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 我在霞村的時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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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100자평(2)리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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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페이지수 : 180쪽
책소개
'창비세계문학' 6권. 중국 현대를 대표하는 여성작가로 꼽히는 딩링의 네편의 중단편집. 혁명의 요람이라 불리던 서부전선에서 농민, 홍군들과 생활하다가 공산혁명 이후 문화계 관료로 활동하던 시기의 작품들이다.
초기 작품들이 여성의 정체성과 자의식을 주제로 현대적인 여성상, 혁명과 여성문제 등을 제기하고 있다면,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공산당의 비판과 혁명기 지식인으로서 부딪힌 질곡 등을 겪은 이후의 작품세계를 대변한다. 격랑에 휩싸인 중국혁명기의 시대상은 물론, 당대 지식인들의 사유체계를 집약적으로 반영하여 작품 안팎으로 풍성한 의미를 찾을 수 있게 한다.
목차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
병원에서
발사되지 않은 총알 하나
두완샹
작품해설/‘높이 날아올라야 할 한마리 새’, 딩링
작가연보
발간사
책속에서
“전전은 그녀가 풍기던 시원스럽고 명랑하고 유쾌한 어떤 분위기를 전혀 떠올릴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마치 우리에 갇힌 야수처럼, 복수의 여신처럼, 누구에게 증오의 한을 내뿜고 있는 것일까?”
저자 및 역자소개
딩링 (丁玲)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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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년 10월 12일 후난성 린리현의 지주 가정에서 태어났다. 1927년 단편소설 <멍커(夢珂)>을 <소설월보(小說月報)>에 발표하고, 이듬해 단편소설 <소피의 일기(莎菲女士的日記)>, <여름방학에(署假中)>, <자살 일기(自殺日記)>, <마오 아가씨(阿毛姑娘)>을 연달아 발표해 대담하고 예민한 젊은 여성들을 형상화했다. 청년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딩링은 <소피의 일기>을 통해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1930년에 좌익작가연맹에 가입했고, 1931년 열여섯 개 성을 휩쓴 홍수를 제재로 한 <홍수(水)>를 써서 하층민과 현실 문제에 관심을 나타내며 창작 경향의 변화를 보였다. 항일 전쟁 시기에는 위안부 문제를 다룬 중편소설 ≪내가 안개 마을에 있을 때(我在霞村的時候)≫, 간부들의 봉건 의식을 비판한 중편소설 ≪병원에서(在醫院中)≫를 창작했으며, 사회주의 건국 이후에는 토지개혁을 소재로 한 소설 ≪태양은 쌍간강 위에서 빛난다(太陽照在桑乾河上)≫로 1952년에 스탈린 문학상 2등상을 수상했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에는 당의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 주편(主編)을 담당해 문예계의 실질적 지도자가 되었다. 1955년에 ‘딩(丁玲), 천(陳企霞) 반당(反黨) 집단’으로 비판을 받고 1958년에는 당적을 박탈당했으며, 베이다황으로 보내져 20년간 노동 개조를 겪었다. 1979년 공산당의 제11기 3중 전체회의 후에 복권되었고, 1986년에 세상을 떴다. 접기
최근작 : <소피의 일기>,<1930년대 중국여성소설 명작선 2>,<시간에 무감각한 두 남자> … 총 30종 (모두보기)
김미란 (옮긴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HK교수. 주요 저서로는 『현대 중국여성의 삶을 찾아서』, 『한중 젠더 트랜스내셔널하게 읽기』, 『민간중국』(공저), 논문으로 「중국의 미투 운동-글로벌 ‘접속’과 토착적 ‘수용’」, 「2000년대 중국의 계획생육-‘도시권’에 대한 배제, ‘유동하는 인구(流動人口)’의 재생산」 등이 있다.
