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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재난 국가
이철승 (지은이) 문학과지성사 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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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선택
"<불평등의 세대> 이철승, 불평등의 기원 추적"
불평등에 대한 수치, 르포, 고발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철승 교수는 이번 책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한국적 불평등을 분석한다. 그가 주요 분석틀로 택한 것은 '쌀'이다. 쌀?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연결이지만 그가 차근차근 이어내는 관계를 읽을수록 점점 몰입하게 된다.
그는 한국적 불평등의 구조와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벼농사 체제로부터 빚어진 것으로 파악한다. 이 긴 거리 사이에 그는 밀 농사와 벼농사의 근본적인 차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벼농사 체제에서의 인간관계, 재난을 대비하는 국가의 형태 등에 대한 설명을 채워 넣는다. 탄탄한 논리의 받침 위에서 그는 현재의 세상에 과거의 룰이 더 이상 맞지 않는다고 말하며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까지 나아간다.
전작 <불평등의 세대>로 불평등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 이철승 교수는 이번 책으로 더 넓고 입체적인 해석을 이어간다. 3부작 '불평등' 시리즈의 마지막, 다음 책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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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과학 MD 김경영 (2021.02.02)
9.4
100자평 12편
리뷰 32편
세일즈포인트 2,409
384쪽
140*210mm
487g
ISBN 9788932038001
책소개
2019년 한국 사회에 세대론과 불평등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으며 언론과 학계, 정계, 일반 대중에게까지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불평등의 세대』의 저자 이철승의 신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쌀, 재난, 국가―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가 그것.
저자 이철승은 전작 『불평등의 세대』에서 ‘세대’라는 키워드를 통해 한국 사회의 위계 구조가 어떻게 세대와 맞물리며 불평등을 야기해왔는지를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펼쳐 보였다. 그의 전작이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여전히 위계와 불평등으로 고통받고 있는가”에 대한 동시대적인 분석이라면, 이 책은 제목이 나타내듯 ‘쌀’ ‘재난’ ‘국가’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러한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와 경쟁/비교의 문화는 어디서 왔고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역사적 분석을 시도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드리운 불평등의 ‘깊은 구조’를 이해하려면, 동아시아 사회와 국가가 반복되는 재난에 맞서 싸우며 먹거리(쌀)를 생산하고 유지하기 위해 만든 사회제도와 습속―협업과 위계, 경쟁―을 먼저 규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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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며
프롤로그
이 책의 퍼즐들 | 이 책의 주요 주장들 | 벼농사 체제의 일곱 가지 유산
1장 동아시아 국가의 기원―벼농사 체제의 출현과 재난의 정치
우리는 누구인가―쌀 이론의 수립
쌀에 갇힌 동아시아, 벼농사에 집착한 한국인
쌀과 밀의 대비
한반도 정주민의 쌀 사랑
쌀밥과 빵의 정치경제학
고대국가의 재난 정치
홍수, 물벼락의 정치
가뭄, 물 확보의 정치
고대 및 전근대 국가 최악의 재난―가뭄
조선왕조의 가뭄 대비책
복합재난―정치 변동의 촉매제
나가며―쌀, 재난, 동아시아의 국가
2장 벼농사 생산체제와 협업-관계 자본의 탄생
벼농사와 평등한 협업 시스템의 출현
벼농사의 공동노동 시스템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
벼농사 문화의 지속
벼농사 마을의 비교, 질시, 행복
협업과 불신이 공존하는 벼농사 마을의 신뢰 구조
표준화와 평준화―벼농사 마을의 보이지 않는 손
벼농사 체제의 현대로의 이식―연공에 따른 숙련 상승 가설과 표준화 가설
동아시아 마을, 협업의 장인들
나가며―오리엔탈리즘을 넘어
3장 코로나 팬데믹과 벼농사 체제
동아시아인들의 문화적 디엔에이―사회적 조율 시스템
동아시아 농촌의 성공 함수―협업-관계 자본
코로나 팬데믹의 국가별 양상
벼농사 체제와 코로나 팬데믹
밀농사의 개인주의와 벼농사의 집단주의
나가며―팬데믹과 불평등의 확대
4장 벼농사 체제와 불평등의 정치심리학―왜 한국인들은 불평등에 민감한가
벼농사 사회와 밀농사 사회의 불평등 구조
쌀 경작 사회의 불평등 기제―국가로의 접속
벼농사 체제와 과거제도는 어떻게 얽혔나
벼슬과 벼농사의 상호작용
평등화와 차별화를 향한 욕망의 공존
한반도 남단 정주민의 심리 구조―평등화와 차별화의 공존
밀 문화권과 쌀 문화권의 불평등 치유 노력
불평등 치유 노력의 역사적 기원
벼농사 체제의 유산―복지국가의 저발전
현대 한국인의 복지 태도―부동산과 복지국가
나가며―국가를 통한 불평등의 생산
5장 연공제와 공정성의 위기
청년 실업과 노동시장 이중화의 원인은 무엇인가
제도(연공)-주체(세대)-구조(인구)의 착종
연공 문화의 제도화―연공제
세대 네트워크와 한국형 패턴 교섭
인구구조의 변동에 따른 기업의 인구 구성 변화
연공-세대-인구 착종과 기업의 비용 위기
연공-세대-인구 착종과 청년 고용 위기 연공제와 노동운동
연공제와 여성
나가며―불평등, 현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6장 벼농사 체제의 극복
재난 대비 구휼국가에서 보편적 사회안전망 국가로
표준화를 위한 조율에서 다양성의 조율로
벼농사 체제와 청년 세대의 충돌
동료로서의 여성
직무평가 시스템의 도입―시험에서 숙련으로
연공급 대 직무급―어느 불평등을 택할 것인가
한국형 위계 구조의 개혁―연공제를 넘어서
나가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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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첫문장
동아시아인의, 한국인의 연결망은 효율적이다. 동아시아의 빠른 발전의 결과가 그 효율성을 실증한다.
