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구 칼럼] “동양비핵평화구상”
중국도 동아시아 핵보유국 지위를
북한과 나눠 갖고 싶지 않을 것
미국의 핵 확대 억지력 활용하면서
중국·러시아와 협력해 평화 지키는
‘동양비핵평화구상’의 지혜 모으자
북한과 나눠 갖고 싶지 않을 것
미국의 핵 확대 억지력 활용하면서
중국·러시아와 협력해 평화 지키는
‘동양비핵평화구상’의 지혜 모으자
미·북 간의 충돌 열기도 다소 주춤하는 듯싶더니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으로 발사함으로써 긴장은 계속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달에 열리는 유엔총회가 대화와 접촉의 장이 될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 핵전쟁의 가능성을 안고 또 한번의 한반도전쟁으로 치닫던 긴장 상황이 협상과 조정의 외교무대로 옮겨 간다면 일단 반가운 진전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대화와 협상이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로 이어지려면 당면한 위기의 핵심 성격에 대한 모든 당사자의 공통된 인식 조성이 필수적 조건이라 하겠다.
한반도를 둘러싼 오늘의 위기가 북한 핵이 가져온 한국, 미국 및 일본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북한 핵이 야기한 최대 과제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의 국제관계를 핵전쟁 시대로 진입시킬지 여부를 결정하는 국제사회의 선택이라고 봐야 마땅하다. 지난 반세기 동아시아에서는 유엔 상임이사국인 중국을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데 모든 국가의 사실상 합의가 가동돼 지역 평화를 유지해 왔다. 북한이 핵 국가임을 스스로 선언한 것은 중국에 더해 동아시아 두 번째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중국의 유일 핵보유국 시대를 마감하자는 입장이다. 러시아·영국·프랑스 등 핵보유 강대국들이 공존하는 유럽이나,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보유국으로 공존하는 서남아시아처럼 동아시아도 복수 또는 다수의 핵보유국 시대로 진입한다는 일방적 선언이다.
이러한 북한의 돌발변수에 대한 주변 강대국들의 석연치 않은 반응과 애매모호한 처신에서 작금의 혼란은 기인됐다고 볼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즉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핵보유 초강대국들이다. 그들은 공히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유엔의 대북제재에도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확실히 제지시킬 강력한 의지가 있는지, 이를 집행할 실력이 있는지에 관해서는 계속 불확실성을 키워 가고 있다. 사실 중국이 동아시아 유일 핵보유국의 위치를 포기하고 북한과 그 위치를 나눠 갖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아마도 미국과의 전략적 함수관계가 복잡한 데서 오는 신중한 정책 조정 과정을 거치고 있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짐작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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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나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미국의 확장 억지력에 대한 보다 확고하고 유효한 개선책의 필요가 제기되는 것도 북한 핵이 모든 당사국의 전략적 사고에 대한 혁신이나 조정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핵무기 시대에 평화를 굳건히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통한 미국의 확장 억지력이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과 동아시아의 상황적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러시아와 유럽 간의 성공적 평화 유지 장치를 동아시아에서도 원용하려는 창조적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1909년 뤼순 옥중의 안중근 의사께서 남기신 『동양평화론』은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외교정책의 기본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한반도의 독립과 아시아 평화는 상호 필요조건이란 것이다. 유럽의 독일과 아시아의 한국·일본은 비핵 국가다. 그러기에 미국과의 확대 억지력 합의를 활용해 러시아·중국과 협력하며 한반도의 평화, 유럽과 아시아의 평화, 나아가 핵무기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운 지구촌을 만들어 가는 데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동양비핵평화구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특단의 외교 노력을 출발시켜야 할 때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본사 고문
[출처: 중앙일보] [이홍구 칼럼] “동양비핵평화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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