최근작 : <젠더와 소수자의 시각으로 본 중국 코로나>,<민간중국>,<한중 여성 트랜스내셔널하게 읽기 : 지식, 인구, 노동> … 총 14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격변의 중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간 딩링
전쟁과 혁명에 휩쓸린 중국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
‘죽은 듯 고요한 문단을 공격한 폭탄’이라 불리며 중국 현대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 꼽히는 딩링. 전통에 저항하고 혁명에 앞장서는 여성 지식인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다수 남겼으며, 오십년이 넘는 긴 집필 활동 동안 요동치듯 격변했던 중국 근현대사는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에 뚜렷한 각인을 남겨 오늘날에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되는 작가이다. 딩링이 작품 활동을 펼친 시기는 전쟁과 혁명이 소용돌이치던 때로 그녀의 생애 또한 거대한 역사의 격랑을 타듯 파란만장했다. 열사의 젊은 미망인으로, 헌신적인 혁명 문인으로, 비판적 여성 지식인으로, 가차 없이 비판받은 자유주의적 작가로, 우여곡절을 거치며 글로 삶으로 커다란 변화의 시대를 기록하며 살아갔다.
이 책은 네편의 중단편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 「병원에서」 「발사되지 않은 총알 하나」 「두완샹」을 싣고 있는데, 딩링이 혁명의 요람이라 불리던 서부전선에서 농민, 홍군 들과 생활하다가 공산당 정권 수립 이후 문화계 관료로 활동하던 시기에 걸친 작품들이다. 딩링은 1930년대 중반에 공산당의 근거지인 옌안으로 이주해 전선과 농촌을 순회하며 ‘현장 체험’에 몰두하는데,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역사를 기념하는 의미로 민족주의적 정서가 강한 「발사되지 않은 총알 하나」를 발표한다. 이어 옌안 시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위안부’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룬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와 농촌사회의 가부장성과 타성을 묘사한 「병원에서」등을 집필하는데, 이 작품들은 당의 비판을 받기 이전 그녀의 자유로운 글쓰기를 대표한다. 이 두 작품에서 딩링은 이른바 ‘혁명주체’인 농민들과 당 관료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혁명 과정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인물들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초기 작품들이 여성의 정체성과 자의식을 주제로 현대적인 여성상, 혁명과 여성문제 등을 제기하고 있다면,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공산당의 비판과 혁명기 지식인으로서 부딪힌 질곡 등을 겪은 이후의 작품세계를 대변한다. 격랑에 휩싸인 중국혁명기의 시대상은 물론, 당대 지식인들의 사유체계를 집약적으로 반영하여 작품 안팎으로 풍성한 의미를 곱씹게 한다.
5?4 신문화운동이 길러낸 여성 작가 가운데 오십여년이란 가장 긴 시간 동안 창작에 임했던 딩링의 경우에는 현대 중국의 정치?사회적 변화가 글쓰기에 깊이 각인되어 있어 역사적 맥락을 떠나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두드러진다. 딩링의 작품은 오늘날까지 그 명성만큼이나 예술성과 정치성이라는 기준에 의하여 다기한 평가를 받아왔다. 독자들은 이 단편집을 읽는 즐거움 속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상상하는 계기를 만나길 소망한다. ―‘작품해설’에서
‘창비세계문학’을 펴내며
1966년 계간 『창작과비평』을 창간한 이래 한국문학을 풍성하게 하고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담론을 주도해온 창비가 오직 좋은 책으로 독자와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창비세계문학’을 출간했다. ‘창비세계문학’이 다른 시공간에서 우리와 닮은 삶을 만나게 해주고, 가보지 못한 길을 걷게 하며, 그 길 끝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를 소망한다. 또한 무한경쟁에 내몰린 젊은이와 청소년들에게 삶의 소중함과 기쁨을 일깨워주기를 바란다. 목록을 쌓아갈수록 ‘창비세계문학’이 독자들의 사랑으로 무르익고 그 감동이 세대를 넘나들며 이어진다면 더없는 보람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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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링, 처음 접하는 중국 작가다. 앞 세 작품은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뒤 한편은 그 후 시대로 중국 사회주의 노동자상을 형상화 한 작품이라는 해설을 먼저 읽었다.
