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6

배재희 <악은 지식을 시늉한다> 김용옥 비판

배재희 5 June · <악은 지식을 시늉한다>

악의 가장 고도화된 형태 중 하나는 뻔뻔스러움이다. 대개는 윽박지르거나 이죽대기, 웃기지도 않는 농 등으로 정상적인 사람들의 상식을 말문 닫게 한다. 일테면 달변 앞에 머리가 허옇게 된달까. 뻔뻔함 없이는 기능할 수 없는 ‘요설’적 에토스야 말로 악의 본색이다.

예컨데 ‘다당제보다 일당제가 더 민주적일 수 있다’는 말 안에 드리운 악을 보라. 심중에 자신조차 설득할 수 없는 허다한 요설을 남들에 강변하는 그 격렬성. 능청스러움. 의문을 봉쇄하기 위해 해학을 동원하고 남루한 수사와 전문용어들을 이어붙여 부득불 자연스런 문제제기를 봉쇄한다. 일테면 지적 사기다.


이들은 성실한 생각, 도덕적 사유의 힘을 믿지 않는다. 나아가 믿는 자를 기꺼이 시험에 빠뜨리고 만다. 좋게 말해 '해체'요 '포스트모던', '탈식민주의'이고 실상은 지식분자들의 한철 장사다. 생계의 욕망 앞에 진리 따위는 아무래도 괜찮은 이들, 우리는 과연 그런 류를 뭐라고 불러주는게 좋을까..

성서에는 ‘뱀 같은 혀’에 대한 은유가 많다. “뱀 같이 그 혀를 날카롭게 하니 그 입술 아래에는 독사의 독이 있나이다. (시 140:3)” 지식인의 말이 과연 어떤 식으로 미끈한 독이 되는지 우리는 김용옥이라는 임상사례로 똑똑히 목격하게 된다.

송두율식 요설을 강연의 형식으로, 분필냄새에 멋스런 지식분자의 도포자락까지 휘날리며 떠들 때, 우리는 김씨에게서 어떤 류, 자신감을 읽게 된다. 무슨 궤변이든 제 입을 통하면 정연한 논리로 너끈히 포장 가능하다는 자기 확신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김씨 정도면 ‘냉면 먹고 혀 데었다’는 정도의 말뽄새도 학설쯤으로 너끈히 만들 수 있는 부류다.

이런 류 자신감은 지식분자 특유의 입신양명을 향한 현세의 욕망과 동전 앞뒤면 관계를 형성한다. 일찍이 전북대 강준만은 이런 김용옥을 실명비판하며 ‘문화특권주의와 지식폭력’이라고 규정했던 바 있다.

요새 종종 김용옥이라는 이를 다시 생각한다. 그 속에 도사린 지적 뻔뻔함을. 대개 이런 추레한 강단지식인들의 날뜀에는 어떤 배경이 있다. 대중일반의 쥐죽은 듯한 방임이 주로 밑거름 된다. 카메라에 목마른 먹물, 권력자에 어필하고픈 지식분자의 현세적 욕망은 대개 선량한 이들의 순응을 먹고 자란다.

하여, 오늘날 이 나라의 현존 악 중 팔할은 감히 저 ‘강단’의 어둑한 습지에 서식 중이라고, 나는 기꺼이 확신한다. 여기까지 쓰고보니 결국 '악'도 참 별볼일없는 제스처들의 패키지가 아닌가 생각되긴 한다만. /




72李宇衍, 김대호 and 70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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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성 에덴 시절 뱀이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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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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