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라는 이웃 - 서정민 교수의 문화 그림 에세이
서정민 (지은이)동연출판사202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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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쪽
일본 메이지가쿠인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서정민 교수가 지난 수년간 아사히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를 40여 년간 오가며 경계인으로, 지식인으로 그리고 생활인으로서 늘 민감하게 한일 관계의 온도를 체감하며 지내는 저자이지만 이 책 『일본이라는 이웃』에서 한국과 일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의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하다.
그것은 저자가 오랫동안 한일 두 나라에서 보낸 촘촘한 시간과 경험을 거름망 삼아 정치와 이해관계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여론과 감정은 거둬내고 오롯이 한일 관계의 바탕이 되는 역사, 문화, 종교를 중심으로 톺아보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먼저 일본과 한국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돌아보면서 한일 관계를 풀어낸다.
목차
1부 일본에서 본 한국
남북 화해와 한국인의 정서
영화 〈택시 운전사〉에 서린 한국인의 회한
한국사를 움직이는 ‘우민愚民’
한국의 ‘코비드19’ 대책에는 ‘세월호 참사’의 교훈이 있다
일본어로 읽은 『82년생 김지영』
초등학교 3학년 때 그렸던 반공 포스터
정교분리론의 참 의미
대통령의 종교
2부 일본에서 본 일본
도담삼봉의 ‘정자’는 일본에 없다
신의 나라 일본과 무종교의 일본
“도쿄는 아시아의 파리와 같았다”
정치와 종교적 카리스마
3부 새로운 한일 관계를 위하여
유신시대 한국 대학가 풍경
한일의 대중문화에서 보는 희망
때로 한마디 말이 한일 관계를 꼬이게 한다
마츠시로 대본영 유적지 갱도에 새긴 한글 낙서
친일파의 후예는 친미, 친중파가 된다
김일성주의와 근대 천황제
일본을 탓하지 않았던 3.1 운동
한국인이 잊을 수 없는 일본인 ― 노리마츠 마사야스, 소다 가이치
한·중·일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초월하여
4부 일본에서의 나의 삶
‘소박한’ 학자와 교수의 삶을 기뻐하며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일
인문학을 위하여1
― 인문학적 사고 연습의 필요성
인문학을 위하여2
― 효율에 몰두하다가 잃어버리고 마는 것들
인문학을 위하여3
― 역사에서 1+1=2가 실재한 적은 없다
인문학을 위하여4
― 타인의 인생을 이해하는 학문
접기
책속에서
P. 85 한국에서는 사실 변방에 머무르는 통일교가 일본에서는 보통 사람들 다수를 현혹시켰고, 그들의 희생을 기반으로 일정한 세력을 형성하였다. 지금도 일본 사회는 새로운 종교적 창안과 활력이 힘을 발휘하는 사회이다. 수많은 신흥 종교가 활동하고 생산될 가능성이 높은 사회가 일본이다.
-「신의 나라 일본과 무종교의 일본」 중에
P. 102 가끔 한국인에게 일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반대로 일본인에게 도대체 한국은 누구인가라는 질문도 받는다. 양국 정상도, 양국의 정치 지도자도 물론 아니다. 그렇다고 양국 미디어의 일방적인 목소리도 아니다. 물론 무책임하게 난무하는 파도 같은 인터넷의 여론도 아니다. 오직 실존적 한일 관계는 마주 보고 선 한 사람의 일본인이며, 한 사람의 한국인이다.
-「“도쿄는 아시아의 파리와 같았다”」 중에서 접기
P. 128 한일 관계는 늘 파도처럼 일렁인다. 아주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많으며, 지금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서로를 미워하고 불신하는 움직임이 많다. 그럼에도 현재의 한일 관계를 잇고 지키는 가장 큰 힘의 하나는 상호 간 대중문화의 소통이며, 이미 중년에 접어든 ‘욘사마지지 그룹’, 아니면 열심히 ‘케이 팝k-pop’을 즐기고 있는 젊은이들이 아닐까 한다.
한편 지금도 한국의 젊은이 중에 만화나 애니메이션만으로 일본어를 학습한 이들을 많이 만난다. 오직 그 대중문화의 매개체만으로 언어를 습득한 것이다. 그들의 거친 일본어 표현에 오히려 한일 간의 미래와 희망을 찾기도 한다. 그들은 결코 역사를 잊거나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문화적 소통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일의 대중문화에서 보는 희망」 중에서 접기
P. 182 필자의 유학 시절 일이다. 하루는 대학의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영국 출신 유학생, 중국 출신 유학생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었다. 이때 가깝게 지내던 일본인 친구가 우리 식탁으로 다가오며, “어, 여기 한국인, 중국인, 외국인(실제는 ‘외인外人’이라고 표현했지만)이 같이 밥 먹고 있네”라며 말을 붙였다. 필자는 순간 의아하여 그에게 물었다.
