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30

알라딘: 고백하는 사람들 - 자서전과 이력서로 본 북한의 해방과 혁명, 1945~1950 김재웅

알라딘: 고백하는 사람들
고백하는 사람들 - 자서전과 이력서로 본 북한의 해방과 혁명, 1945~1950 
김재웅
(지은이)푸른역사2020-



































미리보기

한반도의 평화와 한민족의 통일을 민족적 과제로 삼고 있는 우리에게 북한사는 단순한 역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정치.경제.군사만이 아니라 북한의 역사를 알아야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하고 평화와 통일의 길로 향하는 초석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 전까지 북한의 민낯을 엿볼 수 있는 연구서라는 점에서 이 책은 출간 자체만으로도 큰 의의를 가진다.

20년 넘게 북한사를 연구해온 지은이는 북한 당국이 체제 유지 혹은 강화를 위해 개개인들로부터 수합한 879인의 자술서, 이력서 그리고 이에 대한 상급자의 평정서들을 중심으로 북한사의 핵심 이슈들을 흥미롭게 엮어냈다. 이 자료들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진주했던 미군이 노획해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보관 중이던 사료들이다.

교수 교사 학생 공직자 간부 노동당원 군인 등 북한의 젊은이들이 생존을 위해 혹은 출세를 위해 털어놓은 그들의 삶은 그만큼 진솔하다. 그러기에 그간 정치사 제도사 중심으로 진행돼 왔던 북한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목차


머리말
서설
김삼돌의 고백

제1부 전략적 글쓰기
집안의 역사 고백
당국을 기만하기
자서전 쓰기의 전략|변명성 글쓰기|허위 기재|의도적 누락
평정서: 개개인을 해부하기
기만적 글쓰기 적발|눈가리개를 하지 않은 평정자들

제2부 해방의 소용돌이
해방의 전조
소련군 참전|수심에 젖은 피란민들
기록으로 포착된 해방의 순간
감격에 젖은 사람들|일본인들 사이에서 맞은 해방|일제의 군병에서 조선의 군인으로
해방의 두 얼굴
민족성 되찾기|혼돈에서 건설로
해방군의 나라
붉은 군대|러시아어 학습 열풍|소련계 한인 서춘식

제3부 대중조직 건설운동
해방기의 혼란 수습
질서유지에 앞장선 학생 치안대원들|임시 치안기구에서 영구 보안기구로|자치기구 결성에 나선 조선인들
북조선 청년층 장악
공산청년동맹|민주청년동맹
인민 장악과 동원의 가교 사회단체

제4부 일제 잔재 청산
공분의 표적 일본인과 친일파
보복 대상이 된 일본인들|친일파 척결
면죄부를 받은 일제시기 공직자들
참회와 속죄|비켜가지 않은 처벌

제5부 반체제운동
좌우 대립
우익을 지지하는 학생들|정치투쟁의 장으로 돌변한 학원사회
우익 기반의 몰락
사상투쟁의 선두에 선 민청|학내 경찰력 투입|수면 아래로 잠수한 저항운동

제6부 주도권 쟁탈에 나선 정당들
북조선공산당(북조선로동당)
혁명투사 선발과 육성|부적격자 처벌과 축출|“종파분자”로 몰린 고영찬
우당友黨: 연대와 갈등의 불협화음
조선의용군과 독립동맹의 만주 진출|조선신민당|조선민주당|천도교청우당

제7부 혁명의 시작, 토지개혁
몰수와 분여
토지개혁의 정당성|역사의 현장에서 본 토지개혁|과열된 계급투쟁, 2차 토지개혁으로
환호와 보답
토지개혁이 낳은 기적|체제의 버팀목이 된 빈농들
시련과 저항
토지개혁이 불러온 절망과 시련|불만을 넘어 저항으로

