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북중 우호조약 50년…北 생존 외교 총력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클로즈업 북한] 북중 우호조약 50년…北 생존 외교 총력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해보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요즘 북한과 중국의 관계를 보면 이런 말이 떠오르는데요. 

우리가 안보를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할수록 북한은 중국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오늘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생존을 위한 북한의 외교전략을 살펴봅니다. 

<리포트> 

지난 11일 북한과 중국은 동맹관계를 규정한 북중우호조약 체결 50주년을 맞았다. 

양국에선 이를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고위급 인사로 구성된 대표단이 평양과 베이징을 상호 방문했다. 

중국 대표단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북중관계 강화발전은 중국 정부의 확고부동한 전략적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일 위원장도 이에 화답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4일) : "김정일 동지께서는 지난 반세기 동안 두 나라 당과 정부는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는 조중친선의 불패의 생활력을 온 세상에 힘 있게 과시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은 국군이 순식간에 낙동강 전선까지 밀리면서 금세 끝날 듯 보였다. 

하지만 미국이 신속히 참전하고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면서 전세는 역전됐다. 

한미 연합군은 그해 11월에는 압록강까지 진격했지만 중국이 개입하면서 전황은 재역전됐다. 

이듬 해 초 서울이 다시 공산군에게 함락됐다. 

이후 유엔군이 참전하면서 휴전선을 중심으로 일진일퇴가 거듭됐다. 

결국 1953년 7월 27일 유엔군 사령관과 북한과 중국 사령관이 정전협정을 맺고 긴 휴전에 들어갔다. 

정전협정 직후 한국은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정전협정에 동의하는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얻어낸 것이다. 

이로써 한반도에 다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국이 즉각 자동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한미동맹 구축에 위협을 느낀 김일성 주석은 1961년 7월 11일 중국과 우호조약을 체결했다. 

<녹취> 조선중앙TV(기록영화) : "위대한 수령님께서와 모택동 동지는 조중우호협정 및 보상원조에 관한 역사적인 조약을 맺을 데 대하여 토의했습니다." 

역시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중국이 자동개입한다는 조항이 핵심이다. 

<인터뷰> 남성욱(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 : "당시 중국 측은 이 조약을 통해서 한반도를 안정시키고 미국과 한국의 일종의 중국 공격에 대한 우려를 없애면서 한반도를 관리 하는 목적이었고, 김일성 입장에서는 한미동맹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우호원조조약을 통해서 유사시에 중국의 군사적 지원 을 받기 위해서 이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북한은 소련과도 우호조약을 체결해 전시 자동개입을 명문화했다. 

이로써 한반도에서는 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과 중국, 소련이 동맹조약을 근거로 힘의 균형을 이루는 일종의 평화유지체제가 만들어졌다. 

1990년대 들어 소련이 해체되면서 한반도 세력판도에도 급속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당시 남북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외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한국은 소련, 중국과 북한은 미국, 일본과 외교관계수립을 추진했다.

1990년 한국은 소련과 외교관계를 수립한데 이어 1992년에는 북한이 최후의 버팀목으로 여기던 중국과 수교했다. 

중국측에 미국, 일본과 외교관계를 수립할 때까지 몇 년만 기다려달라 애원했던 북한은 큰 충격을 받았다. 

중국의 실리외교가 6.25 전쟁 이후 40년간 이어져오던 북중 혈맹관계에 균열을 일으킨 것이다. 

북한은 이때부터 동맹조약을 근거로 한 안보 대신 자주적 안보을 천명했고, 본격적인 핵개발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믿을 건 자신의 힘뿐이라는 생각이었다. 

북한은 1994년, 핵확산금지조약, NPT를 탈퇴했고 미국이 공습까지 검토하는 1차 북핵위기가 발생했다. 

이때부터 군사적 자동개입을 골자로 한 북중우호조약도 사문화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생겼다. 

북중 우호 조약의 근간을 이루는 상호협의 의무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동적 군사개입도 없을 것이란 해석이다. 

중국은 한중수교라는 결정적 사안을 북한과 협의하지 않았고, 북한 역시 핵개발을 독자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인터뷰> 문정인(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1992년에 한국하고 중국이 수교를 하면서 북한이 상당히 심기가 불편했고 그 과정에서 결국은 북중관계가 좀 나빠진 경향이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중국이 그 후에 전개한 외교정책을 보면 등거리외교였거든요. 서울하고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평양하고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그러다보니까 북중우호협력조약이라는 게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 그렇다면 사문화된 거 아니냐 이런 얘기들이 나왔었죠." 

