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30

알라딘:이탈리아로 가는 길 선진국 한국의 다음은 조귀동 2023

알라딘: [전자책] 이탈리아로 가는 길





종이책의
미리보기
입니다.

Book] 이탈리아로 가는 길 
선진국 한국의 다음은 약속의 땅인가

조귀동 (지은이) 생각의힘 2023-07-28
전자책
14,400원 + 720원


====
편집장의 선택
"<세습 중산층 사회> 조귀동 신작"

지중해의 짙은 바다 위로 내리쬐는 햇살, 열정과 낭만은 여행지로서의 이탈리아를 찬양하게 하지만 이 나라의 한 겹 외피 아래엔 망가져버린 정치와 피폐해진 사회가 있다. 강력한 가부장제, 좌우를 가리지 않는 포퓰리즘 정치, 심각한 수준의 성 불평등, 기승을 부리는 극우세력. 모든 면에서 내리막길을 걷는 이탈리아 사회를 보며 저자는 절박한 위기감을 말한다. 저것이 한국의 근미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저출생과 포퓰리즘 정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등 찬찬히 뜯어본 한국 사회의 여러 지표들은 이미 이탈리아와 섬뜩할 정도로 닮아있다. 한국 사회는 어쩌다 이탈리아의 전철을 밟게 되었나. 위기는 정치로부터 시작된다. 책은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재구성된 한국의 정치 질서를 중심으로, 이것이 어떤 자기완결적 모순으로 작동을 멈추게 되었는지 살피고 현재 진보 정당과 보수 정당들의 패착을 짚어낸다. 여러 데이터로 분석하는 한국 정치의 위기는 예리하다.

한국 정치에 대한 비관으로 시작한 책이지만 변화가 진정 불가능하다면 이 책의 의미도 없을 것이다. 저자는 진짜 정치의 복원을 강조하며 그 방법을 집요하게 살핀다. 우리는 바뀔 수 있을까. 지치고 지긋지긋해도 눈을 부릅 떠야 한다. 뻔한 미래로 달려가지 않으려면.
접기
- 사회과학 MD 김경영 (2023.08.01)



8.3
100자평 13편
리뷰 21편
세일즈포인트 759


TTS 기능 지원
328쪽

여기, 버르적댈수록 깊게 빠지는 늪에 모두 함께 엉켜 있는 한국 사회를 돌아보는 책이 출간되었다. 《세습 중산층 사회》에서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에 주목하고, 《전라디언의 굴레》에서 지역과 계급이라는 이중차별에 사로잡힌 호남을 소환한 저자가 이번에는 ‘이탈리아의 길’을 따라 걷고 있는 한국 사회의 발걸음에 제동을 건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사회’가 되어버린 한국을 요모조모 살핀다. 왜 우리의 정치는 헛돌고만 있을까? 경제, 사회, 문화 영역에서는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섰지만, 정치 영역에서는 오히려 퇴보하다시피 하는 걸까?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회는 어떤 상황에 봉착할까?

책은 여러 물음을 던지며, ‘교착 상태’에 빠진 한국 사회와 마주하고 이 악순환이 어디에서 어떻게 발생했는지 분석한다. 결국은 정치의 복원이다. 환멸과 비관과 분노와 피로와 회의 속에서도 책은 평범한 사람들의 꿈을 위한 정치의 복원을 모색한다.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만성적 위기에 접어든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해부하고 매섭게 파헤치는 《이탈리아로 가는 길》이다.



목차


들어가며∥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사회
사회적 병목이 된 정치│선진국 진입의 결과, 노무현 정치 질서의 내파│포퓰리즘 정치의 약속의 땅, 한국과 이탈리아│글의 구성

1장 미국도 독일도 스웨덴도 아닌 이탈리아로의 길
어떤 선진국인가: 최저 출산율이란 지표│고착화된 이중 구조와 낡은 가부장제│결국 정치의 실패가 원인│경제 구조 변화는 어떻게 이탈리아 정치를 무너뜨렸나│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사회의 형성

2장 노무현 질서의 등장과 모순
경쟁적 민주주의의 탄생│정치 질서│정당에 의존하지 않는 대중정치의 본격화│글로벌 일류 기업이 된 재벌들│중산층 행동주의의 등장│지지 연합의 불안정성이라는 근본 문제│보수의 대중정치 대응: 뉴라이트의 등장과 이명박 정부의 좌초│‘산업화 아이돌’과 ‘응답하라 2004’라는 선택지

3장 촛불연합의 붕괴와 상위 중산층의 정당 민주당
호남·충청 이주민과 서울로 통근하는 그 자녀의 변심│민주당 텃밭이라던 수도권 아파트, 불만을 폭발시키다│노동시장 지위가 불안정할수록 문재인 정권을 반대한다│지니계수가 가린 불평등의 구조 변화│민주당의 경제 정책은 왜 실패했는가│진짜 상위 중산층의 정당│‘국가의 정상화’ 세계관의 파산│민주당 집권 연합의 총체적 와해

4장 무능의 아이콘 윤석열 정부
총체적 정치 부재가 야기한 ‘희한한 현상’│광활한 비당파의 공간, 집권 이후엔 외면│쇠락한 안보 보수, 붕 떠 있는 시장 보수│70년대생은 ‘윤석열 극혐’, 80년대생은 ‘비판적 지지’를 했던 이유│엘리트 공무원들의 정치는 왜 ‘무능’의 늪에 빠졌나│대중정당을 지향하지만 인물·조직·이데올로기는 의문

5장 회색 코뿔소가 온다: 노인·지방·외국인
여론조사는 60대와 70대를 나눈다│급증하는 장애인, 고령화의 귀결│극심한 자산 격차 속 다층적 불평등│부유한 수도권 vs. 낙후된 지방의 균열│흔들리는 정당의 지역 기반│지역의 ‘일찍 온 미래’, 레고랜드 사태│전국 39개 읍·면·동 주민 4분의 1은 외국인│지방에선 핵심 과제이지만 중앙 정치는 ‘선거권 박탈’만 부각

6장 공동구매형 사회의 붕괴
‘국가가 정한 대로 민간이 생산하는’ 공공재 공급 방식│‘아파트 공화국’의 물적 토대, 주거 공공재│‘문재인 케어’ 논쟁, 복지 정치의 기류 변화│디지털, 사회계약의 해체 가속화│벌어지는 생활 방식의 격차

7장 K-포퓰리즘의 어설픈 등장
순수한 민중과 부도덕한 적의 끝없는 투쟁│이준석의 성공과 좌절: 상계동·목동발發 정치의 한계│이재명이라는 탈출구, 또는 막다른 골목│정체성 정치로서 팬덤 정치, 의사 결정 불능 국면의 도래
나가며∥‘사회계약’을 새로 쓸 수 없는 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
극우가 배출한 마오주의 혁명가, 트럼프와 그의 친구들│‘정치의 복원’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참고문헌
접기



책속에서
P.17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쪽에서 포퓰리즘 정치는 이미 주류에 편입됐다. 두 정당 모두 사회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이질적인 지지 연합을 포괄하는 의제를 설정하지 못한다는 모순에 봉착해 있다. 여기에 대한 손쉬운 해결책은 ‘적’을 설정하고, 그 적을 타도하는 것만이 지지자들이 생각하는 실질적인 목표(다시 말해 사회경제적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라는 세계관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세계관에는 순수한 민중의 의지를 대변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정당을 비롯한 다른 매개는 배제되고, 지도자와 대중은 직접 연결된다. 정치인 입장에서 자신만의 ‘군대’나 ‘영지’를 가질 수 있는 셈이다. 나라와 지역을 불문하고 포퓰리즘적 정치 행태가 계속 나타나는 이유다. 팬덤 정치가 기승을 부리는 건 정치에서 소외된 ‘뒤처진 사람들’의 분노와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수요 측면 요인과 이를 잘 활용해 특정 정치인의 자산으로 삼을 수 있다는 공급 측면 요인이 결합한 결과다. 팬덤 정치는 근본적으로 정체성 정치이고, 이때 미지근한 타협과 협상은 금기시된다. 따라서 정치적 양극화, 정확히는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거대 서사가 없는 고만고만한 중소 ‘부족’의 다극화된 대립이 정치의 기본 문법이 되어가고 있다. 경제와 정치가 얽혀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사회를 만들어내고 있는 모양새다.
_ 들어가며
접기