제8부 국가 건설
기술자 부족 사태
인재 충원과 간부 등용
일제시기 전문가와 생계형 부역자 재등용|이공계 출신과 고학력자 우대|‘국대안’ 파동과 남한 전문가 초빙
대중들의 국가건설운동 참여 열기
건국을 향한 열의와 헌신|공장관리운동|표창과 인센티브|건축 기술자 김응상의 국가건설운동 참여

제9부 교육: ‘새로운 인간형’ 만들기
무너진 교육제도
열악한 교육 여건과 교원 부족|빈곤층을 막아선 교육의 장벽|추천을 통한 대학 진학
새로운 세계를 약속한 마르크스-레닌주의
대중 앞에 나선 혁명가들|사상 학습이 불러온 놀라운 변화|혁명가 양성의 산실, 정치학교와 정치서클|알려지지 않은 이론가 이학모의 삶|알려지지 않은 이론가 이인범의 삶|진보적 사상에서 일반인들의 교양으로
인간 개조
인민과 개인|성격과 개성의 개조|종교는 아편이자 독한 마취약|김덕윤의 고백: 인간 개조의 성공 사례

제10부 가족
연좌제
가정 장악과 처벌
사상적 전염 예방|불순한 가족관계에 연대 책임 부과

제11부 계급
출신성분
성분 분류의 모호성|인성과 사상성을 비추는 거울
무산계급과 유산계급
노동자․농민 출신 우대|지주와 부유층 억압
궁지에 몰린 착취계급
희망의 상실|가로막힌 출셋길|끝없는 참회의 길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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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첫문장
 
역사란 정복자나 통치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P. 58 그는 열두 살 무렵 소작인이 전부 부담하던 비료대를 지주와 절반씩 분담하자고 선동해, 다른 지주들로부터 비난을 당한 반면 농민들의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이 고백은 그가 “봉건적 착취자”가 아니라는 항변을 통해, 당국으로부터 동정을 얻으려는 전략을 구사했음을 보여준다.
P. 72 평양교원대학 화학과 학생 길성혁(18)의 자서전·이력서를 검토한 학과장 교수는 “빈농”이라 적혀 있는 그의 출신성분에 의구심을 품었다. 그는 같은 학과에 재학 중인 길성혁의 동향 친구 유강을 불러 사실관계를 따졌다. 유강은 그가 빈농의 아들이 아닌, 축출된 지주의 자식이라고 털어놨다.
P. 94 8월 15일, 학교에 나가 담소를 나누던 그들은 오전 라디오 방송을 통해 중대 발표가 예정돼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오기혁은 두려움과 희망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 이윽고 “천황이 벌벌 떨며” 직접 전한 정오 속보의 요지는 다름 아닌 항복 선언이었다. 그와 동료 교사들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 부둥켜안고 조선 독립 만세를 외쳤다.” 접기
P. 107 황수봉은 그들로부터 타이완 남부에 약 400명의 조선인 병사들이 집결해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 황수봉은 자신의 주도 아래 창설된 새 부대에 “인민의용군”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 독자적 세를 형성한 인민의용군은 일본군에 맞설 수 있었고, 그들에게 항의하여 식량?의복과 위생 물자를 나눠 가질 수 있었다. …… 황수봉은 1,300여 명에 달한 인민의용군의 총대장으로 선출되었다. 타이완에 중국국민당 중앙군이 진주한 시점은 1945년 10월 말이었다. 황수봉은 중앙군 사령관과 협상해 일본군 무장해제를 돕는다는 조건으로 귀국 시까지의 편의 보장을 약속받았다. 접기
P. 118 와세다대학 이공학부를 졸업한 뒤 경성철도국에 취직한 신종립(25)은 “집집마다 조선의 장래를 걱정하며 정치를 논하는” 주변 분위기에서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수십 수백 개의 군소 정치단체들이 비온 뒤의 버섯처럼 솟아나고, 많은 정객들이 8월의 무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바삐 돌아다니는” 광경도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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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김재웅 (지은이)