고난을 이겨내고 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려는 여성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앞 두 작품에 내 맘이 더 실렸다.
좋은 책을 기대하며...
munsun09 2017-09-27 공감 (4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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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학교 추천도서라 구매햇내요 근데 제가 읽었읍니다^^
lka0705 2013-07-26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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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도망칠 수 없어서
제목으로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책들이 있지만 제목만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책들도 있다. '딩링'의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는 후자에 해당한다. 나는 이 책의 작가인 딩링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고 이 책의 제목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언젠가 읽겠지 하고 준비해뒀던 책장에서 이 책을 꺼내들었을 때는, 대체 안개마을에 있을 때 뭐가 어떻게 됐다는걸까, 아무것도 모르는 채였다. 안개마을에서 안개라니, 은둔하기 좋아 쓴걸까, 그 마을에서 사랑을 한걸까, 그 마을에서 혁명을 한걸까.
표제와 같은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는 중국인 여성 위안부 '전전'이 등장한다. 그리고 위안부 전전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당연한 편견도.
오래전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 여옥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마을로 돌아왔을 때, 그녀가 자고 있는 집으로 마을 남자가 침입한다. 그리고는 '어차피 너는 버려진 몸'이라며 강간을 시도한다. 그러니까 이 정서. 다른 남자들과 성관계를 가졌거나 성폭행을 당했던 여자에 대한 '함부로 해도 된다'는 이 정서가,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에도 드러난다. 이 소설의 화자는 휴양차 안개마을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일 년전 위안부로 끌려간 여성 전전을 만나게 되는데, 전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위안부로 끌려가게 됐고 또 그렇게 중국 공산당의 첩자가 되기도 하는데, 나라는 그녀를 이용했고 마을 사람들은 남녀할것 없이 그녀에 대해 손가락질하기 바빴다. 뻔뻔하게 낯짝을 들고다니는 여자가 되어 있었고, 상대적으로 다른 여성을 깨끗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그녀가 선택한 것이 아닌데 그녀는 그렇게나 부당하게 가족들의 수치가 되었다. 우리가 진작 결혼했다면 그녀를 구할 수 있었을텐데, 지금이라도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하는 전전의 남자동창 '샤다바오'는 그녀를 구해주려고 하는 착하고 의로운 남자이다. 그러니까 여자는 끌려가고 강간당하고 이용당하고 있는데 그렇게 만드는 이도 남자이고 그런 여자를 구원해주고자 하는 것도 남자인 셈. 여자의 인생은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더렵혀지고 혹은 구원되어 지는가.
우리가 우리의 의지로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부당한 대우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숱한 영화와 책속에서 드러나는 바다. 그토록이나 여성을 혐오하던 남자주인공이 자신의 피부병을 지적받자 '이걸 내가 선택한 게 아닌데 그걸 욕하면 어떡해' 라고 항변하는 영화 《히트》에서도 알 수 있고, '당신이 통제할 수 없었던 일로 평가받는다는 게 어떤 건지 아니까' 당신을 돕겠다고 말하는 형사가 등장하는 책 《스틸하우스 레이크》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걸 안다고 해서 자신의 삶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잘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녀가 끌려간 것이 자명한 사실이고 지금 나라로부터 이용당하고 있는 것 역시 자명한데도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구경하고' 또 '혐오한다'.