P.32
경제사회적 여건의 최종 결과물이라 할 만한 출산율에서 한국과 이탈리아가 최하위권인 이유는 두 나라 모두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대기업 정규직 위주의 복지 혜택,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과 남성의 양육 불참 등의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경제·사회 구조가 초저출산 국가를 만든 것이다.
사회복지학계는 선진국의 복지 체제를 크게 네 개로 나눈다. 미국·영국의 시장 중심 자유주의, 프랑스·독일 등 사회보험 중심 보수주의,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사민주의, 남유럽형 가족주의다. 요스타 에스핑-안데르센(스페인 폼페우파브라 대학교)이 제안한 앞 세 유형에, 마우리치오 페레라(밀라노 대학교)가 제안한 남유럽형을 더한 것이다. 한국의 복지제도는 이 네 유형 중 남유럽형, 즉 이탈리아에 가장 가깝다. 한국과 이탈리아 모두 노동시장과 복지제도 양쪽에서 강한 이중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또 가족이 사회복지제도의 구멍을 메우는 역할을 오랫동안 해왔고, 전통적인 성 역할과 가부장제가 강하게 남아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서구권에서 상대적으로 경제 발전 정도가 낮았던 곳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빠르게 경제가 발전하면서 복지제도가 확충됐다는 점도 한국과 비슷한 측면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몇 년간 사회보험 중심의 현금 복지가 급격히 늘었는데, 이탈리아도 고령자 대상 연금 등 소득보장 위주 제도가 중심이다.
_ 1장 미국도 독일도 스웨덴도 아닌 이탈리아로의 길
접기

P.63
오늘날 한국 정치의 기본 구조를 만든 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민주당계 정당이다. 지난 20년간의 보수 정치를 거칠게 축약하면 민주당계 정당이 주도한 새로운 정치 질서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것이었다 할 수 있다. “2000년대는 긍정적 의미에서든 부정적 의미에서든 ‘노무현 시대’라 불릴 만하다”는 평가는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의 유산을 과소평가하는 측면이 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한국의 정치 질서는 새롭게 재구성되었으며, 당시 형성된 ‘게임의 규칙’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노무현 질서’라고 이름 붙이는 게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한국 정치가 위기에 봉착한 근본적인 원인은 기존 정치 질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된 데 있다. 특히 경제 구조가 바뀌면서 정당, 이데올로기, 정책, 지지 기반, 갈등 양상 등 정치 질서의 구성 요소가 점차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됐다. 또 정치 질서 내부의 모순도 심화되면서 더는 봉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의 주요 정당들이 2021~2022년 선거 이후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이유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무현 대통령 시기 정치와 경제 영역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_ 2장 노무현 질서의 등장과 모순
접기

P.98
민주당 지지 연합의 등뼈 같은 역할을 했던 호남 출신 이주민과 서울에 거주할 정도의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화이트칼라의 이탈은 상당히 구조적인 정치 변동이 발생했음을 시사한다. 또 경제적 중하층이 2006~2008년에 이어 또다시 이탈한 것은 2016~2017년 선거에서 정당과 지지자들의 짝맞춤이 바뀐 재정렬realignment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히려 경제적 중하층은 지지 정당을 몇 년에 한 번씩 바꾸는 구조적 스윙보터로 보는 게 적절할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 지지 연합의 주요 구성원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데는 사회경제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나아가 경기도의 선거 결과는 노무현 정부 시기 형성된 정치 질서가 더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됐다는 점을 시사한다. 자산과 노동시장에서 확대된 불평등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구조 변화, 즉 선진국 진입에 따른 결과다. 민주당의 핵심인 상위 중산층이 이전과 달리 다른 사회계층의 지지를 얻기 힘들어진 것은, 두 집단의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게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의 주축을 담당하는 서울의 바깥, 즉 경기도 주민들의 민주당 이탈 메커니즘은 이를 잘 보여준다.
_ 3장 촛불연합의 붕괴와 상위 중산층의 정당 민주당
접기

P.131
2017년 폐허가 되다시피 한 보수정당이 5년 만에 재집권할 수 있었던 건 민주당이 스스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지지 연합이 해체됐을 뿐만 아니라 이전까지 중도였거나 범진보 성향이었던 이들도 튕겨 나오게 됐다. 이는 인물도 정치적 상징도 지지 기반도 빈약하던 보수 진영에게 셋 모두를 공급해주는 결과를 야기했다. 특히 검찰과 기획재정부 등 관료 기구를 청산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역설적이게도 이들이 정치 영역의 전면에 나서는 일이 벌어지게 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은 그 자체로 새로운 이데올로기, 정책, 인물, 조직 등을 갖고 있지 않았다. 노무현 질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 상황이었지만 그 대안을 제시할 역량이 있을 리 만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정하면서 낡은 아스팔트 보수와 결별했지만, 나머지는 ‘산업화 아이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2012년께에 머물러 있었다. 정치적 무능력 속에서 보수는 끊임없이 적을 만들어내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했다. 외연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제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남은 건 익숙한 습관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뿐이었다.
이렇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아주 일찍부터 보수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대통령실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또한 제대로 된 대중정치를 할 역량, 즉 유권자를 설득하고 자신들을 지지하도록 정치적 언어를 만들어 다양한 상징과 정책을 사용하는 역량이 없음을 보여주었다. 전통적인 정치 문법에서 벗어나는 일도 자주 벌어졌다. 총체적 정치 부재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 정서로 급조된 보수정당의 지지 연합이 와해되는 결과를 낳았다. 대선 그리고 그 이상의 승리를 거둔 지방선거(2022년 6월) 이후 지지율이 급락한 이유다.
_ 4장 무능의 아이콘 윤석열 정부
접기

P.167
2002년경 형성된 ‘노무현 질서’는 20여 년이 지난 현재 위기를 맞았다. 이는 압도적 지지를 받고 출발한 민주당 정부의 재집권 실패, 뒤이어 등장한 윤석열 정부의 무기력한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상위 중산층의 행동주의에 기초한 경쟁적 민주주의와 수출 대기업의 성장을 근간으로 하되 적정 수준의 재분배 정책을 편다는 컨센서스가 더는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노무현 질서가 만들어질 때부터 안정적인 지지 연합을 만들 수 없다는 결함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일어나는 경제적·사회적 구조 변화들은 1960년대 산업화를 기점으로 형성된 ‘현대 한국 사회’의 작동 방식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특히 인구와 공간 측면에서 세 가지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고령 인구의 증가, 부유한 세계 도시 ‘대서울Greater Seoul’과 전통적 산업사회에 머무는 지방의 분리 그리고 이민자의 증가다.
세 가지 변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정치·경제·사회 각 부문 제도들이 기존에 상정한 수준을 뛰어넘는 부담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또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경제 구조를 변형한다. 결국 총체적인 시스템 변화가 불가피한데, 그에 따라 새로운 이해관계 충돌과 갈등이 발생한다. 이전에 형성됐던 컨센서스와 역관계의 균형점이 모두 허물어지는 건 필연적이다. 전통적인 정치적 갈등 구조나 기존 정당의 지지 연합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가뜩이나 위기에 내몰린 현재의 정치 질서가 해체되는 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
_ 5장 회색 코뿔소가 온다: 노인·지방·외국인
접기

P.201
한국의 경제와 사회복지 시스템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공동구매’라 할 수 있다. 주택·보육·의료·교육·교통 등 공공재 성격이 강한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시민들이 갹출해서 조성한다. 굳이 이걸 공동구매라고 표현한 이유는 정부가 좀처럼 돈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또 민간이 공공재 생산 및 공급에서 상당한 역할을 담당한다. 돈을 낸 사람이, 낸 만큼 혜택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정부는 공공재 생산에 직접 나서기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어떠한 방식으로 생산할지 규칙을 정하고 그 제도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제도를 도입하고 유지하는 데 행정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_ 6장 공동구매형 사회의 붕괴
접기

P.235
포퓰리즘 정치의 핵심은 ‘적’에 대한 규정이다. 그동안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사람들이 특정 정치인 또는 정치 세력 덕분에 정치 전면에 나서게 된 이유는 ‘적’이 그들을 체계적으로 억압하고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당신입니다. 정부와 정치인은 엘리트나 기득권에 영합하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라는 뉴질랜드제일당의 메시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야스차 뭉크(존스홉킨스 대학교)는 “대부분의 포퓰리스트들은 (…) 기존 정당의 지도자들을 배신자로 몰아붙인다”고 설명했다. “민중의 적에게 충성하며, 대다수의 운명보다 인기 없는 소수민족이나 종교적인 소수집단의 이익을 향상시키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적’에 대한 서사가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누구인지 규정해야만 ‘순수하고 선량한 다수’가 누구인지 도출되기 때문이다. 포퓰리즘 정치의 핵심은 독일 정치철학자 카를 슈미트가 말한 “적과 친구의 구별”이며, 이를 통한 집합 정체성의 창조다. 포퓰리즘 정치인은 이 만들어진 정체성의 대변자를 자처하지만, 기실 ‘아我(우리)’와 ‘피아彼我(저들)’가 누구인지 해석하는 세속적 종교인에 가깝다. 차태서 성균관대 교수는 “선악 이분법과 일반의지 관념은 인민의 동질성을 해친다고 간주되는 모든 존재에 대한 비자유주의적 공격을 정당화”한다고 설명했다.
_ 7장 K-포퓰리즘의 어설픈 등장
접기

P.276
‘사회계약’을 새로 쓸 수 없는 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 체제 전환을 위한 정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이라는 공동체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더는 믿는 이들이 없는 기존 사회계약을 어떻게든 다시 써야만 할 것이다. 극한의 초저출산 국가가 된 것은 자녀 양육에 많은 부담이 가서만이 아니다. 개인이 직면한 여러 위험은 높은데, 이를 막아주는 사회는 미덥지 않고, 그렇다고 누구 하나 의존할 데도 없는 무규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누군가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함께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은 사치처럼 되어버렸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참가해 갈등을 해결하고 타협안을 찾는 과정, 즉 진짜 ‘정치’의 복원이 필요하다.
_ 나가며
접기


“약속의 땅이 있다. 노동시장과 복지제도 양쪽에서 강한 이중 구조가 형성되어 있고, 전통적인 성 역할과 가부장제가 끈끈히 남아 있으며, 좌우 가리지 않고 포퓰리즘 정치가 기승을 부린다. 젊은이, 특히 젊은 여성을 위한 나라가 없다고 불린다.”
=====
저자 소개
지은이: 조귀동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이탈리아로 가는 길>,<[큰글자도서] 전라디언의 굴레>,<전라디언의 굴레> … 총 12종 (모두보기)
15년 차 회사원. 그동안 한국 경제의 구조와 그 변화 과정에 대한 글을 써왔다. 경제가 어떻게 정치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거꾸로 정치와 사회가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주된 관심 분야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저서로는 《세습 중산층 사회》, 《전라디언의 굴레》, 《2022 한국의 논점》(공저) 등이 있다.
접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세습 중산층 사회》 조귀동의 신작 한국 사회의 행보에 제동을 걸다! 

