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6

Chanmi Ko - 역사 전쟁, 양민 수난

Chanmi Ko - 역사 전쟁, 양민 수난 "이대 나온 여자"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 Facebook

역사 전쟁, 양민 수난
"이대 나온 여자"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이제는 아예 이대 동창임을 숨기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대 총동창회는 어떤 연유로 어떤 의사 결정을 통해서 다양한 동창들의 합의 절차를 무시한 채 '이화를 사랑하는 동창 모임'이라는 이름을 찬탈하여 뉴라이트와 손을 잡고 미래를 열어 보겠다고 운운하시는 겁니까?

저도 누구처럼 뉴라이트가 뭔지 모르겠고 그게 뭐 어때서, 이런 속 편한 소리만 하면서 지내고 싶지만, 학문의 자유를 벗어나 학문의 진실성을 호도하는 행위만큼은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세력화에 한차례 실패했던 이들의 최근 화려한 부활(?)과 대결집을 보고 있자니 정말 마음이 많이 어지러워집니다.

현 정권에 힘을 받아 실질적 권력이 다시 생겨서 저러기도 하겠지만 저는 한국 근대사(개항 이후부터 해방 전)를 '포스트 투르스' 영역으로 방치(?)해버린 연구자들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사료가 별로 없고, 있다 하더라도 조선총독부나 일본학자, 혹은 당시 힘을 가졌던 친일 세력에 의해 작성된 자료나 문서들이니 그 어떤 시대보다 연구의 객관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크리라 이해는 갑니다. 혹, 전문 지식을 가진 역사학자들 내에서 이미 건실하고 정교한 담론이 형성되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같은 그냥 일반인 국민에게 그 지식이 대중화되는 작업까지는 이루지 못한 것 같습니다. 

교과서에서도 이 시대 소개는 집필진에 따라 극단적 차이를 보여 왔습니다. 이 시대는 언급 자체만으로도 자칫 블랙홀에 빠져 영영 헤어나오지 못하는 진영 대결의 장, 피로도만 높아지니 건들 수 없는 이상한 '성역'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역사적 지식과 고도의 전문성으로 무장하지 않은 저 같은 사람은(역사 양민이라고 칩시다) 이 시대에 대해서 더 알기가 두렵거나 사실 귀찮습니다. 식민지 경험 민족의 아프디 아픈 집단기억과 생존자 구술에 주로 의지한 '뜨거운' 민족주의 시각과 식민 지배 상황과 그 맥락을 무시한 채 객관적 (일부) 자료와 (주관적) 통계를 학문적 증거로 내밀며 다소 '차분히' 빌드업된 식민사관 사이에서 우리는 갈 길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어떤 때는 눈에 보이는 증거 찾기에 더 열심이며(?) 매끈한 논리 만들기에 능해진 후자 쪽에 현혹될 때도 있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넘어가기 쉽게 그동안 그들은 나름 세대별 발전을 거듭해 세련된 외양과 말솜씨를 이제 자랑하고 있더군요.
이러니 이 역사 전쟁에 가급적 끼어들거나 엮이면 안된다는 생각에 몸을 최대한 숨기고 입을 닫게 됩니다. 양민은 언제나 그렇듯 전쟁 속에서 그저 이렇게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국가와 그 역사의 주인인데도 불구하고 주체성을 도둑맞고 상실했기에 분노가 치밀어도 소리를 죽여야만 하찮은 목숨이라도 부지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이제는 정말로 권력화된 뉴라이트를 대놓고 비난하기 무서운 상황도 한몫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제 모교의 참전 소식을 계속 전해듣게 되는군요. 김준혁 발언에 의해 촉발된 이대의 김활란 지키기가 결국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김준혁 의원을 허위사실유포죄와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기 위해 재학생과 동창들의 동의와 지지를 얻겠다는 장명수 재단 이사장의 이름으로 시작된 서명 운동에는 저는 일단 서명하지 않는 것으로 제 반전 의사를 소극적으로 밝혔습니다(여성비하적 발언을 한 김준혁은 비판의 대상이기는 합니다만, 정치인으로서 그의 몸집만 키워줄 이 바보같은 대응을 멈추길 바랐고 김활란의 친일 행적을 학교가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학교측과 총동창회가 왜 김활란 총장과 학교의 역사를 동일시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김활란의 공과를 나누고 잘못된 점은 인정해야 여성 교육의 역사도 바로잡는 게 아닐까요? 스탠포드대 초대 총장이자 위대한 생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거대한 동상도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운동을 통해 최근에 철거되었습니다.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통해 그의 우생학 지지 활동이 폭로되고 세상에 널리 알려진 후 스탠포드대 동창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이런 행동이 저는 스탠포드 대학의 역사와 명예를 되살리고 닫힐 뻔한 미래의 문을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대는 지금 부끄러운 역사와 과거를 숨기는 것만이 아니라 오히려 정당화하기 위해 화려한(?) 뉴라이트 연사들로 꽉 채운 해괴한 역사 포럼을 개최할 작정입니다. 그게 이화의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길이며 미래를 여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행태를 원래 답이 좀 없는 학교 당국이나 재단의 이름으로 벌였다면 그냥 꾹 참았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합의 절차나 과정 없이 이대 동창의 이름을 함부로 사용하고 도용한 것에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습니다. 역사 앞에서 당당히 서 있지 못하면서 감히 미래를 열겠다고 말하지 마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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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Soh
와…뭐라 할 말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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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mi Ko
Jean Soh 선생님, 이거 처음 보세요? 저는 며칠 전 개인적으로 어떤 대선배에게 이 소식을 들었고...어제는 과동창 단톡방에도 이 소식이 하명처럼 전달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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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Soh
고찬미 저희도 단톡방이 있는데 그런 얘기가 오지는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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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mi Ko
Jean Soh 조만간 갈 수도 있고...저희과 영학회가 이런 활동에 열심이고 주축인 거 같기는 하더라구요 ㅠ 포럼 어느 강좌 중 하나는 단체로 들을 계획이라며 나름 '영'한 후배 동창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는 그런 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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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Soh
고찬미 아마 저희 단톡방은 사람들이 무서워서 안올라올듯요..
Chanmi Ko
Jean Soh 오! 그럼 다행이구요 역시 만만해 뵈면 안되는...
Eunai Sung
아이고 참....세상이 거꾸로 가도 이렇게나...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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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mi Ko
성은애 네 거꾸로 가는데도 너무 당당해서 뭐라 할말이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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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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