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28

18 개성공단 근처에 여의도 1.5배 만한 농지를 만든다면

[뒷북경제] 개성공단 근처에 여의도 1.5배 만한 농지를 만든다면

박형윤 기자
2018-05-05

판문점에서 열린 11년 만의 남북 정상회담 이후 모든 부처에서 남북 경협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 등 일부 부처는 정상회담 이전부터 남북 경협 태스크포포스(TF)를 가동하기도 했는데요.

한국농어촌공사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풀린다는 전제 아래 개성공단 배후지역에 여의도 1.5배 크기의 농업단지 조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1차적으로는 개성공단에 식부자재를 공급하는 게 목표지만 새로운 농업모델을 북한 전역에 퍼뜨려 식량 부족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지역은 개성공업지구 1단계 북측지역 약 460㏊(460만㎡)의 땅으로 황해북도 개성시 판문읍 일원 송도리 협동농장입니다. 규모만 따지면 여의도(290㏊)의 1.5배인데요. 공사는 농기계 지원 외에도 인력양성과 기술교류 등의 패키지 지원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의 농산물 생산 방식과 기술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인데요.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북한도 식량 사정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 단순히 쌀을 지원하기 보다는 농업 기술 등을 전수해주는 것이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좋다”고 했습니다.

이 지역에서 나온 농산물은 개성공단 남북한 근로자 약 5만4,000명에게 공급할 계획인데요.농어촌공사는 “배후지역을 개발하면 북한의 식량난을 해소하고 주민들의 기초생활여건을 개선할 수 있다”며 “사업효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인력양성과 기술교류, 주민의 소득 증대, 생활환경 개선사업을 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사는 북한이 추진 중인 임농복합경영을 위한 관수시설 정비사업 지원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관수시설 정비는 산에 물을 댈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밭작물을 키우는 사업인데요. 북한에 10㏊ 크기의 관수시설 시범단지 조성이 가능한지 검토중입니ㅣ다.

농업협동조합중앙회도 대북 지원을 검토 중입니다. 현재 농협은
△정부 차원의 대북 쌀·비료 지원 시 적극 참여 
△양돈·온실·농자재 추가 지원 
사료·백신 제공(2015년 양돈 지원 후속조치)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농협은 양돈장 건설과 비료·비닐 등을 포함해 총 29건, 금액으로는 73억5,300만원 상당의 물품을 북한에 제공한바 있습니다다. 이와 별도로 농협은행이 통일기금 조성용 예·적금을 개발하는 방안도 논의 중입니다.

경협 사업으로 농업이 부상하는 것은 북한의 열악한 식량 사정 때문인데요.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김정은 정권 들어 두 차례의 중요한 농업개혁조치를 취했지만 농업생산 증대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15~2016년 북한의 식량 필요량은 550만톤이었는데 공급량은 510만톤에 그쳤습니다.

산림청은 내년부터 대북지원용 종자저장시설 조성을 어떻게 할지를 연구할 계획입니다. 남북산림협력을 위한 국제회의를 4회 개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산림병해충 방제사업과 산림종자 및 묘목 지원을 원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지원 여부도 검토 대상입니다. 이미 2015년 북한의 금강산(800㏊) 지역에 방제사업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이 나와야 본격적인 경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농업처럼 먹거리와 관련된 사업이라도 대북 제재의 큰 틀을 봐가며 이뤄져야지 지나치게 앞서나가면 곤란하다는 얘기입니다. 다양한 경협 논의가 진행되자 청와대도 부담스러운 모양인데요.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경협 이야기가 앞서 나가지 않도록 청와대에서 자제령이 내려왔다”며 “논의는 미리 준비하되 섣불리 확대해선 안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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