★김종인(전 국회의원), 박은하(〈경향신문〉 기자), 최인아(최인아책방 대표) 추천

 ★★★★★★ 선진국 진입의 팡파르 너머에서 아무도 묻지 않던 질문을 던지다 선진국이 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좌건 우건 별다른 이견 없이 도달한 보기 드문 합의다. “머지않아 고도 산업사회를 실현하고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참여하게 될 내일의 조국의 모습”을 그렸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구상은 “대한민국은 이제 선진국이며, 선도국가가 되었”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선언으로 완성됐다. 그러나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환호 아래에서는 정치가 헛돌고 있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무능한 정치(인)”의 이미지는 오늘날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그리 공들이지 않아도 쉬이 떠올리고야 마는 심상이다. 그렇기에 선진국 한국의 다음 경로는 지금 당장 심상치 않다. 여기, 버르적댈수록 깊게 빠지는 늪에 모두 함께 엉켜 있는 이 땅을 돌아보는 책이 출간되었다.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만성적 위기에 접어든 한국 사회를 투명하게 해부하고 매섭게 파헤치는 《이탈리아로 가는 길》이다. 《세습 중산층 사회》에서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에 주목하고, 《전라디언의 굴레》에서 지역과 계급이라는 이중차별에 사로잡힌 호남을 소환한 저자가 이번에는 ‘이탈리아의 길’을 따라 걷고 있는 우리 사회의 발걸음에 제동을 건다. 왜 우리의 정치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을까? 경제, 사회, 문화 영역에서는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섰지만, 정치 영역에서는 오히려 퇴보하다시피 하는 걸까?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회는 어떤 상황에 봉착할까? 우리는 어떤 선진국을 향하고 있고, 향해야 하는가? 저자는 여러 물음을 던지며 ‘교착 상태’에 빠진 한국 사회와 마주하고 이 악순환이 어디에서 어떻게 발생했는지 하나하나 짚어 살핀다. 종내에는 “어떻게 정치를 되살릴 것인가”에 관해 논하며, 한국이라는 공동체가 존속하기 위한 절실하면서도 살뜰한 제안을 건넨다. 포퓰리즘 정치의 약속의 땅, 한국과 이탈리아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바람직한 모델로 꼽아온 것은 미국 또는 스웨덴이었다. 보수는 미국식 시장경제를, 진보는 북유럽 사민주의의 요소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가운데 현실적인 타협안으로 제시된 것은 독일 모델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 사회가 이탈리아의 길을 따라갈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탈리아는 한국과 비슷하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빠른 산업화를 겪었다. 1960년 전후 ‘경제 기적’이라 불린 고성장을 이뤘고, 1980년대 들어서는 ‘제2차 경제 기적’으로 호시절을 맞았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문제로 지적된 것들, 예컨대 방만한 공공 부문과 만성적 재정 적자, 인위적 경기 부양에 대한 의존, 낮은 생산성, 높은 인건비, 투자 부진, 불투명한 기업 지배 구조 등이 바뀌지 않으면서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1990년대 이후 이탈리아 정치는 개혁에 나설 추진력을 갖지 못했고, 경제가 정체를 면치 못하며 2021년 1인당 GDP(3만 1,288달러)에서 한국(3만 1,497달러)에 추월당했다(19쪽). 저자는 이탈리아가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으로 나뉜 강한 이중 구조를 보이는 점에도 주목한다. 이는 그대로 사회복지의 이중 구조를 낳는다. 심지어 유럽에서 출산율과 혼인율이 가장 낮은 사회라는 점 또한 닮았다. 경제 구조에 더해 뿌리 깊은 가부장제 사회라는 점이 저출생의 요인으로 꼽힌다. 정치 사정을 살피면, 두 나라 모두 거칠고 진득한 포퓰리즘 정치가 주류에 편입해 있다. 다음 문장의 주어로 한국이건 이탈리아건 둘 중 어느 나라가 와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약속의 땅이 있다. 노동시장과 복지제도 양쪽에서 강한 이중 구조가 형성되어 있고, 전통적인 성 역할과 가부장제가 끈끈히 남아 있으며, 좌우 가리지 않고 포퓰리즘 정치가 기승을 부린다. 젊은이, 특히 젊은 여성을 위한 나라가 없다고 불린다.” 한국이 지금 어떤 유형의 사회로 나아가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질 때, 이탈리아로 가는 길에 있다는 답을 내린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어 저자는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 자리한 것이 ‘정치의 위기’라고 선언한다. ‘노무현 질서’로 살피는 한국 정치의 내파 과정 책은 무거운 진단을 토대로,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사회’가 되어버린 한국을 요모조모 살핀다. 먼저 저자가 ‘노무현 질서’라고 이름 붙인 개념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는 2002년 대선을 전후해 자리 잡은 정치 질서로, 흔히 ‘체제’로 번역되는 레짐(regime)이나 시스템(system)보다 정당, 정치인, 이데올로기, 지지자 구성, 정치 행위의 명시적·암묵적 규칙 등에 방점이 찍혀 있다(12쪽).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한국의 정치 질서는 새롭게 재구성되었는데, 거대 양당이 선거에서 경쟁하는 ‘정권 교체’를 일반적인 상황으로 간주하는 민주주의가 한국 사회에 정착한 것이 바로 이때다. 저자는 노무현 질서의 특징 중 하나로 정당에 의존하지 않는 대중정치의 본격화(58쪽)를 꼽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내 경선과 대선에서 승리한 것은 이전과 다른 대중 동원 방식을 만들어냈기에 가능했고, 이후로도 당에 의존하지 않고 정치인이 직접 ‘시민’을 동원하는 기제를 통해 당내 권력을 잡는 규칙을 확립했다고 서술한다. 이 작업의 바탕에는 대학교 졸업·대기업 근무·대도시 거주 화이트칼라 집단이 사회 전반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중산층 행동주의’가 있었다(13쪽). 새로운 정치 질서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게 하는 경제 환경 또한 2000년대 초중반 재구성됐는데, 대기업 집단이 보여준 기술 기반과 수출 지향 그리고 경영 효율화를 추구하는 선진 경영기법 등이 그것이다. 이어서 저자는 오늘날의 위기가 정치인 개개인이나 정당 또는 권력 구조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 정치 질서가 더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다시 말해 한국 사회가 선진국으로 바뀌어 나가면서, 그 성공으로 인해 정치 질서 내부의 모순이 수습 불가능한 지경이 된 것이라고 갈파한다. 일종의 ‘내파(implosion)’가 발생한 셈이라는 것이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사회란 역설적이게도 한국이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결과라는 지적(7쪽)은 통렬하면서도 아리다. 지금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받는 것 중 다수는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정당 간 경쟁과 현대적 대중 동원 과정에서 출현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특정 정치인이나 분파에 강한 일체감을 가지면서 다른 이들과 공존을 거부하는 ‘정치적 부족주의’가 있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아주 친숙한 정치의 모습이다. 대중정치의 주역으로 새로이 떠오른 이들은 수출 대기업의 질적 성장에 힘입어 늘어난 중산층 집단으로, 저자가 전작 《세습 중산층 사회》에서 ‘상위 중산층(upper middle class)’으로 호명한 바 있다. 이들은 1987년 6월 혁명과 2002년 ‘노무현 돌풍’을 이끌었는데, 이후 ‘깨어 있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이 중요한 정치적 상수가 되도록 했다. 그러나 경제 구조 고도화는 복합적인 불평등을 낳았고 극복하기 어려운 질적 격차를 만들어내며, 수출 대기업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상위 중산층과 나머지 ‘뒤처진 사람들’의 격차가 심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뒤처진 사람들의 불만이 정권 교체 등 대규모 정치 구조 변화를 야기하는 것이 노무현 질서가 갖는 불안정성의 근원이자 주된 특징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83쪽). 상위 중산층의 정당, 민주당 무능의 아이콘, 윤석열 정부 2000년대 대중정당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보수정당과 민주당계 정당 모두 경제적 ‘승자’들이 주도권을 쥔다. 노무현 정부 시기 정당 간 균열이 “먹고사는 문제”와 거리가 먼 정치 개혁, 검찰 등 권력 기구 장악, 언론 등을 놓고 벌어진 데에서 이를 잘 알 수 있다. 노무현 질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무너지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 한국이 선진국이 됐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는 동시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나 ‘아파트 광풍’ 등을 통해 그 과실이 불평등하게 배분된다는 사실 또한 명확해진 까닭이다. 자산과 노동시장에서 확대된 불평등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구조 변화, 즉 선진국 진입에 따른 결과다(99쪽). 따라서 2021년에서 2022년 사이 대규모로 발생한 탈민주당 유권자들의 공통점은 사회적·경제적 약자라는 데 있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수식어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상위 중산층의 정당’이 된 민주당에서 더는 그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 데 따름이다. 글로벌 경제의 주축을 담당하는 서울의 바깥, 즉 경기도 주민과 호남 및 호남 출신 이주민의 이탈을 시작으로 ‘촛불연합’은 붕괴했는데, 이제는 과거와 달리 경제라는 하부구조마저 민주당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보수정당은 5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했지만, 거대한 반대 여론에 꾸준히 직면해 있다. 저자는 근본적 이유로 ‘무능력’을 꼽는다. 앞서 살폈듯, 애초에 그들의 재집권은 쟁취해낸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스스로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131쪽). 그 자체로 이데올로기, 정책, 인물, 조직 등을 갖고 있지 않았기에 기존 정치 질서의 균열을 봉합하거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역량이 있을 리 만무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총체적 정치 부재가 야기한 ‘희한한 현상’”이라 지적한다(133쪽).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 정서로 급조된 보수정당의 지지 연합이 와해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박정희, 반공·반북, 영남으로 요약되는 전통적 보수(안보 보수)가 퇴조한 가운데, 경제 문제에 집중하는 새로운 보수(시장 보수)도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수의 지지 기반이 사회경제적 약자들이라는 점을 든다. 그러나 집권 정당은 이들 지지 기반을 위한 정책을 펼치지 않고 있으며, 펼칠 능력도 없다고 역설한다. 인지적 비당파층을 보수 지지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혁신이 필요한데, 그럴 노력도 능력도 없다는 것이다. 그 대신 고소득자나 자산 보유자를 위주로 한 정책을 내놓고 있기에, 보수 진영을 이끌어가는 집단과 투표장에서 숫자로 힘을 발휘하는 집단 간의 괴리가 심해지는 모습이다.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들어낼 역량, 요컨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없는 정당에게는 출구 없이 단 하나의 경로만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저자가 명명한 ‘공동구매형 사회’에서는 그간 얼추 ‘성의 안과 밖’ 구분 없이 공공재를 구매해서 소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뒤처진 사람들’이 정치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지금 우리 앞에 남은 길이라고는, 이미 여러 선진국이 보여주었고 책에서 대표적 예시로 들고 있는 이탈리아가 걸어간 길인 포퓰리즘 정치뿐이다. 이곳에는 ‘순수한 민중’과 ‘부도덕한 적’, 소위 ‘내 편’과 ‘네 편’만 존재한다. 겉보기에 그럴듯한 민주주의일지는 몰라도 개개인의 삶의 문제는 그 어느 것 하나 약속할 수 없는 척박하고 불안정한 토대라 할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꿈을 위하여, 정치의 복원은 가능할 것인가 1989년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당신은 중산층입니까?”라는 질문에 75퍼센트가 “그렇다”고 답했다. 2022년 〈한국경제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53.7퍼센트가 그리 답했는데, 45.6퍼센트는 “하위층”이라고 답했다. 특히 30대는 55.6퍼센트가 하위층에 속한다 생각했다(269쪽). 대한민국의 오랜 꿈이 “선진국”이었다면, 한국인의 오랜 꿈은 “중산층”이었다. 고도성장 아래에서 정부의 ‘중산층 만들기’ 계획은 대중의 열망과 기꺼이 결합할 수 있었다. 안정된 생활과 삶의 개선이라는 목표지점으로서 중산층이라는 개념은 ‘선진국으로의 추격’을 위한 연료이자 내부 갈등을 봉합하는 사회적 접착제 역할을 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265쪽). 비록 ‘목표로서의 중산층’을 모두가 달성할 수는 없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까지도 ‘누구나 중산층이 될 수 있는 사회’는 주요 정당의 공통된 목표로 존재했다. 그러나 2023년 한국 사회에서 ‘열망의 대상 또는 도달해야 할 목표로서의 중산층’은 상위 중산층만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간주된다. 이제 중산층 복원이라는 사회계약의 갱신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는가’의 문제가 보수와 진보 가리지 않고 과제가 된 상황이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한국 사회가 어떤 특징을 가진 선진국이 되고 있는지,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선 땅을 찬찬하고 집요하게 뜯어본다. 주요 선진국과 그중에서도 이탈리아의 지표에 주목한다. 닮아도 너무 닮은 숫자와 화살표를 참담한 심정으로 추적한다. 2장에서는 노무현 질서를 뼈대로,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정치 질서를 분석한다. 탄생과 성장과 균열과 좌초의 연대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3장은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압도적 우위가 어떻게 허물어졌는지 파헤치고, 4장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가진 팍팍한 한계를 살핀다. 5장에서는 기존 정치 질서가 더는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더 주요하고 긴급한 ‘고령화’, ‘지방의 몰락’, ‘외국인 이주민 증가’라는 키워드에 주목한다. 6장은 ‘공동구매형 사회’를 통해 전통적인 공공재 공급 방식이 무너지는 양상과 정치적 함의를 다룬다. 7장에서는 포퓰리즘 정치에 관한 본격적인 규정과 검토가 이어진다. 결국 정치의 복원이다. 책은 “한국은 어떠한 개혁도 바랄 수 없는 사회가 됐다”는 닫는 문장으로 시작하지만, 모든 지면은 열려는 시도로 가득하다. 낙담하고 주저앉는 대신 ‘진짜 정치’의 복원을 부르짖고, 그 방법을 치밀하고 집요하게 모색한다. 특유의 섬세함으로 숫자 너머를 읽으려 분투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참가해 갈등을 해결하고 타협안을 찾는 과정’이라는 정의는 언뜻 새삼스럽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가 조금도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정치의 본질’임에 틀림없다. 정치의 복원을 불러오는 여정을 통과해야만 국민 누구나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진짜 자유’ 또한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 한국의 다음은 젖과 꿀이 흐르는 진짜 약속의 땅이어야 한다.