책 속의 화자는 이 마을에 처음 올 때 자신과는 다른 정치사상을 가진 여자와 함께였다. 그것은 딱히 즐거울 리 없는 동행이었지만, 그러나 전전의 삶 앞에서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은 그들에게 공통된 감각이다. 전전의 삶은 전전의 의지와 아무 상관없이 흘러갔고 그것이 부당하게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 통제하지 못하는 여성 스스로의 삶에 대한 안타까운 감각은, 동시대를 살고 있던 다른 환경의 여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각인 것이다. 고통을 당하는 여자가 있다면, 그 고통 앞에 통곡을 하는 여자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통제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리고 통제하지 못한 삶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부당한 공격을 받는다고 해서 전전이 무너지기를 선택하지도 않고, 남자에게 자신을 구원해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아픈 몸이 낫기를 원하고 그리고 나름의 살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사방에서 자신을 공격해오는데도 끝까지 버티려는 의지가 전전에게 있는 것이다. 그녀가 그렇게 가고자 하는 길에서 그녀는 그녀의 동지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 화자는, 그녀의 동지가 되어주길 자처할 것이다.
이렇게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여성은 그 다음 단편인 <병원에서> 에서도 등장한다. '루핑'은 산부인과 의사 공부를 했지만 자신에게 의사일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치대학에 들어가 정치공작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던 그녀는 그렇게 공산당원이 되지만, 당에서는 그녀를 이제 막 개척하고 있는 병원의 의사로 보내버린다. 이 역시 그녀의 의지도, 의사도 아니었다. 그렇게 그녀는 하기 싫은 일을 하러 갔는데, 그 병원의 상태는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의사 자격증도 없는 사람이 의사로 일하고 있고 온갖 기구들은 소독되지 않은 상황이며 그 누구도 청소를 하지 않아 더럽기만 하다. 일단 환자들을 낫게 하고 건강한 출산을 하게 하려면 환경부터 바꿔야 하기에 열성적으로 사람들을 설득해보지만, 그녀의 말 한마디나 그녀의 열성적 태도로 환경이 바뀌기는 커녕, 사람들은 그녀를 음해하려고 한다. 이에 그녀는 처음의 의지를 잃게 되지만, 며칠 풀죽어 있다가 다시 의지를 다진다. 그녀는 삶의 매순간 고난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한 고난 속에서 사람이 성장한다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세번째 단편 <발사되지 않은 총알 하나>는 소년병이 주인공인데, 내전중인 자국의 군인에게 발견되어 총살 당할 위기에 놓였을 때, "총알 하나를 남겨두는 게 좋겠소. 남겨두었다가 일본 놈과 싸우시오! 나를 칼로 죽이고!" (p.97) 라고 말함으로써 자신을 죽이고자 했던 군인들에게 감동을 안겨준다. 고작 열세살의 소년이 자신이 죽을 위기 앞에 공통의 적인 일본을 죽이는데 총알을 쓰라고 말할 수 있다니,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네번째 단편 <두완샹>은 읽으면서 가장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계모에게 학대받아 어릴 때부터 집안일을 하다가 열세살에 시집을 가는 두완샹이, 그곳에서도 다른 며느리에게 뒤쳐지지 않으려고 미친듯이 열심히 일하는 거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자신이 살고 있는 작은 산골마을이 세계의 전부인줄 알며 참전한 남편을 기다리며 살고 있는 그녀는, '오랜 세월 동안 쉬지 않고 이 대가족을 위하여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수고를 했다' (p.106)
그런 그녀의 마을에 해방군이 들어와 토지개혁을 하겠다고 하고, 그녀는 토지개혁 업무중인 중년의 부인과 매일밤 이야기를 나누며 지금 가족과 마을보다 더 넓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그녀는 이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넓은 세상에 헌신하고자 하는데, 전쟁에서 돌아온 남편과 이런 생각이 일치해 좋은 동지가 된다. 이 부부는 며칠간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는 개척지로 거주지를 옮겨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데, 그곳에서도 그녀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우 성실히 일하고 꼿꼿한 정신을 드러냄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모범이 된다. 그녀가 모범적으로 하는 행동들이 처음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좋게 보인건 아니었지만, 그녀의 오랜 진심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배움이 짧았지만 스스로 깨우쳐 다른 사람들의 지도자로 우뚝 서게 되면서 이 소설은 끝나는데, 이 모든 삶의 굴곡에서 그녀에게 성장이 있었고 또 깨닫는 바가 있었으며 다른 사람들의 존경도 받게 되지만, 이 단편 내내 '두완샹에게 삶의 기쁨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열심히 일하는 것, 모두에게 이로운 것, 그것이 그저 그녀 삶의 기쁨의 전부란 말인가. 왜 어릴 때부터 고생을 하고 또 하고 쉬지 않는 것이 궁극의 선이 된것일까.
