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두만강 사람들…고단한 삶의 현장”
입력 2014.11.01 (08:06) | 수정 2014.11.01 (08:35)남북의창| VIEW 213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강바닥 모래에서 자석을 이용해 철가루를 채취하는 모습, 잘 상상이 안 되는 장면인데요.
북한 당국은 외화벌이를 위해 두만강 바닥의 철가루까지 내다판다고 합니다.
엄혹한 감시와 통제 속에서도 북한 주민들의 외부세계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가고 있는데요.
북중 접경지대인 두만강을 터전으로 사는 북한 주민들의 삶, 최성민 기자가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울긋불긋 물든 단풍들 너머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 바로 북한과 중국을 가로지르는 두만강입니다.
지붕 위엔 가을볕에 말리기 위한 옥수수와 볏짚들이 널려 있고, 마을 거리에선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익숙한 풍경도 보입니다.
수확을 끝낸 황량한 들판 위를 터벅터벅 걸어가는 중년의 여성과 작업복 차림으로 몰려가는 사람들의 힘겨운 뒷모습에서 이 지역 주민들의 녹록치 않은 삶이 느껴집니다.
두만강 변에서 바라본 북한 주민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한 남자가 중장비에 올라가 있고, 호스에선 물이 뿜어져 나옵니다.
바로 옆, 굴착기가 분주히 움직이며 강바닥에서 모래를 퍼 올립니다.
북한 최대의 철광석 매장지인 무산 광산 주변 두만강에서 이뤄지는 철가루 채취 현장입니다.
커다란 자석을 장착한 중장비를 이용해 모래에 섞인 철가루를 분리해내는데, 강이 얼어붙는 겨울을 앞두고 작업이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광물자원 반출이 막히자, 외화벌이를 위해 강바닥의 철가루까지 채취하고 나선 겁니다.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받아 이뤄지는 철가루 채취는 두만강 상류에서 중류까지 약 200km에 걸쳐 곳곳에서 이뤄집니다.
<녹취> 두만강변 북한 주민 : "(철광(석) 채취하는 게 중국 아닙니까?) 아닙니다. (아니면 조선(북한)에서 하는 겁니까?) 저기서 하는 작업 말입니까? (네.)"
<인터뷰> 무산광산 노동자 출신 탈북자 : "무산광산에서 미광으로 나오는 그걸 다시 자전기 (자석장비)로 받아서 중국에다 외화벌이를 하는 거죠. 모래를 다시 재생해가지고 광석을, 쇳돌을 뽑아내는 거죠. 평균 한 달에 몇 천 톤?"
그러나 무산광산 주변의 두만강은 철광 폐수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두만강 푸른 물은 그야말로 옛말이 됐고, 육안으로 보기에도 오염 정도는 심각해보입니다.
<녹취> 북‧중 접경지대 주민 : "이 지금 무산 위로 올라가기만 해도 물이 맑아요. (무산 위로는 물이 맑고?) 광산‧석탄, 거기로 보면 (무산) 밑으로는 새까매요."
수질오염은 두만강을 터전삼아 빨래와 목욕 등 일상생활을 의존하던 주민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북중 경계에 흐르는 압록강의 맑은 물과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압록강변에 단체로 나와 웃옷을 벗은 채, 서로 몸을 씻겨주는 군인들의 해맑은 모습도 이곳에선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무산광산 노동자 출신 탈북자 : "두만강 물이 무산광산에서 미광 뻘이 나오니까. 물이 어지러워요, 시커멓고. 그래서 고생을 많이 해요. 겨울 같은 때. 중국 쪽으로 쑥 들어가서 (물을) 퍼 와요. 겨울 같을 때는. 두만강이 이렇게 있잖아요. 그런데 북한 쪽은 미광 뻘이 물이 흘러가지고 어지러워 가지고 거기 물은 못 먹고, 중국 쪽으로는 좀 미광 뻘이 많이 퍼지지 않았으니까 맑은 물이 흐르거든요."
두만강변을 따라 1시간을 차로 달리자, 수심이 얕아 강바닥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함경북도 유선군의 한 마을엔 하천이 바짝 말라버린 모습도 눈에 띕니다.
올해 초 극심한 가뭄이 닥치면서 강물이 말랐고, 전력생산의 절반 이상을 수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은 더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북중 합작 수력 발전소인 이곳도 물 부족으로 인해, 가동률이 30%에도 못 미친다고 합니다.
전력난 극복을 위해 북한 주민들이 찾아 나선 대안은 태양광 충전기로 접경지역 회령세관은 물론 일반 가정집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녹취> 중국 전자부품매장 직원 : "(북한 사람들이 (태양광 충전기) 많이 사가요?) 네, 많이 사갑니다. 저 북조선에서 들어왔습니다. (이걸 직접 사러 와요?) 네."
북한의 전력 공급이 부족해지자, 태양광 충전기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는 추세로 장마당에서도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고 합니다.
북한 거래상들이 주로 찾는 중국 연길의 전자상가에선, 한국 돈, 만원부터 12만원까지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태양광 충전기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녹취> 중국 전자부품매장 직원 : "(큰 거는 TV도 나와요?) 네, 큰 거는 100와트입니다. 북한에는 전기가 없어서 (충전기) 큰 거 사 갑니다."