P.23
한국인에게 이 위계란 일상 자체다. 한국인만큼 협업을 잘하는 종족도 드물지만, 한국인만큼 위계를 따지는 종족도 드물다. 그 위계의 구조는 엄격할뿐더러 세밀하고 촘촘하다. 인간관계마다,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이 위계의 구조는 깊이 드리워져 있고, 우리의 아이들은 이 위계에 적응하고 순응하는 법부터 배운다. 〔……〕 우리는 왜 이 위계 구조를 그토록 오래 강고히 지속시켜왔고, 얼마나 더 오래 이 위계 구조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가? 우리는 왜 그토록 ‘평등과 정의와 형평’을 갈망하면서, 동시에 위계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가? 왜 평등과 정의를 외치는 사람이 뒤로는 학벌과 직업, 연공서열 위계에 집착하는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책이 모든 질문에 다 답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건드릴 것이다, 때로는 다소 도발적으로.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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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5
이 연공 문화는 동아시아 기업 조직의 뼈대―연공제―로 재탄생한다. 동아시아 기업들은 입직에서부터 퇴직에 이르는 개인의 생애를, 동일한 임금 상승 테이블을 공유하는 세대들로 쪼개어 위계 구조를 만드는 동시에 세대 단위 협업 시스템을 창출했다. 동아시아 마을 공동체의 수직-수평 기술 튜닝 시스템은 동아시아 기업 조직에서 연공제를 매개로 재탄생하게 된다. ‘가족 같은 기업’ 안에서 부장님은 부모의 역할을, 선배는 이웃 어른들과 같은 역할을 했다. 입사 동기는 동년배 사촌들 및 동네 친구들과 다름없었다. 그들은 동아시아 마을 기업처럼 긴밀하게 엮인 공식?비공식 네트워크 안에서 협력과 경쟁의 쳇바퀴를 탔으며, 동아시아 마을 공동체의 협력 기제인 ‘표준화’를 생산공정과 관료제에 도입하여 ‘기민’하고 ‘긴밀’하게 작동하는 동아시아 기업 조직을 만들어냈다.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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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8~9*
벼(과 식물들), 기후와 지형이라는 주어진 환경, 벼농사 경작의 주체와 제도라는 세 가지 요소는 이렇게 (진화적) 상호작용을 거치며 동아시아의 초기 농경국가 체제를 주조했다. ‘왜 하필이면 동아시아인들은 쌀을 먹게 되었는가’라는 질문과 ‘도대체 왜 동아시아의 국가는 다른 지역에서 발견할 수 없는 강력한 관료제(서비스)를 그토록 일찍부터 만들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질문은 사실상 같은 ‘연쇄 고리’의 답을 가진, 같은 질문인 것이다. 벼와 동아시아인 그리고 그들의 강한 국가는, 다윈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진화’한 것이다. 쌀밥과 강하고 효율적인 국가는 서로 다른 두 차원의 것이지만 상호 친화적이다. 단순화해 이야기하면 우리는 쌀밥을 먹으며 더 크고 강한 국가를 건설했고, 그러한 국가를 만들었기에 쌀밥을 계속 먹을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다소 어색하더라도 동아시아 국가는 쌀 국가rice state라고 불릴 만하다. (「1장 동아시아 국가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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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9~150
동아시아 기업의 연공제는, 두 가지 가정을 농촌 공동체로부터 이식했다. 〔……〕 이 두 가정은 현장에서 실제로 실현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개인에 대한 직무평가를 건너뛰는 것을 가능케 했다. 개인 간의 숙련도가 평준화될 것이라는 가정과 개인들의 숙련도가 동일한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가정이 결합하면, 같은 연차의 인력에게 동일한 보상을 주는 것이 가능해진다(정당화된다). 함께 일하며 조직의 목표를 함께 이루었으니 연차 그룹에 따라 보상을―불평등하게―나눈 후, 같은 연차 내에서는―평등하게―n분의 1 하는 것이다(고로 밥과 술은 연차 높은 사람이 산다). 따라서 연공제는 연차를 공유하는 노동자들 간에 연대 의식을 고양시켰고, 생산성이 집합적으로 향상되는 데 디딤돌이 되었다. ‘왜 같이 일 해놓고 나이 많다고 더 가져가’라는 불만은, ‘너도 기다리면 나처럼 보상받아’라는 미래에 대한 약속으로 덮였다. 이렇게 ‘지연된 보상’은 나이 많은 ‘충분히 기다린 세대’로부터 ‘아직 기다릴 날이 20년, 30년 남은 세대’에게 강제되었다. 연공제는 어찌 보면 기다리고자 하는 자, 혹은 기다릴 수 있는 자들(정규직)끼리의 ‘공모’다. (「2장 벼농사 체제의 협업-관계 자본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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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3~174
결국 동아시아인들이 발전시킨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축은 서로 간섭하고 싫은 소리를 해야 서로가 사는, 협업과 조율 시스템이다. 우리는, 동아시아인은 오랜 세월 동안 이 협업 시스템을 발전시켜왔고, 근대화 과정에서 이 시스템을 공장으로, 사무실로 이식시켰다. 부장님이 사사건건 일과 삶에 간섭하는 것에 숨이 막히는가. 집 안에서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간섭 권력’이 작동하는 곳이 동아시아 사회다. 추석에 집안 어른들로부터 듣는 싫은 소리에 넌덜머리가 나는가. 추석이란 무엇이냐고? 바로 씨족사회의 간섭 권력의 위계가 당신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집안 전체에 드러내고 평가하는 자리다. 동아시아는 개인주의자가 남 신경 안 쓰고 하고 싶은 일 하며 자유롭게 살기에 이상적인 곳이 아니다. 서로가 촘촘하게 엮여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지켜보고 감시하며 베끼고 잔소리하고 보폭을 맞춰가면서 서로 엇비슷해져가는 사회인 것이다. (「3장 코로나 팬데믹과 벼농사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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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P.348먼.
결국, 동아시아 벼농사 체제의 협업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생산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으면서도 그에 합당한대우를 받지 못했던 여성들에게 더 많은 책임과 의사결정권을부여해야 한다. 남성 위주 위계 구조를 수평적으로 완화시키고Tos-coustic여성에게 더 많은 목소리가 보장될 때, 긴밀하게 직조된 협업 시스템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순환하게 되고, 그로부터 혁신의 싹이 움틀 것이다. 성 평등한 직장 문화와 제도의 도입으로 한국의기업과 국가, 정치의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P.60오후4시
동아시아인들이, 중국인들이(브로델의 표현대로) 쌀에 갇혔다면, 한민족은 벼농사에 대한 집착을 생태적 한계를 뛰어넘는 수준까지 밀어붙였다. 벼농사에 대한 집착은 한민족 정체성이 물질적 토대인 것이다.
P.156오후4시
맘을 안 먹어서 못 할 뿐, 동아시아인들은 맘만 먹으면 윈드밀 덩크슛 빼고 남(서구)이 하는 것은 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폰이나 테슬라를 처음 생각해내지 못해서 문제일 뿐이다.
P.173오후4시
결국 동아시아인들이 발전시킨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축은 서로 간섭하고 싫은 소리를 해야 서로가 사는, 협업과 조율 시스템이다.
P.353나무
시험이라는 평가기제는...인생의 한순간에 특정 유형의 지식 가곡 능력을 측정한 후 이를 영속화하는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의 철 지난 유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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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지은이: 이철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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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복지국가, 노동시장 및 자산 불평등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복지국가와 불평등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2005). 유타 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 시카고 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를 거쳐 시카고 대학교 종신교수로 2017년까지 근무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부편집장으로 일했다. 2011년과 2012년 전미사회학협회 불평등과 사회이동, 정치사회학, 발전사회학, 노동사회학 분야에서 최우수 및 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Social Forces, Sociological Theory, World Politics, Comparative political Studies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고, 『한국사회학』 『경제와사회』 『동향과전망』 『한국정치학회보』 『비판사회정책』 등에 「세대 간 자산 이전과 세대 내 불평등의 증대」 「한국 복지국가의 사회경제적 기초」 「한국 노동운동과 복지국가의 미래 전략」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2019년 번역?출간된 When Solidarity Work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6(『노동-시민 연대는 언제 작동하는가』, 박광호 옮김, 후마니타스)으로 한국정치학회 학술상(저술 부문)을 수상했고, 같은 해 『한국사회학』에 발표한 「세대, 계급, 위계―386세대의 집권과 불평등의 확대」로 2020년 한국사회학회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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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차별, 학벌주의,
연공서열과 여성 배제의 구조, 부동산 문제까지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이해하는 세 가지 키워드
쌀 / 재난 / 국가
2019년 한국 사회에 세대론과 불평등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으며 언론과 학계, 정계, 일반 대중에게까지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불평등의 세대』의 저자 이철승의 신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쌀, 재난, 국가―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가 그것.
저자 이철승은 전작 『불평등의 세대』에서 ‘세대’라는 키워드를 통해 한국 사회의 위계 구조가 어떻게 세대와 맞물리며 불평등을 야기해왔는지를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펼쳐 보였다. 그의 전작이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여전히 위계와 불평등으로 고통받고 있는가”에 대한 동시대적인 분석이라면, 이 책은 제목이 나타내듯 ‘쌀’ ‘재난’ ‘국가’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러한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와 경쟁/비교의 문화는 어디서 왔고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역사적 분석을 시도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드리운 불평등의 ‘깊은 구조’를 이해하려면, 동아시아 사회와 국가가 반복되는 재난에 맞서 싸우며 먹거리(쌀)를 생산하고 유지하기 위해 만든 사회제도와 습속―협업과 위계, 경쟁―을 먼저 규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불평등 구조의 진화 과정을 한반도에서 고대국가가 형성되는 시기부터 현재의 코로나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훑어 내려오며 ‘벼농사 체제’라는, 동아시아 쌀 경작 문화권에서 발전한 제도들이 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제도들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위계와 불평등 구조를 어떻게 형성했는지를 수많은 자료 수집과 데이터 분석에 근거하여 흥미진진하게 써내려간다. 무엇보다 저자는 특유의 통찰과 독창적인 분석 틀로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차별, 학벌주의, 연공서열과 여성 배제의 구조, 부동산 문제 등 현대 한국 사회에 심각한 분열과 구조적 위기를 일으키는 많은 문제들이 벼농사 체제의 유산들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음을 밝혀내며 독자들에게 특별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현대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제도에 걸맞은 새로운 제도를 통해 오래된 구조가 재구조화하도록 유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책은, 따라서 벼농사 체제의 구조 개혁 플랜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고대국가가 형성되는 시기부터
코로나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한국 사회는 불평등해졌는가
『쌀, 재난, 국가』는 저자 이철승의 학문적 기획인 ‘불평등 프로젝트’의 두번째 책으로, ‘쌀’ ‘재난’ ‘국가’가 서로 조응하며 만들어낸 벼농사 체제의 유산들이 어떤 제도들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삶에서 발현되고 또 우리 자신을 규정하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하는 책이다. 그렇다면 수백, 수천 년을 지속해오며 한국인들의 삶의 양태를 결정짓고 현대자본주의 사회에 이르기까지 그 체제의 유산을 드리워온 어떤 제도와 문화가 오늘날 우리 삶을 규정하는가?
