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8

김파란 · 문화는 예술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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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파란
  · 
문화는 예술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몇 달 전 서평가 김미옥씨가 기업후원을 받아 진행하는 북콘서트에 비판적인 글을 올렸고 서로 언쟁도 있었다. 
정치나 문학 또 다른 현상에서도 페친들과 언쟁 끝에 마지막으로 나에게 향하는 화살은 '비판만 하는 당신이 할 수 있는게 뭐냐'는 것이다.
민주당을 비판하면 '민주당을 뺀 대안이 뭐냐?'가 나오고 기업이 후원하는 북콘서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말하면 '어려운 작가들 좀 도와주고 격려하는 게 뭐가 그리 배가 아프냐...이러니 노동자, 노동운동 말하는 인간들은 지가 할 수 있는 일도 없으면서 남 잘 되는 꼴은 못 본다'라는 말을 한다.
나는 김미옥씨가 이런 북콘서트 후원을 하기 전 즉 페북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문학가들이 국가지원에 매달리는 것을 비판했다. 또 북콘서트를 하면서 기업 후원을 받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글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그러니 내 비판은 김미옥씨나 북콘서트를 하는 작가를 향한 것이 아닌 국가지원과 기업후원이라는 것에 대한 양면성을 보자는 말이다.
또 어떤 공연기획자는 프랑스의 문화정책을 말하며 내 생각의 편협함을 지적했다. 그럼 이 땅의 지식인들이 무슨 금과옥조로 여기는 유럽 그 중에서도 프랑스의 문화정책은 문학(예술)이라는 것에 특권을 부여하며 무조건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프랑스 국민에게 문화는 국가의 정신이자 자존심이다. 특히 오늘날 시장자본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 장르와 그렇지 않은 장르 간 지원의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에서 프랑스의 문화정책의 철학은 여전히 그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
그런 프랑스도 이젠 문화를 예술 공간을 지칭하는 것에서 삶의 공간을 향유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 1971년 문화부 장관으로 취임한 자크 뒤아멜의 다음과 같은 말에 가장 잘 나타난다.
- 천년을 갈 50개의 위대한 궁전보다는 50년이라도 대중이나 개인을 위한 천 개의 건축물을 구하는 것이 더 낫다(지성공간 류은영 / 원종익 저자 / 프랑스 문화정책 87쪽)
더 나아가 1981년 사회당이 집권하면서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된 자크 랑은 문화를 어떤 엘리트적인 함의나 프레임에서 벗어나 완전히 열린 관점에서 수용하고자 했다. 자크 랑은 노동시간 단축, 여성의 권리 신장, 사형제 폐지 등이 모두 문화적 문제이며, 따라서 사회 공동의 책임이고 의무가 되는 문제임을 역석하며 문화부는 물론, 교통부, 법무부 등 타 부처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하였다. 프랑스 문화는 이제 더 이상 한 영역에 국한될 수 없는 국민의 삶 전반에 걸친 총제적인 문제가 된 것이다.
만약 한국에서 문체부 장관이 노동시간 단축을 말하며 당장 그 사람의 사상을 말하며 '좌빨'이라는 딱지가 붙지 않겠는가?
사실 예술가(문학가)들의 가난(생계, 굶주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것을 증명하는 것이 가난이라는 주제는 근대소설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진 주제였다는 것이다. 굶주림이 문학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강력한 동인이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한국 소설에서 가난이나 이런 굶주림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은 더 이상 이런 주제로 글을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좀 더 솔직하게 쓰자면 '가난'은 이제 혐오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작가들은 자신의 생계를 호소하면서 국가의 지원을 말한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그 까닭을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페북만 둘러봐도 알 수 있다. 출판에 관계되는 쪽이나 글을 쓰는 쪽이나 '무슨 무슨 도서에 선정되었다...'  라는 게시글을 많이 봤을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그것은 자신들이 만든 책이나 쓴 글이 국가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이 시대 문학의 상징성이 어디에 있나이다.