13
100자평

21
리뷰


구매자 (4)
전체 (13)

달자 2024-05-24
메뉴
풍부한 통계 자료로 한국 정치를 시작에서부터 오늘날까지 다양한 카테고리별로 분석해주는 책. 유익했고 재미있게 읽었다. 정작 제목만큼 이태리 정치를 많이 다루진 않고, 제목도 그냥 좀 이태리를 갖다 붙인 느낌. 그치만 시도는 좋았다. 
공감 (7) 댓글 (0)


배동수 2023-08-26
메뉴
현실분석, 원인진단, 해법제시가 함께 있는 책입니다. 이런 통찰력 있는 책은 참 오랜만입니다. 정치를 혐오하는 사람, 정치를 바꿔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될 책입니다. 형광칠하며 책 본 게 얼마만인지... 
공감 (6) 댓글 (0)


청아한아이다 2023-07-27
메뉴
왜 이탈리아일까? 미라클 코리아에 비하면 낙원인 유럽국가 중 이탈리아에 뭐가 있기에 그럴까? 현 정부는 물론 다른 정부도 이 사회를 유지하는 정도지 크게 다르지 않다. 전후 영국의 요람에서 꿈꾸듯이 평범한 사람을 위한 팡파르는 이 나라에 울리지 않는다. 오직 미라클 코리아의 환원만 있을 뿐?
공감 (3) 댓글 (0)


곰돌이 2023-08-07
메뉴
세습중산층사회를 재밌게봐서 기대하고 봤는데 정치얘기라서 그런지 전작보다 흥미가 떨어집니다. 그리고 책 내용도 어렵고요
공감 (2) 댓글 (0)





마이리뷰
쓰기
구매자 (3)
전체 (21)


mailbird 2023-08-18
메뉴
<이탈리아 - 여행가고 싶은 나라. 단, 닮고 싶지 않은 나라 >


# 개인적으로, 이탈리아는 2004년초에 다녀왔다. 독일과 비교하면, 온화한 날씨와 긍정적인 사람들, 그리고 휴식 시간에 즐기는 풋살 경기는 지금도 잃을 수 없다. 20년전이니 우리나라와 경제수준도 차이가 있었으리라.

# 2008년 미국금융 위기에 이어 유럽경제위기는 pig 라는 나라들과 더불어 이탈리아를 소환했다. 이탈리아 국채가 우리나라 회사채 수준의 발행금리라니..과거 로마제국의 영광은 고사하고, 냉전시기 열연한 오드리 헵번이 열연한 <로마의 휴일>는 이제 영화에서나 있는 듯했다.

