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김정은 집권 후 사치품 수입 급증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김정은 제 1위원장의 집권이후 북한의 사치품 수입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북한에선 권력이나 돈이 있는 사람만이 사치품을 쓰기 때문에 모조품이 아닌 진품만을 수입한다고 하는군요.
북한에서 비싼 수입품을 사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미국 유명 전자회사의 태블릿 PC.
독일산 고급 승용차. 프랑스제 핸드백까지.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물건들을 볼 수 있는 곳은 다름 아닌 평양이다.
북한 거리에서 값비싼 수입 제품을 보는 것은 더 이상 어렵지 않다 .
중국 관영통신사인 신화통신은 폐쇄된 북한 경제에서 평양 사람들이 호화생활을 누리는 건 미스터리라고 전하면서 평양 상류층들이 자주 드나드는 종합 쇼핑몰 해당화관을 소비의 성지라고 소개했다.
사실 올해 해당화관이 개장했을 때 공개된 해외 유명 화장품 매장과, 의류 매장은 북한안팎의 큰 관심을 모았다.
대리석 바닥에 고급스런 장식으로 꾸며진 해당화관은 한국의 대형백화점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5월) : "은모래 반짝이는 바닷가 백사장의 모래펄을 그려보게 하는 홀 바닥이며 바다 물결무늬의 대리석으로 된 벽체와 기둥, 분홍색의 간접 조명으로 활짝 피어나는 해당화 꽃잎을 새롭게 형상한 현관홀.... "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먹고 사는 문제가 고민인 북한사회에서 어떻게 고가 수입품을 지니고 호화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 있는 것일까?
북한 사람들이 고급 사치품을 얻는 일반적인 방법은 최고지도자로부터 선물을 받는 것이다.
김일성 주석은 집권 초반부터 이른바 선물 정치를 확립한다.
김일성의 이름의 적힌 고가의 시계. 이른바 “명함 시계”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인터뷰>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최고 지도자가 핵심 엘리트들을 관리하는 데에 있어서 선물을 줌으로서 충성을 유도하는, 충성을 끌어내는 그런 차원에서의 정치 행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당과 군의 핵심간부들을 관리하는 것이 권력 유지의 관건이라고 보고 선물로 그들의 충성심을 사는데 공을 들인 것이다.
고급사치품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지배계층끼리는 한배를 탄 동지라는 결속력이 단단해 졌다.
<인터뷰> 안찬일(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 "평양시 중구역에 제일 좋은 자리에다가 단독 주택을 7개 줘서 총참모장, 무력부장, 정찰국장, 보위부장 이렇게 주택도 주고 그 안에 들어가는 가전제품, 텔레비전, 냉장고, 김치 냉장고까지 다 100% 일본제로 쫙 넣어서 주면 받는 사람들의 그 충성심이라는 건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죠."
김정일 위원장 시대에 들어와서는 선물 품목이 조금씩 달라진다.
이전엔 집이나 생필품 위주로 선물을 했다면 해외에서 들여온 고가의 사치품들을 당정군 간부들에게 집중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뷰> 안찬일(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 "선물의 크기가 조금 높이 제일 정상에서는 작을수록 좋고 그 밑에 중간에 내려오면 이제 클수록, 박스가 클수록 좋고. 선물 이렇게 박스에다 담아서 그 안에 몇 가지를 집어넣어서 주는데 사실 꼭대기에서 볼 때는 작은 다이아 반지라든지 롤렉스, 오메가 손목시계가 제일 비싸고 좋은 거죠."
당시 수입품을 보면 일본산 승용차, 벨기에 보석 스위스 시계, 덴마크 캐비아 등인데 이런 고가수입품을 사는데 수억 달러의 외화가 지출됐다.
노동당 비서실에 사치품 구입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으며, 여기에 들어가는 달러는 노동당 39호실, 일명 김일성 일가의 사금고에서 나왔다
2008년을 기점으로는 골프 용품이나 위스키, 화장품등 이른바 대중적인 사치품의 수입이 급증하는데, 2008년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악화설이 대두 됐던 시점이다.
김정일은 김정은으로의 권력 세습을 염두에 두고 소수에게 비싼 선물을 주기 보단 같은 돈으로 많은 사람에게 선물을 줄 필요를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가급적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을 줘서 세대교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불만과 불안을 미리 달래놓은 것이다.