이 책에는 이렇게 총 네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모든 단편들에서 중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핍박받고 고생이란 고생을 다하고 또 죽음의 위기 앞에 놓이는데도 결코 그들은 좌절속으로 혹은 절망속으로 끌려가지 않는다. 오히려 두 눈 가득 으르렁 거리는 불꽃을 품고 세상을 보는 의지가 단단히 새겨질 뿐.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정말 대단하다, 그들처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을 읽은 후의 결론은 될 수 없다. 그 삶이 핍박이었던 것, 고통이었던 것은, 그들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삶이 언제든 나라는 사람을 후려칠 수 있지만, 이토록이나 심하게 후려치는 것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시스템이 한 개인의 모든 에너지를 끌어 모으게 만들고 그렇게 방전되게 만들었는데, 그런데 그 의지를 다지는 것은 시스템의 도움이 아니라 나 개인의 몫이라니. 이 얼마나 피곤하고 한심한 일인가. 이들 모두가 후려치는 삶 앞에 꺾이지 않고 살려는 의지, 한 발 앞으로 어떻게든 나아가려는 의지는 분명 높이살만한 것이지만, 오히려 나는 그간 내 생각과 다르게 삶에 있어서 때로는 도망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어디로? 그건 모르겠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방송을 보노라면, 도시에서 온갖 고통과 괴로움을 겪고 자연으로 들어가게 된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을 괴롭히는 건 사회적 시스템이기도 하고, 자신을 찾아온 병이기도 하고, 자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기도 하다. 괴롭히는 것들로부터 벗어나 그저 물과 나무가 있는 자연으로 숨어드는 것은 그들이 생각해낸 그들이 남은 삶을 살아내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딩링' 의 소설속 단편들은 이미 드넓은 땅 안에 있었다. 아직 개척되지 않은 땅, 넓고도 넓은 땅에서, 게다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렇다면 이들은 어디로 갈 수 있을까. 나를 괴롭히는 게 이 나라 전체를 둘러싼 어떤 사상이라면, 그렇다면 나는 어디로 숨어들것인가. 정작 휴양을 위해 찾아간 안개마을에서도 고통에 빠진 사람들을 목격하게 되는데, 그 때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과연 어디로 나를 숨길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어쩔 수 없이 내 눈에 이글거리는 독기를 품는 것 말고는 남은 방법이 없는 것일까.
사는 일은 이토록이나 고되다. 어쩔 수 없이 강함을 내 안에 욱여넣어야 비로소 버텨지기도 하는 것이다. 맞서려고 하는 강인한 자들 앞에서 나는 필연적으로 삶의 고됨을 느낀다. 고되고 고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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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4-23 공감(24)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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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정치사이에서
창비세계문학은 빈티지한 스타일이 좋아서 중고서점에서 보이는 족족 다 사들이고 있는데, 처음 듣는 작가의 이 책도 그렇게 나에게 오게 되었다.
딩링(丁玲 1904~1986)은 중국 5.4 신문화운동이 길러낸 여성 작가로서 본명은 장웨이인데 5.4 신문학 사상을 접한 뒤 딩링으로 개명을 한다. 여기서 링,'玲'은 '옥소리 령'으로 내 이름의 '영'자와 같은 한자라 반가웠다.
