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국내에서 외면 받는 북한 인권 영화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앵커 멘트>
먼저 남북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 ]입니다.
혹시 ‘48미터’, ‘여행자’, ‘약혼’이라는 영화는 들어보셨나요?
모두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을 소재로 만든 영화인데요.
여느 북한 관련 영화보다도 탈북 주민들의 삶과 인권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평이 많습니다.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조아란 리포터가 소개해 드립니다.
<리포트>
<녹취 "야 여기서 저기가 얼만데 저쪽 애들 얼굴이 보인다 그러니? "
<녹취> "아이, 아 여기서 저기까지가 48미텁니다. 왜 안보임까?"
칼바람이 매서운 한 겨울, 한 가족이 숨죽인 채 언 강을 조심스럽게 건넙니다.
적막을 깨는 총성에 그만 어머니가 쓰러지고, 아들을 안고 달리던 아버지 역시 중국 땅을 코앞에 두고 눈을 감고 맙니다.
탈북을 시도하던 한 가족이 달리고자 했던 거리는 불과 48m입니다.
북중 국경지대인 북한 양강도와 중국 장백현 사이를 흐르는 압록강의 최단 거리입니다.
그 짧은 거리는 삶과 죽음을 가릅니다.
탈북자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죽음을 각오하고 강을 건넙니다.
영화는 실제로 목숨을 걸고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넌 탈북자 3백여 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꿈과 희망을 안고 강을 건너려는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좌절하고 유린당하는지 어떤 영화보다도 사실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인터뷰> 민백두(영화 ‘48m’ 감독) : "북한을 다룬 소재의 영화들이 자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얘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영화에 나오는 모든 장면들이 백프로 리얼이라는 거예요. 제가 보태지도 않고 빼지도 않고 있는 사실 그대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지난달 20일, 미 하원에서 영화 ‘48m’의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우리나라 영화로는 최초로 미국 의회에서 영화가 소개된 것입니다.
북한 인권전문가와 상·하원 의원, 그리고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함께하며 이 영화에 큰 기대와 관심을 보였습니다.
<인터뷰> 수잔 숄티(북한인권운동가) : "이 영화가 북한을 탈출하려는 난민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중국에 있거나 앞으로 탈출하려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기를 바랍니다."
그에 앞서 지난달 3일엔 우리 국회에서도 국회의원과 주요 언론의 관심 속에서 영화 ‘48m’가 소개됐습니다.
<인터뷰> 이병석(국회부의장) : "48미터를 상징적으로 가장 짧고도 먼 바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의 실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준 영화를 오늘 상영하는 것입니다."
대부분 이 영화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을 바로 알고 또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이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조명철(국회의원) : "수십만의 탈북민들이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흩어져서 우리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해야 되느냐. 이 영화를 보고 우리가 과연 어떤 행동을 취해야 되는가를 이 영화가 보여줄 것이다."
영화 ‘48m’에 대한 해외의 관심은 뜨겁습니다.
미국 시사회에 이어 이번 달에는 영국과 일본에서 시사회가 예정돼 있는데요.
북한 주민들이 겪는 가혹한 현실을 널리 알려 인간의 기본 권리인 ‘인권’이 북한에서도 바로 설 수 있게끔 하는 노력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화나 다큐멘터리처럼 대중과 친숙한 영상 매체를 통해 북한 인권의 실상을 널리 알리는 자리도 해마다 마련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장호(북한 인권 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 "영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 인권을 널리 알리는 캠페인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일정한 시대에 일정한 장소에서 영화제가 끝나는 것이 아니고 요청하면 어디든지 저희는 영화를 갖고 찾아갑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영화제에선 탈북자와 납북자, 수용소를 테마로 북한 인권의 실상을 알리는 영화 9편이 소개됐습니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여행자’는 탈북한 미혼모의 힘겨운 남한 정착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금숙은 탈북 과정에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한 후 남한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정착보조금과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는 유지하고 있지만, 남한 사회의 계속되는 편견에 금숙은 늘 숨이 막힙니다.
같이 탈북한 친구의 제안으로 현실 도피를 꿈꾸며 떠난 여행.
하지만 친구에게 가방을 도둑맞고, 금숙은 낯선 도시에 홀로 남겨집니다.
목숨을 걸고 남한에 왔지만 금숙은 언제나 남한을 배회하는 여행자일 뿐입니다.
영화는 주인공 금숙의 일탈과 탈북자 미혼모인 그녀가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를 담담히 그려냅니다.
<인터뷰> 이원식(영화 ‘여행자’ 감독) : "탈북해서 정착해서 사시는 분들 중에 사실 이제 남자들보다는 또 여자들이 또 약자일 수밖에 없고 여자가 좀 더 이제 제가 느끼기에는 더 힘든 삶을 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고요."
이번 영화제에선 탈북 여성의 삶을 집중 조명한 영화가 여러 편 소개됐습니다.
‘약혼’이라는 작품 역시 탈북한 뒤 절망적 삶을 살고 있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했지만 약혼자에게 숨기며 간첩 활동까지 해야 했던 기구한 운명.
그러나 이런 일은 중국에 숨어 지내는 대다수 탈북 여성이 경험하는 흔한 일입니다.
<인터뷰> 권순도(영화 ‘약혼’ 감독) : "약혼을 하는 과정에서 남자는 탈북 여성에 대한 모든 것을 감싸 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자들한테 이 여자 얘기를 듣고 보니 과거 중국에 있을 때 간첩에 협조한 사실이 있었다 해서 갈등을 하게 되는."
북한 인권을 다룬 영화가 속속 선을 보이고 있지만, 관객이 일반 극장에서 이 영화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기획 3년 제작 1년 등 총 4년에 걸쳐 제작된 영화 ‘48m’는 다음 달 개봉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이 한창입니다.
작품의 의미와 완성도에선 좋은 평을 받고 있지만, 당면한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대부분의 배급사들이 외면하고 있어 극장 개봉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인터뷰> 이주란(영화 ‘48m’ 마케팅 팀장) : "우리나라 배급사들이 좀 우리 영화 소재의 민감함이라든가 또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흥행성이라든가 여러 가지 부분에서 상업적인 부분에서 어렵다고 판단을 하시고 있는 것 같아요."
비단 ‘48m’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북한 인권 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대부분의 영화가 같은 처지입니다.
<인터뷰> 이원식(영화 ‘여행자’ 감독) : "계속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사실은 그걸 볼만한 장이 사실 많이 없거든
요. 그래서 오히려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더 많이 소개되는 경우도 있고."
<인터뷰> 민백두(영화 ‘48m’ 감독) : "인권 영화라 해서 다큐멘터리처럼 이런 식의 영화가 아니라 영화적 흥미와 재미가 분명히 있는 영화기 때문에 충분히 오셔서 극장에서 보셔도 무난하고 좋은 영화라고 생각을 합니다."
영화를 통해 본 북한 주민과 탈북자의 인권 상황은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던 것보다 더 처참하고 열악했습니다.
우리 사회, 더 나아가 전 세계에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데요.
이런 관심과 노력이 모여 지금 이 시각에도 강제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자나 수용소에서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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