저자 이철승은 이 책에서 이러한 벼농사 체제의 긍정적・부정적 유산들을 일곱 가지로 정리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재난 대비 구휼국가의 발전,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 시스템인 공동노동 조직, 그리고 표준화와 평준화의 기술 튜닝 시스템이 벼농사 체제의 긍정적 유산들이라면, 나이에 따른 연공서열 문화와 그것이 기업 조직에서 발현된 연공급 위주의 노동시장, 여성 배제의 사회구조, 시험(과거제)을 통한 선발 및 신분 유지와 숙련의 무시, 마지막으로 땅과 자산에 대한 집착 및 씨족 계보로의 상속이 이루어지는 사적 복지체제의 구조가 벼농사 체제의 부정적 유산들이다.
‘쌀’ ‘재난’ ‘국가’의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진 벼농사 체제의 유산들은 산업자본주의 사회에 이르러서도 공장과 회사로 이식되어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룩하며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세계적 성공을 이끄는가 하면, 코로나 사태에 각 문명권이 어떻게 맞서고 있는지를 데이터로 분석해 보여주는 책의 3장에서 확인하듯 재난에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사회적 조율 시스템을 작동하며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을 글로벌 모범국가로 등극시켰다. 코로나 팬데믹에 효율적으로, 기민하게 대처하는 국가는, 동아시아인들의 오래된 미래인 것이다. 이러한 벼농사 체제의 유산들은 수백, 수천 년 동안 진화하여 오늘날 현대자본주의하의 ‘동아시아적’ 혹은 ‘한국적’ 제도로서 그 명맥을 유지 혹은 강화하고 있지만, 벼농사 체제의 강고한 지속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들은 위기에 처해 있고 또 어떤 것들은 이미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 유산들 가운데 어떤 것들을 약화시키고 또 어떤 것들을 강화시켜야 할까?
“나이 많은 자가 세상을 리드하고 지배하는 룰이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은 세상이 도래했다“
청년 세대를 위한 벼농사 체제의 구조 개혁 플랜
이 책은 ‘쌀’ ‘재난’ ‘국가’의 상호작용을 통해 한반도의 고대국가에서부터 현대 지구촌 사회의 코로나 팬데믹과 복지국가의 역할까지, 오늘날 한국 사회에 드리운 벼농사 체제의 현존을 분석해 보여준다. 동아시아인들이, 한반도 정주민들이 삶의 준거로 삼는 여러 가지 원리가 있지만, 그중 가장 특이한 점을 꼽으라면 그것은 바로 ‘연공 문화’다. 경험 많고 나이 든 농부에게 중요한 의사 결정을 맡기는 벼농사 체제의 위계 구조가 현대 기업 조직의 연공 문화와 임금제도로 정착한 것이다.
저자 이철승은 전작 『불평등의 세대』에 이어 이 책에서도 연공서열의 위계에 대한 비판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연공제가 ‘세대 네트워크’와 ‘인구구조’와 착종・조응하여 오늘날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차별, 여성 배제의 구조를 초래하는지를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이 책은, 연공제 문제가 핵심적인 구체제의 유산임을 밝히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 불평등 문제의 핵심에는 바로 이 연공제가 자리하고 있고, 저자 이철승은 이 책의 긴 여정을 통해 연공제 철폐가 구조 개혁 과제들 중 가장 우선순위에 놓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프롤로그」를 비롯해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동아시아 국가의 기원」은 한반도의 고대 및 전근대 국가 2천 년 동안 벼농사 체제하에서 재난 극복 및 구휼 시스템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나름의 통계자료를 통해 분석한다. 2장 「벼농사 생산체제와 협업-관계 자본의 탄생」은 벼농사 체제의 협업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로 인해 어떤 심리(경쟁과 질시) 구조가 탄생하는지를 다룬다. 3장 「코로나 팬데믹과 벼농사 체제」는 재난 시기 이 협업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여 재난을 극복하는지에 관한 사례 연구로, 현재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국가별 대응 시스템을 분석한다. 4장 「벼농사 체제와 불평등의 정치심리학」은 벼농사와 밀농사 체제하에서 불평등은 어떻게 형성되고, 불평등에 대한 인식 구조는 어떻게 다른지, 그에 따른 불평등의 결과가 서로 어떤 차이를 빚어내는지를 비교・분석한다. 5장 「연공제와 공정성의 위기」는 벼농사 체제의 가장 중요한 제도적 유산인 ‘연공제’를 분석하되, 이것이 어떻게 ‘세대 네트워크’ 및 ‘인구구조’와 착종・조응하여 오늘날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차별, 여성 배제의 구조를 초래하는지를 이야기한다. 6장 「벼농사 체제의 극복」 연공제를 통해 청년 일자리 위기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에 대한 진단과 대안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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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분포
9.4
두둥실 2021-01-30
메뉴
단숨에 읽었다. 전작을 능가한다.
공감 (8) 댓글 (0)
참한꽁딱심 2021-02-25
메뉴
정말 휘리릭 읽힌다. 이게 정말 다 쌀 중독 역사의 결과인지는 동의를 유보한다해도, 필자가 되짚는 19세기말 20세기초 한반도에서 출발해 만주까지 잇대어가는 한인 유랑과 정주를 위한 개척의 신고에 대한 부분, 평등에 대한 우리의 이중적 태도에 대해 보이는 꼼꼼하고 정연한 내용은 설득력 갑!
공감 (2) 댓글 (0)
glacialia 202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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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하다
공감 (1) 댓글 (0)
Heeyong 2022-01-28
메뉴
읽기 쉬움. 쌀농사 사회의 부모자식간 정보 계승, 같은세대간 정보 튜닝 과정. 재난에 대비한 국가와 서구식 자유주의의 맹목적 도입 실패 등 신선하고 흥미로운 주장이 다수 있음. 단지 가끔씩 몇몇 부분에 좌파정권을 은근히 칭찬하는 내용을 써놓은 것이 이상했음. 소장 가치 있음.
공감 (1) 댓글 (0)
카일 2021-03-14
메뉴
전국민이 꼭 읽어봐야 할 책. 불행의 교착상태에 빠진 이 사회에 모두가 한번쯤 깊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를 데이터에 기반해서 흥미롭게 잘 풀어낸 책입니다.
공감 (1) 댓글 (0)
- 2021-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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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인들이 왜 이렇게 불평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답을 수천년 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벼농사 체제’ 에서 찾은 작가의 시각이 무척이나 흥미롭고 참신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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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estone 2021-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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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서안해양성기후 그러니까 밀, 아시아는 계절풍기후니까 쌀...수능에도 나오는 사실과 지식!하지만 그것 뿐이 아니라 현 세대와 미래 세대가 더불어 불평등 없이 계속 쌀밥에 고깃국을 먹을 수 있기 위해 과거세대를 이해하고 모두 손을 잡아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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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대프린스 20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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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라는 말이 방대한 자료와 사유 속에서 엄청나게 힘 있는 명제가 되었다. 사회학에 역사학과 지리학과 통계학이 잘 버무려진 무척 흥미롭고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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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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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생산 문화에서 파생된 아시아식 자본주의는 이제 지속가능성의 한계에 봉착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바꾸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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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모이 202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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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된 풍부한 자료가 이 책을 더 설득력 있는 책으로 만들었다. 설득력이 있고,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한 직시와 해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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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1-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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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다. 남 잘되는 상황을 볼 수 없다는 욕심, 한발 나아가 경쟁심과 시기심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 속담에 벼농사 문화의 특징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우리나라 벼농사 문화는 농촌 특유의 연대 의식으로 똘똘 뭉친 공동체가 구심점이 되어 발전해왔다. 서로 협력하여 함께 농사일하는 풍습으로 ‘두레’라는 조직이 있었다. 벼농사는 많은 노동력을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웃이나 친족이 새로운 땅을 산다면 마을 주민으로 구성된 두레가 그 땅에 농사짓는 일을 도울 것이다. 두레 구성원에 친족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 사람은 사촌의 밭일을 돕는 일손이 된다. 이때부터 친족은 배가 살살 아파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땅 넓이와 벼 수확량을 사촌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이철승의 책 《쌀 재난 국가》를 다 읽고 나면 상부상조 정신의 벼농사 문화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쌀 재난 국가》는 벼농사 문화가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자라게 만든 오래된 씨앗임을 증명한 책이다. 책 제목은 불평등의 기원과 그 구조를 함축한 핵심 단어다. 두레는 ‘협업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공동체다. 농촌은 비단 한국인의 주식 쌀만 생산하는 곳이 아니다. 이곳에서 태어난 사회구성원에게 농사일과 협동 정신을 가르치는 교육적 장소이기도 했다. 농촌에 오래 살면서 농사일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은 아랫사람들을 가르쳤거나 그들에게 과업을 부여했다. 농촌의 위계적인 문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도시로 뻗어 나갔고, 연공제로 발전했다.
