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북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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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0월 15일 토요일, 남북의 창 이현주입니다.
먼저 남북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보는 <이슈 앤 한반도>입니다.
1990년대 들어 대학들이 앞다퉈 설립했던 북한학과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북한학과를 만든 동국대마저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폐과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북한은 우리와 대치하고 있는 적이자, 언젠가 통일을 해야 할 한 민족이라는 점에서 잘 알고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학과의 잇단 폐지가 우리 사회의 북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유다현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굳은 표정의 학생들이 108배를 하고 있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학생들로 존폐 위기에 놓인 북한학과를 지키기 위해섭니다.
학교 곳곳에는 폐과에 반대하는 플래카드와 전단이 나붙었습니다.
<인터뷰> 정찬형(동국대 북한학과 학생) : "우리의 문제인 통일의 문제를 등한시하고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 학문을 재단해서 통일의 인재들을 육성하지 못한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북한학과 학생들은 학과를 지켜달라는 호소를 담은 전단지를 돌리고, 폐과 반대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보름만에 재학생 1,800여명이 서명에 참가했습니다.
<인터뷰> 김재환(동국대 신문방송학과 학생) : "북한학과가 우리나라에 몇 개밖에 없는데 그중에서 역사가 가장 깊다고 하거든요. 여기서보면 근데 이걸 아무 논의도 없이 폐지시킨다고 하니까 반발이 더 거셀 거 같아요."
<인터뷰> 김성현(동국대 신문방송학과 학생) : "저는 북한학과가 정치외교학과에 왜 통합이 돼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연계성이 북한학과는 북한을 중심으로 되는거고, 정치외교학과는 다른 나라가 많잖아요. 그래서 좀 억지인 것 같고요."
1990년대 들어 공산권의 몰락하고 북한 김일성 주석이 숨지자 우리 사회에서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습니다.
이런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듯 1994년 동국대학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북한학과를 개설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연구와 남북 교류협력을 담당할 전문인력을 기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이어 명지대, 관동대, 고려대, 선문대가 북한학과를 잇달아 개설했습니다.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같은 기초 학문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북한학과 강의는 점차 통일정책, 북한연구방법, 탈북자 정책 등으로 영역을 넓혀나갔습니다.
<녹취> 1차 남북정상회담(2000년 6월) : "우리 두 사람이 합의를 봤습니다~”
김대중 정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교류협력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북한학과 출신들의 관련 분야 진출도 활발히 이뤄졌습니다.
특히 통일부는 지난 2006년과 2007년, 동국대 북한학과 졸업생 5명씩을 7급 공무원으로 특채하기도 했습니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면서 북한에 대한 관심과 관련 일자리가 늘긴 했지만 대학생들의 북한학과 선호도는 낮았습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대학들이 앞다퉈 단과대학별, 계열별 신입생 선발을 실시하면서 북한학과 재학률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2006년에 관동대 북한학과가 정원에 절반도 채우지 못해 가장 먼저 문을 닫았습니다.
2007년에는 동국대 북한학과가 입학 정원을 40명에서 20명으로 줄였습니다.
2008년엔 선문대 북한학과가 동북아학과로 개편됐고, 2010년엔 명지대 북한학과가 정치외교학과로 통폐합됐습니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2000년 이후에 사회적으로 보면 남북관계가 다소 경색이 되면서 북한학연구자들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고 그러다 보니까 진학문제나 이런 것들에 대한 학교의 평가 기준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 같습니다. 분명 통일이 구체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 거기에 수요 될 인력을, 기본적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기본적인 터전이 자꾸 무너지고 있다는 건 대단히 안타까운 상황이구요."
지금은 동국대와 고려대만이 북한학과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동국대 북한학과도 최근 대학의 학문구조개편 논의로 존폐의 기로에 서있는 상황입니다.
동국대학교는 지난 2008년 학과별 재학률과 취업률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순위가 낮은 학과의 정원은 줄이기로 했습니다.
올해 초에는 ‘학문구조 개편위원회’를 출범시켜 본격적인 학과 통폐합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학과는 현재 최하위권으로 다른 3개학과와 더불어 존폐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학교측이 지난 달에 마련안 1차 개편안에는 북한학과는 2013년부터 연계전공으로 전환하도록 돼있습니다.
이 경우 국내 1호 북한학과가 사실상 폐지되는 겁니다.
학교측의 이런 움직임에 북한학과 교수와 학생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노준원(동국대 북한학과 학생회장) : "저희 북한학과의 가치를 인정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통일이 남의 일이 아니잖아요. 저희가 당면한 문제고. 저희가 평생 이끌어 나가야 될 문제인데. 이거에 대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곳이 북한학과인데 전문인력을 양성하지 못한다면 통일은 더 나중에 하게 될 것이고. 만약에 통일이 된다고 하더라도 전문인력들이 부족하게 되면 난항을 겪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학문의 가치를 인정해주셨으면 합니다."
대학측은 교수와 학생들을 상대로 의견수렴을 거친 뒤 이르면 이달말쯤 최종 방침을 확정할 예정입니다.
북한학과 학부는 잇달아 폐지되고 있지만 대학원에서의 연구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는 2005년 개교 이래 100여 명이 넘는 석사와 박사를 배출하며 북한 연구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해외 유학생들도 부쩍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와타나베 가오리(북한대학원대학교 학생) : "저는 탈북자 문제나 북한 대중문화 이런 쪽에 관심이 있는데요. 한국 외에는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또 배울 수 있는 곳도 없어서 한국에서 공부하게 됐습니다."
캐나다 유학생 딘 올렛 씨는 이곳에서 북한의 외교정책을 연구해 최근에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딘 올렛(북한대학원대학교 학생) : "남한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선 38선 너머 있는 북한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반도의 분단은 한국 사회, 역사, 정치 등 모든 것을 계속해서 변화시켰기 때문이죠. 남과 북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통일을 생각한다면 결국 통일 후 남북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서로를 알기를 원해야겠죠. 따라서 남한에서 북한을 이해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인터뷰> 구갑우 교수(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전 세계에서 북한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문제가 단순히 한반도 문제를 넘어서 전 지구적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연구를 하는데 일정한 한계가 있습니다. 그 자료의 한계, 언어의 한계가 있고 북한과 관련해서 발생하는 많은 현상들의 맥락을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들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북한 연구를 하려는 외국 유학생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북한에 대한 연구는 적실성있는 대북 정책을 수립하고 통일을 준비한다는 측면에서도 큰 의의가 있습니다.
<인터뷰>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통일이라는 것은 단순히 두 국가가 합쳐진다 그 수준을 넘어서 아마 전사회에 영향을 미치게될 겁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부분에 걸쳐서 통일은 큰 사회적 변동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통일을 준비한다면 각 사회부문에서 북한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연구의 활성화는 남북의 평화적 공존은 물론 통일에도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남과 북이 분단된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 사회에서 북한학이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는데요.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통일을 준비하는 초석이 된다는 점에서 북한학을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일겁니다.
더불어 대학들도 단순히 시장논리로만 볼 게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갖고 북한학과의 미래를 고민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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