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남·북·러 가스관…사업 가시화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이슈&한반도] 남·북·러 가스관…사업 가시화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9월 24일 토요일, 남북의 창 이현주입니다. 

먼저 남북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보는 <이슈 앤 한반도>입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북한을 통해 들여오는 남북러 가스관 사업이 최근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가스관이 북한을 통과하는 만큼 남북간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성사될 경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처럼 남과 북을 잇는 또 하나의 상생 경협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남북러 가스관 사업의 현황과 전망을 유다현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달 초, 김성환 외교부 장관이 러시아를 방문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남북러 가스관 사업을 논의했습니다. 

<녹취> 김성한(외교부 장관/지난달 12일) : "둘 다 윈윈할 수 있는 좋은 프로젝트라고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보름 뒤엔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러 가스관 사업을 논의했습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가스관의 북한 통과를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남북러 가스관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한 건 지난 2008년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 천연가스를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을 통해 수입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사업자인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 가즈프롬이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이후 우리와 러시아가 타당성 조사만 진행했을 뿐 3년이 넘도록 정식계약을 맺지 못했습니다.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북한이 참여하는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자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올 광복절 축전에서 남북 양측에 사업의 적극적인 추진을 요청했고, 국 북한의 동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거듭 밝혔습니다. 

<녹취> 최재현 : "3자가 이제 실무적으로 합의되는 시점이 있는데 어느 정도 생각보다는 빠르게 진전될 것이다." 

<녹취> "조금씩 전진하고 있습니다." 

액화천연가스 6만톤을 실은 배가 한국가스공사의 경기도 평택기지에 도착했습니다. 

배에 실린 액화천연가스를 저장탱크로 옮기는 데는 꼬박 하루가 걸립니다. 

<인터뷰> 한제용(한국가스공사 도크마스터) : "저장탱크에 저장을 해 놓은 LNG를 그때 그때 수요에 맞춰서 저희가 이제 기화시켜서 산업용 도시가스용으로 송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한해에 3천만 톤 가량을 중동, 동남아,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세계 2위의 액화천연가스 수입국입니다. 

국내 에너지 소비 비율은 석유가 42%로 가장 높고 석탄 28%, 천연가스 13% 순입니다. 

천연가스는 오염물질이 거의 배출되지 않는 청정에너지로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3년전 가스공사가 러시아와 합의한 내용은 매년 750만톤의 러시아 천연가스를 30년 동안 가스관을 통해 공급받는다는 겁니다.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천연가스 소비량의 23%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지금은 사할린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액화시켜 선박으로 통영까지 운반하고 있는데요. 

가스관 사업은 러시아 천연가스를 하바롭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 북한을 잇는 가스관을 통해 들여오는 겁니다. 

남북러 3국을 연결하는 가스관의 길이는 2400km, 북한 구간은 최단거리로 잡았을 때 나진~원산~휴전선까지 740km에 이릅니다. 

남북러 가스관 사업이 성사되면 우리는 우선 30년 동안 안정적으로 천연가스를 도입하게 됩니다. 

장기, 대량 구매에 따라 가격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가장 구체적인 경제적 효과는 운송비 절감입니다. 

톤당 운송비는 배로 들여올 경우 48달러지만 가스관은 16달러로, 3분의 1입니다. 

한해에 750만톤을 수입할 경우 절약되는 운송비는 2억4천만달러, 2천 6백억원나 됩니다. 

북한 역시 앉은자리에서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지급하는 통과료를 기준으로 삼으면 한해에 많게는 1억 5천만 달러를 벌 수 있습니다. 

또 가스관을 따라 송전시설을 비롯한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부수적 이익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가스관을 공사를 하려면 북한에 대한 대규모 투자 사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투자 사업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북한의 균형적인 발전, 지역경제의 발전까지도 연계할 수 있는 그런 효과를 노릴 수 있을 것 같고요." 

가장 큰 이익을 보는 나라는 러시아입니다. 

30년 동안 가스를 안정적으로 팔 수 있는데다 LNG 가공비용도 들지 않습니다. 

가스관 사업은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풀어낼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남북관계 모든 문제들이 지금 꽉 막혀있는 상황에서 우회적이지만 남북관계에서 어떤 대화 채널을 확보할 수 있는 가스관 사업을 의제로 하는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녹취> 이명박(대통령/지난 9일, 대통령과의 대화) : "평화와 번영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정상회담 언제든지 할 것입니다." 

휴전선을 통과하는 가스관이 건설될 경우 일종의 완충장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또 가스관이 통상 건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철도를 따라 설치된다는 점에서 남북한 철도연결, 더 나아가 시베리아 횡단열차, TSR과 연결 사업도 추진될 수 있습니다. 

넘어야할 산도 많습니다. 

남북관계는 지난 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겪으면서 6.25 전쟁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일이 또 생긴다면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가스관 개통 뒤 북한이 임의로 차단할 경우 에너지 대란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러시아 가스관이 통과하는 우크라이나가 통과 수수료 문제로 가스공급을 차단했고, 유럽 17개국은 2주간 가스대란을 겪어야 했습니다. 

<인터뷰> 김근식(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한을 경유해서 한국으로 오는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와 우리 한국과 북한 사이에 아주 무한대의 신뢰가 있지 않는다면 사실 이 사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연간 1억 달러를 넘는 통과 수수료가 핵개발과 같이 나쁜 목적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남북러 3국 정상이 가스관 사업에 원칙적으로 합의하면서 가스관 사업은 현재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지난 8일 1,400킬로미터에 이르는 극동지역 가스관 1차라인을 개통했습니다. 

지난 15일에는 북한과 러시아가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남북러 가스관 사업은 이제 구체적인 계약 조건 조율과 정식 계약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될 경우 2013년부터는 북한 구간의 공사가 시작되고, 2017년에는 가스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남북러 가스관 사업은 경제적 이익은 물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아무쪼록 가스관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돼서 남북간 신뢰를 회복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통일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