저자는 협업과 공동 노동을 중시한 벼농사 체제를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두레 일손이 친척, 친구, 이웃의 밭일을 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수확량에 관심을 가진다. 내 수확량이 남보다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경쟁심이 생기면서, 농민들은 수확량 경쟁에 돌입했다.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 문화는 기업이나 공장에 이식되었다. 도시의 노동자들은 가족 같은 동료와 함께 일하면서도, 동료보다 잘살고 싶어서(동료보다 높은 직급에 오르고 싶어서) 쉬지도 않고 일했다.
벼농사는 농촌 사람들의 운명이 걸린 거대한 ‘인생 프로젝트’이다. 흉년이 들면 식량이 줄어든다. 허약해진 농민들은 굶어 죽는다. 그래서 농민들은 재난에 민감하다.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불안하고, 비가 많이 오지 않아도 불안하다. 쌀 맛에 익숙한 선조들은 벼농사가 불리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협업의 기술’과 ‘사회적 조율’을 통해 재난을 극복했고 벼농사를 고집했다. 농촌 주민들은 재난이 닥치면 개인의 권리를 기꺼이 포기했고, 공동체 규약을 지키면서 각종 생활 문제를 함께 해결했다. 따라서 ‘협업의 네트워크’ 속의 농촌 주민은 태어나면서부터 위계적인 협업의 네트워크와 규약에 따라 움직이는 마을 공동체 조직의 부속품이다.
저자는 여러 가지 자료들을 동원해서 연공 문화와 다양한 불평등 문제의 기원을 추적한다. 협업과 위계 중심의 벼농사 문화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악화시키는 구체제 유산이다. 이 오래된 유산은 자본주의 체제와 만나면서 도시에 정착한다. 저자는 전작 《불평등의 세대》(문학과지성사, 2019)에 이어 《쌀 재난 국가》에서도 연공제를 비판한다. 연공제에 기반을 둔 위계적 질서가 지속할수록 비정규직 노동자의 한숨은 깊어지고, 청년 실업률은 높아지고,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막는 ‘유리 장벽’은 두꺼워진다.
저자가 지적한 불평등의 기원에 만족스럽지 못한 독자들이 있으리라. 그럴 수 있다. 나도 그렇고 대부분 사람은 농촌 사회의 상부상조 정신을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오던 미풍양속이라고 배우면서 자라왔다. 어떤 사람은 농촌 공동체 문화가 복원되면 농촌이 자본주의 체제에 지친 도시인들의 안식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농촌을 병든 자본주의 체제의 대안인 이상향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인데, 내가 보기에 순진한 발상이다. 불평등 문제를 양산하는 사회적 구조를 재구축하지 않는 이상 농촌은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 시스템이 일상화된 위성 도시가 될 수 있다(그렇다면 이곳을 ‘유감스러운 도시’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유감스러운 농촌’이라고 해야 하나?). 농촌 주민들이 착하다는 생각은 농촌에 살아본 적 없는 사람의 착각이다. 친척이나 이웃이 잘 살면 배 아픈 사람들은 농촌에도 있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협업과 조율’의 문화를 벼농사 체제와 함께 공진화한 시민사회의 잠재력이라고 평가한다(170쪽). 공진화(coevolution)는 둘 이상의 종이 서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영향을 받으면서 진화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저자는 공진화라는 단어를 쓰면서도 진화의 기본적인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는 ‘원숭이 사회’가 경쟁을 조장하는 위계 구조로 형성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어떤 위계 구조는 경쟁을 조장한다.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조직이나 그룹 내부에 위계에 따른 자리를 만들고, 높은 자리일수록 더 많은 보상과 노력을 보장하면 우리 인간들은 원숭이 사회로 돌아간다.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한쪽이 패배를 인정하거나 죽을 때까지 치고받고 싸운다. 자연히 이 위계가 보장하는 보상과 권력의 크기가 클수록, 원숭이들은 더 극렬하게, 더 잔인하게 싸울 것이다.
(23~24쪽)
점점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인간 사회가 원숭이 사회로 돌아간다고? 저자의 견해에 인간이 퇴화하면 원숭이로 돌아간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공진화’를 쓴 저자는 진화론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견해를 내세우면 안 된다. 왜냐하면 그의 견해는 진화론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자주 하는 오해에 가깝기 때문이다. 진화론을 좀 안다는 사람들도 원숭이를 인류의 조상이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대로라면 인류는 원숭이가 진화해서 생긴 존재이다. 그러나 원숭이를 인류의 조상이라고 보는 견해는 진화론에 부합하지 않는다. 원숭이, 즉 전문 용어로 표현하자면 유인원은 인류의 조상이 아니라 친척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하나의 공통 조상에서 독립적인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원숭이는 무조건 동족과 치고받고 싸우면서 살지 않는다. 이 편견을 뒤집은 책이 바로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의 《침팬지 폴리틱스》(바다출판사, 2018)다. 저자는 동물원에서 침팬지 무리와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이 정치적 권력 관계와 위계질서를 형성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갈등을 해결하는 침팬지들의 모습도 확인했다. 치고받고 싸운 침팬지들은 나중에 서로 껴안으면서 키스하거나 서로의 털을 매만졌다. 원숭이 사회는 이익을 위해서 싸울 줄 알고, 타협도 하는 인간 사회와 거의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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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202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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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은 죽어나가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휘청거린다. 재난은 취약계층에게 더욱 잔인하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실업상태에 빠져 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영끌해서 코인과 주식에 투자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이 늘어난다.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은 아직도 견고하고, 결혼과 출산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은 사다리를 부숴놓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아이를 낳는 일은 주저되고, 출산률은 최저를 경신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헬 조선'의 모습이다.
대한민국의 위태로움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베이비붐 세대와 청년세대, 남성과 여성 등등의 불평등의 격차가 커짐으로써 더욱 위험해졌고, 그 불평등은 불공정이라는 화두를 낳았다. 공정을 향한 열망이 불평등한 것으로부터의 탈출에 대한 열망과 맞닿아 있는지, 아니면 불평등함 속에서 최상위로 가는 길이 열려있기를 바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정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분노로 폭발하고 있다.