<인터뷰>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김정은 체제 넘어오면서 어떻게 김정은 체제가 권력 기반이 취약하다보니까 이런 취약한 기반을 보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선물 정치를 지금 공세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북한이 외제 상품 수입의 자체가 최근에 와가지고 급속도로 증가를 하고 있고요. 2009년에 비해가지고 최근 3년 동안 거의 두 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외제 제품들이 급속하게 지금 북한 내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해석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권력교체기에 사치품 수입량은 급증했다
김정일 시대 연간 3억 달러 내외였던 사치품 수입액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등극한 2010년엔 4억 4천만 여 달러 이듬해인 2011년에는 5억 8천만 여 달러로 31% 급증했고 2012년엔 6억 4천만 여 달러로. 전년 대비 10.4%나 증가하는 등 해마다 수입액이 늘고 있다.
지난해 수입량이 크게 증가한 품목은 바로 고급 양주와 전자제품이다.
당과 군의 고위간부들의 연회용으로 사용한 위스키나 와인이 4백 억 여원.
평양의 백화점이나 외화 상점에서 팔리는 티비 휴대전화 같은 전자제품이 3천 억 원 치 가량 수입됐다
그리고 고급 유아용품과 애완견 용품, 사우나 설비, 악기 등의 수입량도 늘었는데 악기는 모란봉악단이나 은하수 관현악단원 들에게 선물 했다고 한다.
기타 다른 수입 품목을 더하면 모두 7천 억 원 어치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다.
<인터뷰>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북한의 1년 예산이 약 58억 달러 정도입니다. 그러면 지금 전체 예산의 최소한 10% 이상을 이런 어떤 선물 정치를 하기 위해서 외국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사치품 수입량이 급증하는 데는 신흥 부자들이 생겨나는 북한사회상의 변화도 한 몫을 차지한다.
이미 시장 경제가 스며든 북한에서 신흥 부자들을 중심으로 고가의 물건들을 사들이는 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월 수백 달러를 벌어들이는 새로운 사업가 계층인데 북한인구의 1%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뷰>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북한의 김정은 체제 이후에 시장 경제 바람이 불면서 돈을 가진, 북한의 돈주들이 대형 외제 작품들을 공식적으로 수입하거나 아니면 비공식적으로 가져와가지고 북한 내에서 판매하면서, 또는 그 다음에 권력이 줄을 서기 위해서 상납하는 이런 형태가 많이 나타나고 있고요"
최근 계속 늘어나고 있는 북한의 고급 백화점이나 상점들은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준다.
김정일 시대만 하더라도 돈 있는 사람들이 주변의 눈치를 보느라고 대놓고 돈 자랑하기를 주저했는데 이젠 거리낌 없이 사치스런 생활을 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바로 이 때문에 북한의 계층 간 위화감은 더 커지고 있다.
<인터뷰> 안찬일(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 "보석을 선물 받는지 화장품을 선물 받는지 또 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이 박스로 이렇게 선물을 받는지, 그건 보통 노동자, 농민들은 거의 모르죠. 그걸 알면 자신들은 명절날 되어봤자 콩기름 한 1L만 받아도 감지덕지인데... "
북한의 핵실험 이후 유엔이 대북 제재를 가하며 북한에 대한 사치품 수출도 금지하고 있지만 통제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수입량은 계속 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3차 핵실험 이후 유엔에선 금수 품목으로 요트와 보석, 자동차 등 60여 가지로 구체화 했지만 이들 품목 중 상당수는 여전히 북한으로 수입되고 있다
지난 5월엔 80억에 달하는 김정은의 호화 요트가 포착되는가 하면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의 해외 명품 의상과 가방, 보석을 착용한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UN 제재에도 사치품들이 북한으로 꾸준히 유입되는 이유는 중국 때문이다.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중국에 대한 수입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중국도 유엔의 제재에 동참했지만 다른 국가와는 기준 자체를 다르게 잡아 금지된 제품까지 수출했다
대북 금수품목 지정 자체를 각 회원국 재량에 맞기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 제재 실효성 논란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이유다.
<인터뷰> 김용현(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 "북한으로 들어가는 사치품들을 막는 그러한 유엔 제재가 가동되고 있지만 중국을 통해서 들어가는 사치품들에 대해서는 막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렇게 본다면 중국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그런 차원에서 유엔 제재의 성과는 그다지 높지 않다고 평가할 수가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결국 북한의 사치품 공급에 대한 통제권도 중국이 갖게 된 것이다.
북한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는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북한 집권층이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지켜 볼 일이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