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이야기] '딴게 없시요, 거저 밭에 나가 살았시요'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딴게 없시요, 거저 밭에 나가 살았시요.’ 어떻게 해서 농사를 그렇게 잘 지을 수 있었는가 하는 중앙텔레비죤(조선중앙TV) 기자의 질문에 어느 한 소박한 농장원이 한 대답입니다. 평양에 있을 때 중앙TV에서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는 정치인도, 선동원도 아닌 소박한 농사꾼, 땅을 사랑하고 땅과 함께 평생을 살아온 순박한 백성의 한사람이었습니다. 그랬기에 그의 말에는 솔직함이 그대로 묻어있었죠.
세계적으로 유명한 체육인들의 인터뷰도 이 소박한 농장원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어떤 골프선수는 그냥 마음을 비우고 쳤더니 잘 맞더라 하기도 하고, 어떤 야구선수는 팔에서 힘을 빼고 편하게 쳤더니 되더라고 말하곤 하죠.
그렇다면 나라를 이끌고 백성들을 책임진 임금이나 지도자의 ‘딴게 없시요’는 뭘까요.
예로부터 농사는 천하지대본이라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농사라는 뜻이죠. 더 해석하면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람 사는데서 최우선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래서인지 오래전부터 천하를 통치하면서도 만민의 존경을 받고 위인으로 떠받들려온 통치자들의 공통점은 백성들의 등을 따스하게 하고, 배를 곯지 않게 한 것입니다. 농사를 천하지 대본으로 여기고 백성들을 이민위천으로 섬긴 사람들이죠.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들의 최고의 덕망, ‘딴게 없시요’는 백성들을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살게 하는 것입니다.
어제 평양에서는 김일성생일 100돌 기념 열병식이 성대하게 열렸더군요. 3대 세습으로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의 육성도 처음으로 공개되었고요.
김정은체제가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자기의 입장을 공식 밝히는 자리라 정말 주의 깊게 연설내용을 들었습니다. 핵심은 김일성 ․ 김정일주의 따라 주체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한 치의 드팀도 없이 완성하는 것이더군요.
또한 자주의 길, 선군의 길, 사회주의 길로 끝까지 가겠다고도 했습니다. 인상적인 대목은 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는 것,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는 것이 자기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한 것입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죠. 그러나 인민들의 생존권, 국민들의 자존심은 어떻게 되나요. 제가 대외사업하면서 제일 낯 뜨거웠던 일은 제가 맡은 외국관광단을 위해 만경대 유희장을 통째로 내주고, 지하철 전동차를 전용으로 보내줬던 일입니다. 평양시민들은 다 내 쫒고요.
아마도 북한지도부의 ‘딴게 없시요’는 좀 다른가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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