# 한국의 보수가 지향하는 국가 모델이 당연 미국이라면, 진보는 북유럽 스웨덴이다. 그 중간 정도인 독일이 합의가능한 국가모델인데, 실제 나타나는 모습은 이탈리아 국가 꼴로 가고 있다.

# 얼마전까지 “자고 있어 났더니 선진국이다”라는 국뽕은 고사하고, 우리 사회에 놓여있는 난제들은 해결하고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보다 각자도생 사회에 나만의 이익을 추구하기에 바쁜 것이 사실이다.

# 우리 세대보다 자식 세대가 더 풍요롭고 안정되고 윤택한 생활을 할 수거라는 기대가 없다. 희망의 근거가 사라진 사회에 대한 우울함이랄까?

# 저자는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보다 앞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유사한 양태를 보인 <살기 좋은 나라, 이탈리아>를 주목했다.

# 산업화, 민주화을 넘어 선진화는 말로서 이루어질 수 없다. 우리 사회 앞에 놓여 있는 다양한 난제들 - 저출산과 고령화, 이중사회구조(세대간, 지역간, 성별간, 계층간) 갈등, 기후위기 등을 해결해야만 하는 시점을 지나가고 있다.

# 이탈리아와 우리 나라를 비교했을때, 우선 지역간 경제적 갈등(이태리 남북간, 한국 수도-지방간) 이 존재했다. G7 선진국에서 남녀간 성차별이나 세대간 부의 이동 또한 1위가 이탈리아이다.

# 제2차 세계대전이후, 전후복구 시기동안 반등을 넘어 80년대 경제규모는 영국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내재된 갈등이나 부패 모순은 정치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90년대 좌우 포퓰리즘으로 수렴하게 된다. 사회적 의제는 표류할 수 밖에 없는 정치적 불안정 사회에 이르렀다.

# 이탈리아를 바라볼때, 우리의 정치 현실 또한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시대적 소명이 다한 이데올로기와 여성혐오의 여당과 수도권 기반 정당으로 서민과 지방을 상실한 야당 가치의 축소는 상대만 지적하는 공방으로 이어졌다.

# 미래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세대간 갈등이 동반되는 연금문제, 수도권-지역간 갈등의 지방소멸문제, 이중 경제 구조로 고착화한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기후위기 문제 등 무엇 하나 의제로 올려두고 먹고사는 문제나 기반을 만들려는 정치가 보여주었는지…

# 사실, 나오자마다 읽었다. 다읽고 주말에 지역어르신에게 드렸다. 최근까지 선거에서 꽤 의미있는 자리를 맡으셨었는데, 나 포함 기성 세대가 이제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이전에 백지상태에서 반성해 보자는 의미였는데, 제대로 그 뜻이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다.


공감 (28) 댓글 (0)



rendevous 2023-11-27
메뉴
1.

2019년 8월 서강대 사회학과에 재직 중인 이철승 교수의 <불평등의 세대>가 출간되었다. 계급이 아닌 세대 불평등에 주목해야 함을 세대사회학의 이론적 논의와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치하게 논증한 문제작이었다. 이 책이 주목하는 ‘불평등의 세대’, 즉 IMF와 신자유주의를 거치며 한국 사회에서 가장 혜택을 받은 세대 집단으로 86세대를 지목하며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임금피크제, 국민연금 제도 개혁 등 정책 개혁의 방향성까지 제시했다. 저자는 ‘58년 개띠’로 표상되는 산업화 세대가 IMF 외환위기 때 퇴직에 내몰렸다면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86세대, 민주화 세대는 산업화 세대가 떠난 자리를 채우며 승승장구했고, 2000년대 후반 금융 위기(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도 부동산 자산을 기반으로 오히려 부를 축적한 특혜 집단이라고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86세대의 파워 엘리트들을 논하는 부분이 제일 재밌었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 86세대가 정치권, 시민단체, 공공기관 등 사회의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고, 세대 집단으로서 응집력과 인구학적 규모, 동일한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이익 집단의 화력 측면에서 강력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실상을 데이터를 통해 논증하니 설득력 있게 들렸다. 90년대부터 본격화된 세계화, 정보화, IT 혁명에 발맞춰 네이버의 이해진, 카카오의 김범수 등 파워 기업(인)들의 성장 배경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진진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이 책은 오늘날 상위 중산층upper middle class에 오른 86세대가 누린 특혜와 특권을 지적하며 특히 민주당과 그 지지층의 위선과 허위의식을 공격하는 논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조국 사태,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지목된 조국에 관련된 비리와 범죄의 정황이 전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한 정국과 맞물리며 화제성이 커졌던 것 같다.

조국 사태 이후 공정과 능력주의를 둘러싼 논쟁은 국문학자 천정환이 지적했듯 능력주의의 탈을 쓴 상위 중산층 내부의 헤게모니 투쟁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마이클 영의 <능력주의>가 출간되고, <엘리트 세습>, <특권>, <공정하다는 착각> 등 수많은 책이 쏟아졌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은 조귀동의 <세습 중산층 사회>였다. ‘세대냐, 계급이냐’ 양자택일에서 이철승이 전자를 지지했다면 조귀동은 계급/계층의 후자에 집중해 세대 간 불평등보다 세대 내 불평등이 더 심각함을, 이철승과 마찬가지로 각종 데이터를 통해 논증했다(조귀동은 경제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신기한 점은 이분이 (무려) 조선일보 기자였다는 사실이었다. 사회비평/칼럼 분야의 신진 작가가 출현했음을 독자들에게 각인하는 신호탄이었고, <전라디언의 굴레>, <이탈리아로 가는 길>까지 저술 활동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2

<이탈리아로 가는 길>이란 무엇인가. 이 제목은 한국 정치가 변하지 않으면 이탈리아와 같은 사회로 갈 거라고 경고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좌파가 지향하는 독일의 사민주의나 북유럽의 복지 국가 모델, 우파가 지향하는 미국식 자유주의 모델에 근접하기보다 우리의 현실은 이탈리아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가부장제와 남성우월주의의 잔재로 인한 성 차별, 상위 중산층 계층과 노동자 계층의 불평등 심화, 남북 문제로 대변되는 지역 격차와 사회 갈등 등 이탈리아와 한국 사회는 비슷한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

저자는 1980년대 GDP 기준 세계 5위권 경제 대국으로 승승장구했던 이탈리아가 정치권에서 비리 스캔들로 기존 정치 시스템이 붕괴되고, 이로 인해 산업 구조의 재편 같은 시급한 국정 과제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면서 성숙한 선진 사회로 발돋움하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 사태의 근원은 정치의 실패에 있다고 강조한다. 미디어 재벌이었던 극우 정치인 베를루스코니가 장기 집권한 이후에 각종 포퓰리즘 세력이 난립하며 불안정한 정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데 한국이 그 전철을 무섭도록 유사하게 밟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한다.

여기서 중요하게 제시되는 개념은 ‘노무현 질서’의 붕괴다. 상위 중산층의 행동주의에 기반한 대중 동원의 정치 원리는 촛불 시위를 통해 표출되었고, 뿐만 아니라 국민경선제를 채택한 정당의 후보 선출 방식으로 한국 정치의 기본 문법으로 자리 잡았다. 원로 정치학자 최장집이 숱하게 지적했듯 정당 정치의 기반이 약한 한국 사회에서 노무현 질서는 정치의 문법을 바꿔놓았던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플랫폼 자본주의, 제조업의 쇠퇴, 메가 시티 대서울의 부흥과 지방의 소멸 등 변화 속에서 저자는 중산층으로의 ‘행복의 약속’(사라 아메드)이 파기되었음을 통렬하게 지적한다.한국 사회의 ’사회 계약‘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중산층의 재생산 시스템을 새로이 구축하지 못하면 파국으로 치달을 것임을 설명한다. 포퓰리즘 정치가 판치는 판국에서, 정치적 부족주의의 형태(팬덤 정치)로 타 진영을 적대하고 혐오하는 형세에서 극단적인 강성 유권자의 눈치를 보며 민생 안정, 공공적 이익에 복무하지 못하는 정치를 어떻게 구제할 수 있을 것인가.

3

내게 작년 대선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20대 남자’였다. 거대 정당 소속의 대선 후보자 두 명이 각각 안티 페미니즘과 페미니즘으로 포지셔닝해 적대적인 정체성 정치의 전선을 구축했다. 결과적으로 ‘이대남 현상’은 선거의 판도를 뒤짚었다고 해석될 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조귀동은 20대 남자 유권층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는 이준석의 정치적 생명력을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는 듯했다. ‘목동 출신’이 말하는 공정과 능력주의, 안티 페미니즘을 통한 적대적 정체화의 집단으로서 20대 남성층의 지지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보는 것 같았다.

취업, 결혼, 내집마련으로 이어지는 정상적이고 구범적인 시민의 자격을 획득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탈리아로 가는 길>은 사회계약의 갱신을 통한 중산층의 복원을 역설하는데 현 사회가 ‘세습’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는 상위 중산층 계층과 노동자 계층 사이 격차가 심화되고 있고, 중산층을 위한 정치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진단 아래 내려진 처방이었다.

