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김정일 방중…성과는?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해보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의 이번 방중 일정을 상세하게 담은 기록영화를 공개했습니다.
기록영화 공개는 귀국 닷새만에 신속하게 이뤄졌는데요.
오늘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김 위원장이 7박 8일동안 중국에서 무엇을 했는지 살펴보고 그 의미와 성과를 분석해봅니다.
<리포트>
김정일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중국에 들어선 건 지난 달 20일 오전이었다.
허허벌판에도 중국 공안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처음 도착한 곳은 중국 헤이룽장성 무단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열차에서 내렸다.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비롯한 헤이룽장성 고위 간부들이 역으로 마중을 나와 김 위원장을 반갑게 맞이했다.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의 첫 번째 방문지로 무단장을 찾은 건, 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인연 때문이다.
무단장에서의 첫 번째 행선지는, 김일성 주석이 항일전투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선전하는 징보후였다.
중국에서도 절경으로 이름이 높은 징보후에서 김 위원장은 유람선을 타고 아버지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녹취>김정일 방중 특집 기록영화 : "경박호(징보후)를 돌아보시면서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빼앗긴 조국을 찾기 위해 모진 시련과 난관을 헤쳐오신 어버이 수령님의 불멸의 업적을 뜨겁게 되새기셨습니다."
이런 행보는 북한이 3대 세습의 명분으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혁명전통과 백두혈통의 계승을 내세우고 있는 점과 맞닿아있다.
북한 기록영화가 다음 일정으로 공개한 곳은 젖소 농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곳에서 살림집까지 방문하며, 낙농사업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북한의 당면 과제가 역시 주민들의 먹는 문제 해결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터뷰>조봉현(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북한 어린이이들 굉장히 먹지 못해서 취약한 어린이들한테 무언가 축산을 육성해서 그런 중국의 축산 경영기법을 좀 도입해서 많은 우유를 생산해서 북한 어린이들한테 뭔가 좀 보급을 하려고 하는 그런 것도 굉장히 엿볼 수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방중 이틀째, 김 위원장은 창춘에 도착했다.
창춘에서 김 위원장 일행이 찾은 곳은 창춘 동북지역 건설계획 전람관이었다.
창춘은 창춘과 지린 투먼을 잇는 북중 경협 프로젝트 ‘창지투 개발 계획’의 중심도시다.
북중경협을 가속화하고 있는 김 위원장은 중국 관계자들에게 이것저것 물어가며 개발계획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녹취>김정일 방중 특집 기록영화 : "김정일 동지께서는 전람관을 주의 깊게 돌아보시면서…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에서 새로운 성과를 거두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시었습니다."
김 위원장 일행은 이어 중국에서 가장 큰 자동차 공장을 둘러본 뒤 창춘을 떠났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다시 이틀을 쉬지 않고 달려 도착한 세 번째 방문지는, 장쑤성 양저우였다.
양저우는 김일성 주석이 1991년 마지막 중국 방문 때 장쩌민 당시 중국 주석의 안내를 받으며 돌아봤던, 북중 친선의 상징적 장소다.
뇌졸중 후유증을 앓고 있는 김 위원장이 무숙박 강행군을 하며 장 전 주석이 머무는 양저우로 달려갔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과 장 전 주석의 회동이 점쳐졌다.
장 전 주석은 중국 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상하이 방’의 대부로 여전히 중국 정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장 전 주석에게 3대 세습에 대한 인정과 경제지원을 부탁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두 사람의 회동은 북한 기록영화에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김 위원장 일행은 양저우에서 첨단 산업시설을 집중적으로 돌아봤다.
중국 정부는 김 위원장을 태양전지공장과 첨단 기계설비공장, 그리고 기술전시장으로 안내했다.
<인터뷰>조봉현(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과거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원하는 곳을 방문하는 형태였다 하면 이번엔 오히려 중국이 사전에 방문할 곳을 정하고 거기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들를 수 있도록 하면서 중국에 대한 발전상을 보여주려고 했던 그런 특징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난 달 한중일 정상회담 당시,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발언은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중국의 발전상황을 이해시키고 북한의 발전에 활용할 기회를 주기 위해 김 위원장을 초청했다고“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양저우에서 대형마트도 방문했다.