딩링은 파란만장한 중국 현대사와 그 삶을 같이 했기 때문에 그녀의 글쓰기도 그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초기엔 여성 지식인의 시각으로 창작활동을 하다가 공산당의 근거지인 옌안으로 와서는 자신의 기대와는 다르게 민중 위에서 군림하는 공산당 특권층과 여전히 일과 가정의 고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 여성들을 보면서 그 실상을 폭로하는 작품을 쓰게 된다.
이러한 활동으로 딩링은 중국공산당에게 '자유주의적 작가'로 낙인찍혀 변방으로 발령, 농촌생활을 한다. 이 후 딩링은 비판적인 글쓰기 보다는 '사회의 밝은 면을 부각시키는' 당이 장려하는 글을 쓰고 1952년 '사회주의권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스탈린 문학상'을 수상, 중국혁명의 과정을 세계에 알리는 작가로 명성을 얻게 된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급진적인 좌경노선을 추진하면서 그녀의 삶은 다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학생들에게 '무릇 작가라면 자신만의 대표작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던 발언이 '출세주의'로 고발, 부르주아 사상을 지닌 우파 작가로 분류된 것이다.
그녀는 당으로부터 숙청 당하고 작가로서 글을 쓸 권리도 박탈 당한 채, 감옥에 수감, 추운 동북지방에서 육체노동을 하게 된다. 이후 문화대혁명(1966~76)이 끝나고 그녀가 다시 세상에 나타날 때까지 어떤 생활을 했는지 거의 알려진게 없지만 심한 고초를 겪었음은 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 소설집은 이러한 딩링의 시대에 따라 그 성향이 다른 소설이 4편 실려있다.
이 책의 표제작인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는 1941년에 쓴 작품으로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갔다가 병에 걸려 고향으로 돌아온, 일본군에게 더럽혀진 '부도덕한 여자'로 취급받는 전전의 가슴아픈 이야기이다. 잔혹한 역사에 희생당하고 집으로 돌아온 성노예 여성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멸시는 워낙 알려진 사실이기에 놀랍지 않았지만, 그렇게 돌아온 여성들을 중국공산당이 다시 스파이로 '파견', '애국이란 명목으로' 그들을 이용한 사실에 나는 매우 놀랐다. 힘없는 어린 여성들이 탐욕스러운 전쟁에 이용되고 나중에는 '다 헤어진 신발'보다 못한 존재로 취급받았으니 얼마나 비참했을까...
그러나 전전은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 마을에 잠깐 머물고 있는 화자인 '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실제로 너무나 많은 일본 놈들한테 당해서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도 기억이 잘 나질 않고 결국엔 깨끗하지 못한 사람이 되고 말았어요.(...)나는 낯선 사람들 속에서 바쁘게 사는 게 집에서 지내거나 친지들이 있는 곳에서 사는 것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그들이 xx로 데려가서 치료해주기로 했으니까 나는 그곳에 머물면서 공부를 하고 싶어요."(p.40)
딩링은 전시에 성노예로 끌려간 여성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차가운 시선을 고발하고,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이라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 분투하는 인간의 모습을 전전이라는 의지의 여성을 통해 보여준다.
두 번째 단편<병원에서>도 같은 해인 1941년 쓴 작품으로 도시에서 시골 병원의 산부인과 의사로 오게 된 루핑이라는 씩씩한 여성이 주인공이다. 루핑은 공산당원으로서 미래의 정치 공작원을 꿈꾸지만 당에서는 그녀를 시골의 병원으로 보낸다. 명령을 거역할 수 없어 시골로 오지만 하룻밤을 자고 난 그녀는 '새로운 생활을 멋지게 시작하는 거야' 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러나 병원의 상황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구부러진 주사바늘, 사용한 종이를 소독도 하지 않고 다시 쓰고, 청소는 커녕 구석구석 버린 솜과 거즈가 널려 있다. 루핑이 아무리 청결을 강조해도 듣지 않자 의사인 루핑이 직접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하지만 그 누구도 미안해하지 않는다. 루핑은 '자신이 목도한 불합리한 일'들을 이야기하고 시정을 요청하지만 고루한 관료주의와 타성에 젖어 있는 사람들은 그녀를 무시하고 오히려 그녀는 당으로부터 '자유주의자','영웅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 비판을 받은 그녀는 자신의 신념에 대한 회의감에 젖기도 하며 의기소침해지지만 우연히 두 다리가 다 잘린, 산전수전 다 겪은 환자와 대화를 나눈 후 다음과 같이 마음을 다잡는다.