작년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에 분노와 환멸을 느낀 중산층과 수도권 노동자층이 대거 이탈하며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고 조귀동은 지적한다. 민주당은 이렇게 상위 중산층의 정당으로 변모하며 호남 출신의 수도권 노동자 등 지지층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반면 정당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자영업자의 이익을 대변해줘야 하는 국민의힘(자유한국당, 새누리당 같은 이름만 생각나서 검색의 도움을 빌렸다…)은 이들을 잘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민생과 살림살이, 시민의 공공적 이익에 복무하는 정치는 실종된 것이다. 그런 면에서 검찰 개혁 같은 일에 목 매다는 민주당이나 문재인 정 정부를 비판하며 네거티브 말곤 무능력을 여실히 드러내는 윤석열 정부 모두에 저자는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모습이다.

저자는 정치를 정상화시키지 못하면 ‘뒤처진 사람들’, 부를 증식할 수 있는 사회적 사다리에 오를 기회를 박탈당한 이들의 열패감과 분노가 극단적 포퓰리즘과 만나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이탈리아로 가는 길>이 내게 남긴 가장 중요한 문제 의식을 하나 꼽으라면 이걸 말하고 싶다.

4.

노무현 레짐과 박정희 레짐의 정치적 시효는 황혼을 지나고 있는 듯하다. 중도층을 움직일 만한 합리적이고 실효적인 정책과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정치 세력의 출현을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 사회의 다음 종착지는 ‘약속의 땅’인가. 이 책의 감상을 정리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새로운 정치 질서를 확립할 만한 역량을 지닌 정치 세력을 발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혼란스럽고 이상한 정치 정국을 해석하고, 대안을 모색할 만한 혜안을 지니지 못한 탓에 책을 읽고도 머릿속이 복잡해질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어디에 와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치밀하게 방향을 제시하는 저자의 뜻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가지 않은 길’을 제시하는 정치 행위자의 꿈을 유심히 살피며 유권자-시민으로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을 다졌다. ‘논객 시대’(노정태) 이후의 정치 평론이 풍성하게 제기되길, 그렇게 좋은 정치 공동체에 대한 숙의 민주주의가 발현될 수 있길 소박하게 희망해본다. 이탈리아를 좋아하지만 이탈리아보다 좋은 정치 공동체를 형성하길 바라며 감상을 끝맺으려 한다.
공감 (8) 댓글 (0)



Dennis Kim 2023-12-27
메뉴
경제학을 공부하신 조귀동 작가의 책을 완독했습니다.
책의 주제는 효능감을 잃어버린 현재의 한국정치에 대한 정치경제적 분석이지만, 결론은 ‘중도’혹은 ‘무당파층’이라고 불리는 침묵하는 다수의 유권자들에게 한국정치가 어떻게 효능감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뉜 이중노동시장으로 인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전혀 대변하지 못하는 한국사회의 저소득층을 어떻게 정치가 대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제를 던지는 것입니다.

이책의 결론은 구체적 방법보다 한국정치가 이루어야 할 당위적 방향설정을 하는데 그친 건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오히려 한국사회를 위한 전략적 전술적 의사결정을 하는 정치인들이 팬덤정치, 정체성 정치 또는 포퓰리즘 정치에 매몰되어 산업화와 고도성장기 이후 그리고 계층이동서다리가 끊어져 버린 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체제변혁을 추진해 나가지 못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상황을 경제 사회 보건 교육 등 각종 자료와 연구를 인용해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즉, 한국이 왜 지금처럼 초저출산국이 되고 경제의 성장동력마저 꺼질 정도의 상황이 되었는지에 대한 경제상황 분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에서 수학적 방법론이 도입된 이후 대중과 전문가들의 뇌리에 박힌 편견 중 하나는 경제학이 수리적 학문이라는 점인데, 사실 경제학은 아담 스미스 이래 정치경제학( political economics)이었고, 본질은 사회의 구성원들이 어떻게 먹고 살수 있는 방법을 찿는가였고, 먹고사는 문제는 사회를 이끌어가는 위정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정치와 경제는 동전의 양면같은 것이고 정치가들은 결국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제문제에 대한 결정을 하기 때문에 정치과정에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점입니다.


경제문제에 있어 한국의 엘리트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고도성장기인 산업화시기이후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경제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고 과거의 틀에 얽매어 있는 상태가 큰 문제입니다.

선진국 경제에 걸맞는 새로운 경제체제를 빨리 정립해야 하는 과제가 있으면, 만성적 재정부족에 시달렸던 개발도상국 당시의 관행인 ‘균형재정’의 집착에서 벗어나야 합니다.정부가 역할을 못해 민간이 맡았던 역할을 선진국이 된 다음에도 그대로 유지하는 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교육은무상교육만으로는 부족하고 전적으로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개발도상국 시기 정부가 돈이 없어 민간이 하던 일을 정부가 회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이 그래야 경제논리에 시달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서유럽의 많은 국가들에서 사교육이 없는 이유는 그들의 교육이 공교육 중심이고 연구중심 대학이 사실상 모두 국립이기 때문입니다.

또 현재 한국에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자 부실한 사립대학들이 문을 닫는 이유도 국가가 해야 할 교육을 민간에 맡겨 놓았다가 저출산과 저성장기를 맞아 경쟁력 없는 대학들이 퇴출되기 때문입니다.교육을 경제논리에 맡겨놓았다가 대학이 망하는겁니다.

비싼 사립학교나 사교육이 활개를 차는 건 기본적으로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가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학교가 학원에 교육을 외주주고 있는 게 현실이고 학부모들은 높은 교육비때문에 교육이외의 다른 쪽으로 소비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겁니다.

치솟는 교육비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전망 그리고 비싼 주거비가 한국의 기록적 초저출산의 원인이고 저성장의 주요 요인이기 때문이죠.

정치는 결국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사회를 통합해야 하는 행위인데 포퓰리즘에 매몰되어 적군과 아군으로 나뉘어 정쟁울 일삼는 현재의 한국정치는 시급히 기능을 복원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특정대학의 고시출신 법조인들로만 채워지는 인적구성으로는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가 없습니다.수사만 할줄 아는 검사출신 정치인들이 정적을 수사만 하는 모습을 봐오지 않았나요?

검사들이 수사를 잘해서 전문가라는 윤대통령의 언급은 그 자체로 코미디로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길러온 전문가들을 무시하는 오만하기 짝이없는 발언입니다.

집권 2년차에 다다른 이 검사정권은 ‘무능’이 키워드로 호명되는 정부로 남았습니다.유권자로서 고시가 정말 고위공무원을 뽑는데 유효한 수단인지 의심스럽고 오히려 기득권 ’카르텔‘로 작동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민간에서라면 이미 자리보전이 어려울 정도의 실수를 저지르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 후안무치는 한국의 관료제가 최소한의 책임과 의무도 지지않을만큼 비정상적인 상태인 걸 웅변한다고 봅니다.

농민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나 청년층을 대변하는 다양한 국민의 대리인들이 현재 국회에는 없습니다.민주당에서는 소위 586 정치인들이 30년 넘게 자리를 차지하고 기득권의 일부가 되었고, 국힘당은 검찰 경찰 고위관료출신과 지방의 토호세력둘 그리고 극우 유튜버로 대표되는 이들로 가득합니다.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을 국회로 보내지 못하는 정치현실은 그 자체로 한국의 정치지형이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국회의원 될 사람들의 직업군이 법으로 정해진 것도 아닌데 다양한 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하기에는 국회가 너무 천편일률적입니다.

특히 검사를 비롯한 엘리트 관료들의 무능과 도를 넘은 책임회피를 지속적으로 목격하게 되는 현재는 국가를 운영하는데 더 다양한 국민들이 참여해야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자연계에서도 먹고 살기 힘들면 동물들이 새끼를 낳지 않는다고 합니다.지금 20-30대 청년들이 출산을 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부모 입장에서 자식이 자신들보다 못한 환경에서 사는 걸 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출산 그 자체만 봐도 한국의 위정자들과 정치가들이 한국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왔다는 명백한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읽으면서 매우 괴롭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생각거리는 충분히 던져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감 (5) 댓글 (0)



poiesis 2023-07-31
메뉴








항상 중요한 주제지만 지금 더 절박한 문제를 제기하는 책이다. 양극화, 불평등, 저출생, 고령화, 지방소멸... 뭐든 정치가 아니고서는 해결할 수 없다. 인간 사회의 거의 모든 문제가 그러하다. 제발 “정치적이라 싫어요, 나빠요”하는 지나치게 순진무지한 생각과 발언은 그만 두자. 정치는 인간의 생존 조건이다.



‘갈등 해결’ 방식으로서의 정치를 복원하고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 고민해야할 많은 것들을 한 권에 담았다. 반갑고 고맙고 유용한 책이다. 읽을수록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는 사회’가 아니라 필요한 뭐든 다 바꾸어야 하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힘을 얻는다.