지난 2000년 북한과 러시아는 우호조약을 개정했다. 

이때 자동무력개입 조항이 사실상 삭제되면서 ‘북중우호조약 사문화론’은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공격을 해오더라도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북한 정권이 이때 느꼈던 절박함과 위기감은 핵개발에 대한 열망을 더욱 부채질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북한과 중국은 최고위급 교류를 중단했다. 

냉랭했던 북중관계가 회복의 기미를 보인 건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한달 앞두고 김 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하면서부터다. 

하지만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양국 관계회복은 더뎠다. 

북한은 지난 2002년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2차 북핵위기를 초래했다. 

이어 2006년 10월에는 1차 핵실험, 2009년 5월에는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의 거침없는 핵개발 추진은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과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초래했다. 

중국도 미국 주도로 이뤄진 UN의 대북제재에 2차례나 동참해 북중 관계가 더 이상 혈맹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듯했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압박정책은 지난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은 북한의 핵개발에 미국과의 동맹강화로 맞서는 전략을 선택했다. 

군사적 억지력 확보를 한반도 안정 구축의 기본틀로 삼아 한미 연합훈련을 확대해나갔다. 

미국 입장에서도 압박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과 중국 견제라는 두가지 목적에 부합했다. 

북한의 잇단 핵실험으로 한반도에서 한미 군사동맹이 강화되자 중국은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다시 고민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맞물려 지난 해 천안함 사태 이후 궁지에 몰린 북한은 중국에 매달렸다.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5월 이래 중국을 3차례나 방문하면서 북중관계 강화에 전력을 쏟았다. 

중국에 기대 한미 동맹강화 전략에 맞서는 동시에 남북교역 중단에 따른 경제난을 돌파하겠다는 의도였다.
중국도 북한에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중국 역시 동북아 정세에서 미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안보적 목적과 북한을 통한 동해출항권 확보로 낙후된 동북3성을 개발한다는 경제적 목적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양국 관계는 지난 1992년 한중수교 이후 가장 긴밀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뷰> 문정인(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 "우리하고 미국하고 북에 대해서 압력을 가 하고, 또 중국 입장으로서는 북한에게 상당히 많은 걸 자기들이 얻을 수 있다고 봤고 북한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차라리 중국하고 가는 것이 자기들의 전략적 경제적 이익에 부합이 된다고 보겠고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북한의 대중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할 수 있겠죠." 

북중우호조약 체결 50주년을 맞은 지난 11일 중국은 중대사항을 발표했다. 

<녹취> 중국 CCTV보도(7월 11일) : "조약은 (1961년) 9월 10일 효력이 발생했고, 1981년, 2001년 자동 연장됐다. 현재 조약은 2021년까지 유효하다." 

지난 20년가량 사문화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던 북중우호조약의 자동적 군사개입조항이 2021년까지 유효하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중국이 이 시점에서 한반도에 자동적 군사개입을 천명한 것은 미국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한-미-일 삼각 군사협력체제에 대한 대응 성격으로 보인다. 

<인터뷰> 문정인(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 "전략적 계산이죠. 지금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남방삼각축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북방축 사이에 하나의 새로운 대립구도가 오면서 이런 것들이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으로 더 가깝게 만드는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 

한미가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북중이 사문화된 듯 보였던 군사동맹관계를 재천명함으로써 지금 한반도는 힘의 균형을 통한 평화 유지라는 1960년대 상황으로 돌아가는 듯한 분위기이다. 

시대와 환경에 따라 국가의 외교 전략은 늘 바뀌기 마련이다. 

국제사회에선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 

북한은 중국에 기대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속을 경계하고 있다. 

나아가 궁극적인 체제 생존을 위해서 미국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태권도 시범단의 미국 공연과 미국 통신사의 평양 상설지국 설치 허용과 같은 조치로 적극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국 역시 전략적 인내로 북핵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모색하면서 대북 접촉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악화된 남북관계가 북미 관계 개선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2012년 내년에는, 한국에서 대선이 치러지고 미국과 중국의 권력이 교체되며, 북한도 3대 세습이 마무리되는 시기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 주변 정세도 급격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가 군사동맹을 통한 평화 유지를 계속 추구할지 군사동맹을 뛰어넘는 합의와 선언을 통한 평화 구축을 모색해야할지 결정해야 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