무릇 사람은 온갖 시련을 겪고도 꺾이지 않아야 비로소 쓸모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고난 속에서 성장하니까.(p.77)
이 작품은 '간부를 비판함으로써 이들과 대중 사이를 멀어지게 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고 이후 그녀는 사회주의 이념에 부합하는 글로 마오에게 인정을 받는다. 그녀의 이러한 행보는 작가로서의 신념이 꺾인 것일텐데, 1957년 '반우파투쟁'에서 또 우파작가로 몰려 숙청을 당하니 그녀의 삶은 고난 그 자체였음을 알 수 있다.
<발사되지 않은 총알 하나>는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민족주의를 고취하고자 발표한 작품으로 홍군 소년병의 이야기이다. 이동 중 대오에서 낙오한 어린 홍군이 마을에 숨어 있다가 국민당 군대에 발각되고 총살 당하기 전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중대장! 총알 하나를 남겨두는 게 좋겠소. 남겨두었다가 일본 놈과 싸우시오! 나를 칼로 죽이고!" (p.97)
이념을 떠나 일본을 상대로 하나의 중국인으로 단결하자는 작가의 의도가 분명한 작품이다.
마지막 이야기 <두완샹> 은 사회주의 색채가 강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딩링이 1955년 우파작가로 비판받고 1978년까지 어떠한 활동도 없다가 그 해에 발표한 작품으로 작가가 20년간 육체노동을 했던 베이다황(北大荒)에서 만난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두완샹이라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소녀가 13살에 조혼하고 며느리로 부지런히 대가족을 위해 일한다. 17살에 남편이 한국전쟁에 참가한 가운데서도 열심히 생활하던 그녀는 토지개혁 조사로 마을로 온 여성 동지의 눈에 띄어 교육을 받고 마을의 부녀 주임이 된다. 전쟁에 나갔던 남편이 돌아오고 1958년 남편이 동북의 베이다황으로 발령이 나는데, 이곳은 6월에도 눈이 내리고 겨울엔 사람이 동사하는 험난한 곳이다.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두완샹은 "그렇게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라면 제가 왜 살지 못하겠어요? 변방을 건설하러 가는 거잖아요."(p.112)라며 남편과 떠난다. 두완샹은 스스로 할 일을 찾아 남들이 쉴 때도 쉬지 않고 일하며 모범 노동자로 인정을 받게 된다. 1964년 노조의 여성간사가 되지만 거거에 만족하지 않고 조국을 위해 황무지를 개간하고 변방을 개척한다는 사명감과 책임을 잊지 않는다. 이 소설은 두완샹이 청중들 앞에서 강연하는 것으로 끝난다.
"저는 평범한 사람이며 누구나 다 하는 평범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가지 이치는 알고 있습니다. (...)저는 오로지 영원히 당의 지도하에, 있는 그대로 사실에 근거하여 진리를 탐구하고 성실하게 당의 요구에 따라 공산주의 사업을 위해 죽는 날까지 분투하기를 희망합니다." (p.145)
'모래바람을 견디고 자란 한그루 살구나무'같은 공산주의 노동 영웅 두완샹. 중국 공산당의 이념에 충실한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적지않게 당황했고 많이 불편했다.
인간적인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시종일관 강인하고 열정적인 모습의 두완샹이 인조인간 같았다.