정치가 작동하지 않는 사회가 봉착한 풍경과 퇴보한 미래가 끔찍하고 참담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지금의 불편과 손해가 비교할 수 없이 더 낫다. 물론 악순환을 낳은 기제, 이미 만성화된 위기에 대해 솔직하고 통렬하게 이해/수용하는 것이 먼저다.



정치에 포퓰리즘이 득세 중이면, 유권자로서 표의 힘이 아직 있는 거라고 낙관하기로 했다. 문제는 방해가 되고 유해하기까지한 언론 환경에서도 어떻게 여론/공론을 만들고 속지 않는가이다. 제대로 된 의사결정 훈련을 다시 해야 한다.



“포퓰리즘 정치의 핵심은 독일 정치철학자 카를 슈미트가 말한 “적과 친구의 구별”이며, 이를 통한 집합 정체성의 창조다. 포퓰리즘 정치인은 이 만들어진 정체성의 대변자를 자처하지만, 기실 ‘아我(우리)’와 ‘피아彼我(저들)’가 누구인지 해석하는 세속적 종교인에 가깝다.”



다양한 사회모델과 한국사회의 시행착오의 역사, 세계사와 국내에 미친 영향, 한국사회의 이중 구조, 경제 구조와 사회복지 구조, 가부장제 사회, 포풀리즘 정치 등 현재의 만성고착에 이른 원인을 상세 설명한다. 요약으론 부족하고 책을 통해 찬찬히 읽으니 선명해진다.



분석과 진단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정치적 부족주의에 대한 지적과 현재 무능 정부, 상위 중산층 정당이 된 최대 다수당인 민주당, 정치 복원을 위한 대중정당에 대한 이해와 유권자들의 유형과 행태에 대한 자료와 해석도 유용하다.



“2017년 폐허가 되다시피 한 보수정당이 5년 만에 재집권할 수 있었던 건 민주당이 스스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정치적 무능력 속에서 보수는 끊임없이 적을 만들어내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했다. 외연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제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남은 건 익숙한 습관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뿐이었다.”



그럴 듯하게 보였던 절차적 민주주의와, 선진국이라는 명명의 달콤함 아래, 삶을 휘두르고 망치는 불안정한 정치적 토대와 사회적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는 귀한 기회다. 상위 중산층이든, 보수주의자든, 직업 정치인 아닌 누구라도, 삶과 세상에 진지한 모두가 함께 읽고 대화를 많이 나눌 기회가 시급하다.


























공감 (4) 댓글 (0)



mushroom4u 2023-07-26
메뉴


이탈리아로 가는 길, 그 길로 갈 것인가,

우선 제목을 보고 놀랐다. “선진 한국의➝다음은 약속의 땅인가. 이탈리아로 가는 길” 이라는제목을 보았을 때 이탈리아여행 안내서 인 줄 알았다. 그러나 , 책의 프린트본을 받아 읽으면서 선진국의 대열에 올라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시회가 된 한국을 향한 외침’이라는 걸 알았다.

저자는 우리는 선진국에 들어섰다고 좋아하였으나 ‘헛도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고 진단한다, 이해관계, 정치가 거간꾼 노릇을 하고 민주주의가 위기국면에 접어든 징후가 넘친다고 하였다.

유권자의 실질적인 이해관계나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는 거리가 먼 정치적 갈등상황을 진단한다, 탈진실과 앙상한 힘겨루기가 촛불민주주의 시대를 요구하였으나 초라하기 그지없다.

대한 민국은 어느 때보다 체제개혁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고령화와 자출산의 벽을 넘지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사회’ 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의 결과이다. 정치적 부족주의는 대중 동원의 기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새로운 대중정치의 주역은 상위중산층이며 이들이 노무현 돌풍을 일으켰다. 상부구조(정치)를 떠받치던 하부구조(경제)가 무너지면서 정치인들은 생존을 위한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였다.



정치행보를 시작한지 채 1년도 안된 대통령, 그를 후보 삼은 보수정치의 거대한 공백을 메우는 데 급급하였다. 민주당의 지지연합이 급격히 와해된 것도 그와 보수정권에겐 도움이 되었으리라. 이러한 정치 현상은 사회적 병목현상을 일으켰다. 공동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대립을 조율하고 집단적 선택을 내여야 할 정치가 우리의 미래를 가로막는 병목이 되고 있다.

경제, 문화, 사회는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섰지만 정치는 퇴보하였으니, 땜질식 처방이 난무하고 정치의 무능만 보여주고 있다.



선진국 진입의 결과, 정치질서의 모순을극복할 내부모순이 수습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 대기업의 성공에 기반한 상위중산층의 성장은 ‘뒤처진 사람들’과의 불평등의 심화를 가져왔다. 경재성정과 산업의 고도화는 민주당과 보수계 정당 모두 지지기만의 심각한 내부균열일 상시적으로 경험하였다. 중산층의 ‘사회안전망’에 대한 요구와 뒤쳐진 사람들에 대한 사회정책이 필요하였다. 윤삭렬정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 본격화 된 ‘순수 인민’과‘부패하고 비도덕적인 기득권’을 가르는 정치행태를 그대로 받아서 통치의 핵심수단으로 사용하였다. 국무회의에서 “국민을 약탈하는 이권카르텔과 일전불사의 각오로 싸워야 한다.”는 발언을 하고는 보수성향 지지층만의 결집만을 도모하는정치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무능력이다’ 이제는 성장의 하락과 고령화 그리고 격차의 확대와 함께 기존 공공제 및 사회서비스 공급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순수한 민중과 부폐엘리트와 그들을 비호하는 특정 사회집단으로 나누는 정치행태가 정치스타일로 등장하고 있다. 포퓰리즘 정치는 ‘적’을 설정하고 그들을 타도하는 것이 지지자들이 생각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라는 세계관을 제시한다, 나라와 지역을 막론하고 팬덤정치가 기승르 부리는것은 ‘뒤처진 사람들’의 분노와 불만이 커지고있다는 수요측면과 이를 잘 활용하여 유익을 구하는 공급측면이 결합한 결과다.

이 때문에 한국정치의 미래는 “포퓰리즘의 약속의 땅”이라고 불리는 이탈리아에 가깝다. 이탈리아의 오늘이 있기까지 고도성장과 수출주도 정책이 국가를 견인하였다. 세계 5위의 경제대국으로 진입....그러나, 방만한 공공부분과 만성적 재정적자, 인위적 경기부양에 대한 낮은 의존, 낮은 생산성과 고임금, 투자부진,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이탈리아 정치는 개혁에 나설 추진력을 갖지못하였다, 정규직가 비정규직의 이중구조가 불러일으키는 사회복지의 이중구조 , 저출산, 혼인율이 낮은 구조 등은 한국이 닮았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이러한 이유들로 인하여 한국은 ‘이탈리아로 가는 길‘ 목에 서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1장은 한국이어떤 특징을 가진 선진국이 되고 있는가를 다룬다.

2장은 2002년 무렵 만들어진 정치질서를 분석하고 (노무현 질서)

3장은 문재인 정부의 압도적 우의가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분석한다. 핵심원인은 경제에 있다고 한다.

4장은 박근혜 탄핵의 폐허 속에서 5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한 윤석렬정부가 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분석한다, 50%가 넘는 부정평가를 받으면서도 중도증유권자들을 눈여겨 보지않는 원인, 즉 인불, 조지, 이데올로기의 진공상태에 있는 보수정치의 한계 때문이다.

5장에서는 ’고령화‘,’지망의 몰락‘, ’외국인 이주민의 증가‘라는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인구적공간적 요인을 살피고

6장에서는 ’공동구매형 사회‘라 표현할 수 있는 전통공공재 공급방식이 무너지는 양상과 정치적 함의를 다룬다,

7장에서는 한국에서 상수가 된 것으로 보이는 포퓰리즘정치를 다룬다,

저자는 “어떻게 정치를 되살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한겨레 21>에 2022년 1월부터 1년간 연재한“조귀동의 경제유표“와 ❮철학과 현실❯봄호에 기고한 내용 등을 할요하여 구성한 내용이라한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모든이들이 읽고 반성하고 실천했으면 좋을 책이라 생각한다,

기대할 것이 없는 정치인은 물론 경제와 사회인 모두가 두루 읽어서 우리의 각오를 다지고 새롭게 하는 길을 모색하는 주춧돌로 이책을 감히 권한다, 특히 윤석렬정부의 내각의 일원들과 보수, 진보 모두에게 한여름의 생수와 같은 시원함을 제공할 것이다. 우리가 이탈리아의 길로 가지 않으려면 민초들도 읽어야 한다,





#황하선 #이탈리아로 가는 길

공감 (2) 댓글 (0)



쫑이파 2023-07-26
메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사회'는 역설적이게도 한국이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결과이다.




불평등이 심한 국가에서 체제 변화가 쉽지 않다는걸···




《이탈리아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과 '선진국 한국의 다음은 약속의 땅인가'가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기대'보다는 '걱정'에 사로잡히게 하는 책이다. 이탈리아는 정치, 경제 등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선진국이라 불리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많이 힘든 상황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우리나라가 이탈리아로 가고 있다는 것이지 시작부터 흥미롭다.