각종 전자제품과 생활 전기는 물론 휴대용 영상기기인 ‘노트텔’의 보급이 는 것이 충전기 수요가 증가한 이유입니다.
김정은 체제의 유일사상 강조를 통해 선전화에 나서면서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으려는 북한 당국의 단속은 더욱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강 너머로 보이는 달라진 중국의 모습을 보며 외부세계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휴대용 영상기기인 노트텔이 밀무역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되면서 한국과 외국 드라마와 영화들 또한 확산되고 있는 겁니다.
이처럼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노트텔에 안테나를 꽂으면 주변 국가의 방송을 볼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노트텔 수입을 전면 금지하며 세관에서도 강력히 단속하고 있지만, 밀무역 수요는 늘고 있고, 가격 역시 올랐다고 합니다.
<녹취> 노트텔 매장 :"이게 720(위안)이니까 한 15만원 되는데, 할인돼서 500(위안), 10만 원 정도 되네."
<인터뷰> 이석영(자유북한방송 사무국장) : "이 노트텔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드라마라던가, 또 노트텔에다가 TV 단자를 꽂아가지고 북한에서는 볼 수 없는 외부의 정보를 접하기 위해서 노트텔을 많이 요구하는데. 북한 주민들한테는 충격이죠, 이거는. 그러면 우리가 받았던 이 교육이 다 거짓이구나 하는 게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지면 그 체제에 굉장히 위협이 오거든요. 그러니까 노트텔이라던가 이런 외부 기기를 이제 단속을 하고……."
북한 주민들이 외부와 소통하는 또 다른 매체는 바로 휴대전화입니다.
본래 접경지역에서 밀무역을 위해 유입된 중국산 휴대전화가 주민들 사이에 암암리에 보급된 것입니다.
평양 아파트 붕괴 사건이나, 김정은의 건강이상설 등 북한 내부의 소식은 물론 한국 사회에 대한 정보가 휴대전화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최근 휴대전화 단속도 강화됐다고 합니다.
북한 회령의 한 시골 마을에 접시 모양의 대형 안테나가 설치돼있는데, 바로, 휴대전화 사용을 교란하기 위한 방해 전파 시설입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위치추적과 감청을 피할 수 있는 중국의 휴대전화인 일명 대포폰을 몰래 사용한다고 합니다.
<녹취> 휴대전화 밀거래업자 : "북한에 중국의 통로 (이동통신)가 3개예요. (보인이 강한 제품은) 한족말로 ‘뗀신 (전신-중국통신)겁니다."
북한 당국의 휴대전화 단속이 강화될수록 이를 피하기 위한 방법 또한 다양해지는 겁니다.
<인터뷰> 이석영(자유북한방송 사무국장) : "고정번호들이 등록이 안 되기 위해서, 북한의 주민들은 이제는 심카드를 한 사람당, 세 개, 네 개 씩 가지고 있는 거예요. 한 번 넣고서는 세 통화, 네 통화 정도를 하고서는 그 심카드를 버리는 겁니다. 안전을 위해서. 추적을 안 당하게. 그러니까 이런 다양한 방법을 북한 주민들이 사용을 하는 거죠."
지난해 장성택 처형 이후, 침체된 북중 교역은 단둥을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일부 접경지역은 아직도 활기를 찾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두만강의 시작점으로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불리는 이곳은 상류지역 중 가장 큰 규모인 중국 숭선마을입니다.
<녹취> "마을이 진짜 썰렁한데 이거."
북중 교역의 현재를 말해주는 듯 마을 전체가 황량한 모습으로 건설을 중단한 건물도 그대로 방치돼있습니다.
북중 접경지역의 한 마을입니다.
최근 북중 간의 교역이 줄어들면서 이처럼 문을 닫은 민박집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녹취> "(여기가 어떻게 지금 북한하고 무역하려고 이런 건물 지어 놓고?) 야. (그런데 이거 거의 다 버렸구만.) 버렸지. 30만 원(위안)에 판다네."
이러다 보니, 밀거래가 성행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중국 보따리상들은 북한 상인들이 약속을 잘 지키지 않고 돈을 떼먹는 경우가 많아 신용도가 떨어졌고, 개개인간의 거래도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녹취> 중국 상인 : "정말 조선 사람 중에 신용이 없어요. 거짓말이 많단 말이에요. 거짓말 보증서를 써도 상관없어요. 그 물건 다 받아먹은 (다음에) 조금 하다가 뚝 끊어져요. 없다고, 없어."
<인터뷰> 북한군 : "고위 장교 출신 탈북자 조중관계가 지금 안 좋고. 중국에서 지금 사업자들 다 차단을 시키고. 또 북한에서는 중국한테 무역을 많이 하던 사람들 다 중지를 시켰습니다. 국경을 한 번 통과한다는 게 평양까지 다 보고가 되고, 거기 까지 다 승인이 떨어져야 돼요. (갑자기 거래를) 중단하면 그 다음부터는 중국인도 망하고, 뭐, 여기 장사하는 사람은 사기꾼이 되고, 북한 사람은."
북한과 중국 간의 교역이 정상화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국 훈춘과 북한 나선시를 잇는 신두만강대교는 내년이나 내후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인데, 북중 물류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 간의 정치와 경제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곳, 접경지역 두만강 변 사람들은 고된 현실 속에도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두만강 강물이 멈추지 않는 한, 그들의 치열한 삶도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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