도대체 왜(?), 어쩌다 대한민국은 이렇게 불공정과 불평등으로 인해 화가 잔뜩 쌓여 비틀거리고 있는 것일까. 저자인 이철승 교수는 그것의 원인으로 연공제를 들고 있다. 물론 연공제 단독범은 아니다. 세대와 인구구조와 맞물리면서 이 연공제가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와 2차 베이비붐 세대는 연공제의 단 맛을 최상으로 즐기는 위치에 서 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연공제의 단 맛 이면에는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의 증가가 도사리고 있다. 직무와 직능제로의 변화를 통해, 그리고 직무와 직능간 평가의 차이의 제한을 통해 불공정과 불평등을 해결할 단초가 있음에도 우리는 연공제에 묶여 한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토록 연공제에 목을 매달고 있는 것일까. 저자는 그 이유를 쌀 생산국가로서의 문화, 제도로 설명한다. 밀의 재배는 한 개인이나 가족이 거뜬하게 해낼 수 있지만, 쌀은 엄청난 규모의 물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수로 체계와 수자원의 확보를 위한 마을 전체를 넘어선 국가적 규모의 계획과 노동이 필요로 한다. 이는 자연스레 협력을 필요로 하며, 이 협력은 표준화와 평균화가 개입된다. 즉 내가 다른 이의 논에 딱 내가 받은만큼의 기술과 노동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쌀 농사에 있어서 기술이란 경험의 축적이 큰 영향을 미침으로써 나이를 먹은 농부들은 자연스레 대접을 받는 위치에 선다. 이 농부들은 또한 자신의 자식들에게 그 기술을 대물림하는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 한편 쌀 농사에 있어서 공동의 노동은 오히려 수확의 차이에서 개인의 노력 차를 반영함으로써 질시의 씨앗이 된다. 또한 이런 노동의 동원을 조정하는 권력에 얼마나 가깝게 있느냐에 따라 노동력의 조달이 손쉬워지면서 수확의 격차는 벌어지게 된다. 이런 문화적 전통은 아마도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런 벼 생산의 체계가 고스란히 공장으로 옮겨지면서 우리는 연공제라는 제도를 자연스레 이식했다. 이 연공제는 뛰어난 기술을 가진 이보다 오래 근무한 이에게 보다 많은 보상을 제공한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산업생태계를 바꿀 정도로 변모했다. 연공제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활약했던 전성기에 우리의 산업생산력을 이끌었던 제도였지만, 지금은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독이 되어버렸다.
<쌀 재난 국가>라는 책을 통해 대한민국의 위기의 근원은 연공제에 있다고 주장하는 이철승 교수의 진단은 곱씹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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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ile 2021-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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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재난 국가 : 한국인은 어떻게 성공하고 왜 불행해졌는가?
* 본 리뷰는 문학과 지성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객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사실 크게 기대하며 읽었는데, 기대 이상이다 못해 내가 사회과학 도서에서 미덕으로 여기는 모든 것들이 다 들어있는 책이었다. 현실을 응시하는 날카로운 지성과 집요하고 꽉 짜인 논리적 구조, 그리고 사이사이에 감칠맛나게 끼워진 유머감각까지! 이보다 더 재밌으면서 정곡을 찌르는 책을 만날 수 있을까?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이 말을 조금 바꿔본다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라는 주장을 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최소한 <쌀 재난국가>가 다루는 케이스들에서 이 주장은 타당하다.
한국은/한국인은 대체 왜 이럴까, 하고 염증을 느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질문에 아주 적절하고 타당하며 반박할 수 없는 대답을 제시한다. 뒤쪽으로 가면 일부 남성들을 포함한 사회의 상대적 기득권층들이 인정하지 않으려 할 사실들이 통계 수치와 함께 제시된다.
이 책의 연구는 쌀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한국에 사는 한국인이라고 가정할 때, 당신은 오늘 하루 세 끼 중 최소한 한 끼는 쌀을 먹었을 것이다. 당신이 먹지 않았다면 최소한 당신 주변의 사람이 쌀을 먹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거의 모든 문제 혹은 강점은 여기서 시작된다.
아주 간단하고 납작하게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쌀을 먹기 위해서는 농사를 지어야 한다. 이건 밀도 마찬가지지만, 쌀의 경우에는 농사가 사회를 이끄는 주요 동력이 되어야 한다. 목축업 등이 끼어들 자리가 별로 없다. 마을의 모든 이들은 농사에 뛰어드는데, 마을의 사람들 전체가 한 단위가 되어 한 몸처럼 협업한다. 누군가가 평균보다 눈에 띄게 못하거나 게으름을 부려서는 안된다. 그 과정에서 한국인들은 끊임없이 이웃과 자신을 비교하고 처지지 않기 위해 자신과 자식과 자식의 자식을 채찍질한다. 그것이 한국의 원동력이자 지금 한국의 창의적 발전을 저해하는 개인 차원에서의 요인이다.
이를 국가의 차원에서 생각하면, 쌀을 기르는 것이 (끊임없이 돌아오는) 재난을 다스리는 것과 거의 같다는 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쌀은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의 작물이었고, 지배계층은 민초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기우제부터 구휼까지 많은 방법을 동원했다. 자연히 이를 관리해야 하는 국가의 힘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강한 지도자를 선호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쌀을 먹기 위해 한국인들은 평등화와 차별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쫓아왔다. 그 결과는 계층 내부에서의 평등과 계층의 고착화로 이어졌는데, 저자는 이것이 어떻게 사회 전체의 이익 감소와 극도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한 다음 이를 교정하기 위한 제도의 필요성을 말한 후 책을 마친다.
최근에 읽은 책들 중 가장 날카로운 통찰력과 대단한 흡인력을 지닌 책이었다. 이철승 교수님의 전작 <불평등의 세대>도 굉장히 잘 읽었는데, 이 책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쌀과 재난을 둘러싼, 집요하다고까지 느껴지는 논리의 꽉 짜인 전개에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다 보면 책이 끝나있다. 가볍지는 않지만 이해하기에 무리는 없고, 중간중간에 이철승 교수님의 뼈를 때리는 문장들이 조금씩 분위기를 환기해준다. (특히 괄호 속에 든 멘트들이 재미있음을 넘어서서 웃기기까지 했으며, 이철승 교수님을 실제로 뵙지는 못했으나 굉장히 유머 감각이 넘치는 분이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신간 중의 신간이다 보니 현재의 이 코로나 사태에 대한 이야기들도 조금씩 나오는데, 모두가 어렴풋이 느끼거나 혹은 궁금해했을 문제들에 대한 답이 시원하고 논리적인 풀이와 함께 보여진다.
적극 추천한다. 사실 오프라인에서도 만나는 모든 이에게 추천하고 있다. 얼굴 본 사람들에게도, 얼굴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한국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읽어야 한다. 한국에 짜증을 느낀 적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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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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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인들이 왜 이렇게 불평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답을 수천년 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내려오는 ‘벼농사 체제’ 에서 찾은 작가의 시각이 무척이나 흥미롭고 참신하게 다가왔다. 동아시아 시민들은왜 국가의 재난 방비 활동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 역시 동아시아 ‘벼농사 체제’ 와 함께 공진화한 시민사회의 잠재력 즉 동아시아 사회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협업의 기술’ 과 ‘사회적조율’ 의 문화적 DNA라는 작가의 이야기에 수긍할 수 있었다. 또한 “우리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기존서구의 역사가 아닌 ‘한반도 정주민’ 이라는 표현을 매개로 퍼즐의 조각을 맞춰가는 과정이 좋았다. 눈으로술술 읽어 내려가면 머리로 바로바로 입력이 되는 책은 아니어서 몇몇 페이지는 서너번 곱씹으며 읽어봐야했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작게나마 실마리를 찾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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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202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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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전지구적 확산으로 인한 팬데믹 상황과 ‘흑수저와 금수저’, ‘벼락부자와 벼락거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불평등과 차별이 사회의 기본값인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국가인가, 우리는 어떤 국가를 원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라는 부제를 단 책의 제목이 ‘쌀’로 시작되는 게 좀 의아하고 이상해서 책의 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이 책은 밀농사 문화권과 벼농사 문화권을 구분하고, 각 문화권의 생산 양식과 그에 따른 정치 체제의 차이, 국가의 역할, 불평등에 대한 인식의 차이 등에 대해 설명한다.
벼농사 시스템이 한반도 정주민의 정체성을 이루는 토대가 되었고, 마을 단위의 공동노동 시스템 속에서 협력과 경쟁이라는 모순된 가치가 함께 발전했다는 것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때 국가는 재난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서 능력을 입증해야만 권력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이어서 이야기한다.
