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미국 대선에 관해
한반도 안팎에서 전쟁 가능성을 1%라도 낮추기 위해 미국 대선에서 해리스보다 트럼프를 선호한다는 제 글에, 누가 당선되든 신경 쓰지 말라거나, 한국의 자주성이나 지도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군요. 특히 재미동포들 가운데서요.
이들은 미국의 선민의식, 예외주의, 팽창주의 등에 바탕을 둔 호전적 제국주의 특성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건국 후 248년이 흐르는 동안 전쟁에 뛰어들지 않는 해가 20년도 되지 않을 만큼 전쟁을 좋아하고 많이 해도, 미국이 침략 당해 미국 땅 안에서는 전쟁이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전쟁의 참혹성을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일까요? 미국 유권자들 중에도 ‘샤이 트럼프 (shy Trump)’가 있듯, 미친놈 같은 트럼프를 지지한다면 시비당하거나 비판받을까봐 한국의 자주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고요.
미국이 가만있는 나라들을 먼저 건드리고 때리지 않는다면, 제가 미국 대선에 관심 갖지 않아도 좋고 관심 가질 필요도 줄어들 겁니다. 1994년 민주당 클린턴이 남한 정부에 귀띔도 하지 않고 북한을 폭격할 뻔했던 사실 기억하시는가요? 2024년 민주당 바이든이 중국-러시아-북한을 상대로 핵무기 사용지침 만들었다는 뉴욕타임즈 기사 읽어보지 않으셨는가요? 남한 지도자나 국민의 성향과 능력에 관계없이 미국이 일방적으로 전쟁을 부추기거나 일으킬 수 있기에 미국 대선에 관심 갖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그토록 호전적 미국에서도 해리스 미국보다는 트럼프 미국이 제국주의 성향을 덜 보이고 단 한 번이라도 전쟁 덜 일으킬 것 같아, 트럼프가 장사꾼 같고 미친놈 같아도 해리스보다는 선호한다는 것이고요. 불행하게도 믿을만한 평화주의자 후보가 없어서 둘 중에 골라야 하니까요.
물론 한반도 안에서 전쟁을 피하는 데는 남한의 자주성과 지도자도 아주 중요합니다. 김영삼 정부 때까진 그토록 호전적이던 클린턴을 북.미 수교로 나아가도록 하며 평화 지향적으로 바뀌게 하거나, 여기저기 폭격을 일삼으며 북한에 극도로 적대적이던 아들 부쉬를 설득해 북한을 침공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도록 이끈 김대중을 생각하면요.
그런데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김대중 같은 지도자를 세우면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는 있어도, 대만해협,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에서 미국이 부추기거나 일으키는 전쟁까지 막는 것은 어렵겠지요. 한반도 안팎의 전쟁에 남한의 자주성과 지도자보다 미국의 호전적 제국주의 특성이 더 결정적이라는 뜻입니다. 제 두 아들부부와 많은 친인척들 포함해 260만 안팎의 동포가 사는 미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소망합니다. 동시에 걸핏하면 전쟁을 부추기거나 직접 폭격.침략을 일삼는 호전적 미국 제국주의는 하루빨리 약해지고 사라지길 기원합니다.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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