물론 우리나라의 정치는 바닥이 어딘지도 모르게 도덕성과는 점점 더 멀어져서 끝없이 곤두박질치고 있고, 경제는 '갑질','금수저'라는 단어가 수시로 등장하며 부의 세습, 양극화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세계 5위 경제 대국의 자리를 너무나 쉽게 내주고 바닥을 향해가고 있는 이탈리아와 우리를 비교하는 것은 조금은 억지스러웠다.




그런데 저자 조귀동이 보여준 근거들은 우리가 이탈리아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알게 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잘못된 정치에서 찾아 제2장에서 제시하고 있다. 진보도 보수도 정당을 떠나 '대중정치'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탈리아로 가는 길》의 전체를 만나본 것이 아니라 제1장 미국도 독일도 스웨덴도 아닌 이탈리아로 가는 길과 제2장 노무현질서의 등장과 모순을 출력본 형태로 만나본 것이라 총 7장으로 구성된 책의 전체의 내용을 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도입부에 해당하는 1장과 2장을 통해서 저자 조귀동이 펼치려고 한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전달받은듯하다. 강렬한 도입부만큼 의미 있는 해결책 제시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서 나머지 부분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생각의힘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공감 (1) 댓글 (0)



ggussy 2023-07-22
메뉴


이탈리아로 가는 길




개인적으로도 인상깊게 읽었던 세습 중산층 사회의 작가 조귀동의 신작이다. 이번에도 한국사회의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사회 비평을 읽어볼 수 있었고 대한민국이 미국이나 독일, 스웨덴 같은 선진국이 아닌 마피아가 판치고 베를루스코니 같은 저질 정치인이 지도자가 되는 이탈리아의 길로 빠져들고 있는 건 아닌지 섬뜩하기 까지 한 글이었다.




저자는 특히 우리 정치판의 문제를 아주 논리적으로 파고드는데 그렇다고 민주당이나 국힘당 둘 중 하나의 진영논리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는 사회’ 라는 문장이 충격적이었다. 저자는 지금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만성적 위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손쉬운 해결책은 적을 설정하고 그 적을 타도하는 것만이 지지자들이 생각하는 실질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라는 세계관이다.




이탈리아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나뉜 이중구조가 강하다. 이중 구조는 단순히 노동시장 지위에만 그치지 않는다. 두 나라 모두 연금 등 사회 복지가 일자리 지위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어 이것이 그대로 사회복지의 이중 구조를 낳는다.




한국과 이탈리아를 비교한 초반부에 이어 저자는 2002년 무렵 만들어진 정치질서를 분석한다. 노무현 질서라고 이름 붙인 개념으로 경제구조의 변화와 중산층 행동주의의 등장, 한국형 복지국가의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상세하게 써내려 갔다.




그 외에도 압도적 우위였던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허물어졌는지, 윤석열 정부가 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고령화, 지방의 몰락, 외국인 이주민 증가, 공동구매형 사회, 포퓰리즘 정치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렇게 암울한 현실 비판 뒤에는 그래도 한줄기 희망의 빛 같은 대안 제시도 읽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공감 (1) 댓글 (0)



머털도사 2023-10-03
메뉴


한국은 이탈리아의 길로 가고 있다. 이 책에서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주장하고 있는 바다. 정말 한국은 이탈리아와 비슷하다. 정치, 경제, 사회가 비슷하다. 심지어 반도 국가라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탈리아하면 가고 싶은 여행지로 손에 꼽히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닮고 싶지는 않은 나라인 건 사실이다. 그 이탈리아의 길로 가고 있다니 썩 유쾌하지는 않다. 그런데 한국의 현실이 그렇게 되어 가고 있다. 중산층은 붕괴되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보수든 진보든 진정으로 서민들을 대변하는 정치 세력은 없다. 이들은 사실 일부 기득권, 상류층을 대변하고 있다.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고 모든 부가 집중되고 있다. 거기에 가장 많은 표가 몰려 있으니 그들을 대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포퓰리즘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결국 인기에 부합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다. 많이들 잘못 알고 있는데 복지 정책이 포퓰리즘이 아니다. 자신의 표와 인기를 위해 특정 집단에 맞는 정책을 펴고 다른 세력은 적폐로 모는 것, 그것이 바로 포퓰리즘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수, 진보 모두 포퓰리즘으로 가고 있다. 이탈리아 정치가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정치에서는 협력, 화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나 아니면 적이 존재한다. 이제 정당은 점점 약해져 가고(물론 정당이 필요 없다거나 사라질 거라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이 대중과 직접 소통하며 팬덤을 이루는 정치가 성행해져 가고 있다. 이 또한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급변한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 중산층의 붕괴, 이주민의 증가 등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대변하고 소수의 집단을 대변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포퓰리즘 정치는 소수 집단은 고려하지 못하고 오히려 적폐로, 청산할 대상으로 보기도 한다. 실제로 이주민들에 대해서는 보수, 진보 모두 냉정하게 대하는 측면이 있다. 지금의 한국 정치가 과연 변화하는 대한민국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까? 오히려 후퇴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다.

이 책은 누구나 한 번쯤 읽었으면 한다. 이 책은 특정 정당이나 집단의 편도 아니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 대선 결과가 이렇게 나온 이유와 내가 왜 이러한 투표를 하게 되었는지, 또 어디서 화가 나는지,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등, 자신을 성찰하게 만들어 준다. 어설프게 아는 것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무지한 것도 죄다. 이 책이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그릇된 시선을 잡아주고 균형을 잡아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어떤 집단을 지지하든 어떤 생각을 갖든 그것은 나의 선택이다.
공감 (1) 댓글 (0)



function05 2023-07-24
메뉴


제목만 봐서는 이탈리아 여행 안내서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전작들을 살펴보면 그저 기분 좋게 이탈리아의 도시와 자연을 바라볼 마음은 싹 사라지고, 그 너머의 역사를 통해, 우리나라가, 우리의 정치가 나아갈 방향성에 이탈리아를 오버랩시키려고 그러는거 아닌가? 하는 의심으로 발걸음을 떼기 시작합니다.
이탈리아로 향하는 여정은 총 7개의 챕터로 이루어지는데...

1. 미국도 독일도 스웨덴도 아닌 이탈리아로의 길
2. 노무현 질서의 등장과 모순
3. 촛불연합의 붕괴와 상위 중산층의 정당 민주당
4. 무능의 아이콘 윤석열 정부
5. 회색 코뿔소가 온다: 노인.지방.외국인
6. 공동구매형 사회의 붕괴
7. K-포퓰리즘의 어설픈 등장

차례에 언급된 각장들의 제목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마침내 이루어낸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의 명과 암을 들여다보면서, 대한민국을 규정하고, 2002년 등장한 노무현 정부에서 현시점 2023년의 윤석열 정부의 대한민국까지를 관통하며, 우리나라의 현위치와 방향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규정한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복잡다양한 변수와 상수들, 상위 중산층, 노인-지방-외국인, 공공재 공급 방식의 붕괴, 그리고 포퓰리즘이라는 현상적 정치까지 세세하고 꼼꼼하게 저자의 시각으로 훑어내며,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사회'가 되버린 한국을 비판하고 조언합니다.
어쨌든, 선진국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저자는 미국, 독일, 스웨덴, 이탈리아에 모델링해본 결과, 이탈리아에 제일 가깝게 봤고, 어떻게 대한민국이 '이탈리아형 선진국'으로 가는 악순환이 어디에서 어떻게 발생했는지 살펴보고, 그 악순환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사회계약'을 새로 써서 '무엇이든 바꿔낼 수 있는 사회'이자, '무엇이든 결정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갈지를 모색합니다.

*우선 제공받은 사전서평단용 책자는 1장과 2장만을 포함하고 있어서 리뷰가 제한적이었습니다.



공감 (1) 댓글 (0)



파파 2024-02-16
메뉴


트럼프 이전에 베를루스코니가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스트롱맨의 원조 격인 이 인물은 이탈리아 최장 총리를 지냈다.

외부인 시선으로 볼 때, 이탈리아가 급격하게 나빠지던 시점으로 기억하는데, 막상 현지 신문 1면은 축구 얘기 뿐이었던 기억이다.

나는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같은 반도 국가로서 분명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데 서문부터 이 책 읽기를 망설이게 만드는 구절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극단적인 권리당원'




난 정말 궁금하다.

나름의 중립적 위치라고 생각해서 이런 구절을 넣었는지,

아니면 정말 그들이 유켄트라도 되는 것이라 생각하는 지.




민주당 당원들이 늘 하는 말이 효용성이었고

극단적 권리당원 운운하는 이들은 현재 시점으로 탈당 후 제 3지대로 갔다.




그리고 그걸 지적하던 상대 당의 몇몇 사람들은 자기 펜클럽 회장에게 주요 직책을 맡기는 파렴치한 일을

서슴치 않게 하고 있다.




누가 유켄트인가?

누가 더 극단적인가?




저자의 다음 책은 부디 '중도병 걸린 환자들'에 대한 진단이길 바란다.






공감 (1) 댓글 (0)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