“한국인과 중국인은 외국인이 아닌가?”
당시 일본인 친구는 적잖이 당황하며 물론 한국인, 중국인도 외국인은 맞는데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표현하고 말았다고 했다. 물론 그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구분하는 것이 당시 일반적인 기준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이후에도 내가 느낀 바에 따르면 일본 사회의 통념적 의식은 같은 피부색의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이나 중국인, 대만인 등에 대해 외국인 의식이 현저하게 약했다.
-「한·중·일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초월하여」 중에서 접기
P. 242 전쟁에 이기기보다는 전쟁을 막는 것이 인문학이다. 전쟁 이후의 참상을 성찰하고 그것은 나쁘다고 하는 것도 인문학의 역사이지만, 그보다는 전쟁을 막을 가치와 그런 정신을 확산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전쟁에서 이길 것이 아니라 자존심을 죽이고 전쟁을 막아야 한다. 지도자의 자존심이나 정치가의 위신, 군인의 명예보다 소중한 것이 다수 민중의 목숨이며, 고귀한 생존임을 일깨우는 것이 인문학적 가치이다.
- 「인문학을 위하여③ 역사에서 1+1=2가 실재한 적은 없다」 중에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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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서정민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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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역사, 문화론 전문의 연구자로, 한국과 일본에서 공부하였고, 모교인 연세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일본 도쿄 메이지가쿠인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본 아사히신문 〈논좌〉의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한국어와 일본어로 쓴 여러 권의 학술서 이외에 칼럼집과 에세이집으로, 『日韓関係論草稿』(朝日新聞出版, 2020), 『東京からの通信』(かんよう出版, 2021), 『타인의 시선 경계에서 읽기』(섬앤섬, 2020), 『일본이라는 이웃』(동연, 2022) 등이 있다.
최근작 : <[큰글자책] TK생 지명관 “아시아로부터의 통신”>,<그림을 짓다>,<TK생 지명관 “아시아로부터의 통신”> … 총 34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일 관계에 소통은 가능할까?
아사히신문 「논좌」 한국인 칼럼니스트 서정민 교수가 전하는 한국과 일본 이야기
일본 메이지가쿠인대학(明治学院大学)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서정민 교수가 지난 수년간 아사히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를 40여 년간 오가며 경계인으로, 지식인으로 그리고 생활인으로서 늘 민감하게 한일 관계의 온도를 체감하며 지내는 저자이지만 이 책 『일본이라는 이웃』에서 한국과 일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의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하다.
그것은 저자가 오랫동안 한일 두 나라에서 보낸 촘촘한 시간과 경험을 거름망 삼아 정치와 이해관계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여론과 감정은 거둬내고 오롯이 한일 관계의 바탕이 되는 역사, 문화, 종교를 중심으로 톺아보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먼저 일본과 한국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돌아보면서 한일 관계를 풀어낸다. 요즈음 일본에서 화제가 된 ‘통일교’에 관해서도 저자는 일찌감치 수많은 신흥종교가 활개 칠 수 있는 일본의 종교성을 간파해 칼럼으로 게재한 바 있다. 그러한 이유로 비교적 진보 매체에 속하는 아사히신문이지만 연재 당시에는 일본 독자와 한국 독자들의 저항도 간혹 있었다(저자의 칼럼은 아사히신문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어와 한국어 동시 게재되었다). 그럼에도 저자는 자신의 원칙대로 아픈 역사는 아픈 대로, 아쉬운 것은 아쉬운 그대로를 논했다. 물론 한일 관계의 역사적 질곡과 어두운 그림자 틈에 자리 잡은 희망 한 톨 역시 고스란히 전한다. 저자가 틈틈이 화폭에 담아낸 한일 풍경 그림과 함께 말이다.
끊임없이 요동치는 한일 관계 속에서
한국과 일본을 더불어 살아가는 어느 지식인의 도쿄통신
한국과 일본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로서 일, 가족, 여행, 공부 등의 이유로 언제나 인적 교류가 활발한 편이다. 수시로 바뀌는 분위기에 일순간 긴장감이 조성되기도 하지만 두 나라를 오가며 현실을 이어 나가야 하는 많은 사람은 정치 외교의 문제보다는 현재 내가 함께하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춰 가며 담담히 일상을 유지하려 애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일본에 사는 한국인 교수’로서 한일 간 첨예한 현안이 대두될 때마다 일본 현지에서 미묘한 공기의 변화를 감지하지만, 양국 일부 언론의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기사에 일희일비하지는 않는다. 대신에 그러한 문제의 근본이 되는 양국의 문화와 역사, 종교를 들여다보며 한일 관계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려 한다.
