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안 보인다면 정상이라 할 수 없어, 작가 삶·작품은 별개…외면 땐 독자도 손해”
입력 : 2019.06.24 21:02 수정 : 2019.06.24 21:06이영경 기자
에세이·시론집 나란히 펴낸 원로 문학평론가 유종호
원로 문학평론가 유종호 전 연세대 석좌교수(84·사진)가 책 두 권을 나란히 출간했다.
현시대에 대한 비판적 통찰과 노년의 삶에 대한 성찰이 담긴 <그 이름 안티고네>(현대문학)와 시론집 <작은 것이 아름답다>(민음사)다.
“노년은 삶의 종언이 바로 근접해 있는 시기다. 그것은 먼 우렛소리가 아니라 바로 머리 위에서 나는 포성이요 천둥소리다. 뒤늦은 깨달음처럼 삶이란 죽음으로부터의 도망이요 둔주요 결국 패색 짙고 숨 가쁜 둔주곡(遁走曲)이란 느낌이 든다.”
<그 이름 안티고네>는 노년에 느끼는 위기의식에 대한 토로로 시작한다. 그는 ‘노년의 지혜’는 “노년을 위한, 노년에 의한, 노년의 이데올로기”라며 다만 젊은이들이 살아보지 않은 시대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노년의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한다.
리니지M ‘VANGUARD’
‘말년의 글쓰기’의 소산인 책 두 권엔 일평생 문학평론가, 인문학자로 살아온 그의 세월과 경험, 읽어온 책을 바탕으로 바라본 현시대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녹아있다.
<그 이름 안티고네>에서 그는 편향과 쏠림현상에 대해 지적한다.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에 대한 동양과 서양 학생들의 견해가 상반되며, 동양의 경우 안티고네를 숭상하는 입장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며 “우리 학생들이 어두운 정치사를 반영하여 권력자를 적대적 타자로 간주함에 반해서 미국 학생들은 그렇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는 “주류적 대세만이 압도적이고 있음 직한 소수 의견이 보이지 않는 것은 정상이라 할 수 없다. 그러한 상황이야말로 전체주의적 풍토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일침한다.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채식주의자>에 대한 외국의 평가를 소개하는 글도 실렸다. 미국 소설가 다이앤 존슨이 <채식주의자>에서 광기를 읽어낸 것에 대해 “우리 사회를 미쳐 돌아가는 광기의 사회로 인지하고 있다는 의혹은 충격적이다. 아니라고 반론하기 어려워서 더욱 그렇다”고 말한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좀 더 본격적인 시론집이다. 백석과 서정주, 일본 시인 이바라키 노리코,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를 아우르며 전쟁과 가난으로 메마른 삶 속에서 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술 없는 삶은 오류”라며 “작가의 삶이 불결하다고 작품을 읽지 않는 것은 독자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지만 손해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어 “진흙 속에 뿌리박고 있다고 해서 우리는 연꽃을 외면하지 않는다. 우리는 거기서 세계의 비극적 모순을 보고 성찰의 길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미당 서정주의 친일논란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유종호는 2017년 서울국제문학포럼에서 ‘작가와 시장’에 대해 이야기하며 “골 빈 대학생이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말해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이름 안티고네>엔 2006년 연세대 퇴임 강연 도중 하루키를 언급한 내용이 나온다. “그의 소설은 팝 음악과 같은 팝 소설”이라며 “비속화되어가는 세계 속에서 고급 문학과 예술음악을 지키는 것도 인문학도의 한 소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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