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9

[이슈&한반도] 북한 인권법 논란 7년…해법은?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이슈&한반도] 북한 인권법 논란 7년…해법은?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앵커 멘트> 

6월 16일 토요일, 남북의 창 이현주입니다. 

먼저 남북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 ]입니다. 

북한인권법이 국회에서 발의된 지 벌써 7년이 흘렀습니다. 

지난 17대 국회를 시작으로 이번 19대 국회에서는 1호 법안으로 발의됐습니다만 정치권은 여전히 논란만 벌이고 있는데요. 


북한인권법안을 둘러싼 쟁점과 해법을 정소라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14일, 북한 인권의 개선과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역할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로버트 킹 미국 대북인권특사를 비롯해 국제 인권단체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참가자들은 모두 북한 인권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이규창(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 탈북자의 70% 80% 정도가 여성인데 여성분들을 인터뷰 할 때 많은 여성분들 
이 북한에서 받은 상처와 고통을 생각하면서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오히려 그것이 북한의 인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녹취> 로버트 킹(미 국무부 대북인권특사) : "거의 즉각적으로 전 세계가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이 시대에 북한은 가장 극한 고립의 사례로 남아있습니다." 

세계적인 인권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만큼 이곳에선 북한 인권의 개선과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 방안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가 계속됐는데요. 

이처럼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는 한편 국내에선 최근 다시 발의된 ‘북한인권법’을 놓고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19대 국회 개원과 함께 ‘북한인권법’을 발의했습니다. 

지난 2005년과 2008년에 이은 세 번째 발의였습니다. 

‘북한인권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재점화됐고, 최근 일고 있는 종북논란과 맞물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여야 간 공방이 뜨겁습니다. 

<녹취> 노영민(민주통합당 의원) :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대한 4대 원칙이라고 해서 사실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규제하는 조항입니다. 그리고 소위 그 대북 삐라 단체와 같은 반북통일단체에 대한 예산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녹취> 심재철(새누리당 의원) : "북한인권법이 무슨 삐라지원법이 아니라는 것을 대한민국 국민들이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삐라 지원법이라고 격하시키고 있는" 

하지만 정작 시민들은 정치권이 벌이는 ‘북한인권법’ 논쟁의 실체를 잘 알지 못합니다. 

시민들의 반응도 싸늘합니다. 

<인터뷰> 임희진(경기도 부천시) : "그냥 TV에서 정당이랑 이렇게 시위하는 것. 그런 것은 본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제가 잘 몰라서" 

<인터뷰> 양근용(서울시 방화동) : "사실 법안이 발의되는 것이나 발의 안되고 이게 문제가 아니고 그냥 그 자기 당이 어떻게 비치는지 이미지 싸움하는 거 같아서 사실 좀 보기 좋지는 않죠." 

<인터뷰> 권정림(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 "국민으로서는 정말 답답하죠. 뭔가 이념이 너무 중요한 것을 가로막고 있는듯한 느낌을 항상 받거든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처음으로 ‘북한인권법’을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법안은 17대 국회에 상정도 하지 못하고 회기가 끝나면서 그대로 폐기됐습니다. 

2008년 18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 됐지만, 여야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18대 국회 역시 ‘북한인권법’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19대 국회의 1호 법안으로 발의된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엔 통일부 산하에 북한인권자문위원회를 두고 통일부장관이 3년 마다 북한인권기본 계획을 수립할 것과 외교통상부 산하에 북한인권대사를 둘 것,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해 북한 인권에 대해 연구조사를 할 것과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할 것을 명시해 놓았습니다. 

또 인도적 지원 물품의 전달.분배.감시 기준을 강화해 정치적, 군사적 전용을 막도록 했습니다. 

<녹취> 윤상현(새누리당 의원) : "우리는 어떻게 했냐면 딱 갖다 주고 쌀을 갖다 주고 한두 군데 딱 체크를 하고 그냥 그대로 나옵니다. 그런데 미국은 훨씬 더 세밀하게 하죠. 그걸 북한 인권특사를 이용해서 합니다. 그런데 미국은 그걸 따라주거든요. 그래서 우리도 북한인권대사를 만들어서 국제협력증진을 하고 미국, 북한의 특사와 같이 활동도 하고 그러면 처음에 반발하겠지만 결국 북한이 그것을 수용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발의됐던 ‘북한인권법’이 국군포로와 납북자, 이산가족뿐 아니라 탈북자 문제의 해결까지도 명시했던 것에 비해 이번 발의안은 그 내용과 범위가 크게 축소됐습니다. 

게다가 법안이 주로 북한 인권 관련 단체의 설립에 치중돼 북한 주민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에는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인터뷰> 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한국내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있지 북한 주민의 실질적인 인권 개선을 위한 활동들은 거의 언급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북한 주민을 위한 인권 법안이라고 보다는 북한 인권 문제를 의제화하기 위해서 제정한 그런 법률처럼 보입니다." 

