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남북 협력…지자체가 나섰다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최근 인천시와 경기도가 북한에 말라리아 공동방역을 위한 물품을 전달했는데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지자체 차원의 대북지원으로 첫 번째여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말라리아 방역물자를 가득 실은 차량이 경의선 육로 남측 검문소 앞에 늘어서 있습니다.
말라리아 진단키트와 모기약 등 25톤 트럭 세 대 분량입니다.
백만명에게 나눠줄 수 있는 양으로 인천시와 경기도가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북측에 지원하는 물품입니다.
지난 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자치단체 차원의 첫 지원입니다.
<인터뷰> 김문수(경기도지사) : “북한 지역은 남한과 하나다. 모기 철조망도 없고 dmz도 없고 휴전선을 쳐놔도 모기는 옵니다. 방역은 북한이 어려운 형편 때문에 못하고 있다.”
<인터뷰> 송영길(인천시장) : “이 말라리아 사업은 대북 지원의 의미 뿐만 아니고 말라리아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는 인천시와 경기도 전체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이한 사업이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해 경기도를 비롯한 접경지역에서는 말라리아와의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군부대에서도 모기 유충을 없애기 위한 비상방역을 벌였습니다.
지난 2008년부터 실시됐던 남북공동방역이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한승열(경기도 2청 사무관) : “말라리아 매개 모기를 구제하지 않는다면 우리 남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난 해 3월 천안함 사태에 따라 정부는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간의 모든 교류협력을 중단하는 5.24조치를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말라리아 공동방역 사업도 차질을 빚었습니다.
반출 승인이 지연되면서 여름 끝무렵인 8월이 돼서야 방역물품이 북측에 전달됐지만 이미 때를 놓쳐 공동방역의 효과가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말라리아 환자 수는 전년도에 비해 무려 43% 늘어난, 818명이나 됐습니다.
1970년대에 자취를 감췄던 말라리아가 접경지대에 다시 나타난 건 지난 1993년이었습니다.
비무장지대에서 근무하던 군인 한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된 이후 말라리아 환자는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1995년에 100명을 넘어섰고, 다시 2년만인 1997년에는 천명을 넘어섰습니다.
1999년에 3천621명에까지 이르렀던 환자 수는 방역이 본격화되면서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말라리아가 창궐하면서 지난 2005년부터 다시 환자 수가 늘어났습니다.
<인터뷰> 김문수(경기도지사) : "우리 쪽의 말라리아 퇴치만으로는 안되고, 바로 접경지역, 북한지역의 말라리아 퇴치사업을 공동으로 해야만 말라리아를 퇴치할 수 있겠다."
2008년 경기도는 북한에 공동방역을 제안했고, 북한이 이에 응하면서 그해 5월16일 첫 방역물자 지원이 이뤄졌습니다.
양측은 매년 6월부터 9월까지를 공동방역 기간으로 정해 집중적으로 방역을 실시했고 말라리아 환자 수는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2007년 2227명이었던 남측의 환자 수는 공동방역 실시 첫해에 절반 이하인 1052명으로 줄어들었고, 북측 역시 개성 주변 지역의 말라리아 환자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공동방역으로 말라리아 완전퇴치라는 목표까지 세웠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지난 해 공동방역 중단으로 가장 고통을 받았던 건 접경지역 주민입니다.
<인터뷰> 이형선(파주시 문산읍) : "숲이 모기가 많아가지고 저희들이 가서 시청에다가 민원을 제기해서 연막소동하는 사실도 한번 있어요."
<인터뷰> 박윤정(파주시 금촌동) : "그런데 여기서도 방역을 그렇게 하는데도 많기는 많더라구요."
지난 해 유난히 모기에 시달렸던 주민들은 남북공동방역 재개 소식을 반기고 있습니다.
<인터뷰> 윤추숙(파주시 금촌동) : “어차피 철조망을 모기가 안 뚫고 올 수는 없잖아요. 같이 할 건 같이 해줘야죠.”
<인터뷰> 김영자(파주시 조리읍) : “다른 나라라도 같이 할 수 있으면 해야지, 같은 또 남북이니까 할 수 있으면 해야지.”
지난 2009년 여름 임진강에서 야영객 6명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휩쓸려 숨졌습니다.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서 미처 손쓸 틈도 없이 변을 당했습니다.
임진강의 물이 갑작스럽게 불어난 것은 북한의 예고없는 방류 때문이었습니다.
임진강 상류의 황강댐에 물이 차오르자 북한은 댐 붕괴를 막겠다며 무려 4천톤의 물을 임진강 남한수계로 흘려보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수계공동관리가 남북간의 핵심 협력분야로 떠올랐습니다.
군인 수백명이 인간띠를 만들어 물을 뿌리며 불길의 남하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에서 시작된 불이 열흘 넘게 계속되면서 남북으로 번져오자 남북이 공동대응에 나섰습니다.
남북의 합의에 따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비무장지대에 소방헬기가 투입됐고, 산불은 결국 진화됐습니다.
<녹취> 신병철(당시 국방부 공보과장) : “국방부와 유엔사가 긴밀한 협의를 통해 헬기진입을 전화 통지문을 통해 북측과 협의하였고 북측이 이를 받아들여서 이뤄진 것입니다.”
솔잎혹파리와 같은 병충해 공동방제작업과 비무장지대 생태조사도 남북의 협력이 절실한 분야입니다.
인천시와 경기도는 이번 공동방역을 함께 추진한 것을 계기로 조만간 강원도까지 참여하는 접경지역 남북협력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입니다.
말라리아 방역은 물론 수계관리와 병충해 방제, 산불예방과 진화와 같이 접경지대에서 서로 협력이 필요한 분야의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 위해서입니다.
<녹취> 송영길(인천시장) : “북과 접경을 하고 있는 인천시가 경기도와 강원도에 제안을 했습니다. 북과 접경을 하고 있는 저희 인천 경기 강원인데 같이 협력할 일이 많거든요. 구체적인 생활상의 문제를 긴밀하게 협의하는 협의체를 만들 생각입니다.”
남북협력위원회가 출범한다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많습니다.
정부가 여전히 5.24 조치를 발효 중인 상태여서 인천시가 주도하고 있는 솔잎혹파리 방제를 위한 약품 지원은 아직 통일부의 반출 허가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인천시와 강원도의 단체장은 민주당, 경기도는 한나라당 소속으로 서로 다른 당적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남과 북은 한민족이라는 사실을 떠나서라도 서로 국경을 맞대로 있기 때문에 함께 풀어나가야 할 일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말라리아 공동방역도 그 중 하나죠.
비록 지금은 남북관계가 꽉 막혀있지만 병충해 방지나 홍수 대비와 같이 시급한 분야에서부터 차근차근 힘을 합쳐나간다면 남북이 하나가 될 날도 금세 올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인천시와 경기도 같은 접경지역 자치단체들이 앞으로 해나갈 역할에 기대를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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