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김정일, 중국에 왜 들렀나?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해보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최근 러시아를 방문한 뒤 중국을 거쳐 귀국했는데요.
지난 해 5월 이래로 중국을 무려 4차례나 방문한 겁니다.
조선중앙tv는 러시아 방문 기록영화를 신속하게 공개한 것과 달리, 방중 일정을 담은 기록영화는 귀국한 지 2주가 지나서야 공개했는데요.
오늘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김 위원장이 중국에서 무엇을 했는지, 또 중국을 통해서 귀국한 이유는 무엇인지 기록영화를 통해 분석해봅니다.
<리포트>
김정일 위원장이 탄 특별열차는 지난 달 25일 오후 6시쯤 러시아와 중국 국경을 넘었다.
네이멍구 만저우리로 들어선 특별열차는 러시아가 제공한 기관차 대신 미리 와서 대기하고 있던 김 위원장 전용 기관차로 교체했다.
특별열차는 만저우리역에서 멈춰섰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건 지난 해 5월 이후 무려 4번째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 횟수는 북한의 중국 의존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터뷰>최진욱(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 : “북한의 지금 대외관계가 굉장히 악화되지 않았습니까. 미국은 전략적 인내를 계속 해왔고 남북관계도 굉장히 오랫동안 경색됨으로써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또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로지 기댈 곳은 중국밖에 없기 때문에 자꾸 중국에 가서 의존하고 지원을 받으려는 것이...”
중국 정부는 장관급인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을 보내 김 위원장 일행을 맞이했다.
왕 부장은 이때부터 김 위원장이 중국을 떠날 때까지 2박3일동안 수행했다.
<인터뷰>최진욱(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 : “중국측에서는 대외연락부장인 왕자루이를 보내서 삼일동안 계속해서 따라 다니게 했다는 것은 굉장히 예우를 갖췄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사실 중국이 북한에게 경제적 지원이라든지 외교적 지원을 크게 하는 것은 없지만 이와 같이 예우를 최대한으로 갖춤으로써 북한을 어떻게 보면 다독거리고 북중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특별열차에서 왕자루이 부장을 접견했다.
기록영화는 방러 때 특별열차의 김 위원장 전용집무실을 공개한데 이어 이번에는 전용식당칸을 공개했다.
이 장면에서 넷째 부인 김옥은 뒤로 빠져 앉아서 얼굴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중국에서 처음 내린 곳은 네이멍구 후룬베이얼이었다.
김 위원장 일행은 방중 첫날밤 후춘화 네이멍구 당서기가 마련한 성대한 연회에 참석했다.
후춘화는 올해 48살로 중국 차세대 지도부 가운데 선두주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연회가 끝난 뒤 김 위원장은 만저우리에서 자지 않고 네이멍구 자치구 지도부의 배웅을 받으며 곧장 떠났다.
방중 이틀째 김 위원장 특별열차가 도착한 곳은 헤이룽장성의 공업도시 치치하얼이었다.
거리에는 모든 차량통행이 통제됐으며, 길가에는 거의 10미터 간격으로 공안이 배치돼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김 위원장 일행은 먼저 기계제작공장을 찾았다.
<녹취>조선기록영화(지난 8일) : “각종 CNC 공작기계들을 생산하고 있는 치치하얼 제2공작기계그룹은 중국에서 손꼽히는 대형 CNC 공작기계 생산기지의 하나입니다.”
북한 당국은 컴퓨터수치제어를 뜻하는 CNC를 김정은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정은이 북한 공장의 전산화를 주도해 경제난을 해결하고 있다고 선전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김 위원장 일행은 이어 대규모 우유공장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우유공장을 구석구석 둘러보며 공장 운영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기록영화는 전했다.
산업시찰을 마친 김 위원장은 치치하얼 국빈관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선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 방문의 목적과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다이빙궈 국무위원에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중국에 들른 가장 큰 이유로 이 회담을 꼽고 있다.
<인터뷰>홍현익(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과 북러 정상회담이 핵심적으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완화시키거나 또는 중국에 대한 편중현상을 줄이기 위해 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도 우방국으로서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 의심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중국에 마음 달래기 차원에서 중국을 일부러 경유했다라고 보는 측면이 강합니다.”