고려대학교 대학원 한국사학과에서 북한의 국가 건설과 계급정책에 관한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경희대․충북대 산하 기구의 연구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고려대와 중앙대에서 한국사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북한체제의 기원—인민 위의 계급, 계급 위의 국가》(2018), 《고백하는 사람들—자서전과 이력서로 본 북한의 해방과 혁명》(2020)이 있다. 한반도의 평화체제 확립과 통일을 지향하며, 북한사를 대중화하는 작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작 : <예고된 쿠데타, 8월 종파사건>,<고백하는 사람들>,<북한체제의 기원> … 총 6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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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879인의 ‘육성’으로 보는
해방공간(1945~1950) 북한 사람들의 생생한 일상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 《1984》에 나오는 유명한 테제이다. 다소 과장이 섞여 있을지 몰라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이 명제를 살짝 눙치자면 “과거를 모르고서는 의미 있는 한 걸음도 내디딜 수 없다” 정도가 되겠다.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에 서 있는지 알려면 지나온 과거를 더듬어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래야만 어디로 갈지 파악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한민족의 통일을 민족적 과제로 삼고 있는 우리에게 북한사는 단순한 역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정치․경제․군사만이 아니라 북한의 역사를 알아야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하고 평화와 통일의 길로 향하는 초석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 전까지 북한의 민낯을 엿볼 수 있는 연구서라는 점에서 이 책은 출간 자체만으로도 큰 의의를 가진다.

북한사 연구의 새로운 지평 제시
국내에서 북한사 연구 분야는 그 역사도 짧고 연구진도 두텁지 못했다. 게다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자료 입수에 많은 제약을 받았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사료 개방정책 덕분에, 중국 당안과 몇몇 러시아 아카이브를 제외하고, 북한 관련 자료의 제한이 대부분 풀렸다. 그에 힘입어 이 책은 결이 다른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다. 역사학자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신선한 사료를 바탕으로 과거를 추적하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북한사를 연구해온 지은이는 북한 당국이 체제 유지 혹은 강화를 위해 개개인들로부터 수합한 879인의 자술서․이력서 그리고 이에 대한 상급자의 평정서들을 중심으로 북한사의 핵심 이슈들을 흥미롭게 엮어냈다. 이 자료들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진주했던 미군이 노획해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보관 중이던 사료들이다. 교수 교사 학생 공직자 간부 노동당원 군인 등 북한의 젊은이들이 생존을 위해 혹은 출세를 위해 털어놓은 그들의 삶은 그만큼 진솔하다. 그러기에 그간 정치사 제도사 중심으로 진행돼 왔던 북한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참고: 미군이 전시에 북한지역 공공기관에서 탈취한 이 문건들은 그 기관에 근무한 직원들 개개인의 기록물이다. 구체적으로 김일성종합대학 교수진, 평양공업대학 교수진, 흥남공업대학 교수진, 평양의학대학 교수진, 함흥의과대학 교수진, 청진의과대학 교수진, 평양교원대학 역사과․지리과․노어과․수학물리과․화학과․체육과 학생들, 황해도 재령군 내 각 중학교 교사들, 강원도 김화군․평강군 내 각 중학교 교사들, 함경남도 영흥군․함주군 내 각 중학교 교사들, 황해도 벽성군․송화군․은율군 내 참심원들, 조선인민군 하사관과 병사들, 조선중앙통신사 직원들 등의 자서전․이력서이다.)
이제까지 연구자들이 주로 활용한 북한 관련 자료는 잡지나 신문처럼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자료들이 대부분이다. 철저한 검열의 전통이 지속돼 왔기 때문에, 북한의 공식 간행물에서 생동감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자서전․이력서는 당시를 살아간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의 집단 경험은 혁명에 착수한 북한의 시대상과 사회상을 생생히 보여준다.

