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우크라 전쟁을 어떻게 끝내길 원할까:
미국은 우크라 전쟁을 어떻게 끝내길 원할까
FT, 미 NSC 문건 입수…"러시아 전략적 실패" 목표
유럽에 인플레·에너지·식량위기까지 삼중고…협상 촉구 목소리도 ↑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2022-05-30
블라디미르 푸틴(좌)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2019.12.05 © AFP=뉴스1 © News1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 미국 내부적으로는 유사시 수도 키이우(키예프)가 72시간 만에 함락될 것이라는 암울한 경고음이 나왔다.
그러나 침공 3개월이 지난 현시점에서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러시아군을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로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어떤 결말을 원하고 있을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끝까지' 약속하면서 러시아의 '전략적 패배(strategic defeat)'를 원하고 있으나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FT가 입수한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최근 내부 담화 초안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민주적이고 주권적이며 독립적인" 미래를 추구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전략적 실패'를 겪는 목표를 그리고 있다.
아울러 미 NSC 측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최대한 많은 레버리지(지렛대)를 가질 수 있도록 전장에서 '스트롱 핸드(우위)'를 갖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美, 지원 규모 한화 70조원 육박…"목표는 러시아의 전략적 실패"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은 '철통(ironclad)'과도 같다.
실제로 미국은 5월 기준 우크라이나에 총 540억 달러(약 68조 원) 지원책을 약속했는데, 여기에는 안보, 인도주의, 경제 원조를 위한 400억 달러(약 50조 원)가 포함돼 있다.
미국은 '끝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앞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지난 4월30일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미국은 승전을 거둘 때까지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으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역시 "우크라이나와 같은 사태를 다시는 재현하지 못하도록 러시아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확고한 의지의 이면에는 미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전쟁의 '엔드 게임(결말)'을 모호하게 정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티븐 파이퍼 전 주우크라이나 미국대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실패하도록 하는 것이 미국의 목표라고 하지만, 분명하지 않은 것은 이 '실패'를 어떻게 정의하는가"라면서 "미국 정부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유연성(flexibility)'을 유지, 너무 자세한 정의를 내놓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 美, 우크라 지원-국제사회 단결 '균형잡기'…유럽에선 분열 조짐도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미묘한 '밸런싱 액트(어려운 상황에서의 균형잡기)'를 펼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그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대체적으로 성공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비화하면서 사회와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유럽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식량 안보위기와 인플레이션,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몇 주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측은 휴전과 협상을 촉구하는 입장을 잇따라 발표했다. 전쟁 초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난하기에 급급했던 것과는 달라진 양상으로 볼 수 있다.
FT도 "나토 동맹국들 사이에서 일부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이 이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이탈리아 대통령 외교 고문을 지낸 스테파노 스테파니니 전 나토 이탈리아 대사는 "유럽은 미국의 '엔드 게임'이 무엇인지 알고싶어 한다. 러시아가 패배하거나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윤곽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원하는 국가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수용 가능한 조건들이 충족되는 즉시 평화적인 협상이 도출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전문가들 "러시아, 이미 패배해" 관측도
러시아가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막대한 손실을 봤기 때문에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단기전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확대되면서 러시아 측의 손실이 막강하며, 안보 우려로 인해 나토에 가입한 국가들이 되레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 민주당의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스웨덴과 핀란드가 모두 나토 가입을 위해 제출했다"면서 "푸틴은 더 큰 전략적 의미에서 이미 패배했다"고 지적했다.
사무엘 차랍 전 국무부 선임고문 역시 "러시아는 전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상관없이 약해질 것이다. 러시아는 보다 고립되고, 가난해질 것이며 훨씬 더 약한 군대를 가질 것이다. 러시아는 더 많은 나토 국가들로 에워싸일 것이며 국제사회에서 따돌림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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