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9
[클로즈업 북한] 北 의료 체계 붕괴 심각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클로즈업 북한] 北 의료 체계 붕괴 심각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새해 첫날 신년사를 육성으로 발표한 김정은 제1비서가 건설 중인 대성종합병원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김정은이 올해 들어 군부대 보다 병원을 먼저 찾은 것은 북한의 보건의료 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보이는데요.
북한의 의료 상황은 어떤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준공을 마친 평양산원 유선종양연구소에 김정은 제1비서가 등장했다.
유선종양연구소는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공사를 지시하면서 생애 마지막 시기까지 관심을 둔 곳으로 전해진다.
김정은은 공사 현장 곳곳을 둘러보며 연구소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면서 유선종양연구소가 유선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13일) : "정기적인 검진 체계를 세워 여성들 속에서 발생하는 유선 질병을 조기에 적발하여 제때에 치료해줘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
지난 20일, 북한 방송은 대성산종합병원 건설현장을 찾은 김정은의 모습을 공개했다.
새해 첫 날 신년사를 발표한 이후 자취를 감췄던 김정은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북한 방송은 연면적 10만여 제곱미터의 대규모 병원에 각종 의학시설과 첨단 의료 기기가 들어설 것이라고 선전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20일) : "올해 평양시의 중심에 아동병원과 구강병원(치과), 기능회복센터를 건설하게 되는데...또, 올해 안에 평양에만 세 군데의 병원이 추가로 건설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처럼 의료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박상민 (서울의대 통일의학센터 교수) :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12년간 의무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과 함께 보건 의료 안전망을 우리 북한에서도 강화한다는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서 최근에 올해 병원 건설 시찰부터 군부대보다 먼저부터 시작한 것들이 이러한 부분들을 대내외적으로 선전하기 위한 어느 정도의 방편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1960년, 북한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전면적인 무상치료제를 실시했다.
연령과 성별, 계급에 상관없이 모든 주민들은 무상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처방되는 약과 검진, 입원, 수술 등 치료에 드는 비용은 물론 원칙적으론 교통비까지 모두 무상이다.
<인터뷰> 황나미(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 : "김일성 주석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인민들의 노동력입니다. 노동력의 양적인 문제도 중요하고 또 질적으로도 우수한 노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건강을 우선순위 정책으로 도입하면서 전반적이고 완전한 그러한 무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
1969년부터는 북한 전 지역에서 주치의에 해당하는 ‘의사 담당구역제’가 도입됐다.
5개에서 8개 인민반의 약 1,200여 명의 주민들을 한 구역으로 정하고, 담당 구역 의사가 진료와 치료를 도맡는 제도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해 3월 21일) : "이들은 공장의 여성 종업원들에 대한 건강 검진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한편, 현장에 나가서 위생 선전도 실속 있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의사들은 진료는 기본이고 해당 구역을 방문해 위생 교육을 시키고 체력 단련을 하는 등 이른바 주민들의 ‘예방치료’ 역시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인터뷰> 석영환(한의사 출신 탈북자) : "북한 의학의 원칙이라고 할까, 예방 의학이거든요. 북한은 어차피 약이 없으니까 신체 단련하고 손 잘 씻고 말이야, 그래서 병에 걸리지 않게끔 있잖아요. 이렇게 해서 아무래도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쪽으로 가려고 주민들 위생 선전 이런 식으로 많이 하는 거죠."
1990년대 초, 북한의 우방국인 옛 소련을 시작으로 사회주의 국가들이 잇따라 붕괴됐다.
북한으로 유입되던 물자, 특히 의약품의 원자재 수입 역시 모두 중단됐다.
의약품 공장도 가동을 멈췄다.
<녹취> 조선중앙TV (2005년 7월 2일) : "제국주의자들의 경제 봉쇄 책동과 계속되는 자연재해로 온 나라가 어려움을 겪던 그 시기, 여기 평양제약공장도 심한 물류, 자재 부족난으로 기계들까지 멈춰 세우지 않으면 안 됐습니다. "
심지어 1995년 북한 전역을 휩쓴 대홍수를 시작으로 해마다 자연재해가 되풀이되면서 북한의 의료 체계는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인터뷰> 황나미(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 : "의약품 생산하려면 전력이 필요하고 원료 의약품이 필요하지만 그 부분이 이제 어렵게 되었고 또 병원 스스로 움직이려면 여러 가지 병원의 입원 시설이라든가 기계라든가 의료 장비 이런 부분이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거죠. 의사 인력 양성이라든가 그런 부분도 전부 이제 낙후되고 열악해지고 이렇게 되면서 전반적인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
북한 당국은 의약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대대적인 ‘고려의학’ 장려를 독려했다.
북한의 고려의학은 한방에 양방을 결합시키면서 한의학을 현대적으로 변형시킨 것이다.