그러나 뒤에 작품해설에서 작가가 겪은 삶의 풍파와 그녀 자신만이 갖고 있던 신념이 이런 글을 쓸 수밖에 없게 만들었음을 알게 되었다. 예술성보다는 정치성을 띈 이 소설은 그녀가 얼마나 사상적으로 부담을 갖고 글을 썼는지 알게 해준다.
다시는 딩링의 소설을 읽을 일은 없을 듯 싶지만 중국 문학에 딩링이라는 여성 작가가 있었고 파란만장한 중국 현대사와 그 궤를 같이한 그녀의 문학 인생이 인상깊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고난을 겪은 작가가 비단 그녀 뿐만은 아니었을테니 그중에는 당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세상에 진실을 알린 작가도 있을 것이다. 그런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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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0-12-26 공감(1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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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위에 원래 길은 없다
작가 딩링의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라는 소설은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 ‘병원에서’, ‘발사되지 않은 총알 하나’, ‘두완샹’이라는 각기 다른 4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는 위안부로 끌려가버렸지만 결국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전전의 이야기가, ‘병원에서’는 낡아버린 방식을 고수하는 곳에서 유일무이 새로운 정신을 가진 루핑의 이야기가, ‘발사되지 않은 총알 하나’, ‘두완샹’에서는 각각 전쟁통 속 소년병과 중년 부인을 통해 가족을 제외한 또 다른 세상을 알게 된 두완샹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 중 나는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라는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단편을 통해 책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아가 보고자 한다.
‘중국 현대사를 여성의 눈으로 기록하다’라는 책 띠지의 말처럼 작가는 전쟁을 겪는 여성의 입장되어 그들의 이야기를 잘 서술하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는 간결한 서술로 시대 속 비극을 담은 내용을 덤덤하게 나타내었고, 이는 독자가 조금 더 책에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었다.
책을 읽는데, 필자가 최근에 <무정>이란 책을 읽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단편 속 여성들의 끈끈함이 어쩐지 반가웠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무정>과 별반 다르지 않은, 위안부의 삶으로 인해 몸이 더럽혀졌다는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가슴 전체가 답답해 오기도 했다.
사실 난 <무정>을 읽을 때면 여성의 전부가 ‘순결’ 인양 이야기하는 이들을 보며 진절머리가 쳐졌다. 하지만 그런 나 또한 편견에 갇혀 전전을 조금 신기하게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서술되는 그녀의 천진함이 어쩐지 이상하게 다가오기도 했으니깐. 물론 이야기 속 전전은 힘들어했다. 하지만 그녀가 그 힘듦을 내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가 과연 그녀에 대한 이상한 시선을 가져도 되는 것일까?
사람들은 종종 ‘극복할 수 없는 상처’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사실 그런 말을 쓸수록 상처받은 이들을 오히려 더 극복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나는 전전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 마을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전전을 완전히 이해한다 말할 수는 없으며, 전전을 손가락질하며 그녀와 자신을 비교 선상에 올려놓으며 우위성을 뽐낼 수는 없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책이 필자에게 이토록 당연하지만 가끔은 잊고 사는 것들에 대해서 말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에 나온 이들은 모두 자신의 삶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전전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강압으로 일본군에게 끌려갔으며 그 전에는 ‘결혼’이라는 구조 속에서 수동적인 생활을 하여야 했다. 하지만 끝내 그녀는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했다. 그리고 그 결말 속에 그녀는 혼자가 아니다. 그녀와 함께 길을 가려하는 화자가 존재한다.
나는 책을 읽고 생각하고 싶어졌다. 그들이 시대에 흐름에 자신의 삶을 정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었다면 과연 어떤 일을 했을까, 하는.
그래,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살아있지 않은 가상의 인물들을 현실로 데려와 지금이라면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였을지, 어떤 삶을 살았을지,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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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gkdmltmxk 2022-04-10 공감(0) 댓글(0)
2024-09-30
알라딘: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 딩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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