한일 관계에 소통은 가능할까?
아사히신문 「논좌」의 한국인 칼럼니스트 서정민 교수가 전하는 한국과 일본 이야기
저자는 일본의 아사히신문으로부터 칼럼 연재를 의뢰받아(그것도 한국어와 일본어 공동 집필) 수년간 이러한 관점에서 글을 써왔다. 눈앞에 펼쳐진 한일 문제를 직접 꺼내지는 않았지만 저자가 다룬 문화, 역사, 종교라는 주제는 오히려 그 사회의 폐부를 꿰뚫는 핵심이 되기도 했기에 일본과 한국 독자들의 저항도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먼저 논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기에 원칙대로 밀고 나갔고, 몇몇 칼럼은 아사히신문 「논좌」에서 최고의 접속률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일본이라는 이웃』은 그동안 아사히신문 「논좌」에 연재했던 이러한 칼럼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존경받는 교수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저자가 지식인이자 경계인 그리고 생활인으로서 경험한 일들을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려낸다.
“일본인 대다수는 ‘무종교’라고 답하지만 결국 일본은 종교의 나라”
저자의 예리한 안목으로 살펴보는 일본이라는 나라
최근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총격으로 사망한 이후 암살범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국의 신흥종교인 ‘통일교’로 한일 양국이 여러모로 충격에 휩싸였다. 사실 일본은 겉으로 보기에 무종교의 나라이다. 자신은 무종교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가 일본이고 특히 젊은 세대는 아예 자신이 종교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 대학에서 종교사 과목을 가르치는 저자가 보기에 일본은 종교 없이는 설명이 안 되는 나라이다. 역사적 측면에서 ‘종교적 카리스마’가 일본 정치의 근간을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지속적으로 신흥종교가 범람하는 것이 일본 사회의 특성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가 종교문화적 관점에서 일본 사회를 살펴보았을 때 다수의 부류가 언젠가 새 세상이 와서 천지가 개벽할 혁명의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종교적 감수성으로는 가장 강력하다고 알려진, F타입의 특징이 강하게 보이기에 일찌감치 <신의 나라 일본과 무종교의 일본>이라는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다.
평범한 사람은 물론 엘리트 지성인까지 극단적으로 세뇌시킬 수 있는 사회가 일본이다. 한국에서는 사실 변방에 머무르는 통일교가 일본에서는 보통 사람들 다수를 현혹시켰고, 그들의 희생을 기반으로 일정한 세력을 형성하였다. 지금도 일본 사회는 새로운 종교적 창안과 활력이 힘을 발휘하는 사회이다. 수많은 신흥 종교가 활동하고 앞으로도 생산될 가능성이 높은 사회가 일본이다.
_본문 83쪽 가운데
“오직 실존적 한일 관계는 마주 보고 선 한 사람의 일본인이며, 한 사람의 한국인이다.”
역사의 질곡과 어두운 그림자를 뚫고 가닿는 저자의 깊고 따듯한 시선, 그곳엔 늘 사람이 있다
돌이켜보면 저자가 유학할 당시부터 교수로 지내는 현재까지 한일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올바른 한일 관계 진전을 위해 언제나 교두보를 마련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한일 관계를 잇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게 문화이다. 이미 40여 년 전 유학 시절에 한국의 문화를 좋아하고 즐기는 일본인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저자는 대중문화 소통이 마냥 일방적이지 않다는 걸 깨닫고는 당시에 한국 정부가 문화 생산의 격차를 이유로 일본 대중문화를 차단한 것을 아쉬워했다. 어쩌면 문화 개방으로 한국 대중문화의 일본 유입이 더 크게 증가할 수도 있을 거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 지금 그것은 현실이 되었다. 또한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대중문화를 통해 일본어를 습득한 한국의 많은 젊은이를 만난 저자는 문화적 소통을 실행하는 이들이야말로 한일 관계를 잇는 가장 큰 힘이라고 여긴다.
거슬러 올라가면 한일 최악의 관계였던 일제강점기에서도 자신의 모든 걸 바쳐 한국인에게 사랑을 실천한 일본인이 있었고, 3.1독립선언서를 결의하면서 일본을 탓하기보다는 동양의 평화를 함께 추구해나가자고 제안한 한국인들이 있었다.
이 책 『일본이라는 이웃』은 한일 관계의 거친 풍랑 속에서도 이렇듯 묵묵히 한일 간 소통의 다리를 잇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저자의 따듯한 시선이기도 하다. 접기
좋은 책입니다.
예온 2022-08-24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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