‘아래로부터의’ 진솔한 이야기들
흔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대체로 맞는 말이다. 일상사 미시사 연구의 활성화는 이를 보완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북한 연구가 통치자나 지도자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해 왔다면, 이 연구는 북한을 살았던 이름 없는 일반인들을 조명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북한 연구가 통치자나 지배층의 시각을 통해 역사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면, 지은이는 대중 또는 민중으로 일컬어지는 일반인들의 관점을 통해 북한사를 재구성함으로써 나름의 성취를 보여준다. 즉 이 책에는 진정한 “아래로부터의 역사”가 풍성하게 담겨 있다.
황해도 송화군에 소련군이 진주했을 때 공산청년동맹과 적위대는 사이렌을 울리며 주민들의 피신을 유도했을 뿐만 아니라, 재산과 부녀자들을 잘 간수해야 한다는 경고도 했단다(124쪽). 한선일이라는 젊은이가 소개한 대목인데, 소련군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당시 좌익 단체조차 불신했을 만큼 좋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공식 기록과 다른 민초의 시각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우리가 놓쳤던 역사의 이면들
역사를 읽는 큰 재미 중 하나는 종종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는 점이다. 여기서 무릎을 치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이를테면 군의軍醫로 타이완에 끌려갔던 황수봉이란 젊은이 이야기가 그렇다. 그는 해방 후 진급을 시켜주겠다는 사령관의 회유를 뿌리치고 탈주해 현지에서 1300여 명에 달하는 조선인 병사들을 모아 ‘인민의용군’을 창설해 일본군은 물론 중국국민당 중앙군과 협상해 1946년 무사 귀국을 성사시켰다(107쪽).
북한의 국가건설에 경성대학 교수 등 남한 전문가들이 참여했다는 사실은 어떤가? ‘국립 서울대학교 설립안’에 반대했던 경성공업대학 수학교수 홍성해, 경성대학 이공학부 교수 이한희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301쪽). 1947년 김일성종합대학에 임용 예정인 전문가 중 남한 출신이 절반 가까운 44.4퍼센트라는 기록도 보인다.
따지고 보면 역사라는 것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당대를 살았던 이들의 육성을 생생히 전달하고 있는 자서전․이력서야말로 정사가 놓치고 있는 역사를 재현하기에 최적화된 자료이다.

흐름을 짚으며 디테일을 함께 살리다
지은이는 자서전․이력서를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해방의 감격과 혼란, 국가건설 과정, 토지개혁, 연좌제 등 해방공간 북한에서 벌어진 굵직한 이슈들을 따라 자서전과 이력서를 정교하게 엮어냈다. 예컨대 북한의 토지개혁이 수많은 ‘혁명의 밀알’을 낳아 체제의 버팀목이 되었다는 의미를 짚어내며, 이를 둘러싼 환호와 탄식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식이다.
황해도 재령군의 머슴 출신 오남제는 토지개혁으로 논 800여 평을 분여받고는 어엿한 가정을 이루었다. 얼마나 기뻤던지 첫 수확 후 가장 먼저 현물세로 쌀 네 가마니를 납부하고도 ‘애국미’ 여섯 가마니를 추가로 헌납했을 정도였다(272쪽). 해방 직후 북한에 불어 닥친 러시아어 학습 열풍을 “인텔리나 대학생이라면 러시아어 서명을 만드는 일이 유행처럼 번졌다. 정성스레 자서전을 마무리한 그들은 작성일과 성명을 기입한 뒤, 멋들어진 러시아어 서명을 남겼다”(130쪽)고 그리거나, 출신성분과 사회성분을 따진 북한에서 황충환이란 이는 기독교 장로인 장인과 평양신학교에 재학 중인 처남을 둔 “불순한 가정”과 혼인관계를 맺었다는 이유로 시달림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여느 역사책에선 볼 수 없는 세밀화이다.

