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9

[클로즈업 북한] ‘북한식 농업 개혁’ 성공의 과제는?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클로즈업 북한] ‘북한식 농업 개혁’ 성공의 과제는?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앵커 멘트>

<녹취> 조선중앙TV : "아직은 모든 만물이 눈 속에서 봄을 기다리며 포근히 잠을 자고 있는 1월입니다."

그러나 여기 낙랑구역 송남협동농장 뻘마다에는 얼어붙은 대지를 깨우며 뜨락또르(트랙터)들의 동음 드높이 울립니다. 

북한의 협동농장들마다 올 농사준비로 바쁘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두꺼운 외투를 입은 채 거름과 농기계를 각 농장으로 분주하게 옮기는 사람들.

<녹취> 김승철(낙랑구역 송남협동농장 작업반장) : "거름 더미이자 쌀 더미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질 좋은 거름을 더 많이 생산하여 논밭에 대한 알곡 생산을 누릴 수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농업은 어떤 모습일까?

<녹취> 김정은 신년사 : "올해의 경제 건설과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한 투쟁에서 농업을 주 타격 방향으로 확고히 틀어쥐고 농사에 모든 힘을 총집중하여야 합니다."

새해 첫 날, 김정은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3대 경제과업 가운데 하나로 농업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연일 신문과 방송을 통해 ‘농업 증산’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협동농장을 비롯한 농업 관련 시설도 자주 찾았다.

이렇듯 농업 육성에 주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권태진(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에 농업 부문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 두 가지로 지적을 할 수 있는데요. 하나는 정치적인 측면에서 주민들에게 먹거리를 공급함으로써 신뢰를 얻겠다 하는 이런 뜻이 있고요. 또 다른 하나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북한이 가지고 있는 제한된 자원으로 비교적 손쉽게 경제 발전을 위한 디딤돌로 삼을 수 있다. 이런 측면이 있습니다."

북한의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건 바로 ‘비료’다. 

농산물의 생산량을 높이려면 품질 좋은 비료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북한에는 흥남비료공장과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를 비롯해 10여개의 비료공장이 있지만, 낡은 생산시설과 전력난으로 가동률이 낮다.

<녹취> 김병선(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작업반장) :" 지금이야말로 우리 당원들이 앞장서서 높은 생산성과를 이루게 할 때라고 봅니다. 그래서 인민들의 먹는 문제, 식량 문제를 풀기 위한 농업 전선에 나도 서 있다는 높은 자각을 가지고 한 톤의 비료라도 더 많이 생산하는 것으로써..."

일각에선 비료 생산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흥남비료공장이 최근 가동 중단됐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비료 공장의 낡은 시설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차질을 빚게 됐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비료 생산량은 한해 농사를 짓기엔 턱없이 부족해 많은 량을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1999년부터 2007년까지 남한에서 비료를 지원받았지만, 그 이후 중단되면서 공백은 더 커졌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해마다 ‘퇴비 과제’를 내줘 부족한 비료를 채우고 있다.

이런 실상은 영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녹취> 영화 <분조의 주인> : "한 해 농사에서 기본은 퇴비고 퇴비는 그 해 쌀 생산량이라고 말들은 잘하는데, 덕삼 아바이처럼 2톤 반 초과하는 동무들이 있는가 하면, 일부 동무들은 미달도 하고 있단 말이요. 미달."

새해가 되면 북한 주민들은 퇴비생산 전투에 집단 동원돼 주민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개인별로 주어진 퇴비 량을 채우지 못하면 불이익을 받거나 벌금을 물기도 한다.

<인터뷰> 김영희(한국정책금융공사 북한경제팀장) : "제가 북한에 있을 때도 연 초만 되면, 1월 3일 날만 되면 분토 생산 그때부터 직장 다니는 사람도 분토 과제가 떨어지잖아요. 트럭에다 실어서 반출을 하고 이렇게 했죠. 그런 과제를 지금 북한이 모든, 조직별로 주는 거예요."

각 지역별 기관들과 공장 기업소 근로자들이 마련한 거름과 농기구들은 협동 농장이나 농촌 지역에 공급된다. 

겨울철은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이 비교적 나은 편이다.

최근 들어 북한의 농업 생산량이 꾸준히 늘면서 올해 식량 사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좋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5백 98만 톤으로 재작년에 비해 5% 늘어났고 3년 연속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인터뷰>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그 증산한 요인을 보면 기상 요인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에는 비료라든지 농기계 연료를 충분히 공급한 게 상당히 주요했는데요. 다른 부문보다도 농업 부문에 자원을 우선적으로 배분했다. 그렇게 볼 수 있죠."

농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은 지난 해 비료 수입량을 봐도 알 수 있다.

평년보다 많은 비료를 중국에서 수입해 농업 생산성 향상에 힘을 쏟았다.