김 위원장과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북핵 6자회담 재개 방안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전제 조건 없이 6자 회담에 복귀할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중국 신화통신은 전했다.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의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어 돌아오는 길에 중국과 6자회담을 논의함으로써 북한-중국-러시아 3국 공조체제를 전세계에 과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인터뷰>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한국 미국 일본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서 선제조치를 취해야만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북한이 조건없는 6자회담 참여를 이야기하면서 사실은 북중러를 중심으로 해서 그 6자회담 재개를 좀 강제하는 그런 흐름들이 조성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합니다. 한미일이 공조체제를 취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북한은 이번 방문을 통해서 북중러 공조체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사실은 북한의 입장에서 본다면 상당히 중요한 성과를 거둔 그런 방문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 위원장은 회담을 마치고 다이빙궈 국무위원과 함께 인근의 다칭시를 방문했다.
다칭에선 주택건설현장을 꼼꼼하게 살펴봤고, 도시계획 전람관을 관람했다.
<녹취>조선기록영화(지난 8일) : “전람관의 여러 곳을 돌아보시면서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다칭시의 도시건설 정령과 전망계획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셨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금 강성대국 건설의 핵심사업으로 평양에 10만세대 살림집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도시 개발 현장을 둘러보며 10만세대 살림집 건설 사업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은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홍현익(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 “주택 전시관을 가보거나 건설현장을 가봐서 지금 평양에도 주택건설 사업이 중요한 과제로 수행되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북한의 경제와 민생 살리기 차원의 행보를 함으로써 군사안보나 어떤 그 안보를 해치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불식하고 국민을 생각하고 경제를 살리는 그런 지도자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행로였지 않느냐”
김 위원장은 방중 둘 째날 밤 지빙쉬안 헤이룽장성 당서기가 마련한 연회에 참석했다.
김 위원장 일행은 만찬을 끝낸 뒤 다칭에서 숙박하지 않고 다이빙궈 국무위원과 헤이룽장성 지도부의 배웅을 받으며 밤길을 떠났다.
김 위원장이 방중 셋째날 찾은 곳은 북중 국경 부근의 지린성 퉁화였다.
김 위원장 일행은 쑨정차이 당서기를 비롯한 지린성 지도부의 환영을 받았다.
마지막 행선지로 찾은 곳은 포도주 공장이었다.
이 역시 김일성 주석의 발자취를 더듬는 뿌리찾기 행보다.
<녹취>조선기록영화(지난 8일) : “어버이 수령님께서 1964년 9월 중국 동북지역에 대한 방문길에서 이 공사의 전신인 퉁화 포도주 공장을 참관하신 사적이 깃들어 있습니다.”
<인터뷰>최진욱(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소장) : “3대 세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일성 주석에 대한 그런 혈통을 자연스럽게 북한 주민들에게 전파할 수 있고요. 또 한 가지는 김일성 주석에 대한 효심 충성심을 보여주는 그런 모습을 보임으로써 정권의 안정, 그리고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그런 의지도 의도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린성 지도부가 준비한 오찬에 참석하는 것으로 방중일정을 모두 마쳤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이번 러시아와 중국 방문을 통해 적지않은 외교적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중국을 거쳐 돌아온 것은 다목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일단 중국을 경유함으로써 이동거리를 줄이고 경호문제를 해결했다.
<인터뷰>홍현익(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 “김정일의 건강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 천 500킬로미터 정도의 여정을 단축할 수 있다는 효과도 있고 또 하나 숨어있는 이유중의 하나는 김정일이 만약에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에 경로를 다시 돌아올 경우에 김정일의 경호상의 문제도 고려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이미 지나간 길을 다시 온다고 할 경우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예측하지 못한 곳으로 옴으로써 신변의 안전을 도모한 것이 아닌가.”
무엇보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를 끌어들이는 동시에 중국의 우려까지 고려한 양수겸장의 효과를 거뒀다.
<인터뷰>김근식(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북러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이야기를 하고 또 가스관 연결만 하고 바로 돌아간다면 중국으로서 서운할 수 있고 한다는 점을 감안해서 중국을 경유했고, 중국에 대표적인 고위급 인사들 다이빙궈 국무위원이나 또는 차차기 지도자급 당서기들도 많이 만났거든요. 그들을 만나서 회담 결과를 설명했고 영접을 받았기 때문에 그것은 중국이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서 일말을 불안감이나 의구심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중국을 조금 다독거리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27일 오후 6시 지린성 지안을 거쳐 북한 자강도 만포로 귀국함으로써 7박 8일간의 러시아와 중국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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