북한사가 중요한 이유는 현재 우리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 미래의 삶의 질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사람들의 일상 삶과 문화 그리고 그들의 생각을 들여다봄으로써 통일의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실린 자서전과 이력서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일상사 사회사 미시사는 북한 사람들의 의식과 심리에 다가갈 수 있는 훌륭한 길잡이 구실을 할 수 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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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공간(1945~1950)시기 북한이 일반인들에게 받은 자술서, 이력서, 상급자들의 평정서 등을 자료로 해서 정리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진주했던 미군이 노획해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보관 중이던 사료들을 텍스트로 했다.
쎄인트saint 2021-08-05 공감 (2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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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채제 아래서 알려지지 않은 일반인들의 기록. 마치 스냅사진 같은
나무처럼 2020-08-28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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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책의 제목과 표지가 눈에 끌렸어요. 북한 역사하면 좀 지루하고 거리가 멀 수 있는데 교수, 교사, 학생 들의 생생한 증언과 사실을 바탕으로 쓴 글이라 쉽고 좋아요
시클라멘 2020-06-20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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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북한의 국민만들기




해방 정국, 제3자가 그어놓은 북위 38도선을 근거로 갈라진 남과 북은 집단의 생각이나 논리가 만들어 낸 욕망을 분출할 수 있는 그릇으로 서로 다른 국가와 공동체를 영위 할 인민(국민)을 만들어냈다. 대한민국이야 알다시피 손색이 있는 민주국가로 출발하여 반 세기 넘는 시간 동안 쓰레기더미에서 장미같은 민주주의를 피워냈지만, 북한은 체제의 원형을 거의 바꾸지 않은 채 초창기의 국가 탄생 설화를 그리워하며 강성대국을 그저 꿈만 꾸고 있다. 그러고 보면 반도에 깃든 두 국가의 탄생과 존속에는 신비스러운 면이 있는 듯싶다. 역사 서술은 정치지도자 중심이지만 실질적 추동과 존속은 인민에 의해 주도되는 듯 보이니.



이러한 공동체를 버티는 힘인 인민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체제가 완성된 다음의 인민은 이전 세대에 의해 교육되고, 국가 풍토에 의하여 길러지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렇다면 북위선 북쪽이건 남쪽이건 미래나 체제에 대한 전망과 계획을 전연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신념’ 또는 ‘생활 근거’로 인해 ‘국가를 선택한’ 인민은 어떻게 선발/탄생 되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개개인이 선망하거나 선호하는 체제를 따라 옮겨 가기도 하고, 미처 이주하지 못해 그럭저럭 살아가야만 하는 민중 가운데 현재 공직자나 앞으로 공직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은 국가의 미래라는 점에서 더욱 그럴 필요가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초기 국가는 뽑아 쓸 사람과 배제해야 할 사람을 어떻게 가려냈는가, 혹시 손등이나 손바닥을 보고 노동자인지 농민인지 사무원인지 그 출신성분을 가려냈던가?



쓸 사람과 그렇지 않을 사람을 가려낸 도구는 바로 자서전과 이력서였다. <고백하는 사람들>에서 저자는 879명의 이력서와 자서전, 평정을 분석하였는데, 공직자가 아닌 보통민의 이력서도 십 여 가지 상세 항목을 기재하도록 하였으며, 태어나서 자서전을 쓰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낱낱이 고백하는 형태의 글을 써내야 했다. 이러한 사회주의국가의 인민 자서전 쓰기는 북한의 원조인 소련에서 시작되었다. 레닌 사후 쏘비에뜨 지도자는 완벽한 사회주의 국가 완성을 위해, 나아가 통제를 위해 공직자를 중심으로 한 모든 계층의 사람으로부터 자서전과 이력서를 수합 하였다. 북한 역시 학생, 교원, 공직자, 하급 국가기관의 사무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에게 상세 항목의 이력서와 소위 자서전을 받고, 학생에게는 교사, 교원에게는 교장과 지역의 시학(=장학사쯤 되려나?), 상급 공직자, 부서장 등에게 평정을 받아 이를 모두 기록했다. 인민의 사상 검열과 차별, 나아가 배제를 위한 장치였던 것.