벼농사 시스템이 과거제, 유교와 결합하면서 가부장 중심의 가족 문화, 출세 지향 문화가 생겨났고, 산업화 이후에는 공장 내지는 기업에 이 시스템이 고스란히 이식되었다. 저자는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 벼농사 시스템이 이식된 결과 연공제가 생겨났고, 이 공고한 연공제 시스템으로 인하여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모든 설명 논리가 결국은 ‘쌀 환원주의’로 귀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낳기도 하지만 그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쨌든 묘하게 납득이 된다. 그리고 이 책의 장점은 현상을 분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저자 나름의 대안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평등과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회는 계속해서 재난 대비 구휼 국가로서의 국가 역할을 기대할 것이고, 그런 국가 속에서 우리는 재난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그것도 장담할 수 없지만) 그 외의 사회적 안전망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은 선택은 우리의 몫인 것 같다. 재난에 강하지만 보편적 복지에 취약한 국가에 살 것인가, 아니면 보편적 사회안전망이 충분하고 재난에도 강한 국가에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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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 2021-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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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재난 국가> 이철승 지음 / 문학과 지성사
내게 첫째로 이 책이 매력적이었던 것은 서구의 시선으로, 서구인들의 이론을 들여와 우리나라의 불평등 현상을 설명하려고 하지 않고 지극히 동양적인 우리만의 시선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작가는 단순히 주장만 펼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를 각종 표와 그래프, 통계를 함께 공유함으로써 자신의 의견에 신뢰도를 높였다. 논제 자체가 자칫 딱딱할 수 있다는 편견은 역사적인 사실과 그림 , 때때로 등장하는 유머 등으로 말끔히 지웠다.아쉬웠던 점을 굳이 꼽으라 한다면 표나 그래프가 설명하는 해당 페이지에 있지 않을 때는 책장을 앞뒤로 넘겨가며 재확인 해야했다는 거랑 (워낙에 데이터가 방대하고 분석이 많았기 때문에 한 지면에 동시에 싣기는 힘들었을것임을 알지만 )주석의 글씨가 작아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는 점이다 (책의 판형이 조금 더 크고 글씨가 조금더 크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 그리고 비슷한 맥락의 문장이나 문단이 책의 이곳 저곳에서 반복되서 나오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강조된 점을 다시 한번 기억할수 있다는 점이 나는 좋았으나, 다른 독자들은 장황한 설명에 자칫 지루하다고 느낄수도 있을 것 같다. 위에 언급된 물리적인 불편함을 제외하고 내용만으로 평점을 준다면 5점 평점에서 5점을 주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치밀함의 결정판? 결과물? 인 것 같다.
의구심으로 시작되었지만 이 책을 덮는 순간엔 내가 완전 설득 당했다는 걸 알았다. 가설과 검증 여러 그래프와 논문의 인용 등.... 의심을 품으려고 하는 순간 작가는 이미 그 의심을 예측이나 한 듯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반박하고 있었다. 단 한 순간의 방심도 용납지 않는다는 듯이, 크게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는 쌀, 재난, 국가 이 세가지 키워드가 도대체 어떤 연결구조로 영향을 주고받아 동양사회 특히 우리나라에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불평등과 사회구조를 만들었는지를 다양한 각도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불평등’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 3부작인 <불평등의 세대> , < 불평등의 극복>의 중간책으로 보면 이해가 쉽겠다. 벼농사를 짓기에 완벽한 조건이 아닌 우리 한반도에서 어떻게 쌀이 주식이 될수 있었을까? (부끄럽게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우리나라가 벼농사에 가장 완벽한 기후와 토양을 갖고있었기에 쌀이 주식이 될수 있었다고 알고 있었다 )바로 협업과 위계구조에 기반한 마을 공동체의 조직 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한 가뭄이나 홍수등의 대규모 재난에 더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더 큰 조직 그러니까 국가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정치권력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되고 , 조직과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지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또한 이 시스템이 산업화 되는 과정에서 조직을 어떻게 경쟁과 비교속으로 내몰았는지, 이렇게 심화된 연공제도로 이어진 위계구조는 계속적인 불평등을 야기시킬 수밖에 없다며 작가는 독자들에게 강한 어조로 탄탄하게 설명하고 또 설득하고 있다.
' 내가 밀농사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면 집단주의에 더 가까운 지금의 내 성향은 개인주의에 더 가까이 변해져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국가는 불평등을 시정하고자 더 적극적으로 강력하게 액션을 취했겠지?' 어느 지역에서 태어나느냐를 가정해가면서 작가의 글을 읽어도 재미있을것이다. 비교설명이 확실히 이해를 도운 페이지가 다수이긴하나 페이지 수가 좀 되기 때문에 어떤 장에서는 집중도가 좀 떨어지는 경향도 있었다.
벼농사를 짓기 위해 탄생한 협업 시스템은 공동생산, 개별소유가 가능한 구조였기에 양날의 칼( 평등화와 차별화의 욕망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이중적인 체제 ) 처럼 경쟁 또한 가속화 시켰다는 설명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또한 흥미로운 주제는 벼농사 체제에서 기원하는 협업과 조율의 문화적 DNA가 코로나와 같은 재난시기에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보는 것이었다. 쌀을 주식으로 먹는 나라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더 적은 경향이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단순한 우연일까? 재난대비를 위한 개인의 자유 양도 계약서는 벼농사를 짓기 시작한 그 시점부터 싸인이 끝난 상태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렇기에 자유주의 원리가 시민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영미권과 서유럽에서 확진자가 더 많았던 거라고. 팬더믹이 시작되었을 때 우리나라 정부가 보여준 재난대비 능력과 국민들의 협조가 국가의 위상을 높였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나 아직도 만연하고 있는 학연-지연-혈연 네트워크를 조장하는 불평등의 생산자로 국가를 평가한다면 이 점은 분명 개선되어져야 할 문제다. 신분유지 또는 신분상승을 위한 과거제도가 지금의 수능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연공제도가 유지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연공제가 바뀌지 않는 한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 그리고 386세대들에게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의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중심축이라는 것은 높이 인정하지만 그대들이 변화를 수용하길 거부한다면 그대들이 이루었던 경제는 무너질 것이며 그대들의 후손인 우리 모두의 아들딸들은 비정규직으로 불안한 생을 반복할 수밖에 없을거라고.
자연재해를 다스리고 방비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국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왔음을 우리 모두는 안다. 국가는 선별 복지가 아닌 보편복지를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고, 차이가 너무 크지 않는 선에서 직무능력에 따른 보상체제를 설계해야 한다는 작가의 해결책 제시에도 힘을 보태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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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 2021-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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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소개 글을 보자마자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사회적인 불평등에 대한 것들이 이슈가 되고
종종 다루어지지만 이 책에서는 한국적 불평등의 구조를 벼농사의 생산방식에서 비롯된 협업 네트워크의
분석으로 시작한다. 작가는 한국 사회에서 불평등에 대한 시리즈 3부작을 출간하고 있는데
첫 번째 <불평등의 세대>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한민족은 벼농사에 대한 집착을 생태적 한계를 뛰어넘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부적절한 기후와 지형
에서 이앙법에 도전하고 결국 성공에 이르렀다.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서양의 밀 농사와 동양의 벼농사
의 환경에서 동양인과 서양인의 성향이 개인주의와 공동체 조직과 위계구조를 갖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밀과 벼는 영양적인 측면과 농사방식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밀을 주식으로 하는 서양과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양의 사회구조와 문화권에 비해 쌀 문화권인 동아시아 농촌 사회에서 한 개인의
수확량의 결정요인은 본인의 노력과 협업 네트워크 내의 복잡한 요소들로 결정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벼농사 문화권의 사회조직은 생산과 결부된 공동체의 목적을 달성하는 동아시아의 생산조직에 개인의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규율에 따라 작동하는 마을 공동체 조직의 부속품 같은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품앗이로 이루어지는 벼농사의 과정에서 민중이라는 거대한 물은 복잡한 요소들을 포함하여
그들의 사고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협업의 과정에서 불신과 신뢰의 구조가 미묘하게 존재하고, 표준화와 평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구조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서양의 개인 중심의 밀 농사와 협업과 조율이 필요한 동양의 벼농사는 동서양
인의 성향의 차이를 이끌어 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사실 중 하나는 현재 전 세계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고 있는 중인데 평소에 선진국이라고
인식했던 서양보다 동양의 코로나 방역이 훨씬 나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협업과 조율의
디엔에이가 재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구 개인주의 성향의 국가들에서
확진자가 더 많이 나온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평소에 동양의 권위주의적 집단주의 성향을
열등한 것으로 깎아내리곤 했던 원인에서 찾을 수 있다. 아시아 국가들에서 주로 재배하는 벼농사는
마을단위 공동생산, 공동 노동을 유지시키는 구성원들 간의 협업과 조율 시스템이 진행되는데 그 과정에
서 홍수와 가뭄, 역병을 비롯한 조직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제도화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
는 대목이다.
