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차 당대회 앞두고 北관리모드 가능성
美 세컨더리 보이콧 방침에 강력 반발
北 전략가치 포기 어려워… 당분간 美와 갈등 감수할 듯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카드를 꺼내들며 중국의 대북 원유금수 확답을 받아내기 위한 고삐를 당김에 따라 중국의 선택이 주목된다. 당장은 미국의 압박에 어느 정도는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를 취하겠지만,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포기하기 어려운 중국이 제19차 공산당대회까지 앞둔 시점에서 대북 송유관을 잠글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뒤 국제사회의 추가 대북제재 초점은 원유공급 문제로 맞춰지고 있다. 원유를 수입하지 못할 경우 북한은 군 장비 기동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경제 전반이 큰 충격파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북한 김정은 정권에게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타격을 입힐 방안인 셈이다. 특히 북한이 매년 수입하는 원유의 절대량인 약 100만톤을 중국이 유ㆍ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태도와 선택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대북 원유공급 중단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오르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한다. 원유 금수조치가 북한을 벼랑 끝으로 내몰면서 자국에 대한 반감만 키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미 100만톤을 비축했을 거란 정보가 사실이라면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고, 경우에 따라선 최악의 사태로 간주되는 북중 접경지역 혼란이 초래될 수도 있다. 시기적으로도 제19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주변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본질적으로는 북한의 전략적 자산가치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대북 지렛대를 상실하게 될 거란 우려가 크다.
물론 중국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현실화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ㆍ은행ㆍ개인 등에 대한 제재를 공론화했고, 미국ㆍ일본의 외교수장들은 대북 원유수출 금지에 합의했다. 중국으로선 대북 원유공급을 계속할 경우 미국과의 전면적인 갈등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선택지는 ‘현상 유지’ 쪽으로 가는 듯하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압박 발언에 대해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이익이 침해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관영 환구시보는 전날 사설에서 “대북 원유공급 완전 중단과 국경 폐쇄가 북한의 핵ㆍ미사일 활동을 억제할지 불분명하고 오히려 중조(중국과 북한) 간 전면대립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북한 핵 문제의 본질이 미국ㆍ한국과 북한의 갈등이라는 기존 인식을 재확인한 것이다. 북핵 문제는 한미 양국의 군사적 위협에 북한이 핵 보유를 정권 안보책으로 여기면서 발생한 문제인 만큼 대북 원유공급 문제나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 등으로 중국에 책임을 떠넘겨선 안된다는 메시지다. 대표적 관변학자인 다즈강(笪志剛) 헤이룽장(黑龍江)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중국은 대북제재를 조심해서 선택할 필요가 있다”면서 “원유공급 완전 중단이나 북중 변경 폐쇄 같은 극단적인 조치들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중국이 미국과의 전면적인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보조를 맞추는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은 있다. 우선 개별국가의 결정이 아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논의는 반대할 명분이 없다. 이 경우 북핵 문제에 있어 밀월관계를 유지해온 러시아와 공동행보를 취할 수 있다. 일각에선 원유공급 축소 내지 중단을 일부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경우 북한산 석탄 문제와 마찬가지로 ‘민생’ 문제를 내세워 시간을 벌거나 현재 절반 정도로 추정되는 유상공급 비율을 높이는 식으로 대응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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