<녹취>김정일 방중 특집 기록영화 : "시장을 돌아보시면서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과일과 남새(채소), 기름을 비롯한 상품 가지 수와 질, 경영활동 방식에 대해 료해하시었습니다.(살펴보셨습니다)"
주민들의 먹는 문제 해결에 골몰하고 있는 김 위원장은 특히 식료품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녹취>대형마트 직원 : "(김정일 위원장이) 식용유, 쌀 등에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방중 나흘째, 김 위원장 일행은 난징을 찾았다.
난징 역시 과거 김일성 주석이 덩샤오핑, 장쩌민과 함께 둘러봤던 곳이다.
김 위원장은 난징에서 전자장비공장을 둘러본 뒤 베이징으로 떠났다.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 주석간의 정상회담은 25일에 열렸다.
지난 해 8월 방중 이후 9개월만의 북중 정상회담이었다.
이날 회담에선 북중경협과 북한의 3대 세습, 그리고 6자회담 재개가 핵심의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먼저 눈길을 끈 건 배석자 수였다.
중국에선 시진핑 부주석을 비롯해 9명이 배석한데 비해, 북한은 강석주 부총리와 김영일 국제서, 김계관 외무성 1부상만이 배석했을 뿐이었다.
이전 정상회담 때 배석자 수를 맞춰왔던 관례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었다.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의 표정도 밝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김 위원장과 원자바오 총리간의 경협분야 회담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 대한 일종의 시위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의 불만은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중 정상이 발표한 5대 합의사항 가운데 양국간 이득이 되는 교역과 협력의 강화라는 대목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녹취>남성욱(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 : "과거에 없던 표현이거든요. 양국이 어떻게 이득을 봅니까. 주로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거였는데 이제는 이득이 된다는 경제협력, 경제지원이 아닌 표현을 쓴 거죠. 그래서 이와 맞물려서 중국이 무엇을 주고 중국도 얻는 게 있어야 된다는 겁니다."
그러나 양국 관영매체들은 회담 결과를 보도하면서 이러 미묘한 기류는 생략한 채 북중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6자 회담 재개 등에 완전히 의견일치를 이뤘다고만 전했다.
<녹취>조선중앙TV(5월 27일) : "전조선 반도의 비핵화목표를 견지하고 6자회담의 재개 등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며 장애적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 동북아시아 지역의 전반적 이익에 부합된다고 인정하면서… 의견을 같이 하였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베이징 정상회담 뒤 소프트웨어 기업을 한차례 방문하는 것으로 7박 8일 일정을 끝내고 귀국길에 올랐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 목적은 3대 세습의 완전한 인정, 중국과의 우의 과시, 경제협력 크게 3가지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의 방중은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다.
중국을 특별열차로 횡단하면서 파격적인 대접을 받았다는 점에서 양국간 우의를 대내외에 과시했지만 장쩌민 전 주석을 만나지 못했고, 경협 분야에서도 기대했던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홍현익(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 "중국은 그야말로 실용외교를 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환대는 따뜻하게 해주면서 결국은 가장 김정일이 필요로 하는 것은 유보해서 계속 카드로 남겨두는..이를테면 세습문제 같은 것은 확실하게 인정을 해주면 카드가 끝나니까 조금 뜸을 들이면서 중국의 요청을 들어주면 좀 확실히 해주겠다. 이를테면 북핵문제에 대해서 성의있는 태도로 나오면 해줄 수 있다."
김 위원장 귀국 직후로 예정됐던 훈춘-나선간 도로건설 착공식과 황금평 개발 착공식 모두 연기됐다.
이번 방중에서 김 위원장이 성과를 내지 못한데 대한 반발 성격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인터뷰>조봉현(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중국은 중국의 발전상들을 북한에 보여줌으로써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기 위한 그런 목적이 있었고, 실제적으로 그러한 것들을 어느 정도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선 개혁개방 중국의 큰 발전을 그대로 도입했을 경우에 북한 체제의 영향 그 다음에 주민들이 어떤 생각을 가질까에 대한 아마 여러 가지 불안했을 걸로 판단됩니다. 실제로 중국이 생각하고 있었던 초청목적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중한 목적 자체가 갭이 시각차가 있었지 않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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