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26
40년전 그때… CIA는 주한미군 철수 ‘유불리’ 어떻게 분석했나 - 미주 한국일보
40년전 그때… CIA는 주한미군 철수 ‘유불리’ 어떻게 분석했나 - 미주 한국일보
40년전 그때… CIA는 주한미군 철수 ‘유불리’ 어떻게 분석했나
2018-11-24 (토)
▶ “필연개입 위험 없어져” “전환배치 용이” VS “대북억지력 약화” “남한 불안정” “南核우려”
▶ 취임 첫해 CIA가 심층분석… “南역량 강화까지 4∼5년간 단계적으로 신중하게 철수해야”
1977년 미국 CIA의 주한미군 철수 ‘유불리’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지미 카터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1977년 4월 향후 4∼5년에 걸쳐 이뤄질 주한미군 철수에 따른 유불리를 조목조목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제공 = 제임스 퍼슨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연구원/한미클럽 의뢰로 미국 외교문서 발굴 프로젝트 등 진행)올들어 본격화된 북미대화 국면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조지프 던포드 미국 합참의장이 이달 초 한 대학 포럼에서 "북미대화가 진전될 수록 한반도 군사태세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 논란을 더욱 키운 모양새다.
그러나 한·미 양국 모두 최근 남북미 간 대화와 주한미군 문제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이 문제가 당장의 관심사로 부상할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는다.
다만 주목할 대목은 한미관계사(史)를 돌아볼 때 주한미군 철수 내지 감축 논란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하는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 속에서 롤러코스터식 논란이 이어져왔던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한미군 철수논란이 가장 뜨거웠던 1970년대 말 지미 카터 미국 행정부 당시 미군철수의 장·단점을 심층 분석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기밀보고서가 공개돼 주목된다.
25일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제임스 퍼슨 연구원으로부터 입수한 미국 외교 기밀문서에 따르면 CIA는 카터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1977년 4월 향후 4∼5년에 걸쳐 이뤄질 주한미군 철수에 따른 유불리를 조목조목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의 안보 상황과 남북 간 군사력은 지금과 현저한 차이가 있지만, 한반도 평화체체 논의에 따라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주한미군 역할 및 지위 변화와 맞물려 미국 행정부의 전략적 판단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엿보는 기회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1977년 미국 CIA의 주한미군 철수 ‘유불리’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미국 CIA는 1977년 4월 펴낸 보고서에서 주한미군 철수의 이점으로 유사시 미 육군이 필연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위험을 해소하고 다른 지역으로의 전환배치가 용이해지는 점 등을 꼽았다. (제공 = 제임스 퍼슨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연구원/한미클럽 의뢰로 미국 외교문서 발굴 프로젝트 등 진행)
◇ 주한미군 철수 이점은…"필연적 개입 위험 없어져" "미군 전환배치 용이"
보고서는 남한에서의 미 육군 철수가 미국의 정책관점에서 중요한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CIA는 우선 미 육군 철수가 미국의 안보 보장을 유지하면서도 전투가 재개될 때마다 미 육군이 필연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위험을 해소한다는 점을 들었다.
또 완전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의회의 압력을 줄이고, 주요 안보원조 프로그램에 대한 의회의 지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미군이 다른 지역에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도록 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도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남한에는 군사적 자립 달성을 위한 노력을 자극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 주한미군 철수 단점은…"대북억지력 감소" "한국 核개발 우려" "정치·경제 불안"
그러나 이는 단점도 많고 여러 위험이 상존한다는게 CIA의 분석이다. 특히 미 육군 철수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먼저 우려되는 것은 남한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1970년대에는 북한의 군사력이 남한 우위에 있었다. 보상 조치 없이 미 지상군병력이 철수한다면 북한 공격에 대응하는 남한 전반의 전투력과 기동력, 지휘·통제 역량, 정보력이 상당히 약화할 것이라고 CIA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향후 5년간 한국은 자국 군사력의 약점을 자력으로 시정할 수 없으며, 미국 지상군병력을 대체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정치·경제적으로도 리스크가 따랐다.
CIA는 당시 경제성장이 박정희 정부의 정치적 안정성과 신뢰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명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 철수는 한국인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정치적 불안정을 유발하며 정권의 더 심각한 탄압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남한의 국방예산이 연간 10억 달러씩 증가할수록, 국민총생산(GNP) 증가분은 애초 계획 대비 약 15%씩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는 정부 재정을 압박하고, 수출지향형 경제 유지에 필요한 해외자본 유치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남한에 대한 상황 통제력 상실 역시 문제였다.
CIA는 한국 군사력과 남북 간 분쟁 등을 통제하려는 미국의 능력에 제한이 있을 수 있고, 경미한 사건도 통제 불능상황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봤다.