고백하는 사람들의 짜임새는 역사의 큰 틀을 구성하는 큰 인물 중심이 아니라 눈 밝은 학자라도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장삼이사의 자서전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북한사를 서술 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저자는 해방정국에서 전쟁 전야에 이르기까지 작성 수집된 이력서를 열 가지 굵직한 사건으로 재구성했다.



확고한 체제 기반을 닦기 위해 마련한 계획이었겠지만, 작성자들의 이력서는 단일하고 단선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일본인과 일본 자본 축출, 이북 내 좌파와 우파의 분열, 촌락 심부에 파고든 세포 조직 구성, 토지개혁 시 토지를 잃어 분통을 터뜨리는 지주의 이야기, 소작을 하다가 갑자기 땅을 얻게 된 빈농들, 현상 유지를 원하는 중상계급 사무원과 교육자, 일제로부터 하급 기술을 받았다가 벼락 출세한 기술자들. 이른바 ‘민주 혁명’을 요구하는 좌파 학생들, 지주 출신으로 신체제에 눈치만 보다가 어쩔 수 없이 굴복한 사람들, 무수한 사람들의 자서전과 이력서는 개개인이 서로 다른 사고방식으로 사건과 상황을 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무명의 민중이 쓴 글일지라도 윤색이 없었을까? 내가 느끼기에 오히려 더욱 윤색을 가했던 것 같다. 윤색을 하는 이유는? 신체제 내에서도 출세에 대한 욕망, 자기 보호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축소하거나 어쩔 수 없는 그런 분위기에 휘말렸다거나. 이를 두고 저자는 전략적 글쓰기 라고 하였는데 평정자들이 작성자의 뱃속을 들여다보는 듯, 날카롭게 평정하고 비판을 가하는 등, 개인을 해부하고 집단에 철저히 예속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



이 모든 일은 국가 만들기, 국민 만들기의 일환이었다. 북한 사회주의 초기의 정책이 민중 사이로 얼마나 깊숙이 스며들었는가, 또 북한에서 일제강점기 부역자를 대거 숙청했다고 하는데 평범한 소시민 계층이 부역한 결과로 어떠한 차별 혹은 숙청을 당했는지 알 수 있었다.



책을 통해 북한 체제 하 인민 대중의 탄생을 보다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북한이 사회주의 국가를 천명하며 계급 없는 평등을 강조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지만, 소설 <태백산맥>만 보아 남로당 출신 인사들이 북로당으로부터 질시와 차별을 당하는 한편 당에 대한 충성심을 의심받는 것으로 보아 국가 탄생 이면의 인민 만들기는 이보다 훨씬 강고했을 것이다. 이러한 계급과 출신성분에 따른 차별은 북한이나 남한이나 분명히 존재했다. 북한에서는 일제 부역 여부, 가족의 성분, 월남자 존재 여부 등을 가지고 작성자를 좌천, 강등 시키는 등 연좌제를 적용하였다.



국가 기획 초기, 강고하지 않은 체제를 보위하기 위한 전략이었을테지만, 기술자나 교원 채용 등에 있어 능력을 우선시하지 않고 출신성분, 당성과 소위 ‘혁명 사업’을 우선시 하는 등, 체제 우위의 사고 방식은 80년대 이후 노정된 북한의 기술 미발달의 원인을 이미 배태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전에 비밀결사에서 저자의 이전 저작이나 논문을 거론한 적이 있다. 저자의 박사논문을 편집한 <북한 체제의 기원>(역사비평사, 2018)에서도 인민 대중의 이력서와 자서전에 보이는 내용을 다채롭게 인용하는 한편, 한국전쟁 직후 수복된 소위 인제군 기록들은 북한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료로 보여진다. 북한에 대해서 환상을 가질 필요도 없고 막연한 적대감을 가질 필요도 없겠다. 체제의 원형을 현미경을 들이대 관찰함으로써 우리는 어떤 동질성에서 함께 출발했으며, 어느 부분에서 달라지는가를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 매우 유익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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