라든가 완벽하게 북한이 바뀔 때까지라든가 하는 추상적인 말을 하면서 계속 기다려라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거에요.” 

비록 이메일을 통한 대화였지만 김정남의 말씨와 생각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또 김정남은 북한의 미래를 위해선 개혁.개방이 최선이라고 말하며 국제사회와 시각을 같이 하고 있었는데요. 

이 책을 통해 베일에 싸여 있던 김정남과 거센 변화의 바람 앞에 선 북한 내부의 고민도 알 수 있었습니다. 

고미 요지씨는 아쉽게도 이제 더 이상 김정남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요. 

언제, 어떤 방식으로 다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낼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다음엔 한반도의 미래와 통일에 대한 생각을 듣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