<녹취? 현철 고려의학종합병원 부원장 (2001년 6월 7일) : "일찍이 고려의학과 현대의학을 잘 배합하여 조선 사람의 체질과 생활 특성에 맞는 우리 식의 민족전통 의학으로써 발전시킬 데 대한 방침을 제시하시고..."
북한은 종합병원에 고려의학과를 두고 고려의학 전문 병원을 세우는 등 고려의학 대중화에 힘썼다.
또한 부족한 약품을 대체하기 위해서 약초 재배의 달을 지정하고 각 가정에서도 약초를 재배하도록 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해 9월 20일) : "9, 10월 약초재배월간(달)을 맞이한 요즘 평양약초재배시험장의 일꾼들과 종업원들이 약초 재배와 채취 사업을 잘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상민(서울의대 통일의학센터 교수) : "실제 양약을 병원에서 주기가 어렵기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모든 의사들이 1년에 2번은 약초 생산에 동원이 되고 병원에서는 실제 약 처방이 이뤄지기 보다는 동의학에 해당하는 한방 약재들 위주로 처방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의약품의 생산과 보급이 중단되면서 각 병원들은 자체 생산에 들어갔다.
일회용품을 다시 사용해 위생 사고도 빈번히 일어난다고 한다.
<인터뷰> 석영환(한의사 출신 탈북자) : "북한은 아직도 (의료 기기를) 일회용 쓰는 경우들이 많지 않아요, 별로 없어요. 주사기도 유리 주사기를 소독해서 다시 써야 되고 침도 소독해서 다시 써야 되고 이런 식으로 되고 심한 경우는 알코올 솜 있잖습니까. 그런 것도 다시 빨아갖고 소독해서 다시 써야 되고 링거 같은 경우도 보면 병원들 자체에서 증류수로 증유를 뽑아 갖고 그 다음에 식염수를 만들어서 자체로 감당해서 그렇게 쓰고..."
의약품이 없어 진료소는 검진과 진단만 할 뿐 사실상 치료의 기능을 상실하게 됐다.
하급 진료소에 소량으로 배급된 약품은 외국에서 밀반입된 약품들과 섞여 장마당에서 불법적으로 거래된다고 한다. 무상치료제는 사실상 말 뿐인 것이다.
<녹취> 석영환(한의사 출신 탈북자) : "의사가 이런 얘기 하지. 당신은 폐렴이니까 마이실린, 항생제가 필요합니다. 갖고 오세요. 그러면 환자는 쌀을 팔아도 가도 어디 가서 그 마이실린을 도대체 말입니다. 시장 가서 암거래로 사다가 갖고 와서 놔달라 그러고... 그런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의료진의 정확한 처방 없이 장마당에서 개인이 약품을 구입하면서 약물 오남용이 심각해졌고, 이마저도 구하지 못한 사람은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녹취> 박상민(서울의대 통일의학센터 교수) : "보통 결핵약을 장기간 복용을 해야 되는데 초기 증상이 좋아지면 입맛이 좀 돌게 됩니다. 그래서 이러한 결핵약 중 하나가 입맛 도는 약으로 잘못 사용이 되거나 아니면 그 외에 진통제와 관련된 약재들이 남용이 된다거나 충분한 기간 동안 항생제를 써야 되는 게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까 한번, 두 번 단기간 사용하게 되고 그만큼 충분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는 북한이 로켓 발사 등 군사 부문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열악한 의료 환경이 계속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역시 북한 주민들이다.
<인터뷰> 박상민(서울의대 통일의학센터 교수) : "이러한 빈부의 격차. 장마당을 통해서 약재를 공급하는 것 때문에 나타나는 빈부의 격차가 북한에서 더더군다나 의료의 접근도의 차이를 낳게 되고 건강 문제에 대해서 심각한 괴리를 나타나리라고 예상이 됩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단지 북한에 그치지 않는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해 7월 20일) : "태풍7호의 영향으로 강원도의 일부 지역들에서 폭우와 센 바람에 의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
지난해 여름, 북한은 여러 차례의 폭우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1995년 대홍수 이후 두 번째로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게다가 수해 뒤 전염병이 돌았다.
<녹취> 프랜시스 마커스(국제적십자 동아시아 대변인/지난해 7월) : " 북한 사람들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주거와 식량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한 의약품 부족도 심각합니다. "
오염된 지하수 때문에 설사병이 기승을 부렸고, 말라리아와 피부병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는 북한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남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북한의 의료 환경 개선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인터뷰> 황나미(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 : "현재 말라리아는 세계 보건 기구가 굉장히 북한의 접경 지역에 있는 인민들 중에서 4분의 1이 말라리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최근에는 남북 공동 방역이 실시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현재 지금 남한, 북한 모두 지금 말라리아 환자가 조금씩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염병은 어떤 국경 없이 드나들면서 전파되고 확산되기 때문에 북한의 말라리아 문제는 우리나라에도 굉장히 영향을 미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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