식량 공급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쌀값도 크게 떨어져 곡물 가격도 안정세를 찾았다고 한다. 

<인터뷰> 김영희(한국정책금융공사 북한경제팀장) : "아유, 많이 나아졌다고 그러죠. 이렇게 말 하죠. 일단 작년에 농사가 잘 되어서 정말 좋다, 쌀값이 떨어져서. 북한 사람들 얘기가 올 해 농사가 너무 잘 되어가지고 중국 상인들이 쌀을 갖다가 북한에다 팔던 상인들이 중국에서 들여오는 쌀값하고 북한에서 되받아 파는 쌀값이 이윤이 얼마 안 남는대요. 그래서 아우성이다 하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또한 군량미를 적게 거둬들여 주민들이 가져갈 수확량을 늘려줌으로써 식량난 해결에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 전체 식량생산이 늘어났다고 해서 근본적인 식량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북한의 시장경제 확산으로 갈수록 빈부격차가 심화돼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농업 생산량이 늘어난 것은 김정은 정권 들어 시행된 농업개혁이 일정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2012년부터 협동농장에 시범 도입한 ‘포전 담당제’는 농사를 짓는 사람 수를 두세 명 정도로 축소한 이른바 ‘가족영농제’라 할 수 있다.

<인터뷰>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 "목표 생산량을 초과했을 때 초과 수확물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자율 처분권을 갖게 되다 보니까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 않게 되는 겁니다. 예를 들면 비료 같은 것도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조달해서 퇴비라든지 이런 걸 스스로 조달해서 농업 생산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국가적으로, 또는 조직 단위로, 또는 개인 단위 모두 증산 효과를 갖게 되는 거죠. "

지난해 12월, 북한 내각은 이례적으로 확대회의를 열어 ‘농사’를 단일 안건으로 다뤘다.

회의에서는 분조관리제와 포전 담당제를 강조하고 협동농장의 구성원의 수준을 높이자는 문제를 논의했다.

<인터뷰>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 "북한은 농업 제도 개혁을 유통 거래, 또 다른 경제 관리 방식의 전반적인 거래와 연계하려는 그런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우선은 시범 단계에서 농업 개혁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데 이 농업 개혁이 점차 지금 확산되고 있는 추세는 분명한 것 같고요. 그리고 또 농업 개혁의 성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긍정적인 평가를 지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북한은 새로운 농업 정책 시행과 함께 농업 품목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곡물 이외에 버섯재배와 온실을 이용한 채소 재배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녹취> 조선중앙TV (함흥남새전문농장) : "흰 눈이 강산을 뒤덮은 한겨울에도 인민들에게 신선한 남새(채소)를 먹이고 싶으신 마음, 얼마나 강렬하셨으면 온실 안의 모든 일을 그처럼 환히 꿰뚫고 계셨겠습니까?

<녹취> 민현춘 (평양철도대학 부학장) : "우리가 갱도에다가 버섯 재배장을 꾸리게 된 건 볏짚버섯은 다른 버섯과 달리 빛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갱도에서 재배하기 알맞춤하고……"

과학기술을 농업에 적용시켜 고급 농산물을 개발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품종개량에 몰두했던 한 농업과학원의 여성 과학자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녹취> 영화 ‘열네 번째 겨울 (1980년 作)’ : "기사 동무. 갱생 1호는 결코 나약하지 않아요. 이 백두고원의 추위를 끝내 이겨냈거든요. (아니, 이걸 어디서 찾았습니까?) 여기 여기에 나란히 숨어 있잖아요. "

새로운 종자 개발에 대한 관심과 농업 개혁에 대한 의지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다.

북한은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축산업과 수산업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축산업은 초지를 조성해 염소와 양 등 초식 동물을 길러 주민들에게 고기를 공급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최근 김정은 제1위원장은 수산업 관련 시설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새해 첫 공개행보 역시, 군 수산물 냉동시설 방문이었다.

<녹취> 조선중앙TV :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는 조선인민군 제 534 부대에서 새로 건설한 수산물 냉동시설을 돌아보셨습니다."

농산물로는 부족한 주민들의 먹거리 문제를 수산물로 해결하고, 효자 수출 품목으로써 외화벌이 수입 증대까지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권태진(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지금 금년이 3년째인데, 3년째까지 계속해서 증산을 이어가겠다고 하는 이런 굉장히 강한 의지는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 의지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자본, 물자가 공급이 지금 안 되고 있기 때문에 그게 하나의 걸림돌이 될 테고. 당초 약속한 대로 농민들에게 그런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분배를 해주지 않는다든지 그렇게 되면 농업 개혁은 지속되기가 어렵죠."

앞으로 김정은 정권의 농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북한 당국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농업개혁에 접근하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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