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3

Seokhee Kim | Facebook 마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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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khe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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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미 (5)
아버지는 기운을 차린 뒤 다시 채비를 했다. 문밖에는 인민군 소년 두 명이 번갈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버지는 나트막한 담 너머로 주먹밥 두 개를 내밀었다.
“군인동무. 고생 많수. 배 안 고프우? 이거라도 좀 들어요.”
소년은 침을 꼴깍 삼키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한 조로 움직이는 나이 많은 소년이 험상궂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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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이소, 김희숙 and 104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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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khe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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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미 (4)
영등포에서 출발한 기차는 앞뒤로 화통을 달고 남쪽을 향해 달렸다. 너무 많은 사람이 올라타 기차도 무리를 한 탓인지, 군포 쯤 도착했을 때는 기차 화통에 불이 붙었다. 모두들 일단 기차에서 내려 무작정 걸었다. 사람들로 발 둘 곳이 없어 아버지가 눈 앞에 보이지 않았다. 그저 허리에 매단 끈이 끄는대로 흘러가듯 걷고 있을 뿐이었다.
"아이고~ 사람 죽네~내 허리 끊어져! 끈내끼 풀어 줘!"
삼이는 울며 외쳤지만 강처럼 몰려가는 사람들 틈에서 제 몸을 제 마음대로 움직이는 건 불가능했다. 그 와중에 누군가가 서로 흩어져 걸어야 폭격을 맞지 않는다고 외쳐댔다. 아비규환이었다. 당시 북한에는 공군이 없다시피 했으므로 폭격기는 대부분 미군 비행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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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이소, 김희숙 and 120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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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khee Kim
때로는 비겁을 선택하는 용기
Intro
Works at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Worked at 인하대학교 - Inha University
Studied at 오사카대학(大阪大學 Osaka University)
Lives in Yongin
From PyeongChang

Seokhee Kim
tSponsofr7Seldh ·
[엽서] 오늘 2차 발송 완료했습니다.
너무 시간이 걸려 송구합니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외에 계신 분들께는 EMS로 보냈으니 늦어도 다음 주에는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ee more
Comments
Youngsoo Cho
너무 예쁜 엽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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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khee Kim
조영수 선생님 보내고 보니 동명이인이 있어서 혹시 바뀌었을까 걱정이에요. 혹시 그러면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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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khee Kim
tS1p2ofgthnsdored ·
마사미 (5)
아버지는 기운을 차린 뒤 다시 채비를 했다. 문밖에는 인민군 소년 두 명이 번갈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버지는 나트막한 담 너머로 주먹밥 두 개를 내밀었다.
“군인동무. 고생 많수. 배 안 고프우? 이거라도 좀 들어요.”
소년은 침을 꼴깍 삼키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한 조로 움직이는 나이 많은 소년이 험상궂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보우, 군인 동무. 고향 떠나 다들 고생 많수. 나도 자식 키우는 사람이우. 고향 부모님 생각해서라도 한 개씩 들어요.”
소년들은 못 이기는 척 주먹밥을 받아 들고 허겁지겁 먹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미군의 폭격이 시작되었다. 건너편 집 담벼락에 총알이 줄줄이 박혔다. 아버지는 삼이를 끌어당겨 담벼락 아래 몸을 숨겼다. 소년병 하나가 먹던 주먹밥을 팽개치고 냅다 뛰어나가더니 비행기를 향해 총을 쏘았다. 무모한 저항이었다. 아버지는 기겁을 했다.
“그 총이 가 닿기나 하우? 죽고 싶지 않으면 얼렁 이리 와!”
소년은 총을 쏘며 비행기를 따라 사라졌다. 공교롭게도 그곳은 미군 비행장이 있는 오산이었다.
그날 밤, 으슥하게 어둠이 내릴 무렵 아버지의 재촉을 등불 삼아 길을 나섰다. 북쪽으로 올라가서는 큰일이기에 큰길을 따라 이동했다. 낮에는 눈을 피해 숲속에 숨어 잠도 자고 밥도 지었다. 밥을 지을 때는 땅을 파고 나뭇가지로 지붕을 덮어 되도록 연기가 나지 않게 했다. 땔감은 주로 싸리나무가지를 사용했다. 싸리나무는 탈 때 연기가 잘 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한번은 풀숲에서 중공군을 만났다.
아버지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삼이도 아버지를 따라 손을 번쩍 들었다. 아버지가 일본말로 이야기를 건넸다. 몇 마디를 주고받더니 갑자기 중공군이 박스 하나를 가지고 왔다. 그 박스 안에는 쪼꼬레트에, 비스케트에, 건빵에, 사탕 같은 것들이 가득 들어 있었고, 삼이는 그걸 먹으면서 세상 한 번도 못 먹어 본 걸 먹는 것처럼 행복했다. 아버지가 중공군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지금도 알지 못 한다.
중간에 피난행렬을 만나기도 하고 미군을 만나면 제무시(군용트럭 GMC를 당시에는 그렇게 불렀다. 사진 참조 - 글쓴이 주)를 얻어타기도 했다. 미군도 만나고 러시아 놈도 만나고, 중국 놈도 만났으나, 용케도 피난길은 계속되었다. 물어 물어, 광천까지 갔다. 광천에서 배를 타고 안면도로 들어갔다. 그리고 휴전이 될 때까지 안면도에서 지냈다. 전쟁을 모르는 섬 안면도에는 인민군도 한국군도 들어오지 않았다.
봄이 오고 여름이 왔다. 바닷가 흰 모래밭에는 붉은 해당화가 끝없이 피었다. 삼이는 해당화 핀 바닷가에서 저녁놀 지켜보는 게 좋았다. 저녁놀이 질 때면 배고픔보다 강렬한 슬픔이 밀려왔다. 삼이는 꺽꺽 울면서 해당화 씨를 먹었다. 슬픔도 배고픔도 꼭꼭 씹어서 넘겼다.
엄마가 그리웠다.
Comments
YM Lee
쌤...책 내셔야겠네요. 너무 재미있고 또 저희 어머니 이야기 생각나서 슬프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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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khee Kim
YM Lee 많은 기록이 있지만 저희 엄마처럼 가볍게 이야기 하는 분은 별로 안 계실 거 같아요. 저는 그 부분이 소중하게 느껴져요. 책을 내려면 제가 좀 부지런해야 할 건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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