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9
[이슈&한반도]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되나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이슈&한반도]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되나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녹취>비즐러 : “저 자는 내가 감시하지.”
지난 2007년에 개봉한 독일영화 ‘타인의 삶’.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5년 전의 동독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극작가 드라이만과 그의 부인, 그리고 이들을 감시하는 비밀경찰 비즐러의 삶을 그립니다.
수백만 명의 동독 국민이 자기도 모르게 비밀경찰에 의해 철저히 조사당하던 시대.
영화 속에는 감시대상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빠짐없이 기록하는 비밀경찰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타인의 삶을 감시했던 동독의 비밀경찰은 모두 18만 명.
비밀경찰의 협력자까지 포함하면 동독인구 6명 중 1명이 스파이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 국민의 7명 중 1명은 이들에 의해 도청과 미행 같은 감시를 받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녹취>프릭(비밀경찰 감시 피해자) : "6년 동안 사귄 여자 친구가 알고 보니 신분을 속이고 접근한 비밀경찰 요원이었습니다."
<녹취>바베 링케(비밀경찰 감시 피해자) : "비밀경찰이 우리 집을 뒤지고 갔습니다. 편안히 잠을 잘 수도 없었고, 누가 볼지 모른다는 생각에 종이에 메모하는 것조차 두려워졌습니다."
통일 이후 비밀경찰들은 모두 흩어졌지만, 동독 주민들의 인권을 탄압했던 이들에 대한 처벌 문제는 통일이 된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가적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통일 이전 독일과 마찬가지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북한 인권 개선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과거 민간차원에서 북한 인권 개선운동을 벌이던 것과는 달리 정부와 여당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북한인권법’ 제정이 핵심인데, 반발과 우려가 만만치 않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0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북한인권특별위원회 설치를 의결했습니다.
<녹취>김태훈(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 : "북한 인권에 대한 개선운동을 좀 더 본격화하고 역량을 강화하자 이런 차원에서 북한인권특별위원회를 이번에 구성하게 됐습니다."
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위원회는 앞으로 1년간 활동하게 되며, 북한 인권법 통과를 핵심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녹취>김태훈(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 : "북한인권법을 조속히 제정하도록 하고 또한 그 내용의 잘못된 점, 고칠 부분은 우리가 국민들과 국회와 시민단체가 알려서 제대로 된 북한인권법을 빨리 만들자 그것이 저희들의 1차적인 목표입니다."
통일부의 올해 주요 업무계획에도 북한인권법 제정이 포함돼 있습니다.
<녹취>현인택(통일부 장관) : "북한 주민들이 그야말로 최소한의 행복권 또는 기본권 이런 것들을 누릴 수 있는 노력을 앞으로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북한인권법이 통과되면 여러 가지 그런 것들을 위한 지원활동을 할 수 있겠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통일부가 제정을 서두르고 있는 북한인권법은 지난해 2월, 논란 속에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녹취>윤상현(한나라당 의원) : "가혹한 인권유린으로 고통 받는 북한 동포들의 참상을, 함께 고통을 나누고 또 함께 고민하고 그들이 인류 보편적 가치 아래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대한민국의 책무라고 생각을 합니다."
<녹취>신낙균(민주당 의원) : "반대하는 이유가 남북관계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실질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법을 이렇게 입법화하면 입법의 실효성은 없고 대북 압박의 상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반대합니다."
법안은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지금까지 1년이 다되도록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재단 설립과 북한 인권 단체에 대한 재정지원, 북한인권대사 위촉 등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가 망라돼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인권침해 범죄에 대한 증거자료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가 핵심입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법무부 산하에 신설하는 것으로 부처 간 협의가 끝난 상태로, 국회 보고와 법안 수정 단계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독일 통일 이전에 존재했던 서독의 ‘중앙기록보존소’를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1961년, 동독 정부가 동서독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고 서독으로 탈주하는 사람에게 총격을 가하자 서독은 접경지역인 잘츠기터에 중앙기록보존소를 설치했습니다.
<녹취>한스-울리히 자이트(주한 독일대사) : "저희가 중앙기록보존소를 설치한 목적은 공산당이 정권을 가지고 있던 동독 지역에서 벌어진 인권범죄에 대한 사항을 모두 기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일단 그런 범죄들을 기록하고 나중에 형사 소추할 수 있는 그런 증거를 마련하기 위해서 기관을 설립했습니다."
하지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해인 1989년부터 2003년까지 독일 정부는 인권범죄자 10만 명에 대해 조사를 벌였지만 실제로 검찰이 기소한 정치범은 250명에 그쳤고, 이 가운데 단 3명만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통일 후 과거청산이 ‘처벌’보다 ‘화해와 통합’에 방점을 뒀기 때문입니다.
또, 250만 명에 이르는 동독 비밀경찰의 감시피해자 가운데 국가로부터 보상금을 받고 있는 사람은 전체의 2%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록보존소’는 실효성 문제와 더불어 동독과의 관계에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녹취>한스-울리히 자이트(주한 독일대사) : "항상 기록보존소 때문에 자극을 받았다고 동독 정권은 생각했고요. 중앙기록보존소가 잘츠기터에 있었는데 이 기관을 폐쇄해달라는 것이 동독이 늘 요구하던 사항이었습니다."
독일의 선례에서 보듯이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당장 북한 인권을 개선하는 효과가 없는데다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2008년 북한인권법안이 발의되자 대남선전 매체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법안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대해서는 통일을 저해한다며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설치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우선 법적 근거가 될 ‘북한인권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여야의 입장이 워낙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서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또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설치된다 하더라도 북한의 반발과 실효성에 대한 논란 역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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