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GwangYol
얼마 전, 지인의 결혼식장에서 만난 모 법조인이 “그래도 국제법은 지켜야 합니다”라며 간접적으로 직전 정부의 대일 외교를 비판했다. 적지 않은 국내 매스컴의 논지도 유사하다. 하지만 정말 그러한가. 사실 일본정부는 제2차세계대전 종결 이후 지금까지 1910년 한일병합조약을 비롯한 1945년 이전에 한반도 정부와 맺은 조약('늑약')을 부당했다고 인정한 적이 없다. 즉 요새 말로 “1”도 없었다.
패전 이후 다시 출발한 일본 정부도 한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기에, 대한민국을 1대 1의 독자적인 외교 상대로서 취급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단지 미국이 구축하는 동아시아 안보태세의 일환으로서 1951년 대일강화조약 체제에 종속되어 있는 1965년 한일조약 체제(‘청구권협정’ 등 4개의 협정)의 상대로서 대할 뿐이었다. 따라서 한국 측의 사회적 변화, 국민인식 변화에 따른 외교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한국이 오로지 1965년 체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였다. 198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민주화운동이 고조되고 그 파생으로 ‘과거사 재검토’의 움직임이 일어났을 때에도 한국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전형적인 사례를 하나 보고자 한다. 2004년 11월에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한 운동의 결과로서 한국정부 국무총리 산하에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가 설립되어 활동을 시작했다. 해당 위원회는 설립 직후 12월 17일에 개최될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에 방치된 한국인강제동원희생자 유해를 반환하는 사업을 의제에 올리고자 막후에서 노력했다. 그 결과 이듬해 5월 일본 도쿄에서 한일 양국의 관계 당국에 의해 <한국인강제동원희생자 유골문제에 관한 협의체>가 발족되었다. 하지만 그 유골문제 협의체가 정식으로 발족되기 전에 일본정부 당국자인 외무성 북동아시아과장이 상기 위원회를 방문하여 “위원회 활동이 한일 간의 우호관계를 되돌리는 과거 파헤치기를 해서는 안된다”고 거듭 강조한 사실이 있다.(졸고, 「일본 홋카이도의 민중사발굴운동과 한인 강제동원희생자 유골발굴 운동」,『일본학』제54집, 동국대학교 일본학연구소, 2021년 8월, 참조 요망)
지금도 일본정부는 그러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상기 위원회는 2015년도까지의 활동을 끝으로 역사 속에 사라졌다. 하지만 주지하듯이 그 간에 한일 양국 사이에는 소위 ‘위안부 합의’가 있었으며, 이후에도 강제동원피해자에 대해 일본기업이 보상하라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이어졌다. 결과는 양국 관계의 파탄상태 지속이었다. 하지만 나는 일본정부가 외교 파탄의 책임을 한국 측에게만 돌리는 종래의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양국 간에는 언제라도 이전과 유사한 상황이 되풀이될 가망이 크다고 생각한다.
세계사에서 적지 않게 볼 수 있듯이, 국제조약은 당사국의 상황 변화에 따라 개정되곤 했다. ‘한일조약 체제’도 언젠가는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신정부는 대미이든 대일이든 마치 주술을 외우듯이 “자유민주주의” 운운하며 구태의연한 외교를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 단 피해를 강조하는 당사자에게 변화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도태되어 있으면, 기회가 도래해도 포착할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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