결국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생활방식이 사회 구성원에 미치는
고정관념과 습성이 오래도록 이어져내려오며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것 등을 생각하게 한다. 국가적
위기의 상황에서 늘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대한민국이지만 반면에 고정관념들로 인해 관습적인
부조리와 차별 등이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음을 알게 된다. 비록 많은 분야에서 변화의 목소리를 내고,
실제로 변화를 추구하지만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는 시험보다 직무평가의 중요성을 활성화하여 실행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와닿았던 문장중 여성은 오늘의 수행성으로 평가를 받고, 남성은
미래의 장래성으로 평가를 받는다는 대목이었다. 여전히 사회구조상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는 부분에서
많은 제약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최첨단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현재를 가장 기본적인 벼농사로부터 시작해서 재난, 그리고 국가
의 세세한 면을 연결하여 분석한 구성이 공감과 이해를 끌어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책이라니~ 전쟁과 식량부족은 둘다 위협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전쟁은 간헐적 위협이라면 식량은 일상을 채우는 위협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결국 전쟁보다 더 무서운 식량부족. 왜 쌀을 가장 먼저 꼽았는지 충분히 와 닿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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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4시 2021-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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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쌀 재난 국가'의 제목을 접했을 땐 한국인의 주식인 쌀에 대한 이야기로 환경과 관련한 쌀생산의 문제로 보았었다.
그러나
책을 접하며 밀과 쌀을 각각의 주식으로 생활하는 지역적 특성이 만든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 현상에 대한 이야기임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되었다.
읽히는 부분부분마다 공감하며 메모하고 밑줄을 그으며 새로운 지식적 내용을 접할 수 있는 유익한 책이었다.
프롤로그와 총 6장으로 구성된 책은
먼저 프롤로그에서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을 간략하게 이야기해주어 읽기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 또한 벼농사 체제가 남긴 일곱 가지의 유산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모습이 만들어졌음을 알려주고 있다.
1장 동아시아 국가의 기원 - 벼농사 체제의 출현과 재난의 정치
2장 벼농사 생산체제와 협업 - 관계 자본의 탄생
3장 코로나 팬데믹과 벼농사 체제
4장 벼농사 체제와 불평등의 정치심리학 - 왜 한국인들은 불평등에 민감한가
5장 연공제와 공공성의 위기
6장 벼농사 체제의 극복
을 통해 벼농사 체제를 통해 형성된 정치, 경제의 이야기도 인상깊었으나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에 대해 동아시아인들이 타 지역인들보다 비교적 성공적인 대응을 이루는 요인으로 제시된 내용은 일견 수긍이 가는 이론이었다.
이 책이 주장하고 있는 또한 저자의 지난 화제의 책 '불평등의 세대'와 같이 현대 한국인들에게 불평등이 갖는 의미, 불평등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의 원인으로 본 벼농사체제의 마을 중심이론은 너무도 명확한 지적으로 읽혔다. 경제의 기반이 벼농사에서 기업중심으로 이동하는 근대에 이루어진 기업의 연공제, 그리고 이후 다른 체제로의 전환을 이루지 못해 현재 발생하고 있는 청년실업과 여성노동의 문제까지 다양한 불평등의 줄기를 엮어내는 이야기는 사회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었다.
전체 책의 구성은 논문처럼 딱딱하지만 내용은 더욱 명확하여 읽고 배우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었다.
현대 한국 사회의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문제, 지나친 명문대우선 및 지방대에 대한 불평등, 임금체제로의 연공제, 여성과 돌봄 노동에 대한 가치절하, 갈수록 심각해지는 부동산 문제까지 이 시대가 안고있는 많은 불평등의 문제를 저자는 쌀, 재난, 국가라는 3개의 언어를 중심으로 명확하게 풀어낸다. 그리고 그 대안적 방안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
우리는 이 불평등의 원인으로 제시되는 쌀, 벼농사체제 중심의 삶을 살고 있고 매 끼니를 그것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불평등의 원인을 찾고 그 대안적 노력을 제시해 줌으로 한국사회의 흐름에서 양극화가 심각해진 이 시대에 조금은 기회를 주고 정상적인 분포를 만들어 가는 한 제안으로 읽히는 점에서 유익하다.
한편으로 아쉬운 점은 그림으로 주어진 자료들을 굳이 세로읽기로 제시하여 작은 크기를 유지했을까 하는 것이다. 책을 가로로 돌려서 보더라도 조금 큰 그림으로 읽혀졌으면 좋았을 듯 하다.
불평등의 늪에 빠져 원인을 찾고 변화를 위해 노력해보고자 하는 독자에 권한다.
(문학과지성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으며 개인적인 의견으로 나눕니다.)
동아시아인들이, 중국인들이(브로델의 표현대로) 쌀에 갇혔다면, 한민족은 벼농사에 대한 집착을 생태적 한계를 뛰어넘는 수준까지 밀어붙였다. 벼농사에 대한 집착은 한민족 정체성이 물질적 토대인 것이다.- P60
맘을 안 먹어서 못 할 뿐, 동아시아인들은 맘만 먹으면 윈드밀 덩크슛 빼고 남(서구)이 하는 것은 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폰이나 테슬라를 처음 생각해내지 못해서 문제일 뿐이다.- P156
결국 동아시아인들이 발전시킨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축은 서로 간섭하고 싫은 소리를 해야 서로가 사는, 협업과 조율 시스템이다.-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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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동행자🌾 20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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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 #문학과지성사서평단 #이승철 #쌀재난국가서평
창조는 기존의 지식을 토대로 결합하고 융합하여 이루어진다. 이 책도 그런 과정에서 태어났다. 토머스 탈헬름(시카고대 경영학과의 심리학자)의 ’중국의 벼농사와 밀농사 지대에 대한 집단주의-개인주의 비교 연구’에 흥미를 가진 작가(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그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구체화 된 것인데, 협업에서 얻은 ‘쌀 이론’과 자신의 ‘재난’, ‘국가’ 이론을 적용하여 한반도 정주민들이 겪은 불평등의 진화 과정을 밝히고 있다. 특별히 ‘심리’와 ‘제도’라는 측면에서 불평등 구조가 어떻게 진화되어 왔는지, 불평등에 대한 정주민들의 인식은 어떠한지, 불평등은 어떤 제도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발현되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협업, 위계, 경쟁’이라는 상충하는 용어들이 쌀문화에서 어떻게 생성되고 공존하는지 역사적으로 짚으면서 불평등에 대한 인식, 협업과 경쟁이라는 모순 구조, 경쟁의 극단인 교육열, 노동시장의 차별 구조를 밝힌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세 가지 질문을 이끌어내고 그에 대한 답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꿴다. 처음은 동아시아인들의 협업 네트워크가 어디서 온 것이며, 얼마나 어떻게 효율적인가? 다음은, 권위주의라는 위계성이 민주주의 안에서 왜 살아있는가? 마지막은, 대단한 네트워크와 협력성에도 불구하고 왜 목숨을 건 경쟁을 하며 왜 그토록 불평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이다.
‘쌀’이라는 한반도의 생태적 환경 공간과 먹거리를 공유했던 선조들의 삶은 현대를 사는 우리의 삶에 공통의 구조로 작동(장기지속) 한다. 특히 불완전체인 ‘밀’이 서구를 자유롭게했다면 완전체에 해당하는 ‘쌀’은 동아시아를 갇히게 했다고 본다.
저자는 쌀이 동아시아 국가를 아래(시민)로부터 형성되게 했다고 주장한다. 쌀농사에서 ‘공동노동 조직’은 필수불가결하였으며 이로 인해 협업, 상호 감시, 재난 대처 등의 유전자가 작동하게 됐다고 한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발판 삼아 ’쌀, 재난, 국가’의 상호작용하는 유산을 현대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제도에 걸맞게 재구성하려고 한다.