이전 소설가들에서 가난이나 굶주림은 자발적인 것이든 비자발적인 것이든 그것을 쓰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가난'이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기 있었기에 그것을 쓰고 말하는 것을 작가의 의무로 받아들였다. 즉  그것은 ' 부(자본/ 국가)에 대한 대항적(저항적) 의미를 갖고 있었기에 소설가들은 줄기차게 '가난'을 주제로 작품을 썼다. 그런데 오늘날의 '가난'은 그야말로 무능력을 의미한다. 실제로 한국 문학계는 실제  대다수의 문학인들이 스스로를 무능력자로 말하면서 대학에서 자리를 잡고 글을 쓰는 교수작가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겉으로는 안 그렇지 몰라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가들이 국가의 개입(지원금)에 그토록 매달리는 것은, 엄밀히 말해 그것이 생계에 큰 도움을 주고 그로 인해 더 나은 창작환경이 확보되기 때문이 아니다. 속내는 전혀 다른 곳에 있다. 국가의 개인(지원금)의 역할은 물질적인 것에 있다기보다는 상징적인 것에 있다.
즉, 문학가들은 국가가 자신을 지원한다는 상징성을 통해 자신이 쓰는 행위가 가진 가치를 확인 받고, 대중에게 그것을 알림으로서 인정 받고 싶은 것이다. 현재 한국 문학가들이 쓰는 행위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대학, 대학원, 석사, 박사..,이런 스펙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것과 같은 까닭이다. 
이렇게 한국 문학은 이제 국가의 '상징적 인정'없이는 자신의 가치를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물을 수밖에 없다. 당신들의 문학창작은 과연 일반시민의 노동과 구별된 보다 근본적인 무엇이라는 사고에서 벗어났는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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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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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파란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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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숙
공감합니다.
돋보이고 싶어 부풀렸다던 어떤 여인을 비난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더군요.
입에 쓴 약을 거부하면 병이 깊어지지요.
00씨가 저를 차단했다가 지인이 이유를 묻자 풀고 친구신청을 했는데 얼마 후 다시 친삭을 했더군요.
파란님과 친구라서, 공감 표시를 하곤해서가 아닐까 의심하고 있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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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파란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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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또한 오빠가 인정하는 페미니즘처럼 국가가 인정하는 가치의 테두리 안에서 창작의 자유, 국가가 허용하는 사상 철학의 한계를 용인하거나 문화의 전달자 나팔수 역활로서 문학을 공인 받으려는가 돌아 보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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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파란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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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철
예전 고교절에 혁명가라는 말은 멋있지만 실제로 혁명가의 삶은 투옥과 가난이라는 글을 읽은적이 있는데 그게 이해가 되더군요ㆍ군사독재시절에는 늘 투옥을 각오해야했고 민주화된 이후에는 늘 가난과 싸워야하는 ㆍㆍㆍ
이제 예순을 넘겨서 운동자금을 만들기위해 벤처기업을 해야하는 삶이 기다리고있지요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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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철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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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ju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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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해박한 논조입니다. 프랑스혁명들 같이 한국도 철저한 자기반성및 성찰이 없엇고. 국민성자체가. 이상한 온정주의 와. 최악의 지역정서에 빠져있어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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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youl Youn
또 배우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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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파란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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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열
늘 배웁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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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수
북콘서트는 출판사지원이겠죠.
북컨서트로 문화붐은 여유와 문학인들 모임이라 긍적적이죠.
책 마켓팅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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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은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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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안
문단 따위는 아니지만 문단 니미뽕이 된지 오래되나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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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천천히 읽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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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신
근본적인 무엇?ᆢ.
음~~화두처럼 느껴집니다.
파란 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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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은
공감하며 공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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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파란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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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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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파란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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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그집
오랫만에 탐독했네요.
좋은 생각과 잘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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