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전시 남북 피해 첫 인정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앵커 멘트>
이번 순서는 남북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보는 <이슈 앤 한반도>입니다.
전시납북자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6.25 전쟁 때 북한에 강제로 끌려간 사람들로 무려 10만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정부는 올해 이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작업에 착수했는데요.
최근 55명을 전시납북자로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김미진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6.25 전쟁 당시 북한은 전후 복구를 위해 많은 사람들을 북으로 끌고 갔습니다.
졸지에 부모나 형제를 잃은 사람들은 슬픔과 월북자 가족이라는 낙인 속에 한 맺힌 삶을 살아야 했는데요.
이들에게 최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무헌 씨는 6.25전쟁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북한군에게 끌려가던 날 밤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인터뷰> 이무헌(전시 납북자 이상규 씨 손자) : "밤1시 정도 되는데 대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나요. 나가보니까 인민군이 들어왔더라구. 그걸 들고 들어와서 손에 들을 수 있는 것만 들구 갑시다 그러더라구요. 그때 할아버지가 나를 끌어안으면서 내가 이제 가면 언제 널 볼지 모르겠다. 이게 나한테 마지막 얘기였었어요. "
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로 한국민주당 창당 발기인이었던 이상규씨, 할머니는 대한 부인회 부회장을 지냈던 황기성씨입니다.
<인터뷰> 이무헌(전시 납북자 이상규 씨 손자) : "솔직한 얘기로 어느 집안이 우리 집안 같은 데가 있겠어요. 부부지간에 독립운동하고 부부지간에 또 납북당하고. "
독립운동을 하고 대한민국 건국에도 참여했던 이상규 씨였지만 납북자라는 이유로 건국훈장도 제때 받지 못했습니다.
<인터뷰>이무헌(전시 납북자 이상규 씨 손자) : 2006년인가, 신청을 했더니 납북관계 때문에, 왜? 국가에 위해를 끼칠 것 같으면 훈장이 안된대요."
이무헌씨는 정부에 줄기차게 호소한 끝에 2년 전에야 할아버지 이름으로 건국훈장애족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2일, 정부로부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전시 납북자라는 인정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이무헌(전시 납북자 이상규 씨 손자) : "그래도 늦게나마 이렇게 해주셨으니까, 국가에서. 고맙지. 명예회복이 됐다는 그 자체가 고마운 거예요. 더 뭘 바라겠어요?"
정부가 지난 2일 6.25 전쟁 때 납북됐다고 공식 인정한 사람은 이무헌 씨 조부모를 포함해 모두 55명입니다.
전후 납북자에 대한 정부차원의 진상 규명과 보상은 있었지만 6.25 전쟁 납북자에 대한 정부의 인정은 처음입니다.
<녹취> 김황식 (국무총리위원장) : "6.25 전쟁 납북 진상규명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전시 납북자로 인정된 55명은 김상덕 제헌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이 8명, 공무원 3명, 법조인과 경찰이 2명입니다.
농민은 13명, 자영업자는 8명이나 됐습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14명으로 가장 많고, 20대가 12명, 10대가 10명입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9명으로 절반이 넘고, 경기와 강원, 충청과 같이 북한과 가까운 지역에서 납북이 많이 이뤄졌습니다.
<인터뷰> 김석규(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 : "정부차원에서는 납북 진상규명 작업을 본격 시작한 이후 첫 결정을 한다는데 의의가 있구요. 납북자 가족 입장에서는 그동안 여러 가지 마음적인 고생을 했습니다. 1차적인 명예회복이 되었구요. 그 심적인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데 의의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이성의 씨 가족도 이번에 아버지 이종령씨가 전쟁 때 납북됐다는 인정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이성의(전시 납북자 이종령 씨 딸) : "너무 세월이 많이 지나간 그거라.. 좀 더 빨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이제 많이 남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라가 이렇게 나서준다는 거에 대해서 굉장히 고맙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아버지 이종령씨는 서울지방검찰정 검사로 일하다 퇴직하고 변호사 일을 시작하자마자 북으로 끌려가고 말았습니다.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사라진 뒤, 남은 가족들은 한 맺힌 삶을 살았습니다.
월북자 가족이라는 오해로 여러 가지 불이익도 감수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이성의(전시 납북자 이종령 씨 딸) : "아버지 안 계신 그 삶이, 가장이 집에 없는 그 삶이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지난해 12월, 정부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통일부와 외교통상부가 참여하는 ‘6.25전쟁납북진상규명 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녹취> 김황식(국무총리위원장) : "납북피해에 대한 정확한 진상을 규명해서 납북된 분들과 그 가족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드리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고 생각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올 1월부터 전시 납북자에 대한 신고를 받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까지 420명이 납북 피해 신고를 접수했고, 이 가운데 55명이 처음으로 전시 납북자 인정을 받았습니다.
전시 납북 피해자가 최대 10만명으로 추산될 정도로 광범위한만큼 정부는 오는 2013년말까지 계속 신고를 접수해 전시 납북 여부를 심사할 예정입니다.
전시 납북 피해자 가족들이 납북자 인정을 통한 명예회복 못지않게 간절히 바라는 것은 생사확인입니다.
<녹취> 황용균(전시 납북피해자 가족) : "아버지의 제삿날이나 가르쳐 달라고 지금 울부짖고 10년을 이러고 쫓아다니는데..."
<인터뷰> 임운기(전시 납북피해자 가족) : "살았느냐, 죽었느냐. 그거에요. 딴 게 없어요."
납북자들이 대부분 고령인만큼 숨졌을 경우 유해송환이 과제로 남습니다.
<인터뷰> 이성의(전시 납북자 이종령 씨 딸) : "어디 묻혔으면 그 유해라도 저희들이 모셔 오고 싶고 그렇습니다."
<인터뷰> 이무헌(전시 납북자 이상규 씨 손자) : "납북당한 사람들은 그저 유해만이라도 보고 생사만이라도 알았으면 하는 게 소원이에요. 그래야 제 차례를 지내고 명절이 되면 날짜 맞춰 차례도 지내고 절도 하죠. "
정부는 납북자들의 명예회복 절차가 마무리되면 생사확인과 상봉, 유해송환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김석규(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 : "생사확인 여부와 송환, 또 이산가족 상봉 같은 희망의 선물을 선사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
하지만 납북자들의 생사확인과 유해송환은 북한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와 ‘납북은 없다.’는 북한의 일관된 주장을 미뤄볼 때 생사확인과 유해송환에는 많은 난관이 예상됩니다.
정부의 이번 전시 납북자 인정 결정은 납북자 본인과 가족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하는 첫걸음입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납북자 인정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또 인정받은 55명의 가족들도 생사확인과 유해송환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만큼 정부가 적극적인 활동으로 납북자와 그 가족들의 한을 꼭 풀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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