이는 남한의 '사심'을 부추길 수 있다고 CIA는 우려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장거리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재개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도발이 문제였다. 미군 철수는 북한 공격에 대한 억제력을 감소시키고, 이는 미 핵무기의 완전 철수로 가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러한 변화는 중국, 일본 등의 시각에선 미국이 국내 사정 때문에 아시아에서 철수한다는 해석을 낳을 수 있다고 CIA는 풀이했다.
일본에 국내 여론이 동맹국의 전략적 이익에 우선한다는 인식을 주면 미국의 신뢰성을 해치고 미일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동시에, 미 본국의 안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77년 미국 CIA의 주한미군 철수 ‘유불리’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미국 CIA는 1977년 4월 펴낸 보고서에서 “보상적 조치 없이 미국 지상군 병력이 철수한다면 남한 내에서 전투지원 및 전투 근무지원 능력이 상당히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공 = 제임스 퍼슨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연구원/한미클럽 의뢰로 미국 외교문서 발굴 프로젝트 등 진행)
◇ CIA 결론 "전략적 영향 최소화할 보상조치 필요…단계적으로 신중히"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CIA는 전략적 균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남한의 역량 강화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는 4∼5년 동안 단계적으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IA는 "보상적 조치 없이 미국 지상군 병력이 철수한다면 남한 내에서 전투지원 및 전투 근무지원 능력이 상당히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CIA는 보상조치로서 ▲ 남한 군사력 제고·보완 ▲ 미군 철수 시기·규모 조정 ▲ 지속적인 안보 보장 입증 ▲ 외교 활동 등을 제시했다.
CIA는 남한의 군사적 취약성을 보완할 수 있도록 몇해간 지속해서 원조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철수 기간 연장과 함께 유연한 접근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미군 철수를 4∼5년에 걸쳐 연장하는 게 남한 군사력에 필수적인 개선을 이루는 데 상당히 기여할 것"이라며 "이는 전적으로 불가피한 단계"라고 밝혔다.
CIA는 지상군병력이 최종 철수하는 날짜를 '미정'으로 남겨 두면, 남북한은 미군 철수가 미국 내 상황이 아니라 한반도 안보 상황에 달렸다고 인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주둔 규모가 줄더라도 지상군 전투부대가 남아있다면 북한 도발 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남한은 병력 통제권·지휘협정에서 보다 타협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미국의 통제권이 강화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남한에서의 미 공군력을 강화하고, 태평양에 있는 미 해·공군 기지를 유지하며 미군의 기동성을 보여주는 것 역시 도움이 될 것이라 전했다.
이와 함께 한미 간 마찰, 남한의 정치적 동요를 피하기 위해 인권과 같은 문제를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교적으로 볼 때 남한은 미북 접촉 가능성 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게 될 것이고, 남한의 불안감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 공군(USAF) 비행 중대의 남한 배치, 지속적인 한미군사훈련은 양국에 유용한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1977년 미국 CIA의 주한미군 철수 ‘유불리’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미국 CIA는 1977년 4월 펴낸 보고서에서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일본과 중국, 소련 등 주변국의 예상 반응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제공 = 제임스 퍼슨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연구원/한미클럽 의뢰로 미국 외교문서 발굴 프로젝트 등 진행)
◇ 미국이 동북아서 눈 돌릴까 걱정하는 日…현상유지 바라는 中·소
당시 주한미군 철수를 바라보는 주변국의 셈법은 이해관계에 따라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한의 안보가 자국 안보에 필수라고 믿는 일본은 주한미군 철수에 크게 우려했다. 일본은 미국이 서유럽 수준으로 동북아시아에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도 걱정하고 있다는게 CIA의 분석이다.
CIA는 일본이 비공식적으로 북한과 교류 확대를 꾀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게 한반도에 영향력을 유지하고, 미국의 정책 변화에도 대비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최종적으로는 미군 철수 의견에 동의를 표할 것으로 CIA는 내다봤다.
반면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과 소련은 공개적으로는 미군 철수를 추구하면서도 속으로는 한반도에서의 현상유지를 바라는 모호한 입장인 것으로 CIA는 분석했다.
CIA는 두 나라가 북한 김일성 주석의 '조급한 행동'과 거리를 두려 하고, 남한에 대한 미국의 안보 약속이 한반도 평화 유지와 일본 재무장 억제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동아시아에서의 불확실성과 갈등을 차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 소련 입장에도 차이가 있다는게 CIA의 판단이다. 미·소 간에는 전략무기제한협정, 유럽안보협력회의 등이 관건이기 때문에 주한미군 철수가 양국관계를 크게 복잡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CIA는 관측했다.
소련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중국은 암묵적으로 남한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역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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