저자는 벼농사의 역사를 보여줌으로써 동아시아 국가의 기원을 밝히고, 당시 국가의 쓸모(?) 및 국가의 재난 대응 정치를 보여준다. 벼농사의 성패는 물을 다스리는 것에 있고, 물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국가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벼농사를 위한 전통적인 협업의 문화는 자본주의에서 하나의 ‘관계 자본’이 된다. 공동 노동의 경로를 겪은 시민은 서로 다른 추수(소득차)의 문제로 인해 불평등을 인식하게 되는데 이런 일들이 무한 반복되면서 경쟁력이 강화되고, 질시가 심화 되며 신뢰와 불신이 공존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세 가지 역사적 패턴이 ‘네트워크 경쟁’이라는 모순적 언어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러한 이중적 관계는 ‘상대적 불평등’을 더욱 민감하게 느끼게 하며 그 내부에 평등화와 차별화를 강하게 열망하게 한다. 공동 생산 시스템에서의 평등화에 대한 욕망과 개인 소유 시스템에서 생기는 무한 경쟁과 불신, 불평등에 대한 민감성이 이렇게 강화되면서 반복되어 온 것이다.
저자는 그 대안으로 보편적 복지와 연공제 타파 및 시험이 아닌 숙련도를 성과 및 성취의 기준으로 삼자고 주장한다. 개개인에게 다양한 시도를 허용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과 분위기를 만들고, 국가가 과거에서처럼 한시적 재난 대비처로 머무르지 않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편적 복지를 이룰 수 있는 역할을 감당하라고 한다. 청년 고용과 여성의 취업 문제, 노사 갈등과 같은 차별과 불평등 구조가 이런 대대적인 개선과 개편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대다수의 동아시아가 연공제를 극복하는 동안 우리는 오히려 강화했다고 한다. 현상으로 보자면 옳은 말이다. “개혁은 의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절박한 필요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저자의 통찰을 받아들여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개혁적 사고를 해야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쌀 문화로 형성된 이율배반적인 공동생산 시스템과 개인의 소유라는 측면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의 문제, 수시로 엄습할 재난에 대해 국가적 대처와 기업 및 개인들의 노력이 어떠해야하는지 역사적,객관적 입장에서 흥미롭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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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e 202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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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하여 사회 구성원간의 격차가 몹시 심화되고 있음과 더불어 직업과 세대, 성별과 지역 등 여러가지 사회의 범주 안에서 각기 다른 의견간의 갈등과 소외 현상 또한 심화되고 있는 2021년.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떠한 사고 과정을 거쳐 판단하며 행동해야 할지를 돕는 ‘명확한’ 근거를 얻고 싶다.”
이 책을 읽기 전, 이 책을 향한 나의 기대평은 위와 같았다. 책장을 덮은 후, 나의 기대평에 부응하는 아니 그 이상의 책을 읽었음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구의 이론으로 한국 사회의 구조와 정체성을 설명하는 것은 많은 사회학자들 조차 어느 단계에 이르게 되면 손을 떼게 될 만큼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 저자는 자신의 연구와 언어로서 한국 사회를 적확하게 해석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노력의 통찰물은 저자의 전작 #불평등의세대 와 바로 이 책 ‘쌀 재난 국가 - 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 이다. (3부작의 피날레를 장식할 저자의 다음 저서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 책은 한국인의 사고와 한국 사회 구조를 이루는 것들의 총체적 기원인 ‘쌀 농사 체제’의 구조 및 특징과 산업사회로 이어지는 이식 과정, 그리고 현재 코로나 펜데믹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 또한 어떻게 지배하며 굴복시키고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즉, ‘벼 농사 경작 시스템’이라는 독립 변수에 의해 다양한 종속 변수(불평등, 비교문화, 교육열, 부동산 과열 투자, 연공 문화, 노동시장의 이중화, 여성 차별과 낮은 출생률, 청년 실업 등)들이 어떻게 영향받아 왔는지, 그로 인해 우리 사회가 (속된 말로) ‘대체 왜 이 모양 이 꼴인지’를 명확하게 설명한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담아낸 수많은 그래프와 표, 수식들은 이 책 전반에 걸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의 직관적인 이해를 돕는다. (이는 곧 이 책의 존재 가치와 의미, 신뢰도를 나타낸다). 더불어 저자의 상세하며 친절한 설명은 독자의 이해의 깊이와 너비를 넓힌다.
오래 전부터 ‘쌀’을 주식으로 살아온 조상들의 피를 이어 받아 우리의 주식 또한 여 전히 ‘쌀’인 것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여온 우리의 삶에 이 책은 여러 의문과 생각할 거리를 가득 던진다.
- 우리의 조상들은 왜 쌀에 갇히고 중독되었는가?
- ‘벼농사 체제’에서 재난의 방비와 즉각적 대처를 요구받은 ‘국가’의 역할은 오늘날에도 유효한가?
- ‘공동으로 생산’하지만 그 수확물은 ‘개별 소유’하는 벼 농사의 이중구조 시스템의 장단점(비교와 질시의 문화, 관계에 좌우되는 행복과 불행, 집단주의적 위계구조와 연공문화, 협업과 조율 시스템의 발전, 평준화 및 표준화의 추구로 인한 경쟁력과 생산력 증가)은 우리 세대에까지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 코로나 펜데믹에 대처하는 우리 국민들의 문화적 DNA는 어디로부터 왔는가? 무엇이 생존을 위한 국민들의 ‘자발적인’ 행동과 협력을 유도하는가?
- 벼 농사 체제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불평등의 기제’는 무엇이며 누가, 이것을, 어떻게 이용하여 재산을 축적하고 성공을 보장받았는가?
- 보편적인 복지국가로의 전환을 가로 막고 있는 ‘자산 취득 경쟁’ 의 기원은 어디서 왔으며, 부동산은 ‘사적 안전망’의 역할로 우리를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가?
- 한국 사회에 팽배한 불평등 문제의 핵심인 ‘연공제’는 어떻게 불평등을 ‘영속화’시키는 제도로 작동하고 있는가? 생애 주기 전체에 걸친, 세대 간의, 세대 내의, 젠더 간의 불평등의 공고화는 해결할 방법이 정녕 없는가?
- 왜 우리는 ‘여전히’ 쌀, 연공제, 시험, 땅(부동산)에 갇혀있고 중독되어 있는가?
수많은 질문을 던지는 책의 흐름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저자의 논리와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좁게는 나 자신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넓게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의 기원과 구조, 작동 기제를 파악하며 나와 내가 속한 사회 시스템 모두를 ‘객관화’하여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코로나 펜데믹에도 흔들리지 않고 부를 쌓아가는 이들과 최소한의 삶의 요건조차 충분히 보장받지 못 하게 된 이들 간 괴리의 심화는 그저 인수공통감염병에 의해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조상들과 우리의 부모 세대와 우리 세대까지 지배해 온, ‘벼 농사 체제’로부터 비롯된 구식의 관념과 룰은 코로나 펜데믹과 힘을 합쳐 오늘날의 다양한 불평등과 갈등, 소외 현상을 유발 및 심화시키고 있다.
어른 세대의 교만과 과오로 인한 극심한 환경 문제로 고통받고 고통받을 우리 자식 세대에게는 이 ‘불평등의 기제’만큼은 유산으로 물려주지 않기를. 그리하여 우리의 아이들은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받고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정당하게 평가받는 동시에 국가가 제공하는 공적 보험 혜택을 노년까지 충분히 누리는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이를 위한 노력에는 개인과 사회의 강력한 인식 전환과 국가의 적극적인 계획 수립 및 능동적인 대처가 모두 해당될 것이다. 이 노력의 의지를 모두 함께 다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써내려 갔을 저자의 글이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은 곳에서 읽히길 바란다. 우리 모두의 역할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 이 책에 담겨져 있다.
책을 다 읽은 어제 오후, 길을 지나가다가 노인 및 한부모 수급권자를 대상으로 한 생계급여 ‘부양 의무자 기준’이 폐지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발견했다. ‘복지 체제 또한 씨족과 가족 단위로 발달한’(p.257) 한국의 가족 중심 복지 체제는 병 들고 노쇠할 때 국가의 복지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자식과 친척을 ‘안전망’으로 삼아온 벼농사 공동 생산 시스템의 유물과도 같다. 부양 능력이 있는 가족이 있더라도 (고소득, 고재산 제외) 국가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위와 같은 변화는 선별복지 국가에서 보편적 복지 국가로 나아가는 하나의 발걸음이 될 것이다. (참고로 내년부터는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생계급여 부양 의무자 기준이 폐지된다고 한다.)
* 이 리뷰는 문학과지성사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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