지난해 6월,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북한인권법’에 맞서 ‘북한민생인권법’을 발의했습니다. 

법안은 통일부 내에 북한주민의 인권증진을 위한 인도주의자문위원회를 설치할 것,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의 상봉과 북한주민의 인권보호 그리고 북한 주민의 기본생활 유지를 위한 인도적 지원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용섭(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 : "북한민생인권법에는 최소한도의 기본권과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도적 지원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효과가 있으리라고 생각이 됩니다. 식량난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지금 아사하고 있고 또 의료품 난으로 인해서 많은 북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분들에게 식량을 제공하고 의료기기를 제공하고 의약품을 제공하는 것은 그야말로 인도적 지원이고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지원입니다." 

하지만 ‘북한민생인권법’은 인도적 지원의 기준과 분배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어 대북 퍼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인터뷰> 한희원(동국대학교 교수) : "인도적 지원 문제도 국제적 스탠더드에 따라서 국제 기준에 따라서 해야 되는 겁니다. 그런 국제 기준 빼고 북한의 일정한 지역에까지만 갖다 주는 것으로 끝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퍼주기 논란뿐만 아니라 군량미 지원 논란까지도 야기될 수 있을 거겠죠." 

지난달 15일, 미국 하원은 ‘북한인권법’의 시한을 5년 더 연장했습니다. 

<녹취> 성김(주한미국 대사) : "2004년에 제정된 북한인권법의 최근 재인준은 북한의 인권상황개선을 위한 미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4년 7월, 미 하원 통과 3개월 만에 정식 발효된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과 탈북자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목할만한 점은 탈북자의 미국 망명과 난민 신청을 받아주고,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과 이에 대한 UN 인권기구의 감시도 촉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 북한주민의 인식변화를 위해 미국의 대북 라디오 방송 시간을 하루 12시간으로 늘리고, 국무부에는 북한 인권담당 특사를 두도록 했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는 해마다 2400만 달러, 우리 돈 280억 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녹취> 로버트 킹(미 국무부 대북인권특사) : "2011년 5월 북한 내부 식량 사정을 평가하기 위해 저는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이는 처음으로 미국 북한인권특사에게 북한 입국이 허락된 것이었고, 우리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편입하려면 인권기록을 개선해야 한다고 명백히 했습니다." 

일본은 지난 2006년, 이른바 ‘북한인권법’을 제정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납북 일본인 문제 해결에 대한 일본 내의 노력과 국제적 연대에 치중돼 있습니다. 

북한주민의 실질적인 인권 개선과는 거리가 있음에도, 국내에선 ‘북한인권법’ 제정을 주장하는 이들의 정치적 근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희원(동국대 법학과 교수) : "일본의 북한인권법은 현재 이제 인도적 지원을 위한 지원은 싹 빼버리고 북한을 향해서 제대로 하라고 하는 메아리.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대변했습니다만 진정하게 우리가 본받아야 될 만한 그런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한 법은 아니죠." 

지난 1995년, 북한에 대홍수가 발생하면서 식량난이 극심해졌습니다.

정부는 당시 15만 톤의 식량을 무상으로 북한에 긴급 지원했습니다. 

우리 정부의 첫 대북지원이었습니다. 

우리 정부와 민간단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은 식량과 의료, 교육 등 북한 사회 전반에 미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지원과 정책은 북한 주민의 기본권을 바탕으로 한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것입니다. 

또 분단으로 인해 생이별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산가족의 상봉과 국군포로, 납북자의 송환을 위해서도 꾸준히 힘쓰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법’의 본질이 이와 다를 리 없습니다. 

결국 양당이 ‘북한 주민의 인권’을 중심에 놓고 논의만 한다면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한 실질적인 법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제안되고 계류됐다 폐기되는 반복적인 과정을 거치는 이유가 그 법안 자체가 국내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만들어진 법안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기존 법률들을 활용해서 남북관계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 조치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어떻게 보면 순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희원(동국대 법학과 교수) : "더 이상 인권을 정치나 이념 문제가 아니라 그냥 인권개선 문제, 아주 가장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의 문제로 봐주는 이런 시각에서 인접 국가이자 같은 국가인, 한민족 동포인 대한민국이 그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우리가 가져야 될 자세를 우리가 어떻게 취할 것인지를 우리를 규율하기 위한 우리가 스스로 우리를 구속하기 위한 우리의 법이 되는 거죠." 

북한인권법안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 지 벌써 7년이 흘렀습니다. 

여야 정치권이나 우리 사회가 북한인권법안의 발의와 제정에만 몰두한 나머지 북한 주민의 인권보호와 증진이라는 법안의 본질과 기본 정신을 소홀히 했던 것은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할 때입니다. 

새로 시작한 19대 국회가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에 필요한실효성 있는 법을 만들어 실질적인 인권 개선에 나서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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